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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214화 (214/519)

214화

급하게 호롱불을 들고 선장실로 가서 힘껏 던졌다.

퍽! 화르륵!

기름이 들어 있는 호롱불이라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선장실에 널려 있는 잡동사니들을 급하게 집어 들어 불속에 던졌다.

선장실에 불을 지르고 나자 난간을 잡고 최대한 밑으로 내려와 깊은 바다 속으로 급하게 뛰어 들었다. 그가 바다로 뛰어들자 백구도 바다로 뛰어들었다.

획! 풍덩! 컹! 풍덩!

차가운 바다 속으로 뛰어들자 싸늘환 느낌이 전신을 휘감았다.

‘어휴! 얼어 죽겠어!’

차가운 바닷물이라 전신이 마비되는 것처럼 얼어붙는 것 같았다. 힘차게 발을 번갈아 차며 앞으로 이동하며 물위로 올라왔다.

“푸아!”

물 위로 올라와 전투수영으로 빠르게 전진했다. 흑혈검도 지니고 있으니 차가운 바닷물에서 수영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선원들에게 들키면 죽은 목숨이라 사력을 다해 팔다리를 바쁘게 움직였다.

파닥파닥. 첨벙첨벙.

“홉! 홉!”

군복도 입고 대검이나 장검 등 무기도 휴대해서 전투수영으로 가쁘게 숨을 토해내며 이동했다. 파도가 잔잔해서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옆에서는 백두가 능숙하게 헤엄을 쳐서 따라오고 있었다.

“흡푸! 흡푸!”

몸이 얼어버려 숨이 너무 가빠오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범선과 멀어지고 나자 서서히 해변을 향해 이동했다. 백사장으로 가면 발자국이 나기 때문에 흔적을 남지 않게 하려면 바위가 많은 해변이 적당했다.

이윽고 범선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가 많은 해변에 도착했다.

커다란 바위에 몸을 숨기고 주저앉아 숨을 길게 토했다. 몸은 이미 꽁꽁 얼어 덜덜덜 떨렸다. 그래도 바다에서 나와 해안에 있으니 죽을 고비는 겨우 넘겼다.

“후우! 이제야 조금 살 것 같군.”

무사히 육지로 올라오기는 했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숲속으로 들어가 범선을 바라보았다. 불을 지른 선장실만 불빛이 조금 보이고 선원들의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직은 불이 거세지 않아 선원들이 모르는군.’

한가하게 불타게 될 범선이나 구경할 상황이 아니라 급하게 내달렸다. 최대한 빠르게 배가 기다리는 곳까지 이동해야 된다. 죽기 살기로 빠르게 내달리자 발자국 소리가 요란했다.

다다다다.

그가 어둠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그제야 범선에 불빛이 크게 보였다.

이때 범선에 있던 흑인노예들은 제일 먼저 불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 선원들과 달리 술을 마시지 않아 그들은 누군가 침투해 불을 지른 것을 알았다. 항상 도망칠 기회를 노리던 흑인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도망치자!”

“기회에 도망치자!”

한명이 먼저 크게 외치자 다른 노예들도 모두 찬성했다. 그들은 재빨리 선원이 지니고 있는 열쇠를 찾아 발에 달린 쇠고랑을 풀었다. 모두 20명인 노예들은 쇠고랑을 풀자 빠르게 범선에서 탈출했다. 선원들이 가지고 있던 각종 무기들을 챙겨들고 모조리 나무통을 바다에 던지고 나자 뛰어들었다.

풍덩. 풍덩.

무작정 바다로 뛰어들어 최인범과 거의 비슷한 장소로 이동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노예 생활이 너무 힘들어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어 탈출할 기회가 생기자 죽음을 각오하고 도망친 것이다.

20명의 노예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나자 범선은 그제야 불빛이 크게 보였다. 범선 밖의 해안에 사는 섬사람들이 불빛을 보고 먼저 크게 외쳤다.

“불이야!”

부두 근처에서 술이 취해 곤하게 잠을 자던 선원들은 놀라 급하게 달렸다. 범선에서 불이 나자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불이야!”

“불이야!”

우당탕! 와글와글.

선원들이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정신없이 바닷물을 퍼서 불을 끄고 있었다. 적이 침입해 불을 질렀다고 예측하지 못하고 선장실에서 호롱불 때문에 불이 난 것으로 판단했다.

정신없이 불을 끄던 선원들은 불길이 너무 거세게 타오르자 갑판에 실려 있던 비단들을 급하게 밖으로 던졌다. 해안에 정박해 두었기 때문에 일단 밖으로 물건들을 던지며 진화 작업을 했다.

섬사람들도 물그릇을 들고 와서 범선의 진화 작업을 돕고 있었다. 선장은 그제야 흑인노예들이 도망친 것을 알고 신음을 토했다.

“이놈들이 도망치면서 불을 질렀어.”

“잡으러 갈까요?”

“우선 불부터 꺼!”

“넷!”

많은 사람들이 진화작업을 벌이자 범선은 잠시 시간이 지나자 불이 껴졌다. 그러나 갑판 위에 있는 선장실과 조타실이 완전히 불타버리고 일부 돛도 불에 타서 당분간을 출항할 수 없었다. 수리는 가능하지만 오래 걸리게 생겼다. 그리고 불타서 사라진 재물들이 너무 많았다.

화가 치밀고 열불이 난 선장은 보타도 사람들에게 제시했다.

“불을 지르고 도망친 노예들을 잡으면 두당 비단 10필씩 주겠소.”

“좋습니다. 잡아드리죠.”

섬사람들은 많은 상금을 준다는 선장의 말에 서둘러 무리를 이루었다. 범선에서 탈출한 노예를 찾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해안선을 타라가며 흔적을 찾던 청년이 크게 외쳤다.

“여기다!”

섬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확인했다. 해안에는 많은 나무통들이 보이고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렇군. 여기로 나와서 이동했어.”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는 거요?”

“모두 20명이고 무장했소.”

섬사람들은 흑인노예들도 무장하고 있다는 말에 놀랐다. 무작정 추적하다가는 흑인노예들에게 당할 수 있어 포르트갈 선원들과 합세해서 큰 무리를 이루고 발자국을 추적했다. 하지만 발자국은 해안의 어촌으로 들어가고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이 술렁이면서 행적을 알아보다가 한 어부가 크게 외쳤다.

“아이고! 내 배가 없어졌어.”

“뭐? 배가 사라져?”

“어제 늦은 밤에도 저쪽에 있던 내 어선이 새벽에 사라졌어!”

“그럼 벌써 육지로 도망친 것이군.”

범선에 불이 나자 진화작업을 하고 나서 동이 틀 무렵에야 겨우 추적을 시작했으니 너무 늦어 버렸다. 도망친 흑인 노예들은 이미 어선을 탈취해 내륙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섬을 수색하기 위해 섬사람들은 부지런히 찾으러 다니고 있었다.

수색하는 동안 날이 훤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날이 밝아 오자 흑인 노예들이 사라진 흔적들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어떤 집에서는 식량이 사라지고 닭이나 염소들이 사라진 곳도 있었다.

“우린 어찌 살라고 배르 가지고 도망쳐?”

“우리 집은 식량이 하나도 없어.”

범선에서 탈출한 흑인노예들은 번개 같이 어촌의 일부를 약탈하고 작은 어선을 가지고 내륙으로 도망친 것이 확실했다. 밀무역을 하기 위해 이곳에 오게 된 범선의 선장은 많은 흑인노예들도 도망치고 아편과 소총도 사라지자 결국 더 이상의 추적은 포기했다.

“그놈들 잡기는 틀렸어.”

“포기해야지 별수 있나?”

선장은 그나마 범선의 상층부분만 불에 타서 천만다행이라고 판단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보타도의 어민들에게 제시했다.

“비단을 줄 테니 배를 수리해 주시오.”

“알겠소.”

최대한 빨리 범선을 수리해 남쪽으로 떠나야 되니 그나마 남은 비단으로 배부터 수리해야 된다. 멀리 내륙으로 사라진 흑인노예를 추적할 수도 없다. 그러니 남은 재물을 가지고 최대한 빨리 범선을 수리해 이곳을 떠날 생각이다.

‘빨리 떠나야 해. 자칫하면 명나라 군대가 단속하기 위해 여기로 올 수 있어.’

도망친 흑인 노예들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던 전사들이다. 모두 전쟁포로로 잡혀 포르투갈 상인들이 노예시장에서 사왔다. 그들은 발목에 무거운 쇠고랑을 차서 고분고분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을 풀었으니 본래의 모습인 전사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들은 배도 잘 다루는 부족들이니 여기서 꾸물거리다 보면 복수하려고 다시 돌아올 수 있어.’

믿고 있는 소총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러니 이제는 무력이 전혀 없는 상태와 같았다. 물론 화포는 장착되어 있지만 화포를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선원이 너무 부족했다. 50명의 선원으로는 범선 운항에만 꼭 필요하지 화포까지 사용할 수는 없었다.

‘최대한 빨리 배를 수리해서 떠나야해.’

한편 범선에서 많은 물건을 탈취한 최인범은 철갑웅과 합류해 영파에 도착했다. 두 사공에게 보수로 철갑웅이 챙겨온 은제품을 후하게 넘겨주며 제시했다.

“이것으로 말을 태울 수 있는 큰 화물선을 구해 주시오. 운하를 통해 북쪽으로 갑시다.”

“알았어요. 우리도 같이 가는 거죠?”

“그렇게 합시다.”

사공들은 본시 소주에서 살던 청년들로 어부로 살기위해 영파로 왔다. 그래서 많은 재물을 보유한 최인범과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사공들은 너무 가난해 옆에 아내도 없으니 떠나기가 수월했다. 보아하니 분명 어디선가 물건을 도둑질해서 가져온 것이 확실했다. 본의가 아니지만 큰 죄를 지은 공범이 되었으니 최인범과 같이 움직이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다.

“우리 입을 막으려면 재물을 나누어 줄 거야.”

“바다라면 지긋지긋하니까 이번기회에 내륙으로 들어가서 살자고.”

이렇게 판단한 두 사공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옆에 있다가 보니 어느새 물들어 간덩이가 커져버려 재물을 가지고 배를 구하기보다 몰래 훔치기로 했다. 배를 구하라고 넘겨받게 된 많은 은제품은 자신들이 차지할 수 있으니 그렇게 결정했다.

영파에서 지낸지 오래되기 때문에 어디가 배를 훔치기가 적당한지 잘 아니 쉽게 보다 큰 화물선을 훔쳐서 물건들을 옮겼다. 그리고 그들이 어선을 도둑질해 가져오는 동안 최인범은 말 6필을 끌고 와 배에 싣고 명령했다.

“항주로 갑시다.”

“넷!”

최인범 일행은 하루 종일 해안선을 따라 이동해 드디어 항주에 도착했다. 운하를 통해 이동할 생각이라 운하입구의 선착장에서 다시 어선을 버리고 새롭게 바닥이 평평한 화물선을 구하기로 했다.

“철갑웅, 은제품을 모조리 넘겨줘.”

“넷!”

자루에 담긴 은제품을 사공에게 넘겨주며 당부했다.

“조심하시오. 전당포에 은제품을 팔고 배를 구하시오.”

“알았어요.”

철갑웅은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제가 사공들과 같이 다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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