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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204화 (204/519)

204화

최인범이 명나라 사람이 아닌 이교도인 회회교인인 어린 노예를 찾는 이유가 있었다. 철씨 삼형제가 본시 이슬람 지역 출신이라 그들과 비슷한 소년들을 구해 부하로 불리게 하려는 것이다.

“30명이 필요하니 한 번 봅시다.”

“그러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데리고 오죠.”

조금 시간이 지나자 30명의 아이들이 노예시장으로 모였다. 최인범은 회회상인에게 은괴를 넘겨주고 50명 중에서 골라 어린 노예를 30명이나 일시에 샀다.

비교적 건강해 보이고 또한 푸른 눈보다는 갈색 눈동자를 선택했다. 그러는 이유는 이들은 나중에 개마고원이나 또는 조선의 풍기까지 데리고 갈 생각이기 때문이다. 조선인과 모습이 너무 다르면 적응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거래가 끝나자 노예상인은 굽실거리며 사정했다.

“대인, 남은 애들도 모두 사주 세요. 오래 같이 지내서 따로 사시는 것보다 좋을 겁니다.”

약간은 동정심도 있어 소년들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그 때문에 최인범은 본래 계획한 수보다 많은 50명의 소년들을 사게 되었다. 대금은 약탈한 은괴로 지불했다.

그러자 회회상인은 다시 다른 노예도 사길 권하고 있었다.

“대인, 여자 아이들도 사시죠. 다들 아직은 어려서 깔끔합니다.”

“뭐요? 그게 무슨 소리요?”

피식 웃는 모습으로 보아 아직 어려서 남자 경험이 없다는 뜻이다.

“여자는 필요 없소.”

“그래도 나중에 조금만 크면 비싸게 팔 수 있으니 사세요.”

최인범이 많은 은괴를 가진 것을 보자 회회상인은 더욱 매달렸다. 넉살 좋은 상인은 여자들도 사라고 옷자락을 붙잡고 사정했다. 여기서 모든 노예를 팔고 비단을 사서 멀리 서쪽으로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한번 노예를 사기 시작하게 되자 별 수 없이 모조리 사기로 결정해 여자들도 50명을 사게 되었다. 일시에 100명이나 되는 노예를 사고 보니 앞으로 일이 난감했다.

‘이런 내가 가정제를 닮아가나? 푼수 같이 너무 여러 명을 샀어.’

막상 많은 노예를 사고 보니 아이들을 먹고 입히고 같이 살 생각을 하니 아득했다. 조선 같으면 어디 적당한 곳에서 정착하지만 자신은 계속해서 이동하니 사고 나자 바로 후회했다.

‘들고 다녀야 하는 은괴보다야 편하지.’

그러나 은괴야 먹고 입힐 염려가 전혀 없으니 너무도 다른 상황이다.

많은 아이들은 사고 나자 아이들을 데리고 우선 선착장으로 가서 화물선 10척을 구입했다.

3척에 소녀들이 사용하고 3척은 소년들의 숙소로 사용하게 된다. 나머지 4척의 배는 우선 최인범이 1척을 사용하며 1척은 식량 창고를 겸해 삼형제가 사용하고 2척은 말이나 건초 그리고 혹시 다른 물건을 구매할 경우 실을 예정이다.

말의 수도 이제 16마리로 늘어나 많이 달라졌다.

‘먹는 식량도 이제 만만치 않게 생겼어.’

전에는 그저 멧돼지 한 마리만 잡으면 며칠의 식량으로 충분했지만 그런 식으로 식량을 조달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식량은 항상 충분히 비축하고 다녀야 한다.

삼형제가 소년들을 10-15명 정도씩 거느리게 할 계획이다. 훈련 과정 중에 체력이나 능력부족으로 탈락되는 애들은 다른 업무를 시키면 된다.

아직 여자들에 대한 처리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추후에 잘 생각해 업무를 맡길 생각이다.

‘말이야 잘 못 알아들어도 상관없어. 어차피 군사훈련을 시켜 경호원으로 활용할 생각이니.’

왜구와 밀거래를 하고 군졸들이 획득한 은자를 쉽게 사용하게 된 것은 이곳에서는 그런 은괴가 너무 흔하게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회회 상인은 이내 멀러 떠나게 된다. 그 때문에 당분간이나 또는 영원히 비밀이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이들을 화물선에 태우고 나서 임시로 고용한 사공에게 명령을 내려 부하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켰다.

삼형제를 만나자 많은 아이들 때문에 놀란 표정들이다. 그들은 서둘러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빠르게 화물선에 실었다. 삼형제는 자신들과 생김새도 비슷하고 멀리서 와서 노예로 살게 되어 처지가 비슷해 그런지 아이들을 무척 좋아했다.

“이제부터 너희들의 심복부하로 양성해야 하니 훈련을 지속적으로 잘 시켜.”

“알겠습니다. 우선 당장 노를 젓는 방법부터 가르쳐야 되겠습니다.”

최인범은 소년 소녀들 중에 덩치가 큰 아이들을 10명씩 차출해서 데리고 시장으로 가서 포대 자루 100개, 면으로 만든 겉옷 300벌, 속옷 300벌, 그리고 밥과 반찬을 넣을 그릇 각기 100개를 구입했다. 당연히 철제인 수저나 젓가락 그리고 밥을 해먹은 주방기구도 샀다.

“이거야 원! 졸지에 고아원 원장이 된 기분이네.”

“고아원요?”

“그래, 고아들만 모아서 키우는 곳이 고아원이다.”

“선무사님, 소인이 보기에는 아랍의 하렘으로 보이는데요.”

“뭐라? 너 전에 내가 잘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그런데 또 함부로 주둥이 놀려!”

“죄송합니다. 아랍 소녀들이 너무 많아서.”

아예 화물선에서 숙식해야 하니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았다. 소년 소녀들이 여러 번 시장을 오가며 물건을 날랐다. 준비가 모두 끝나자 아이들에게 일단 포대자루를 하나씩 나누어주고 개별 소지품을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 목욕부터 시키고 머리를 모조리 짧게 깎아.”

“여자 애들도 짧게 깎아요?”

“그래, 나중에 기르면 되니 일단 집단으로 지내려면 위생에 좋지 않으니 다들 짧게 깎으라고 해.”

이제 겨울이라 각자 담요도 2장씩 지급되었다. 물론 화물선에는 새로 지붕을 해서 만든 숙소가 마련되었다.

대략 떠날 준비를 마치자 최인범은 바로 회안을 떠나기로 했다. 하루라도 빨리 영파로 가서 볼일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갈 생각이라 마음이 급했다.

“빨리 양주로 출발해.”

“넷!”

아직 반란을 모의하는 세력이 준비 상태라지만 기타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 불안했다. 그래도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남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10척의 화물선은 빠르게 운하를 타고 양주로 향했다.

한편 회수의 지류에는 대규모로 수색 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반란을 위해 왜인들과 밀 무역으로 구입한 많은 물건들이 부하들과 함께 사라졌기 때문에 찾고 있었다.

회수 지역 책임자인 천호소의 수장인 정천호가 부하들에게 크게 외쳤다.

“빨리 포위하고 근처 마을을 모조리 뒤져!”

“넷!”

정천호는 부하들이 재물에 욕심이 생겨 배신했다고 판단해 그들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부하들의 연고지를 비롯한 사건이 발생한 지역만 수색했다.

부관이 와서 다급한 표정으로 정천호에게 보고했다.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뭐라? 그럼 큰일이 아닌가?”

“작심하고 같이 공모해 멀리 도망친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모두 죽었군.”

반란군의 중요한 군자금을 모조리 잃어버린 정천호는 이제 어느 쪽으로 붙어야 될지 매우 난감해졌다. 부관인 참모와 같이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어쩌지?”

“차라리 남경으로 가서 투항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반란 세력의 수뇌부에 보고하면 문책을 받을 것이 확실했다. 그러니 살기 위해서도 반란 모의 사실을 남경으로 가서 고변해야 된다.

“남경이 양주 보다는 안전하겠지?”

“그렇습니다. 양주는 자수하기에는 조금 위험합니다. 누가 반란군인지 애매한 지역입니다.”

“그렇다면 짐을 싸서 남경으로 가자고.”

“넷! 준비를 하겠습니다.”

결국 반란군의 중요한 자금을 책임진 정천호는 급하게 움직였다. 가족을 데리고 부관과 같이 남경으로 가서 반란 사실을 고변하기 위해 야반도주하게 되었다.

이 무렵. 최인범 일행은 드디어 이틀을 걸려 양주에 도착했다. 양주는 운하와 접해 있는 도시라 상업이 매우 발달해 있었다. 또한 운하 주변의 경관이 너무 좋고 부호들이 많아 거대한 저택들도 많았다.

선착장에서 약간 떨어진 강변에 정박하고 신분 인장을 철갑웅에게 넘겨주며 명령했다.

“이것을 관아에 보여 주고 두 어사들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돌아 와.”

“넷!”

이어서 철병웅에게는 새로운 지시가 내려졌다.

“아이들이 너무 추우니 가서 두툼한 솜이불을 50개를 사오도록 해.”

“알겠습니다.”

겨울철이라 화물선에서 아이들을 재우려니 추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선 이불을 50개 사서 둘이 같이 자게 해줄 심산이다. 요야 담요를 4개를 깔면 되니 충분했다.

아이들은 전에는 더 춥고 배고픈 환경에서 지내서 그런지 아주 잘 적응하고 있었다.

‘다행이야. 잘못해서 병이 들면 곤란한데.’

꼬박 3끼를 챙겨 먹이다 보니 아이들은 전보다 추위도 덜타는 것 같았다. 아이들을 사고 보니 겨울에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는 것은 고려해야 될 것 같았다.

‘올해는 여기서 보내고 내년에 해동하면 올라가는 수밖에 없겠어.’

철을웅에게는 아이들이 무술을 수련하도록 봉을 100개를 구입해 오라고 지시했다.

“여자들도 무술을 가르치려고요?”

“당연하지, 여자들도 평소 무술을 수련해야 건강하잖아.”

“알겠습니다.”

처음 계획에는 빨리 이동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생겨 자꾸만 일정은 늦어졌다. 그러다 보니 천진이나 산해관의 사업도 은근히 걱정이다.

잘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래도 여자들이라 은근히 염려되었다. 더구나 타국 출신인 소피아가 여각을 운영하며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다.

‘혹시 언놈이 여자들이라고 조금 만만하게 보고 재물을 우려내려고 덤빌지 모르는데.’

최인범이 여자들이 돈이나 재산 괸리에 관한한 남자들 보다 더 철저하고 지독하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시대가 너무도 다른 곳으로 와서 살다가 보니 이 시절에 차츰 적응되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잠시 뒤에 철병웅이 시장에서 많은 이불을 사서 손수레로 싣고 상인들과 같이 도착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관아로 갔던 철갑웅이 돌아와 급하게 보고했다.

“두 분은 지금 남경에 머물고 있답니다. 그리고 빨리 남경으로 오셔야 한답니다.”

“뭐? 무슨 이유로?”

“그건 잘 모르고 최대한 빨리 와야 된다고 연락을 했답니다.”

경치가 좋은 양주에서 하루 정도 머물며 관광도 하다가 내려 갈 예정이었으나 이런 소식에 최인범은 바로 화물선을 출발시켰다.

“빨리 출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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