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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203화 (203/519)

203화

화살 공격과 동시에 대기하고 있던 두 명의 부하들이 언월도를 들고 병사들을 향해 매섭게 돌격했다.

후다닥! 다다다

“이야앗!”

“얏!”

두 부하들이 무섭게 생긴 언월도를 들고 매섭게 돌격하자 군졸들은 놀라 주춤거렸다.

“너희는 누구냐?”

한 녀석이 멍청하게 크게 묻고 있었다. 이런 판국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놈은 반드시 있었다. 화살을 날리던 최인범이 갈대밭에서 벌떡 일어났다.

또 다른 적이 갑자기 나타나자 군졸들은 놀라서 외쳤다.

“적이 또 있다!”

도망치려고 뒤에서 어물거리는 군졸들을 향해 빠르게 짧은 화살을 날렸다. 한 명이라도 도망치면 비밀이 샐 수 있으니 도망치려는 놈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상당히 빠른 속사로 화살을 날렸다.

휘익!

“컥!”

획!

“크아악!”

두 부하들이 돌격해 빠르게 남은 군졸들까지 모조리 처치했다. 살인 멸구해야 하니 인정사정이 없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 군졸들을 모조리 죽이게 되었다.

최인범은 그제야 화물선으로 올라와 물건을 자세하게 살폈다.

언월도로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열자 안에는 예상한 그대로 많은 백은이 들어 있었다. 작은 상자에는 하얀 진주가 들어 있었다.

‘좋았어, 큰돈을 벌었어.’

의외로 그동안 고생한 보상을 한 번에 받게 됐다는 느낌이라 기분이 너무 좋았다. 부하들도 은괴와 반짝거리는 진주를 보자 환호성을 토했다.

“와! 보물이군요.”

포대 자루를 확인하니 그 안에는 왜에서 생산된 질 좋은 황이 가득했다. 의외로 황이 상당히 많았다.

“황이 너무 많군.”

그러나 철병웅이 누런 황을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순무사님, 황이면 약으로 사용하는데 왜 이렇게 많죠?”

“황은 약으로도 쓰지만 화약의 연료잖아.”

“그렇군요.”

화물 중에서 특히 황이 많은 것으로 보아 반란을 일으키려는 무리들이 화포를 사용하기 위해 화약을 제조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명나라의 반란군은 밀무역으로 왜구와 거래하는 것 같았다. 황을 대규모로 구하려는 것으로 보아 반란군도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하고 나중에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이 확실해.’

이런 정도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단순하게 작은 규모로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많은 사람이 연류된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남쪽지역에서 일어날 반란의 규모는 상당할 것이 예상됐다.

‘누가 우두머리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군.’

일단 습격당한 흔적을 지울 생각으로 최인범은 즉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배에서 화물은 모두 내리고 시체를 모조리 실어. 시체에는 모조리 돌을 매달고.”

“알겠습니다.”

화물선도 숨겨야 하니 최인범은 강에 침몰시키는 방법으로 위장하려고 이런 명령을 내렸다. 모든 정황으로 보아 아무래도 회안도 반란군에 합류한 무리가 많다고 판단했다.

‘큰 재물이 생겼다고 무조건 좋아할 상황은 아니야.’

두 부하들이 빠르게 화물을 내리고 시체들을 모조리 배로 옮겼다. 그러자 최인범은 군복을 벗어 완전히 벌거벗은 상태로 혼자서 배를 몰고 강의 중심으로 나갔다.

‘이 정도면 깊이 가라앉겠어.’

배의 바닥을 부수고 배에서 뛰어내려 수영으로 다시 강변에 돌아 왔다. 재빨리 다시 벗어 놓았던 군복을 입었다.

벌거벗은 몸을 바라보던 부하들이 매우 놀랐다. 자신들보다 더 큰 물건을 보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주인님은 뭐든지 크긴 크네.’

부하들은 물건을 보며 놀라면서 슬며시 수말인 흑혈풍의 아래를 바라보았다. 순간적으로 드는 느낌으로 말과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커도 말보다는 작긴 작군.’

이제는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상태에서 화물선은 구멍 뚫린 바닥에서 물이 들어오자 작은 소음을 내더니 깊은 강물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일단 습격한 사실은 철저하게 감출 수 있었다.

화물선이 물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자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핏자국이나 다른 흔적들도 모조리 지워!”

“넷!”

군졸들이 가지고 있던 방패나 무기들도 힘차게 강물에 집어 던져 흔적을 깔끔하게 지웠다. 그런 작업을 하는 중에 드디어 말을 구하러 갔던 철갑웅이 말 8필을 몰고 돌아왔다.

“너무 늦었군.”

“넷! 근처에서 사면 안 될 것 같아 조금 멀리 가서 사왔습니다.”

“잘했어.”

어느새 주위는 진한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러자 최인범은 삼형제에게 명령했다.

“나는 습격한 흔적도 마저 지우고 너희들이 움직인 발자국도 지우며 천천히 뒤에서 따라 갈 것이야. 너희들은 지금 즉시 물건을 모조리 싣고 일단 회안 쪽으로 이동해. 새벽 쯤 되어 안전한 곳에 도착하면 야영을 준비하고 백두를 이리로 돌려보내.”

“넷!”

명령을 받는 부하들은 말에 화물을 올리고 단단히 조이고 떠날 준비를 했다.

죽어버린 군졸들이 여기서 하루를 묵을 예정으로 보였다. 그러니 적어도 물건이 오길 기다리는 무리가 이상하다고 낌새를 차리고 이곳으로 확인하러 오려면 분명 하루가 걸린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이틀은 시간을 버니 충분히 그들이 눈치를 채도 포위망에서는 벗어날 수 있어.’

삼형제가 빠르게 짐을 말위에 싣고 떠났다.

최인범은 우선 솔가지를 이용해 흔적을 대충지우고 말을 끌고 숲속으로 들어가 노숙했다. 흔적을 지우려면 내일 새벽이나 되어야 온전하게 지울 수 있어 여기서 시간을 보내다가 내일 아침 일찍 떠날 생각이다.

큰 나무에 기대어 담요를 뒤집어쓰고 시간을 보내려다 보니 잡념이 많아졌다.

‘새로 생긴 재물로 뭐를 시작하지?’

재물이 손에 들어오면 즉시 투자하고 있으니 이번에도 즉시 투자하려고 고심했다.

대충 살핀 은괴 수만 계산해도 엄청난 재물이 손에 들어왔다. 그러나 남경에 들려 이오명에게 투자한 재물을 회수하고 영파로 가서 필요한 정보만 수집하면 바로 조선으로 떠날 생각이라 적당한 투자거리가 없었다.

‘무거운 은괴를 그냥 가져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경이나 이 근처에서 많은 은괴를 풀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을 습격한 사람이 누군지 알면 반드시 보족하려고 할 것이라 그것도 감안해야 한다.

최인범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민했다.

‘이제 혼자 다니는 것이 불편해.’

항상 따라 다니던 부하들도 없이 혼자서 지내는 밤은 너무도 외롭고 쓸쓸했다. 해안에서 있었던 가짜 왜구 사건을 떠올리며 곰곰이 생각했다.

‘편하다고 해서 주변에 부하들이 너무 없어도 문제야.’

자신의 무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떼로 달려드는 적에게는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자신의 사회적인 지위도 있으니 앞으로 지금보다는 더 많은 부하들을 데리고 다닐 계획이다.

많은 부하가 옆에 있으면 행동이 부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꼭 그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더구나 이곳에서 반란의 조짐이 보이니 안전 문제에 더욱 신경을 써야 된다.

‘그래, 재물로 필요한 사람을 구하자고.’

이렇게 판단한 최인범은 앞으로 구할 부하를 어떤 사람으로 모을지 나름 생각을 정리했다. 이곳은 남의 나라니 대상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결국 노예를 사서 양성시키는 것이 제일 좋다고 판단했다.

‘나중에 풀어주면 돼. 조선으로 들어갈 때는 그냥 귀화하는 형식으로 해서 평민으로 만들고.’

고민하며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에게 반가운 일이 벌어졌다.

‘눈이 오네.’

검고 어두운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소록소록 내리고 있었다. 그러자 최인범은 벌떡 일어나 급하게 흑선풍을 올라타고 미련 없이 떠났다. 눈이 내리면 말 발자국이나 기타 흔적은 가려지기 때문에 굳이 새벽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다다다다.

빠른 속도로 내달려 앞서 출발한 부하들을 추적했다. 늦으면 그들의 행방을 놓칠 수 있으니 서두르는 것이다. 한참을 달리자 이윽고 백두를 앞세우고 가는 부하들을 만났다.

“선무사님, 무슨 일이 있어요?”

“눈이 내리잖아.”

“아하, 그렇군요.”

부하들과 합류한 최인범은 서둘러 서쪽으로 전진했다. 그가 합류하자 이제는 한 명이 약간 앞장서서 먼저 가고 나머지는 약간 뒤에서 따라가는 형태로 이동했다.

산에서 숙영하며 이동해 드디어 회안의 외곽에 도착했다. 이런 상태로 도시 안으로 들어가서는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최인범은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나 먼저 들어가 살펴보고 다시 올 것이니 여기서 기다려.”

회안은 조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지리적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대운하를 이용한 조운의 최고 책임자인 조운총독과 조운총병관이 이곳에 본거지를 두었다. 또한 단순히 세량 수송의 관문일 뿐만 아니라 상품 유통의 요충지로 여러 성의 상인들이 모이는 곳이라 매우 번화했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도심으로 들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어 매우 소란스럽고 번잡했다.

‘여기는 완전히 대도시군.’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도시의 규모가 크다.

최인범은 혹시 노예를 살 수 있나하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놀랍게도 노예시장이 있었다. 물론 한족은 없지만 멀리서 온 이민족들인 전쟁포로나 또는 그의 자손들은 이곳에서 노비라는 이름으로 거래되었다. 대규모로 운영되지는 않지만 노예가 거래된다고 했다.

최인범은 우선 노예시장부터 가게 되었다. 허름한 가옥들이 즐비한 구석에는 노예로 팔려온 남녀노소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중에 최인범의 눈길을 끄는 것은 명나라 사람이 아닌 푸르거나 또는 갈색 눈동자인 약간 검거나 하얀 피부의 어린 소년들이다.

슬프게 보이는 눈들은 모두 그저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노예 신세라 비참한지 뭔지 전혀 모르는 표정들이다. 그저 자신의 신세를 숙명으로 생각하는 눈빛들이다.

‘애들이 너무 불쌍하군. 평생을 저리 노예로 살다니.’

나이가 이제 10살에서 12살사이라고 하지만 덩치들은 컸다. 그렇더라도 몇 년은 집중적으로 키워야 그런대로 호위병으로 써먹을 정도다.

노예상인은 의외로 회회교도라고 칭하는 이슬람교도다.

최인범은 슬며시 노예상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저런 소년들이 몇 명이나 있소?”

“여기에 20명이 있고 집에 30명이 더 있습니다. 어린 여자가 필요하면 50명이 또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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