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200화 (200/519)

200화

“그렇다면 여기서 며칠 머물며 마작하며 조금 쉬다가 그리로 가야겠군.”

“그게 좋지요.”

최인범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여각에서 머물며 여각을 찾아오는 손님과 마작을 두며 정보를 수집했다. 소문은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상인들이 제일 많이 알고 있었다.

일단 초장이니 허술하게 마작을 두어 돈을 풀었다. 그래야 상대방이 경계하지 않아 쉽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인범은 자신이 아는 남쪽의 소식을 자랑하듯이 말했다. 주로 많은 식량이 남경으로 가니 앞으로 기근은 면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먼저 소문을 말함으로 상대방도 소문을 말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자 예상대로 마작을 두던 다소 마른 체구의 상인이 슬며시 자신이 아는 소문을 꺼냈다.

“보아하니 남쪽에서 올라온 사람으로 보이는데 어디서 가는 길이요?”

“남경에서 올라오는 길입니다. 산동성의 태산까지 가려고요.”

“그렇소? 산동성으로 가려면 특히 몸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요. 아주 무서운 소문이 널리 퍼지고 있으니까요.”

“무슨 소문이요?”

그러자 상인은 주변을 돌아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산동성으로 외부 사람이 가면 잡아먹는다는 소문이요. 그러니 몸조심하는 것이 좋소.”

“예? 사람을 잡아먹어요?”

이미 잘 아는 사실이지만 전혀 모르는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그러자 상인은 더욱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해 주었다.

“그렇소. 특히 강소성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산동성 사람들이 집중해서 잡아먹는다니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이 지역의 민심에 대해 물었다.

상인의 말에 의하면 강소성 사람들이 산동성으로 가서 잡아 먹혔고 그 배후에는 동창 조직이 있다는 소문이다.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처리를 하지 않았지만 쉬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강소성에서 널리 퍼져 있었다.

‘어차피 퍼질 소문이야.’

이렇게 판단하고 다시 구이산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슬며시 물었다.

“구이산에 군사들은 왜 모여 있는 거요? 사냥을 한다고 하던데.”

“그거야 표면에 내세운 말이고 사실은 지휘첨사와 지휘사가 열불이 나서 그럽니다.”

“열불이 난다고 군사를 함부로 움직이면 되나요?”

“나라도 열불이 나겠소. 글쎄 동창에서 미녀를 뽑아 간다더니 지휘첨사의 딸을 뽑고 지휘사의 손녀를 2명을 지목해서 황궁으로 데리고 간다고 해서 두 장군이 모두 지금 열불이 났소.”

동창에서는 본래 기능 보다는 황제의 음란 행위를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 각 성에서 많은 미녀들을 뽑아갔다. 특히 미녀가 많다고 소문난 강소성에는 많은 미녀들이 황궁으로 보내졌다. 그렇게 뽑아서 황궁인 자금성에서 지내는 여자들이 이미 1천명이나 넘어서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딸들이 황궁으로 들어가 좋다고 했다. 그러니 출세의 기회라고 봤던 그런 일이 의도와는 달리 변했다. 황궁으로 들어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서 사라진다는 것을 알자 강소성 사람들이 반발을 시작되었다.

노골적으로 반발하기가 어려우니 미녀를 숨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환관들을 집요할 정도로 미녀들을 찾아내 이제는 남의 아내가 되었건 첩이건 가리지 않고 지목해서 데리고 가는 것이다.

“지휘첨사나 지휘사의 아내들이 다들 미녀인 모양이군요.”

“그렇소. 두 사람 모두 소주 미녀를 아내로 맞이하거나 애첩으로 삼아 딸들이 모두 소문난 미녀요.”

이런 정보를 접하자 최인범은 맥이 탁 풀렸다. 그런 정도의 불만으로 반란을 쉽게 일으키지는 못한다고 판단했다. 못한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반란의 명분으로는 조금 약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반심이 생기자 두 장군이 합심해서 한창 인육 사건을 퍼트려 분위기를 조성하는 단계로 판단했다.

‘결국 아직은 모의 단계에 불과해.’

비록 가정제의 명으로 임명된 순무사이자 감찰 업무를 수행하는 위치에 있지만 엄연히 남의 나라 내부적인 사건이다. 그러니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깊이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내란을 염려하는 것은 단 하나의 이유는 자신의 안전 때문이다. 자신이 꼭 필요한 물건이나 정보를 얻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가는 중이니 안전만 확보되면 내란이 일어나도 상관없었다.

‘저희들끼리 박 터지게 싸우던 말든 나야 상관할 필요는 없어.’

기왕에 임무가 부여되어 하기로 결정하고 보수까지 챙긴 입장이다. 그래서 식량이나 무사히 남경으로 보낼 요량이다.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이번 임무는 완수하고 개인적인 볼일을 보기로 결심했다.

‘굶어 죽는 애들을 생각해서 식량은 안전하게 보내자고.’

최인범은 여각에서 며칠을 머물며 거를 돌아다니며 지역의 민심도 알아보았다. 또는 여각에서 마작을 두며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어 정보를 수집했다. 그가 여각에서 이런 식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동안 삼형제는 마지막 수확하는 농민을 도우면서 그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했다.

며칠간 정보를 수집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제 더 이상 여기에서 머물 이유가 없었다. 운하를 통해 밤에도 이동한 화물선들이 이미 멀리 남경 부근까지 도착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이곳의 반란 조짐은 자신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최인범은 소문을 들어 정보를 수집한 삼형제를 만나 물었다.

“뭐 특별한 일이 없냐?”

“순무사님, 해주의 동해현에 왜구가 대규모로 출몰했다고 하옵니다. 그러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 번 가보시는 것은 어떤지요?”

“해주의 동해현에 왜구가 출몰해?”

“예, 왜국들이 난입해 지금 동해안은 쑥대밭이 되고 있다고 하옵니다.”

해주의 동해현은 흔히 알려진 숙성촌으로 유명하다. 그곳에는 소금을 생산하는 곳이라 사실 고을의 크기에 비해 매우 중요한 곳이다.

어차피 염전에서 나오는 소금으로 시작된 사건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마침 그곳에 왜구가 대규모로 출몰했다고 하자 최인범은 즉시 지시했다.

“화물선은 이제 안전해 보이니 동해로 가자.”

“넷!”

최인범은 예정에 없던 진로인 동해안 쪽으로 내달렸다. 2필의 말을 교대로 타고 가면서 이동해도 너무 먼 거리라 며칠을 이동했다.

드디어 최인범 일행은 왜구가 출몰했다는 숙성촌에 도착했다.

아주 낮은 산에 숨어서 바닷가의 어촌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염전 사업이 활발한 곳이라 크고 작은 염전이 무수하게 보였다.

마을에는 창이나 장검을 들고 있는 왜구들 50여 명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마을의 넓은 마당으로 모았다.

“어라? 왜구인데 왜 배가 보이지 않지?”

“아마 배는 다른 곳으로 간 모양이죠.”

“그런가?”

해적인 왜구가 출몰하면 반드시 배가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않아 너무 이상했다. 그래서 최인범은 철갑웅과 철을웅에게 지시했다.

“너희들은 숙성촌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퍼져서 왜구들의 배가 어디 있는지 잘 살펴 봐.”

“넷!”

한참 지나서 두 부하가 돌아와 보고했다.

“순무사님, 멀리까지 가서 높은 곳에 올라 아무리 바다나 해안을 살펴도 왜구의 배가 보이지 않사옵니다.”

“뭐라? 그게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이런 보고에 최인범은 너무 황당했다. 왜구들이 여기를 아예 점령해 살 것이 아니라면 다소 떨어져 있더라도 배가 있어야 하는데 없으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일이야.’

이렇게 생각하며 마을을 살피는 중에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마을 사람을 동원해 소금가마니를 모으던 왜구들이 마을 사람을 한곳에 모아 놓고 나자 마구 죽였다. 처참한 살육이 벌어진 것이다.

‘헉! 사그리 죽이네.’

아주 어린 아이까지 모조리 장검이나 또는 창으로 주저 없이 찔러 죽였다. 왜구가 침입했더라도 그저 남의 나라 일이라고 판단해 관망만 하려던 최인범은 이런 잔악한 장면에 크게 분노했다.

‘저런 쳐 죽일 놈들. 애들까지 모조리 죽이다니.’

최인범의 붉어진 눈에서는 강한 살기가 품어졌다. 몸을 부르르 떨더니 드디어 강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왜구들을 모조리 죽여!”

“모조리 죽여요?”

“사그리 죽여 버려!”

평소에 이렇게 냉혹하게 지시하는 경우가 없었다. 그 때문에 삼형제는 약간 놀랐다. 그러나 자신들도 아이들까지 죽이는 잔악한 행위에 분노하고 있으니 즉시 답했다.

“넷!”

이미 오래 전부터 이들의 공격작전은 정해져 있었다.

소수가 다수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기습적인 정면 공격보다 우선 외곽에 있는 보초나 경비병부터 사살해야 한다. 막내인 철병웅은 말을 지키며 최인범도 보호하고 퇴로를 확보한다.

중앙에는 최인범이 포진하고 양쪽에는 철갑웅과 철을웅이 넓게 퍼져 접근해 사살하는 방법이다.

최인범은 전과는 달리 적에게 직접 접근해 공격하지는 않는다. 그는 저격수 역할로 활을 가지고 양쪽에서 전진해 적을 죽이며 전진하는 두 부하를 지원사격하기로 작전은 수립되어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작전은 화물선에서 그림을 보면서 연습해 둔 상태다.

저격용으로는 아무래도 소리가 들리지 않고 빠르게 날아가는 편전이 최고다. 유엽전에 비해 속도도 빠르고 소리가 적어서 적들이 알기가 어렵다.

최인범은 다소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며 통아를 이용해 화살을 날렸다.

팅! 쉬익!

“크악!”

팅! 쉬익!

“으아악!”

두 부하들이 적과 가깝게 접근하자 그제야 편전을 날려 마을의 중앙에 있는 녀석들을 사살했다. 마을에서도 훤하게 보이는 곳에서 화살을 날리자 왜구들은 크게 외치며 최인범을 향해 달려들었다.

“와! 와!”

하지만 최인범은 그저 미동도 하지 않고 화살을 계속해서 날렸다. 아주 침착하게 짧은 화살을 빠르게 날리는 모습은 마치 사람이 아닌 단순한 표적에 화살을 쏘는 듯이 침착했다. 통아를 이용해 짧은 화살을 왜구에게 날리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30여명이 달려들다가 가까이로 접근했을 때는 겨우 15명 정도만 남았다. 그러나 그들이 언덕을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던 철병웅에게 가로막혀 버렸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큰 언월도로 무장한 철병웅은 언덕을 기어오르는 왜구를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적을 무참하게 죽였다.

획!

“크아악!”

한 번의 바람 소리와 함께 어김없이 한 두 명의 목이나 몸이 베어지는 매서운 공격을 가했다.

한참 편전을 날려 왜구를 사살하던 최인범은 멈추었다. 왜구들이 토하는 비명소리를 들으며 이상한 느낌이 들어 크게 외쳤다.

“최대한 살려서 포로로 잡아!”

“넷!”

배도 없이 난입한 왜구들의 정체가 다소 의심스러워 포로로 잡아 신분을 확인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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