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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197화 (197/519)

197화

그러나 다른 죄인들은 삼형제가 아닌 다른 형리로 부터 곤장을 맞았다. 그러나 그들은 진짜로 곤장을 맞게 되어 몇 대만 맞으면 엉덩이에서 피가 보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퍽!

“아이고오오, 제발 살려주시오.”

어찌 되었던 이번 소금 횡령사건으로 부상당한 사람은 많았지만 죽은 사람은 없었다. 이제 소금 횡령 사건은 그런대로 잘 마무리되었다.

다만 이번 횡령사건과 조금 무관하게 북쪽으로 소금을 나르던 인육거래 조직과 연결된 패거리는 여전히 은밀하게 조사 중이다.

최인범은 그런 패거리를 조사시키려고 두 어사를 불렀다.

“그 패거리는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나?”

이런 물음에 이제는 최인범의 행동거지나 성품을 잘 알기 때문에 장거웅이 이내 답했다.

“대리사경님, 그놈들은 우리가 직접 처리하기보다 지역의 도지휘사사에게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동창에서 주시하니 굳이 우리가 손쓸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알았어. 그게 좋겠군.”

“제가 아는 사람을 통해 도지휘사사에게 정보를 보내겠습니다.”

“우리가 보낸 정보라는 것을 알게 하면 안 돼.”

“알겠습니다. 익명의 제보 형식으로 알리죠.”

익명의 제보자라고 해서 도적의 무리가 있다는 정보를 그냥 흘려들을 상황이 아니다. 도지휘사사는 반드시 군대를 동원해 도적들을 소탕한다고 판단했다.

이런 조치를 내리고 나서 두 부하가 벌금으로 내놓았던 소금에 해당하는 재물의 2배로 돌려주며 달랬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수고 많았네. 이건 다시 가지고 가서 쓰게.”

“감사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앙금이 남은 엄사봉에게는 따끔하게 충고했다.

“엄 어사는 앞으로 입을 합부로 놀리지 말게. 말이란 한번 토하면 주어 담기 힘드니 되도록 적게 하는 것이 세상사를 살아가는데 좋은 점이 많아.”

“앞으로 명심하겠습니다.”

최인범이 쉽게 부하들이 내놓은 벌금보다 더 많이 돌려줄 수 있는 이유는 이오명이 풀리자 비밀장부에 기재되어 미처 관청에서 회수하지 못한 자금은 모두 그에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관아의 재물을 이용했지만 비밀장부에는 상당한 재물을 개인적으로 빌려준 기록이 남아 있었다. 이오명은 비록 면직당해 오명을 쓰게 되지만 그래도 많은 재물을 챙길 수 있었다.

이오명의 가족들은 이제 이곳에서 살아야 별로 좋은 일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서둘러 멀리 남경으로 이사를 떠나게 되었다.

무슨 연고가 있지는 않지만 최인범이 일시적으로 빌려준 비단 1000필이 있었다. 소금으로 생긴 재물들도 있어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어 떠나게 되었다.

“살기가 너무 어려운 곳에서 비단은 팔기 힘들지 모르니 더 이상 비단을 사가지 말고 밀이나 콩을 사가지고 가는 것이 좋겠소.”

“잘 알겠습니다. 대리사경께서 빌려주신 비단도 모두 여기서 팔고 모조리 식량으로 사가겠습니다.”

최인범은 이오명에게 슬며시 제안했다.

“내가 빌려준 비단으로 챙긴 재물로 남경에 가서 전당포나 해보시오. 이번에 소금을 가지고 고리대금업을 하는 것으로 보아 그게 이 대인의 적성이 맡는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남경으로 가면 알아봐서 한번 해보도록 하죠.”

“관아하고 연결은 되도록 하지 마세요. 자칫하면 이번에 벌어진 사건까지 연결되어 크게 다치는 수가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가면 바로 이름을 바꾸도록 하고요.”

“예, 명심하겠습니다.”

명나라 사람들은 멀리 이사를 떠나면 어찌된 일인지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꼭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보다 나름 그 지역에 적당하다고 보는 이름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었다.

최인범은 여전이 뭔가 기대하는 표정인 이소소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자네는 남경으로 가서 잘 사시게. 나중에 내가 남경으로 가서 다시 만날 때는 남편과 같이 만날 수 있길 바라네.”

“예,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보죠.”

이소소는 대답이야 이렇게 하지만 그게 쉽게 될 것 같지 않았다. 워낙 잘 난 남자를 가까이에서 접하고 보니 세상의 남자들이 너무 허접해 보였다.

50명이나 되는 많은 식솔이 멀리 이사를 가야 한다. 그 때문에 준비가 다소 더디기는 하겠지만 이오명은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게 되었다.

비밀장부에 기재된 재물이야 거의 회수했으나 최인범은 여전히 지니고 있었다. 최소한 명나라를 떠날 때까지는 소유해야 안전장치를 하나 지닐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직 써먹을 내용이 너무 많아.’

이번 사건은 이것으로 완전히 종결되지 않았다. 산동성의 성도인 제남에 있는 소금 창고에 저장되는 소금의 양이 증가하는 일은 계속되었다.

포청사 이외에도 많은 고위관리들이 소금을 빌리고 내놓지 않았다. 최인범은 비밀장부에 기재된 그들의 명단을 따로 뽑아 두 어사에게 지시했다.

“가서 소금을 회수해야 된다고 전해.”

“그런 정도면 뇌물 같은데 회수가 되려나요?”

“무슨 소리야. 뇌물이면 더더구나 회수해야지. 아무튼 차용증이 있으니 가서 받아 가지고 와.”

“알겠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고위층을 독촉해 소금을 회수하게 되었다. 지역의 대법관인 안찰사도 소금을 빌린 사실이 있어 고율로 이자를 쳐서 소금을 내놓게 되었다. 그 외에 많은 고위 관료들이 적게는 200가마로 시작되어 500가마 정도를 모조리 토해놓았다.

결국 소금 창고에는 장부상 재고량의 5할이 증가하는 15000석이나 쌓이게 되었다.

‘이제야 만족할 수준으로 회수 됐어.’

이런 결과를 가져오자 그제야 최인범은 북경으로 사건의 전말을 간단하게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장거웅 어사를 보며 명령했다.

“나보다 장 어사가 문서를 잘 만드니 보고서를 작성해.”

“넷!”

“엄 어사는 우선 우리가 떠난다고 돌아다니며 작별 인사하고.”

“알겠습니다. 혹시 전별금을 주면 받아서 챙겨야 하나요?”

“무슨 소리야. 그런 것을 내게 보고하고 받고 말고를 하나? 그런 정도는 자네 재량으로 알아서 하는 것이지.”

“알겠습니다.”

남쪽에서 사용할 1만석의 소금은 상인들에게 풀리게 되었다. 화북평야에서 많이 나오는 밀이나 콩으로 교환해 운하의 화물선으로 남경에 보내게 되었다.

“제령까지 운반해 화물선에 적재까지 해주는 조건으로 거래합시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대신 운임을 계산해 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죠.”

남게 된 소금 5000석은 북경으로 보내게 되었다. 북쪽에 전염병이 창궐하자 소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서둘러 보내게 된 것이다. 전염병이 돌자 소금 가격이 올라 조정에서 가격 조정의 필요성 때문이다.

이미 자신들의 화물선 3척은 항하를 거슬러 올라가 다시 운하를 통해 제령(濟寧)으로 갔다. 그 때문에 최인범 일행은 말을 타고 육로를 통해 가기로 했다.

대체적으로 모두 좋은 쪽으로 처리됐다. 하지만 기녀 3명과 자주만난 삼형제들 때문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관아에서 관리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성문을 나서자 3명 기녀들이 기다리며 최인범에게 사정했다.

“대리사경님, 저희들도 따라가게 해주세요.”

여자들이 정들어 매달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누차 삼형제에게 경고했었다. 그러나 이런 사태가 벌어지자 최인범은 화가 치밀어 크게 호통 쳤다.

“너희들 내 허락도 없이 자주 여각을 찾아 갔군.”

“주인님, 절대로 그렇지는 않아요. 딱 한 번 이 대인께서 고맙다며 인사한다고 해서·······.”

“놀고 있네. 너희들 밤에 수시로 나가는 것은 내가 다 아는데. 여자들을 데리고 살고 싶으면 여기서 헤어지도록 해. 내가 보기에 너희들이 여자들을 이리 오라고 한 것 같은데.”

“아닙니다. 저희가 오라고 한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따라간다고 사정하던 기녀들을 달래는 길은 뭔가 줘야한다. 그 때문에 소설로 돈을 벌려고 써둔 ‘효녀 소소전’을 기녀들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이것으로 돈을 벌수 있으면 재주껏 벌어 봐.”

“알았어요.”

데리고 갈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기녀들은 결국 포기하고 ‘효녀 소소전’ 한권씩만 받게 되었다. 다소 지체는 됐지만 어찌 보면 이런 정도라도 작별을 아쉬워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관리들은 다들 내가 더 있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하지만 속으로는 다들 빨리 떠나기를 원했어.’

최인범은 이런 생각을 하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늦으면 곤란하니 빨리 달려.”

“넷!”

최인범 일행은 빠른 속도로 말을 달려 제령으로 향했다. 이제 한가하게 운하를 통해 남경까지 갈 생각으로 뭐를 할까 고심하고 있었다.

이들이 지나는 가을의 넓은 평야는 어느새 수확을 대부분 끝내고 초겨울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제령에 도착하자 운하에는 수많은 화물선들이 곡물을 싣고 기다렸다. 장거웅과 엄사봉은 곡물이 적재된 화물선의 물품들을 부하들과 같이 확인했다.

장거웅은 최인범에게 다가와 슬며시 말했다.

“순무사님, 남경으로 많은 곡물을 가져가니 조금은 위무가 되겠네요.”

“그야 그대의 생각이지. 이런 정도로 기근이 심한 남경 지역의 식량 문제가 해결되나? 내가 보기에는 남쪽에는 인구가 너무 많아 어림도 없어 보이는데.”

“순무사님. 그래도 밀이나 콩이 10만석이나 넘으니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입니다.”

“아무튼 겨울이 되기 전에 나누워 줘야 하니 서둘러 가야 해.”

“알겠습니다.”

이곳에 도착하자 최인범은 삼형제를 새롭게 무장시키기로 결정했다. 남쪽으로 내려오며 수집된 정보에 의하면 화적들이 출몰한다니 그저 느낌이지만 이번 여행이 마냥 순탄할 것 같지가 않았다.

‘느낌이 너무 좋지 않아.’

대륙은 어떤 왕조가 들어서던 기근이 심해지고 전염병이 출몰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대규모의 반란세력이나 화적패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최인범은 자신이나 부하들의 안전을 위해 철저하게 대비할 생각이다.

지금 무장 상태로는 너무 허접하다고 판단했다. 부하의 수도 너무 적고 장비도 허접하니 최소한으로 장비를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제령에 주둔 중인 천호소를 방문해 부대 지휘관인 정천호를 만나 요구했다.

“여기에 비치되어 있는 쇄자갑옷과 무기를 인계해 주시오. 남쪽에서 화적들이 운하를 중심으로 자주 출몰해서 안전을 확보해야 하니 넘겨주시오.”

“순무사님, 갑옷이 몇 벌이나 필요하신지요. 마침 새로 보급된 쇄자갑옷이 있습니다.”

“창고로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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