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192화 (192/519)

192화

다음날 아침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서 방에서 나와 이층의 복도에서 서성였다. 이때 철씨 삼형제가 여자들은 옆구리에 끼고 모여들어 이구동성으로 보고했다.

“대인, 여자들은 모두 포정사가 보냈습니다.”

“그래? 확실한 거냐?”

“넷! 모두 확실합니다.”

“포정사는 벼슬이 높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세상사가 돌아가는 사정을 정확하게 아는 모양 같군. 내가 필요한 것이 뭔지를 잘 집어내고 있어.”

“대인, 여행 경비는 모두 여자들이 지불한답니다.”

그러자 최인범을 빙그레 웃으며 지시했다.

“알았어. 그럼 공짜로 먹어도 되니 아침부터 배불리 먹고 천천히 떠나도록 하자.”

“넷!”

어찌되었건 부하들이 같이 동침한 여자들에게 매우 만족한 표정들이라 천만다행이다.

사람이란 꼭 정직하거나 도덕적으로 살 수는 없고 때로는 일탈 행위를 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하는 매춘행위도 아니니 조금은 다르다.

‘지금은 명나라 시대야.’

노예가 너무 흔하고 사람을 사고파는 것이 보편적인 거래 행위로 벌어지는 시대라 최인범은 별로 주저함이 없었다. 7명이 한 탁자에서 식사를 같이 했다. 식사가 모두 끝나자 최인범은 철갑웅을 따로 불러 은밀하게 지시했다.

“너, 관아로 가서 장 어사를 여기로 잠깐 불러와. 다른 사람 듣지 않게.”

“알겠습니다.”

최인범은 철갑웅을 심부름 보내고 남은 형제에게 지시했다.

“너희들은 먼저 올라가. 나는 철갑웅이 돌아오면 만나서 같이 갈 것이니까.”

“넷!”

잠시 뒤에 철갑웅이 오고 이어서 장거웅이 도착했다.

“내가 전할 말이 있어서 불렀어요. 여기에서 참의로 근무하는 사람 중에 이번 소금 횡령 사건과 관련 있는 사람이 있나요?”

“넷!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이오명 참의가 모든 소금을 관리하도록 되어 있어 그의 죄가 제일 중한 것으로 결정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참의가 수행하는 업무인 가요?”

“그렇습니다.”

관리 책임자가 바뀐 것이 아니라면 소금을 관리해야 하는 관료로 잘 못 했으니 벌이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의 아들이 찾아와 너무 억울한 표정을 짓자 그게 마음에 걸려 묻고 있었다.

잠시 깊이 생각하던 최인범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장 어사, 내가 어제 포정사로부터 뇌물을 먹었어요. 그리고 이오명이란 사람의 아들을 만났고요. 한 사람은 뇌물을 주고 한 사람은 억울하다고 자신의 처지를 한 번 들어 달라고 사정하더군요.”

“어사님, 그런 일들이 있었군요.”

“내가 그 청년의 사정을 직접 듣지는 않았지만 보기에 너무 억울한 점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러니 어사께서는 포정사와 참의 사이에 뭔가 말을 못할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한 번 참고해서 조사해 봐요.”

“알겠습니다.”

최인범은 이렇게 말라고 나서 추가해서 뇌물에 대해 말했다.

“여자들이 찾아와 여행 경비를 모두 댄다니 장 어사는 전서구에 자세하게 써서 빨리 보내요. 그래야 조정에서도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것이니까요.”

“예? 그것을 이미 아셨어요?”

“당연하죠. 아니? 무슨 전서구를 그리 남들이 다 알 정도로 소홀하게 다룹니까? 아무튼 덕분에 빨리 사퇴하고 싶으니 잘 써서 보내도록 해요.”

최인범은 이렇게 말하고 빠르게 천불산의 석굴로 향했다. 한참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는 중에 어제 만났던 청년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최인범은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가 물었다.

“자네를 여기서 또 만나는군. 그래 안내할 여자는 데리고 왔나?”

“예, 원하시는 대로 여자를 구해 데리고 왔습니다.”

그 말에 주변을 돌아봐도 여자가 보이지 않아 이상해서 급히 물었다.

“여자가 어디에 있나?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대인, 제가 여자입니다.”

청년의 이런 대답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급히 반문했다.

“뭐라? 자네가 여자야?”

“그렇습니다. 집안 사정이 워낙 다급해 제가 잠시 남장하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대답에 최인범은 인상이 찌그러졌다. 아무리 눈이 흐려져도 그렇지 바로 앞에서 여러 번 본 사람의 성별도 구분하지 못했다니 너무 황당했다. 그래서 무심결에 가슴과 사타구니를 슬며시 살폈다. 그러나 풍덩한 옷차림이라 사실 여부를 알 도리는 없었다.

‘어라, 목소리가 분명 탁한 남자 목소리인데.’

여전히 남자 목소리가 확실해 최인범은 마치 귀신에 홀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목소리는 어찌 위장하고.”

“그건 입안에 뭘 넣고 말하면 그렇게 변합니다.”

약간 신기하게 느끼면서 여자라고 주장하니 청년과 같이 천불산에 오르고 있었다. 비탈길을 가쁘게 올라가면서 주변에 사람이 없자 슬며시 입을 열었다.

“약속은 약속이니 자네가 여자인지 확실하게 확인하게 되면 내가 자네 말을 들어 보지.”

“감사합니다. 어사님.”

최인범은 사내로 알다가 여자라고 주장하니 자꾸만 다소 커 보이는 엉덩이 쪽으로 시선이 가고 있었다. 앞으로 일정이 순탄치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산에 오르며 자신을 이소소(李素笑)라고 소개한 남장처녀의 설명을 듣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사건의 내막을 이야기 하려고 하자 최인범은 주위를 돌아보고 나서 남이 들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저쪽으로 가서 이야기를 해보시오.”

두 사람은 개울가의 바위에 앉았다. 소소는 조심스럽게 생각을 정리하는 표정을 보이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어사님, 소금이 부족한 것은 아주 오래전 일입니다.”

“뭐요? 오래전 일인데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거요?”

“그러하옵니다. 소금이 부족한 이유는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황하의 홍수 때문이옵니다.”

소소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소소의 아비인 이오명은 본시 5년 전에는 제남지역의 치수를 담당하는 관리였다고 했다. 치수를 담당하는 관리로 근무하던 중에 황하가 범람하는 큰 홍수를 당했다고 했다. 홍수로 사람도 200명이 죽고 당시에는 낮은 지역에 있던 소금 창고가 물에 잠겨 소금 3000석이 사라졌다고 했다.

“어사님, 그때부터 소금이 부족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사실이 아직까지 비밀이 유지된 거요?”

“그런 큰일을 사람들이 모를 수는 없지요. 아무튼 제 아버님은 그 일 때문에 파직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었으나 당시 포정사께서 묘안을 냈습니다.”

“어떻게 말이요?”

“문책을 당하기보다는 일단 소금 창고를 높은 곳으로 이전하자고 하며 무너진 재방을 최대한 빨리 복구하고 홍수피해는 덮어버리자고 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며 소소는 참담한 표정으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소소의 설명을 매우 복잡했다.

아무튼 3000석이 모자란 상태인데 소금창고도 새로 건립하고 재방도 다시 축조를 해서 복구를 하다가 보니 소금 2000석이 소모되어 총 5000석의 소금이 그때부터 모자라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전임 포정사가 떠나면서 소금이 모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아비를 소금창고를 관리하는 직책으로 승차시켜 지금까지 소금을 관리했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듣게 된 최인범은 다소 황당한 느낌이 들었다. 상사와 짜고 벌인 일이라 억울하기는 하겠지만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또 계속해서 소금을 이오명이 관리했으니 문제다.

결국 죄를 혼자 뒤집어써서 조금 억울하겠지만 현재로는 이오명이 모두 책임질 수밖에 없었다.

죄를 숨기려고 오래전 인수인계 서류도 당연히 인수한 양을 정상적으로 기록해 해놓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지금에 와서 전임자인 포정사를 추궁하더라도 오리발을 내밀 것이 확실했다.

최인범은 설명을 더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이 이내 답해 주었다.

“아버님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내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소. 그러니 다른 사람을 통해 아버님의 구명 운동을 해보시오.”

“어사님, 감옥에 있는 제 아버님을 어사님께서 잠시 풀어만 주시면 소금이 부족한 물량은 어느 정도를 채울 수 있사옵니다.”

“뭐요?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없는 소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수도 없는 노릇인데······. 아무튼 감옥에 이미 들어가 있는 아버님을 내가 풀어줄 권한도 없으니 그런 이야기는 굳이 나에게 해 봐도 소용이 없어요. 우리 그만 산이나 올라갑시다.”

최인범은 소소에게 사건의 내막을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복잡해지는 문제라고 판단했다. 너무 난해한 횡령 사건이라고 판단해 슬며시 일어나 산을 오르고 있었다.

‘5년 전의 홍수로 생긴 피해부터 추적해야 되니 너무 복잡해.’

소소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소금 5000석이 모자라는 내막이 확실하게 밝혀진 사건이다. 그런데 왜 현재의 포정사가 소금 1000석을 순순하게 내놓겠다고 했는지 이유가 모호하니 복잡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더 들어보나 마나 마구 뒤엉킨 횡령사건이야. 이런 일은 언놈이 더 처먹고 덜 처먹고 정도의 차이만 있지 다들 도적질한 것이 분명해.’

표면에 드러나 보이는 소금 5000석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이오명을 풀어주기만 하면 소금을 채워 놓을 수 있다는 소소의 말 때문이다.

최인범은 더 이상 소금 사건에 흥미가 생기지 않아 묵묵히 산을 올랐다. 드디어 먼저 산을 오른 삼형제와 미녀들은 만나게 되자 그들과 같이 산행을 했다.

약간 뒤에서 따라가던 최인범은 갑자기 야릇한 향기가 풍기자 인상을 찌푸렸다.

‘에고고, 여자들 몸에서 가스가 터지는군.’

본시 술을 많이 마시고 몸에 이물질이 많아진 상태에서 다소 무리하게 산행을 하면 방귀가 나오게 된다. 묘한 향기는 앞서가는 세 미녀들이 계속해서 방귀를 끼고 있기 때문이다.

산에 오르자 멀리 내려다보이는 벌판에는 많은 농군들이 수확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최인범은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나름 조선의 풍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다들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인삼재배는 잘하고 있으려나?’

과수밭이야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인삼재배는 처음시도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많았다. 산삼 씨를 구해서 인공으로 만든 인삼포에 파종해서 내년에 본 밭에 옮겨 심어야 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설마 모두 죽지는 않겠지.’

최인범이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조선은 환경이 오염되지 않아 의외로 병충해가 적다는 점이다. 물론 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삼포의 경우 그런 현상은 거의 없었다.

아무튼 이번에 공직을 사퇴했으니 영파를 가서 필요한 정보나 또는 물건을 구하면 바로 귀국할 생각이다. 그러니 남의 나라에서 벌어진 횡령사건에 깊이 개입할 생각은 없었다.

미녀들을 한 명씩 끼고 희희낙락하는 삼형제를 보며 최인범이 지시했다.

“너무 정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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