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189화 (189/519)

189화

<복마전인 염전>

서찰에는 조정에서 장거웅에게 종6품인 경력으로 올리고 빨리 최인범을 도우라며 제남으로 가라는 명령이 적혀 있었다.

“어사님, 장 어사님은 이미 운하를 통해 남쪽으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알았어. 그럼 우리도 저격을 끝내고 제남으로 이동하자.”

최인범은 불법으로 소금을 운반하던 도적의 무리 중에서 우두머리들만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두목이 죽고 분산해서 민간인으로 변해 순하게 살게 되면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군대를 동원해 일거에 소탕해 버리자고.’

군대를 동원한다고 생각했지만 관할 지역이 아니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나서지 않더라도 근처에 주둔하는 군 지휘관에게 말해 소탕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자신을 해하려던 놈들을 직접 제거하지 못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복수란 꼭 자기 손으로 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차도살인의 병법을 사용하는 것이 제일 좋은 계책이야.’

폭우가 여전히 내리는 가운데 최인범은 적들이 모여 있는 마을로 들어가서 정탐한 철병웅에게 다시 물었다.

“막내, 우두머리라는 어떤 특징은 있나?”

“넷! 그놈들은 도적인 주제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들은 모두 번쩍이는 가죽갑옷을 입었어요.”

“뭐라 가죽갑옷이 번쩍이다니? 쇄자갑을 입은 것이 아니고?”

최인범이 지적하자 철병웅은 뒷머리를 극적이더니 이내 답했다.

“아하! 그렇군요. 멀리서 살피니 번쩍이던 가죽갑옷으로 보이던데 그게 쇠사슬을 엮은 쇄자갑인가요?”

“너, 정탐을 잘 하긴 한 거냐?”

“죄송합니다.”

철병웅은 최인범이 정탐을 명령하자 백두를 데리고 도적들이 모여 있는 큰 집 가까이까지 접근해 조심스럽게 살폈다.

아직 명나라 군대의 장비에 대해 잘 이해를 못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들이 입고 있던 쇄자갑을 가죽갑옷으로 착각했다. 타타르 부족은 대부분 가죽 갑옷을 입으니 대충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철병웅. 저쪽 나무에 표적이나 만들어.”

“넷!”

표적은 100보 150보 200보에 커다란 호박을 나무에 걸쳐 놓아 만들어졌다. 사람의 키 높이에 여러 개의 표적들이 만들어지자 최인범은 앉은 자세로 화살을 날리는 사격 연습에 몰두했다. 새삼스럽게 사격 연습을 시작하는 이유는 사용할 화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인범은 동창의 조직원으로 흔히 살수라고 불리는 저격수들이 사용하는 석궁의 철제화살을 은밀하게 수집했다. 그래서 철제화살을 통아에 걸고 연습했다.

이윽고 연습을 끝내자 마침 비도 그쳤다. 최인범은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나 혼자서 사살할 것이니 너희들은 말을 가지고 퇴로만 확실하게 확보해 두고 있어.”

“넷!”

최인범은 부하들과 같이 일단 흑혈풍을 타고 적들이 모여 있는 마을 가까이까지 이동하고 말을 부하들에게 넘겨주고 백두만 데리고 마을로 접근했다.

평야 지대지만 드넓은 밭에는 옥수수 밭도 있고 키가 큰 콩이나 또는 다른 작물들도 심어놓아 얼마든지 은폐가 가능했다.

사사사삭.

마치 호랑이가 기어가듯이 두 손으로 땅을 짚으며 이동했다. 저격하기 적당한 장소에 도착하자 최인범은 무릎을 구부린 자세로 활에 통아를 걸고 철제화살을 날렸다.

팅! 쉬익!

“크아악!”

철제 화살은 소리 없이 날아가 한창 부하들에게 뭔가를 지시하는 우두머리의 얼굴을 관통했다.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는 석궁용 철제 화살이라 도적들은 우왕좌왕하며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도적들이 석궁의 사거리인 근처만 수색하는 동안. 최인범은 빠르게 장소를 이동해 이번에는 옥수수 밭에 숨어 철제 화살을 날렸다.

팅! 쉬익! 팅! 쉬익!

연달아 날리는 철제 화살은 아주 멀리 날아가 부하들을 향해 큰 소리를 외치는 우두머리들의 머리통과 가슴을 관통했다. 먼 곳에서 날린 화살이라 그런지 살상력은 약했다. 화살을 맞은 소두목은 얼굴에서 붉은 피를 품으며 크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으아아악! 잡아!”

자신을 저격한 괴한을 잡으라고 외치고 있지만 어디서 화살이 날아오는지 모르는 적들은 그저 이리저리 날뛰기만 했다. 최인범은 한 두 발의 화살을 날리며 자리를 이동하는 방법으로 10명 정도를 저격하고 나자 빠르게 후퇴했다.

이후에 벌어질 일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빠르게 도적들이 사는 마을과 떨어져 부하들과 합류했다.

최인범은 부하들과 합류하자 남쪽으로 이동했다.

이미 제남으로 떠난 장거웅이 탄 화물선이 있는 운하로 향했다. 이제 인육거래 사건은 환관들끼리 알아서 처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소금밀거래사건을 본격적으로 감찰할 요량이다.

‘환관들의 자금줄이 바로 염전이야.’

운하를 따라 이어진 길을 달려 누런 황토 빛의 물이 흐르는 황하의 강변에 있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부하들이 빠르게 선착장을 돌아다녀 장거웅이 있는 화물선을 찾았다.

“대인, 장 대인을 찾았습니다.”

“배에 있던가?”

“아뇨, 선착장 옆의 황하여각에서 마작을 두고 있습니다.”

“알았어, 너희들은 배로 가서 천막을 말리고 장비들도 정비하고 기다려. 나는 잠시 마작을 두다가 밤에 화물선으로 갈 태니까.”

“알겠습니다.”

이제 황하를 넘으면 자신이 감찰할 지역이다. 항하 북쪽에서 벌어진 인육거래 사건의 결과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신이야 정체가 들어날까 염려해 계속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이곳에 도착했다. 그동안 사건 조사가 어찌 진행된 것인지 장거웅을 만나서 들어봐야 한다. 또한 이 지역은 그런 사건을 어찌 바라보는지 여론도 들어볼 심산이다.

황하와 운하가 연결되는 지점이라 선착장 주변에는 화려한 홍등을 걸고 있는 여각들이 많았다. 그중에 제일 건물이 크고 화려해 보이는 황하 여각으로 들어갔다.

상인차림으로 여각으로 들어서자 점원이 반갑게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대인 뭐가 필요하신지요.”

“2층에서 마작을 두나?”

“그럼요. 여러 판이 벌어지니 올라가서 두시면 되요.”

나무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오르자 크고 작은 방에서는 마작을 벌이고 술판이 벌어졌다.

“호! 호! 아이잉!”

간드러진 여자의 웃음소리가 매우 요란했다. 여각은 즉석에서 매춘도 하기 때문에 작은 방에서는 요란한 감창소리가 들렸다.

최인범은 발처럼 길게 구슬을 늘어트린 작은 방들을 슬쩍 슬쩍 살피며 장거웅을 찾았다. 드디어 제일 큰 방에서 옆에 젊은 여자를 끼고 마작을 두고 있는 장거웅을 만났다.

방안으로 들어가 장거웅 옆에 앉으며 슬며시 말을 걸었다.

“장 대인, 여기서 만나네요.”

“대인, 여기서 다시 만나니 반갑습니다.”

마작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상인들이다. 다들 마작에 푹 빠져 두기 때문에 낄 자리가 없어 최인범은 직접 마작 판에 끼지 못하고 옆에서 구경하며 슬며시 물었다.

“북쪽의 덕주가 요즈음 매우 소란스럽다던데 무슨 일이 있나요?”

그러자 장거웅이 즉시 답했다.

“덕주는 큰 사건이 많이 있지요. 덕주의 무장현에서 마적들이 출몰해 덕주 관아를 습격해 많은 사람을 죽인 큰 사건이 터졌지요.”

이런 말에 상인들이 놀란 표정으로 응수했다.

“마적들이 관아를 습격해요?”

장거웅은 사건이 터졌다는 소리에 흥미를 보이는 상인들을 향해 설명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성현에서 주둔하던 도지위첨사가 군사를 출동시켜 대대적으로 소탕작전을 펼치고 있지요. 아무튼 마적들에게 공격당한 사건으로 덕주 관아에 있던 동창의 간부인 환관은 물론 덕주 수령이나 심복부하들이 모조리 죽었습니다.”

“그건 반란이 아닙니까?”

“당연하죠. 그래서 다른 고을에서도 군사를 동원해 덕주에서 날뛰는 마적들을 대대적으로 소탕하는 중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이 죽게 될 겁니다.”

결국 최인범이 예상한 그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우두머리들이 모두 동창의 살수들이 사용하는 철제화살에 죽자 살인멸구를 당하고 있다고 판단한 도적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억울하게 죽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튼 도적들끼리 서로 싸움이 크게 벌어졌다. 그래서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결국 같은 패거리끼리 죽이고 죽는 사건으로 변했군.’

잠시 북쪽의 덕주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행 상황을 그저 소문을 퍼트리고 옆에서 듣는 형태로 보고 받았다.

자신을 독침으로 공격하려던 여자는 감옥에서 극약에 당해 제거 당했다고 한다. 또한 자신이 파악했던 인육거래 사건의 관련자들 대부분은 이런저런 이유로 모조리 죽었다.

이런 대화를 나누던 장거웅이 슬며시 다른 정보를 흘렸다.

“대인, 좋은 물건이 들어 있는 소금상자도 발견되어 지금 북경의 조정은 그 사건으로 동창끼리 다투고 대신들도 서로 다투게 되어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그렇군요.”

인육이 들어 있던 소금상자를 발견해 이제야 그 사건은 완전히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앞으로 그 문제는 북경의 조정에서 도찰원의 고위관리가 직접 조사를 한다고 했다.

그리되면 보나마나 관련자는 발을 빼려고 무리수를 둘 것이다. 기가 죽어 있던 그나마 제 정신 박힌 관료들은 이번 기회에 동창의 무리인 환관들을 탄핵하기 위한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나게 된다.

이제 인육거래 사건은 명나라 조정을 뒤흔드는 큰 사건으로 부각되어 소란스럽게 전개되고 있었다.

‘등신 같은 가정제가 어찌 나올지 모르겠군.’

변덕도 심하고 고집이 많은 가정제라 이번 사건의 여파로 황궁에서 무슨 짓이 벌일지 모른다. 잠시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자 두 사람은 다시 자리를 바꾸어 한쪽 구석에 있는 방으로 가게 되었다.

옆에 젊은 여자들을 끼고 두 사람은 술을 마셨다. 안주로는 닭튀김과 해물 요리로 소고기나 돼지고기 요리는 전혀 없었다. 음식을 닭튀김과 해물만 놓은 이유는 당연히 인육사건의 후유증 때문이다.

“대인,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대인. 모두 대인 덕분에 이룬 결과지요.”

유민실종사건 해결로 한 단계 승급했으니 이 자리는 축하연이다. 최인범은 계속해서 장거웅에게 술을 권하며 슬며시 물었다.

“항하를 넘어가면 나는 아무래도 제남으로 가서 장사를 해야 될 것 같소. 그런데 혹시 먼저 장사를 떠난 엄 대인의 소식은 들었소?”

“예, 오늘 오전에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제남에서 소금을 사서 큰 이득을 보게 됐다고 하다고요.”

“그렇소? 그래서 뭐 찾아낸 것이 있다고 하던가요?”

“예, 약속하고 대금을 건넨 소금 재고량이 너무 부족해 그 때문에 제남의 제일 큰 소금장수가 엄 대인에게 사정하면서 한 번 봐달라고 사정하며 매달리는 모양입니다.”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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