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185화 (185/519)

185화

“그거야 자네가 실종사건을 자세하게 조사하면 다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유 의원님, 그 지역의 많은 사람이 연루돼서 그렇지 인육 만두라고 확실하게 밝혀졌으니 관련자만 잡으면 전혀 복잡할 까닭이야 없지 않습니까?”

이런 응수에 유만의는 고개를 저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네는 세상사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군.”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뭔가 아시는군요.”

“알긴 내가 뭘 아나? 아무튼 세상이 너무 하수선하니 자네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매사 행동거지를 더 조심하는 것이 좋아.”

뭔가 알고는 있지만 숨기는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 스승처럼 모시던 분을 더 심하게 추궁해 캐어물을 수는 없었다. 곤란한 기색을 보이는 장거웅을 보며 유만의 의원은 다시 강조했다.

“내가 보기에는 이번 사건은 자네의 힘으로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건 같네. 그러니 너무 깊이 파고들려고 하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멈출 줄도 아시게.”

이런 요상한 충고에 장거웅은 다소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잘 알겠습니다.”

장거웅은 중요한 증거인 만두를 다시 회수해 깨끗한 종이에 하나하나를 싸서 작은 광주리에 담았다. 그런 작업을 끝내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의원님,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조심해서 돌아가시게. 그리고 절대로 내 말을 명심해. 너무 깊이 파고들지 마.”

“알겠습니다. 다음에 찾아오죠.”

그가 떠나고 나자 뭔가 깊이 생각하던 유만의 의원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허우적 허우적.

천천히 움직이는 유만의는 큰 충격을 받아서 그런지 생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유만의는 이제 고향에서도 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그저 한 관리나 지역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니다. 보다 큰 규모이고 분명 배후에는 엄청난 힘이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미 사건의 재조사에 깊이 연루되어 버린 자신의 목숨이 온전하기는 틀렸다고 판단했다.

‘후우! 고향으로 내려와 조용히 살려고 했더니 앞으로 그것도 힘들게 됐어. 이제 어디로 가지?’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지옥 같은 이곳이 정말 싫었다. 도저히 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자 이곳에서 아주 멀리 떠나 남은여생을 보내고 싶었다.

‘아주 멀리 떠나야 해.’

심각한 표정으로 고심하던 유만의는 서둘러 방안에 있던 물건들을 모아 놓았다. 그동안 연구하던 자료들은 모두 따로 채기고 나서 나머지는 뒤뜰로 가져가 장작불에 넣어 태워버렸다.

화르륵 화르륵.

활활 타오르는 불에 그가 지닌 작은 병들을 던지자 불꽃은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황도 있고 인도 있으며 기름도 있으니 자연 불을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불이 거세자자 유만의는 말의 태아가 들어 있던 작은 병들도 모조리 깨서 부수어 내용물도 불에 태워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자신이 살던 흔적이 모조리 사라지고 있지만 미련은 하나도 없었다. 질긴 것이 목숨이라고 최대한 멀리 도망쳐 자신이 그동안 연구하던 전염병의 예방약을 꼭 만들고 싶었다.

‘떠나자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나라로 가야지.’

주변에 가족들이 전혀 없으니 떠나기야 수월했다. 이제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 버리듯이 유만의는 빠른 걸음으로 북쪽을 향해 떠났다.

이날 밤. 유만의 의원 집은 큰 불이 나서 모조리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이렇게 되자 유만의 의원은 화재로 불타 죽은 것으로 주변으로 알려졌다.

한편 백두와 같이 골목길로 오게 된 삼형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최인범을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었다. 그들은 냄새를 추적해 빠르게 움직이는 백두를 뒤를 따라 음침한 골목을 벗어나 급하게 달려가고 있었다.

진한 어둠만 깔린 늦은 여름밤·······.

음산한 느낌이 드는 좁은 골목의 어둠은 섬뜩한 기분이 들고 무섭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여기서 죽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 가? 이상하게 무섭군.”

“형님도 그래요? 저도 그런데. 여기는 마치 귀신이 살고 있는 느낌이 드네요.”

아무튼 묘한 느낌이 드는 좁은 골목을 급하게 지나자 낮은 산자락이 보였다. 산에는 작은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숲이 우거진 산자락에는 작은 창고가 보였다.

냄새로 추적하던 백두가 창고로 보이는 건물을 노려보며 몸을 바싹 웅크렸다.

크르릉. 크르릉.

빠르게 추적하던 백두가 건물을 노려보며 공격할 자세를 취하자 삼형제도 단창을 들고 바싹 긴장했다.

이때 건물 쪽에서 약한 바람이 불어왔다. 건물에서는 짠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아마도 소금이 저장된 창고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금 창고? 왜 이곳으로 끌고 왔지?”

“혹시 시체로 젓을 담그려고 하나 모르겠네요.”

“그렇지. 명나라 놈들은 과거에도 그런 짓을 벌여 인육을 처먹기도 했어.”

형제들은 명나라가 이런 짓을 벌이자 반드시 사라져야 하는 나라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인육을 먹는다는 것은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못 되기 때문이다.

“여긴 배가 고파서 인육을 먹는 것도 아니야. 이놈들은 본래부터 그랬다고.”

“참으로 인두겁을 쓰고 사는 악귀들이군요.”

이런 대화를 나누며 소금 창고에 주인인 최인범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철갑웅은 두 형제에게 다부지게 명령했다.

“지금은 너무 다급한 상황이니 작전이고 정찰이고 뭐고 따지지 말고 무조건 정문으로 공격하자!”

“넷! 그게 제일 좋겠네요.”

무술이 뛰어난 주인인 최인범이 당했으니 분명 암습했다고 판단했다. 위기의 상황이라 꾸물거릴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정면으로 공격해 빨리 구출할 생각이다.

“가자!”

다다다닥.

주인이 죽은 다음에 적을 물리쳐야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정면 승부를 걸기로 결심한 철갑웅은 빠르게 문 앞으로 달려가서 허름해 보이는 나무문을 앞차기로 강하게 걷어찼다.

쾅! 우직! 후다닥!

발차기 한 번에 나무문이 산산이 부서지자 그와 동시에 삼형제가 창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기절한 최인범은 넓은 평상에 올려 있었다. 그의 옆에는 예리한 칼을 든 사내 2명이 칼로 배를 막 가르려는 중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 한 녀석이 작은 나무 상자를 옮기고 있었다.

예상대로 창고는 많은 소금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하얀 소금이 보이고 그런 소금을 작은 상자에 퍼서 담는 것으로 보였다.

“탓!”

“얏!”

철갑웅과 철을웅이 거의 동시에 손에 들린 단창을 힘차게 던졌다.

푹!

“크아악!”

푹!

“칵!”

한 놈은 가슴에 단창이 박히자 크게 비명을 질렀다. 다른 한 놈은 목덜미에 단창이 박히자 짧은 신음만 겨우 토하고 죽었다. 뒤따라 안으로 뛰어든 막내인 철병웅도 단창을 날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너무 놀라 바라보던 녀석의 가슴에 단창을 박아 버렸다.

푹!

“컥!”

창고에 있던 3명을 빠르게 처치하자 삼형제는 급하게 창고 주변을 살폈다. 다행이 3명 이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빠르게 3명의 적을 처지하고 다른 적이 없자 삼형제는 급하게 최인범에게 다가와 살폈다.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자 다급하게 귀를 코에 대고 확인했다.

“살아있어. 빨리 철수해.”

주변에 얼마나 많은 적이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철갑웅은 재빨리 최인범을 어깨에 둘러매고 창고에서 나왔다. 그러자 다른 두 녀석은 죽어 버린 녀석들을 창고에 가득한 나무상자가 쌓인 구석에 처박아 버렸다.

“상자로 시체를 가려.”

“알았어.”

일단 자신들이 습격한 흔적을 지워 시간을 벌어볼 생각이다. 급하게 나무상자를 옮기다가 상자 뚜껑이 열려 안에 든 물건을 보았다.

“헉! 시체다!”

사람의 팔 한 짝이 작은 소금상자 안에 소금과 함께 들어 있었다. 정황으로 보아 소금 창고로 사람을 납치해 해체한 이후 조각내서 소금에 절여 어디론가 가져가는 것이다. 대충 확인해 보니 인육이 들어 있는 상자의 수가 무려 100여개가 넘었다.

“인육을 소금으로 절여 대량으로 거래하는군.”

“아무래도 거대한 인육 판매 조직인 것 같아요. 귀한 소금이 이렇게 많이 쌓여 있고요.”

“혹시 모르니 몇 개는 따로 숨기자.”

“넷!”

급하게 인육을 소금에 절인 나무상자를 창고 밖의 옮겼다. 숲속의 바위틈 은밀한 곳에 넣고 큰 돌을 올려놓아 잘 위장해 놓았다. 지금 당장 증거를 수집해 조직을 소탕할 상황이 아니다. 우선 주인을 구하고 나중에 소탕해야 되니 이런 조치를 해두었다.

“놈들이 죽으며 흘린 핏자국도 지우자.”

“예, 형님.”

커다란 수조에 담기 물을 퍼서 핏자국을 빠르게 지웠다.

대충 물청소 하는 방법으로 빠르게 흔적을 지운 두 형제도 급하게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흔하게 보이는 소금을 넣었던 거적으로 우선 부서진 문을 대충 가리고 급하게 선착장으로 내달렸다.

적들이 공격당한 사실을 눈치 채도 어쩔 수 없었다.

주인을 구해 선착장에 도착한 삼형제는 빠르게 화물선에 올랐다. 급하게 2척의 배를 끌고 북쪽으로 향했다. 육지로 올라가서 자고 있는 사공을 깨울 생각을 미처 하지 못 했다.

삐걱 삐걱.

노를 젓는 것을 배웠지만 아직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긴 대나무 장대로 운하 바닥을 밀려 전진하자 조금 씩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워낙 다급하기도 하고 자신들은 북경어도 너무 서투르다. 지금 어떤 정도의 위기 상황인지 정확하게 모르니 우선 몸을 피하기로 한 것이다.

노를 저어가는 삼형제는 매우 당황했다. 여전히 주인이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주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

“저쪽으로 가서 합류해 숨자.”

“그게 좋겠네요. 배의 모양도 똑 같고.”

주변에는 식량을 싣고 있는 화물선들이 20척이나 모여 있었다. 아마도 기근이 심한 남쪽으로 식량을 운반하려는 관선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삼형제는 위장하기 좋다고 판단하고 2척의 화물선을 관선들 틈에 정박시키고 그제야 기절해 있는 주인을 자세하게 살폈다.

철갑웅은 최인범의 목에 박혀 있는 침을 발견하자 급하게 빼내더니 냄새를 맡아보고 나서 말했다.

“강한 마취제가 든 독침에 당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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