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170화 (170/519)

170화

“소대장님!”

나타난 사람은 말을 탄 장주한과 홍설철이다. 활을 들고 말을 몰아 빠르게 옆으로 다가온 두 사람은 죽어 있는 커다란 호랑이를 보더니 매우 놀랐다.

상태를 보아하니 맨몸으로 호랑이와 사투를 벌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호랑이 옆으로 가서 장주한이 엉덩이 쪽에 깊이 박힌 작은 화살인 편전을 단검으로 살코기를 해체하며 뽑아들고 말했다.

“저희들이 어설프게 사냥을 하다가 놓쳐 소대장님께서 호랑이에게 공격을 당했군요.”

“너희들이 사냥하던 호랑이였냐?”

“예.”

화살의 공격으로 부상당한 호랑이라 복수심인지 다급함 때문인지 모르지만 사람을 공격한 것이다.

장주한은 서둘러 죽은 호랑이의 가죽을 벗기고 살을 나누어 완전히 해체했다. 그러자 홍성철은 급하게 허리춤에서 소주로 상처를 소독하고 품에서 호랑이 약을 꺼내 최인범의 상처에 발라주었다.

“으으윽!”

매우 쓰라리기 때문에 최인범은 자신도 모르게 가늘게 신음을 토했다. 등에 난 상처는 아주 깊었다. 소독을 끝내고 호랑이 약을 덕지덕지 바르자 흐르던 붉은 피는 이내 멈추었다.

“소대장님, 호랑이 발톱으로 너무 심하게 다쳤네요. 흉터가 크게 남겠어요.”

“별로 아프지는 않아.”

“소대장님, 그래도 야생동물의 발톱에는 병이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옆에서 바라보던 백두도 옆으로 와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백두 몸에도 깊지는 않지만 상처에서 붉은 피가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최인범은 백두의 상처에 약을 살살 발라주며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흑혈풍도 호랑이 발톱에 다쳤을지 모르니 자세하게 살펴 봐!”

“넷!”

최인범은 혹시 호위부대 지휘는 안하고 호랑이 사냥만 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호랑이는 너희들이 가지고 가. 살코기는 한 덩어리만 남겨. 호피는 어디에 쓸지 모르니 연경상단으로 가져가 보관해 두고.”

“넷!”

마적들이 출몰할지 몰라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특별한 소식은 없고?”

“소대장님, 주변으로 마적 떼가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규모가 500명이나 된다니 어떻게 대처를 하죠? 저희가 있는 연경상단도 그렇고 소대장님이 이끄는 호위부대도 독자적으로 마적들을 상대로 대응하기는 약간 버거울 건데요.”

“여진족인 마적 떼가 드디어 몰려오는 모양이군. 너희들은 왕담보 대인에게 빨리 돌아가서 우리 호위부대와 합류해 같이 이동하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200명의 부하들로는 혹시라도 나타날지 모르는 마적 떼를 상대하기가 버겁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연경상단과 같이 이동하는 것이 안전을 위해 좋았다.

최인범은 부하들과 헤어져 빠르게 말을 달려 호위부대로 돌아왔다. 전에 쉬던 위치에서 많이 북쪽으로 이동된 상태다. 정찰을 나간다고 하더니 피투성이에 너덜너덜한 옷차림으로 나타나자 병사들이 다들 놀랬다.

선임군관이 급하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사님, 무슨 일이죠?”

“잘못해서 가시넝쿨에 넘어져 다쳤다.”

일단 이렇게 적당히 둘러대고 급하게 자신의 짐이 있는 곳으로 가서 말 등에 있는 배낭을 내려 그 안에서 새 군복을 꺼내 입었다.

등에 깊은 상처가 있는 모습이라 선임군관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다시 물었다.

“어사님,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맹수 발톱에 다친 상처인데요.”

더는 숨길 수 없어 최인범은 설명해 주었다.

“사실은 호랑이에게 공격을 당했어. 그러니 소문 내지 말고 일단 군관들만 모이라고 해. 뒤에 따라오는 상단의 정보에 의하면 마적 떼가 다가온다니 대비해야지.”

“넷!”

마적들이 공격하기 위해 근처로 다가 오고 있다니 선임군관은 번개 같이 내달렸다. 지금 상태라면 마적에게 전멸 당하게 생겼으니 빨리 대비해야 한다.

이윽고 30명의 하급 군관들이 모두 모이자 최인범은 명령했다.

“이제 부대는 5개로 나누어 4개 부대는 동서남북에 배치하고 중앙에 포진할 부대는 궁병으로 정해.”

“넷!”

“앞으로는 모두 밀집대형으로 움직이도록 해. 그리고 뒤에 따라오는 연경 상단도 우리와 합류할 것이니 그들과 같이 이동하고.”

“알겠습니다.”

최인범의 지시를 받은 하급군관들은 빠르게 부대를 재편성해 5곳으로 포진했다. 계속 주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휘향 공주가 탄 가마를 중심해서 일자형으로 전방과 후방에서 이동하던 대형을 바꾼 것이다.

마적이야 모두 기마병들이니 밀집대형이 대항 수단으로는 최고다. 궁술 부대로 편성된 궁병들에게 최인범은 자신이 준비한 화살을 나누어 주며 지시했다.

“적이 달려들어도 내 명령에 따라 정확하게 지적한 장소를 향해 화살을 날리도록 해. 명령을 어기면 군법으로 다스리니 명심하고.”

“넷!”

부대를 편성하고 무기를 나눠주고 뒤에서 연경상단이 오길 기다렸다.

이윽고 한참 시간이 지나자 연경상단 무리가 100명의 사람들과 200필을 말을 끌고 도착했다.

“왕 대인 어서 오시오. 같이 싸워야 됩니다.”

“알겠습니다. 명령만 내려 주세요.”

연경상단의 무리 중에 50명은 활로 무장한 호위무사들이라 최인범은 그들에게 지시했다.

“활을 가지 호위무사는 궁병과 합류해서 중앙에서 같이 이동해. 나머지는 말을 가지고 외각 부대와 같이 이동하고 우마차는 모두 공주가 탄 마차 주변으로 옮겨.”

“알겠습니다.”

이런 포진은 적이 공격하면 공주 주변에 마차나 짐을 이용해 장애물을 설치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또한 기마병에게는 활을 쏘아 대항하는 것이 최선이라 일단 이렇게 포진시켰다.

‘흠! 기마병에 대응할 장창이 없어서 곤란하군.’

최인범은 이제 같이 합류한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근처에 장창으로 사용할 만한 곧고 긴 나무가 있나 확인해.”

부하들이 근처를 돌아보았지만 장창으로 만들 수 있는 곧은 나무는 찾을 수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최인범은 하급군관에게 지시했다.

“앞에서 이동하는 이세충에게 전해! 더 이상 전진하지 말고 그 자리서 기다리라고.”

“넷!”

비록 연경상단이 합류했지만 세가 불리해 앞서가는 이세충과도 합류시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본시 만나기로 약속한 초원지대 초입에 도착해도 이세충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이곳을 떠나 북쪽으로 멀리 이동한 것 같았다.

‘흠! 보아하니 내 명령은 듣지 않고 말만 빨리 타타르 부족에게 가져다주면 끝난다고 판단해 먼저 떠나 버렸군.’

휘향 공주가 탄 가마는 이제 아래에 바퀴를 달아 마차로 변했다. 그렇게 되자 약간의 기동성을 생겼다. 하지만 기병은 초급군관들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보병이다. 더구나 휘향 공주의 시녀들이 20명이나 걸어서 가기 때문에 여전히 느리게 이동하고 있었다.

이때 정찰을 나갔던 두 부하가 돌아와 보고했다.

“소대장님, 근처의 골짜기에 마적 떼가 모여 있습니다.”

“얼마나 되던가?”

“전에 수집한 정보와 같이 500기 정도의 기마병입니다.”

이런 보고를 받자 최인범은 즉시 군관들을 모아 놓고 지시했다.

“저쪽에 보이는 바위 무더기가 있는 곳으로 가서 포진하고 방어태세를 갖추도록 해. 나는 적진으로 가서 적을 저격하는 방법으로 최대한 전열을 흐트러트려 놓을 것이니. 절대로 그 자리를 사수하며 집중 사격을 하는 방식으로 화살로 대항하도록 해.”

“넷!”

최인범은 이런 지시를 내리고 서둘러 떠날 준비를 했다. 유엽전과 편전을 각기 50발씩 충분히 준비했다. 두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너희들은 여기서 혹시 적이 공격하면 편전으로 되도록 우두머리나 지휘자를 노려서 저격해.”

“알겠습니다.”

최인범은 말에 실려 있던 모든 짐을 내려놓고 무기만 지니고 신속하게 호위부대를 떠났다. 호위부대를 떠나 멀리 우회하는 방법으로 적의 후방으로 갔다.

넓은 초원 지대에 있는 나지막한 돌무더기에 도착해 전방을 살폈다.

좁은 골짜기에 모여 있는 여진족인 마적들이 한창 말에 안장을 올리며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소 협소해 보이는 좁은 골짜기에 많은 말이 보이고 또한 이동식 파오가 30개가 쳐져 있었다.

‘이 마적들은 아주 먼 거리에서 이동했군.’

최인범은 조심스럽게 모여서 웅성거리는 마적들을 살펴 어떤 놈이 우두머리로 보이니 가늠해 보았다. 많은 기마병들 사이에 우두머리를 찾은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입고 있는 옷도 모두 짐승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으니 모두 그놈이 그놈 같았다. 하지만 오래 지켜보니 그래도 누군가에게 명령하는 몇 놈은 발견할 수 있었다.

‘됐어, 저 놈들부터 잡지.’

최인범은 저격하기 적당한 거리로 접근해 활에 통아를 걸고 편전을 힘차게 날렸다.

쉬익! 팍!

“크아악!”

다른 놈과 달리 조금 덩치도 크고 뭔가 지시하던 놈의 목에 편전이 깊이 박혀 버렸다. 그러자 마적들은 주위를 돌아보며 크게 외쳤다.

“적이다!”

“와!”

놀라서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어디서 공격해 오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혼란한 가운데 몇 명이 크게 외치며 말에 올라 지휘하고 있었다.

그러자 최인범은 먼저 말에 올라 호통 치는 녀석들을 향해 계속해서 편전을 날렸다.

“크악!”

“컥!”

편전이 바람을 가르고 빠르게 날아가며 마적들의 몸통이나 또는 얼굴에 박혔다. 10여발을 날리고 나자 적들은 그제야 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말에 올라 최인범 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최인범은 백두에게 크게 외쳤다.

“백두! 말을 몰아!”

그런 명령에 백구는 빠르게 적진으로 달려가 마구간에 있는 말들을 향해 크게 짖었다.

컹! 컹!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