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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149화 (149/519)

149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진명하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아리아에게 뭔가 계책을 알려 주었다. 아주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자 아리아는 그제야 귀가 솔깃해서 눈빛을 빛냈다.

“그런 방법이 있군요. 알았어요. 그놈을 죽이러 떠나죠.”

족장에게 떠난다고 하면 허락을 안 하게 생겼다.

복수심에 불타는 아리아는 부하 20명을 데리고 조용히 서쪽으로 떠나고 있었다. 떠나는 아리아를 보며 진명하는 조금은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후우! 어차피 내가 취하지 못할 여자면 이렇게라도 써먹는 것이 최선이야.”

아리아는 어미를 닮아서 미모도 뛰어나고 또한 죽은 아비를 닮아서 성깔이 매우 거칠다.

조카인 어린 아진태가 족장 자리를 물려받고 자신은 아리아와 혼인하면 막강한 실권자로 권력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아리아가 문약한 자길 너무 싫어하자 슬며시 죽을지 모르는 사지로 보내는 것이다.

‘갔다가 실패해서 죽으면 돼.’

아리아와 혼인하게 될 사내는 분명 무술이 뛰어난 유력가문의 자제가 분명할 것이라 후계자로 급부상할 위험성이 높았다. 그래서 미모가 탐이 나지만 꼬여서 멀리 떠나보낸 것이다.

한편 요양(요동성)으로 향하는 사신 행렬과 다소 떨어져 뒤에서 가는 최인범은 방향을 틀어 안시성이 있었던 남쪽으로 가고 있었다.

낮은 구릉이 이어진 곳에서 마침 사냥을 하기 위해 이동 중이다. 여전히 곳곳에 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먹이를 찾아 낮은 들판으로 튀어나와 돌아다니는 사슴을 홍성한이 먼저 별견했다.

“나리, 저기에 사슴이 보입니다.”

“알았어!”

최인범은 홍성한의 외침을 듣고 숲을 향해 도망치는 사슴을 향해 말을 달리며 빠르게 화살을 날렸다.

쉬익! 퍽!

펄쩍 펄쩍 뛰어 달아나던 사슴이 화살을 맞자 작은 개울가에 픽하고 쓰러졌다. 사슴을 잡자 장주한이 이내 대검을 꺼내서 빠르게 해체했다.

“나리, 드시죠.”

장주환이 내미는 사슴의 심장과 간을 받아 들고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잠잠하던 살인에 대한 욕구나 또는 치미는 성욕도 달래기 위해서다. 이동하는 내내 사냥해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심장과 생간을 먹었다. 부하들은 자주 본 장면이라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때 150보 정도 떨어진 작은 숲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검은 물체들이 보였다.

“뭐지?”

그저 나무꾼이나 근처에 사는 농부인가 생각하고 바라보던 최인범은 뭔가 번득이는 것을 보자 “적이다!”하고 외치며 재빨리 개울 옆의 땅에 바짝 엎드렸다.

쉬익! 퍽!

무려 10여발의 화살이 동시에 자신을 향해 날아왔다. 화살은 자신이 서있던 주변에 스치듯이 지나서 멀리 땅에 박히고 있었다. 다행이 재빨리 엎드렸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여러 발의 화살에 자칫 고치가 될 수도 있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살펴보니 분명 여진족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다.

“나리, 적은 10명 정도 됩니다.”

“알았어!”

최인범은 슬며시 누운 자세에서 활을 당기며 재빠르기 일어나서 시위를 놓고 고개를 숙였다.

“이런 젠장!”

숲에 숨어 있는 여진족을 노리고 재빠르게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쏘는 바람에 비명소리가 전혀 들이지 않았다.

적들은 숲을 이용해 엄폐했다. 자신들은 개활지나 다름없는 낮은 개울에 의지해 대항하려니 적이 상당히 유리했다. 적은 공격하기 위해 충분히 준비했을 것이다. 자신들은 아무 준비가 없이 공격을 당하니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런 상태로 더 많은 적이 몰려오면 여기가 자신의 무덤 자리로 변하게 생겼다.

‘어쩌지?’

자신이 아무리 무술이 뛰어나도 화살에 맞으면 죽거나 크게 부상당할 수 있다. 혹은 작심하고 덤비는 암살범들이니 독화살을 날릴 수도 있었다.

쉬익! 쉬익! 퍽! 퍽!

연달아 많은 화살들이 주변에 박혔다. 적들은 여전히 고개를 들 틈도 안주고 계속해서 화살을 날렸다. 부하들은 약간 겁을 먹은 표정으로 납작 엎드린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한곳에 뭉쳐 있으면 화살이 집중되니 분산해야 조금이라도 덜 위험했다.

“양쪽으로 넓게 퍼져!”

“넷!”

장주한과 홍성철은 빠르게 낮은 포복으로 이동했다. 이동을 끝내자 그들도 조심스럽게 적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그러자 최인범은 급하게 외쳤다.

“쏘지 말고 화살을 아껴!”

“넷!”

쉬이익! 쉬익!

거의 동시에 여러 발의 적의 화살이 날아오자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화살은 숨어 있는 자신들을 노리지 않고 50보 정도 뒤에 서있는 말을 노렸다.

“저런! 죽일 놈들이!”

히이잉! 히잉! 히잉!

세 필의 말이 모두 화살의 공격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버렸다. 여진족들을 말을 매우 중시해 사람은 죽여도 따로 서있을 경우 말을 죽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적들은 기어이 죽이겠다는 생각인지 최인범이 도망갈 수단마저 미리 철저하게 제거해 버렸다.

말이 죽어버리자 이제 퇴로가 완전히 차단된 상태다. 적을 퇴치하지 않고는 여기서 죽는 수밖에 없었다.

최인범은 약간 비통한 심정으로 신음을 토했다.

“으음! 완전히 작심하고 덤비는군.”

하이잉! 푸드득! 푸득!

애마가 아직 숨을 멈추지 못하고 땅에 쓰러져 사지를 바동거렸다. 계속해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자 최인범은 완전히 머리가 돌아 버릴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저 놈들을 어찌 죽이지?’

이들은 분명 자신이 살려 보낸 여진족의 족장이 보낸 부하들이 분명했다. 적당히 적을 공격하고 이득만 취하고 놔준 것이 큰 실수가 되어 버렸다.

‘결국 살려주니 마음이 변해 복수하겠다고 암살대를 보냈다는 거지.’

전쟁터에서 자비심이란 그저 사치다. 자신의 불찰이니 암살을 지시한 족장을 탓할 필요는 없었다.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려면 반드시 여기서 살아남아야 했다.

그것이야 나중에 일이고 지금 당장은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만약에 적들이 더 많이 몰려온다면 자신들은 죽은 목숨이다.

최인범은 포복으로 자리를 옮겨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적들을 살폈다. 계속 숨어 있어서 그런지 방심한 적들은 엄폐물이 많은 숲에서 나와 여유롭게 화살을 날렸다.

더 많은 적은 주변에 없는 것 같았다. 처음 목격한 그대로 10명 정도로 보였다. 모두 말을 뒤에 매어 놓은 것으로 보아 여진의 기마병이 확실했다.

앉아 쏴 자세라도 잡을 공간이 있어야 적에게 대항하게 생겼다. 백두가 보이자 급하게 명령했다.

“백두! 배낭 물어와!”

명령을 받자 백두가 위기 상황을 눈치 챈 것인지 작은 도랑을 통해 쓰러진 말에게 급하게 달려갔다. 그리고 말 등에 있는 배낭을 물고 질질 끌고 돌아왔다. 이제는 대항할 방법이 나올 수 있었다.

“됐어!”

퍽! 퍽! 퍼벅!

최인범은 배낭에 달려있는 작은 삽을 풀어 급하게 땅을 파서 앞에 쌓았다. 겨울이라 땅이 얼어 있지만 그래도 힘주어 파자 앞에 조금씩 흙무더기가 쌓였다.

작은 삽에 의해 파진 깊이 때문에 앉아서 화살을 날릴 공간은 쉽게 만들어졌다.

최인범은 먼저 은신할 자리를 만들자 작은 삽을 홍성철에게 풀썩 던져주고 지시했다.

“너도 빨리 파!”

“넷!”

지시를 내린 최인범은 앉은 자세로 활을 힘차게 당겼다.

쉬익! 퍽!

“크악!”

드디어 고대하던 비명소리가 크게 들렸다. 적들이 우왕좌왕하며 다소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홍성철이 개인 참호와 같이 땅을 파는 동안 최인범은 화살을 날려 적의 한 놈을 잡았다.

쉬익! 퍽! 쉬익!

“크악!”

이어서 화살을 4번을 쏘아 두 번의 비명소리와 한 번의 말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곡사가 아니라 거의 직사로 화살을 날리다 보니 뒤에 있던 말이 맞은 것 같았다.

이윽고 홍성철도 개인 참호를 파고 나자 앉은 자세로 적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쉬익!

“크악!”

이제 4명을 잡았으니 6명 정도만 남게 되자 최인범은 손을 좌우로 흔들며 백두에게 다부지게 명령했다.

“가서 물어!”

명령을 받자 백두가 빠르게 적들을 향해 내달렸다. 직선으로 달리는 방법이 아니라 손짓과 같이 좌우로 몸을 이동시키며 내달렸다. 그러자 당황한 적들이 정확하게 화살을 날리지 못했다.

“일제 사격!”

그런 틈을 노리고 3명은 동시에 일어나 정확하게 활을 겨누어 적들에게 화살을 날렸다. 그러자 적들은 크게 비명을 지르고 급하게 말이 있는 뒤로 달아났다. 이제 전력에서 밀리게 되자 이내 말에 올라 급하게 도망쳤다. 달아나는 녀석은 겨우 4명이다.

두두두두

눈발을 휘날리며 말을 몰아 정신없이 도망쳤다. 최인범은 이제 달아나는 놈들을 향해 조금 여유롭게 통아에 편전을 걸고 힘차게 쏘았다.

핑!

“크악!”

빠르게 달아나던 놈의 등에 짧은 화살이 깊숙이 박히자 말에서 떨어져 땅에 뒹굴었다. 다른 세 놈이야 이미 너무 멀리 달아나 잡을 수 없었다.

적이 멀리 달아나자 최인범은 그제야 아직도 신음하는 애마인 흑선풍에게 다가가 흑선검으로 숨통을 끊어 버렸다. 마음에 들던 애마를 죽여 버리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분노에 찬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듯이 외쳤다.

“씨를 말려주지. 감히 내 말을 죽여!”

무서운 살기를 풀풀 풍기는 모습에 두 부하는 화들짝 놀랐다. 이유는 화가 단단히 나자 눈에 핏발이 서서 붉게 변하기 때문이다. 너무 무서운 모습에 부하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진저리를 쳤다.

‘진짜 화가 단단히 나셨어.’

적들이 숨어서 공격하고 있었던 숲으로 가자 죽어 있는 놈은 8명이다. 한 명은 풍산개에게 목덜미가 물려 처참하게 죽어 있었다. 다른 놈들이야 모두 화살에 죽어 있었다. 화살에 박혀 있지만 목이 검으로 베어진 것을 보니 부상당한 놈들은 죽이고 도망친 것 같았다.

“나리, 우릴 습격한 사실을 감추려고 살인 멸구한 것 같습니다.”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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