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135화 (135/519)

135화

장익덕과 하후돈이 나서서 금일여등 여진출신인 조장들에게 먼저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들이야 이미 최인범을 위대한 인물로 바라보기 때문에 쉽게 이해했다.

특히 강조하는 내용은 최인범이 이곳 백두산에서 조상 때부터 오래 살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 조선의 국적을 지니고 있지만 오히려 여진족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이런 설명에 여진족인 금일여를 비롯한 조장들은 쉽게 말을 조선 땅으로 보내는 점을 이해했다.

“그렇군요. 그렇게 해서 노예가 아닌 평민으로 개마고원에서 정착을 시키려는 군요. 좋아요. 저희들이 부하들에게 설득하죠.”

10명의 여진족인 이등병들이 각자 조원들에게 투항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 당장에 압록강을 넘어 투항하자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다가 사태가 심각해지면 그때 조선으로 투항하자는 거야. 최소한 살길은 하나 뚫어 놓겠다는 거지.”

“우리의 비상 탈출구를 미리 만들어 준다니 아주 좋습니다.”

약간 술렁이던 여진족들도 대부분 이런 계책에 대해 공감했다. 일정한 지역을 완전히 세력권으로 만들기 전에는 마적이란 항상 쫒기는 신세다.

이도백하에서 말을 인수 받은 칠복이 형제는 여진족이나 또는 조선출신 부녀자들과 같이 빠르게 압록강으로 향했다. 계속 눈이 내려 그들이 떠난 자리는 눈으로 흔적이 지워지고 있었다.

“지나가는 길목의 마을사람들은 모두 같이 데리고 간다.”

“넷!”

후방부대의 지휘자인 마칠복의 명령으로 길목에 있는 마을 사람들도 모조리 대열에 합류되어 남쪽으로 이동했다. 점점 압록강과 가까워질수록 그 수는 늘어나고 있었다.

안가겠다고 하면 모조리 죽이게 생기자 어쩔 수 없이 같이 이동했다. 물론 일부는 오래 전에 자신들의 조상들이 살았던 고향과 같은 개마고원으로 간다니 자청해서 따라 나선 무리도 있었다.

“이번에 넘어가면 노예가 아닌 평민으로 대한다니 가는 것이 좋아.”

“당연하지. 조선이 여기보다는 잘사는 곳이니 가보자고.”

전쟁 포로가 아닌 투항해서 이주민으로 대한다는 설득은 대단한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마칠복이 이끄는 무리는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었다.

이런 이주도 사실 분위기라는 것이 있어 남들이 조선으로 넘어 간다고 하니 덩달아 따라 나선 경우도 있었다.

한편 여전히 이도백하에 머무는 최인범은 새로운 행보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이대로 같이 넘어갈 수는 없어.’

개마고원에서 필요한 만큼의 말들은 충분히 남쪽으로 내려 보냈다. 그리고 개마고원에서 말 목장을 운영하며 정착할 사람들도 충분히 구했다.

고심하던 최인범은 다음의 진로를 결정하자 장익덕에게 명령했다.

“우리는 다시 북쪽으로 가서 약탈한다. 앞으로 모두 약탈은 부피가 작은 물건이나 필요한 생필품 위주로 획득해. 그리고 개인별로 말이 3필이 되도록 말은 계속 거두어들이고.”

“넷!”

또다시 여진족을 혼란시키려고 최인범은 부하들을 이끌고 다시 북쪽으로 이동했다.

길림과 이도백하 중간에 있는 작은 마을로 도착해 그곳을 거점으로 삼았다. 이제는 진짜로 산채를 가진 마적의 무리가 되었다. 그러나 완전한 거점으로 삼기는 곤란해 이도백화를 진짜 거점으로 삼았다.

임시 거점에서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약탈하면 이도백화 거점으로 재물을 옮겼다. 아무리 가난한 여진족이라지만 털어올 재물이나 생필품들은 있었다.

중요한 식량에 해당되는 모든 가축을 끌고 와 버렸다.

최인범이 이끄는 흑풍 마적 부대는 그곳에서 군사훈련을 계속하며 털기에 적당한 마을을 50명의 부하들만 임시거점으로 내보내서 약탈했다.

근거리만 터는 것이 아니라 원거리까지 가서 털고 돌아왔다. 재물로의 가치로는 크지는 않지만 우선 겨울을 지낼 수 있는 많은 물품들이 산처럼 쌓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너무 지저분해 보여 최인범은 한숨을 토했다.

“허어! 이거야 원 고물상도 아니고.”

흑풍대가 이도백하를 완전히 거점으로 삼고 허접한 재물이라도 많이 모아지자 이상한 현상이 벌여졌다. 주변에 사는 여진족의 젊은 청년들이 무리에 합류하겠다고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가 생겼다.

“칸! 이번에는 20명이 찾아왔습니다.”

“말은?”

“말은 3필에 불과합니다.”

“알았어. 일단 합류시켜.”

여진족들은 유일한 생계수단인 가축들이나 겨울을 보낼 식량을 흑풍대에게 모조리 약탈당해 추운 겨울에 살길이 없어졌다. 그러자 주변의 여진족의 청년들은 원수들의 품속에서라도 살아남겠다고 스스로 흑풍대라 불리는 마적대 무리 속으로 기어 들어온 것이다.

“칸! 무조건 받아 줘도 되나요?”

“졸병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가 강해지니 좋지.”

어느새 한해가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흑풍대 무리들을 이끌고 남쪽으로 이동할 시간이 되었다.

“꾸물거리다 발목이 잡혀 압록강의 얼음이 녹으면 곤란해. 이제부터 떠날 준비를 해.”

“넷!”

최인범은 이제 300명으로 불어난 여진족으로 구성된 마적 떼를 이끌고 천천히 남쪽으로 이동했다.

드디어 압록강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었다.

‘왜 칠복이 형제가 마중을 안 오지 뭐가 꼬였나?’

혜산진으로 가서 투항에 대한 결과를 알리기 위해 돌아오기로 약속했던 칠복이 형제가 돌아오지 않자 은근히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압록강 변에서 초조하게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자 묘한 분위기는 여진족들에게 전해졌다. 말도 틀리고 풍습도 다른 조선으로 넘어가 정착하기가 싫은 부류들이 생겼다.

“나는 조선으로 넘어가기 싫은데.”

“나도 마찬가지야. 그곳으로 가면 지금처럼 살 수가 없고 잘못하면 노예가 될 수도 있잖아.”

“노예라니? 그럼 갈 필요가 없지. 왜 노예 생활을 자청해서 하려고 넘어가나?”

여진족들은 모닥불 옆에 모여서 작은 목소리로 계속 수군거리고 있었다. 자칫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내부적으로 분열이 일어나 싸움이 터지게 생겼다.

천천히 군데군데 피워진 모닥불을 슬슬 돌아다니며 부하들의 동태를 살폈다. 늦게 합류한 부하들은 최인범이나 다른 100명 병사들이 복면을 하고 있으니 사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최인범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남겠다는 부하들은 대부분 늦게 합류한 패거리들이다. 늦게 배우 도둑질이 더 무섭다고 그들은 쉽게 재물이 생기는 마적 질에 잔뜩 매료된 상태다.

부하들의 분위기를 파악한 최인범은 장익덕과 금일여 등 측근인 부하들을 불러 모아 놓고 물었다.

“조선으로 넘어가기 싫다는 패거리들이 있다고?”

“넷! 아무래도 그들은 데리고 가시는 것보다 남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기면 그들은 어찌 살고?”

“칸! 적당히 새로 조직을 구성해서 주고 이도백화의 거점으로 다시 돌아가 그곳에 터를 잡고 살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진족은 전쟁 포로로 끌고 가는 상황이 아니다. 조선의 투항하는 형태로 가게 된다. 그들이 개마고원으로 들어가서 문제를 일으키면 최인범이 덤터기를 쓸 수 있다. 그러니 무리해서 넘어가기 싫다는 여진족인 청년들을 데리고 갈 필요성이 없었다.

“우두머리는 있나?”

“예, 확실하지는 않지만 몇 녀석들이 주도적으로 그런 여론을 조성하고 있사옵니다.”

“알았어. 그렇다면 굳이 그들을 데리고 갈 필요는 없겠군.”

이렇게 결정하고 나자 금일여를 비롯한 10명의 부하들 중에 누군가 잔류해 그들을 통제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그들이 남아서 조직을 이끌면 아무래도 조선과 우호적인 세력이 유지될 것으로 판단했다.

“너희들 중에 누가 남을 거냐?”

이런 직접적인 물음에 여진족인 10명의 일등병들은 모두 눈치만 보며 답하지 않았다.

표정으로 보아 다들 남고 싶어 하지만 눈치만 보며 말로 토하지는 못했다. 10명의 부하들이 남고 싶어 하는 이유는 자신들은 조선으로 넘어가도 여전히 노예 신분인 사노비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노비에서 풀게 조치를 취해줘도 과거의 신분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10명은 이미 조선사회가 어찌 돌아가는지 잘 아니 남고 싶은 것이다.

‘그런 점이 있었어.’

최인범은 신분을 구분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표시가 나지 않게 대했다. 그러나 조선에서 살게 되면 노비라는 신분의 차이로 앞으로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미 약탈하며 살아버려 쉽게 농사만 지으며 적응해 살기가 힘들다. 그리고 조선으로 가면 지금처럼 많은 부하를 거느릴 위치를 꿈꾸기 어려우니 남고 싶었다.

‘마음에 들던 녀석들인데 이들과 인연은 여기까지야.’

최인범은 제일선임인 금일여를 보며 물었다.

“여기에 남으면 앞으로 어디로 가서 정착하려고?”

“칸! 얼마 전에 떠나온 이도백하의 거점으로 가서 정착할 생각입니다. 칸의 고향인 백두산을 저희들이 지키며 살 생각입니다.”

그동안 최인범은 자신이 백두산 출신이라고 부하들에게 자주 교육했다. 그 때문에 금일여나 다른 녀석들도 최인범은 여진족과 조선족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 정도로 인식했다.

백두산에서 먼 조상 때부터 무술을 익히며 마치 도인들처럼 오래 살았다면 오히려 여진족에 더 가깝다고 판단해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금일여 등의 충성심은 더욱 공고해진 상태다.

최인범의 무력이 워낙 자신들 보다 뛰어나 복종했지만 그가 백두산에서 자랐고 같은 동족인 자신들을 노비 신분에서 풀어준 격이라 그런 점도 크게 작용했다.

잠시 생각하던 최인범은 금일여를 비롯한 10명의 일병인 부하들을 이도백하 지역에 남기기로 결정하고 다시 물었다.

“여기에 남겠다는 청년들은 얼마나 되냐?”

“약 100명 정도 됩니다.”

총 300명에서 100명 정도 남게 되니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내 정착에 필요한 지시를 했다.

“여기서 정착하는 너희들은 말을 100필만 가지고 이도백하로 돌아가 그곳에 자리 잡아.”

“넷!”

“이후로는 선임인 금일여가 흑풍대의 수장으로 이끌어가고. 참고로 너희들은 뭉쳐서 살아야 되고 또 다시 패거리를 나누는 일은 없어야 된다. 이점을 항상 명심해.”

“알겠습니다.”

“정착에 필요한 생필품은 이도백하에 있는 광산에서 생산되는 구리나 은을 혜산진으로 가져와 정상적인 교역을 통해 충당하고.”

“넷!”

최인범은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식량 그리고 말 100필과 각종 무기를 모조리 넘겨주었다. 조잡한 무기지만 남는 녀석들에게는 당장 필요해 무기들은 완전히 넘겼다.

만주에서 활동하며 세밀하게 기록한 지도를 빠르게 필사하는 방법으로 모조리 복사했다. 복제된 그림 지도를 넘겨주며 지시했다.

“금일여, 이 지도를 가지고가서 잘 살펴서 움직이도록 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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