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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132화 (132/519)

132화

방안에는 곰 가죽이나 사슴 가죽으로 만든 담요나 겉옷들이 있었다. 이제 적진에서 지내야 하니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생필품이다. 말안장도 있고 활이나 화살들 그리고 도끼형인 무기도 있었다.

“모두 챙겨!”

“넷!”

작전에 필요한 말이나 생필품을 충분히 획득했다. 하후돈이 조심스럽게 건의했다.

“칸! 불을 지르나요?”

“아니, 그대로 놔둬, 나중에 이곳으로 돌아와서 말들에게 건초를 먹여야 하니까.”

“넷!”

필요한 말을 챙기고 마을에 방화를 하거나 목장을 태우지 않는 이유는 나중에 이곳을 통해서 조선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탈출할 때는 반드시 필요한 보급품이 있어야 하는 중요한 퇴로인 셈이다.

많은 생필품을 챙기고 나자 최인범은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출발!”

두두두두.

말을 이끌고 빠르게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 향했다. 이들이 떠난 목장에는 말이 한 필도 남지 않아 텅 비었다. 당초에는 놔두려고 했던 망아지까지 모두 사라졌다. 망아지들은 어미 말을 따라 스스로 움직인 것이다.

목장을 떠난 최인범 일행은 신속하게 이동해 더욱 깊은 적진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제는 퇴로도 전혀 없이 적에게 포위된 형국이라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렇다고 적에게 노출되어서도 안 되니 어려운 침투작전이다.

한참 이동하던 최인범은 말을 멈추고 끌고 가던 말에 안장을 채우고 다시 말에 올랐다. 부하들도 모두 같은 형태로 말들 교체했다. 한 마리는 건초나 생필품을 싣고 이동하고 두 마리는 교대로 갈아타고 있었다.

“말을 교체했으면 다시 출발해.”

“넷!”

여진족들은 일부 농사를 짓고 살지만 대부분 유목민들이다. 여진족들은 상호간에 소식을 빠르게 주고받으니 그들의 전파 속도보다 더 빠르게 현장을 벋어나야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그들의 포위망 속에서 허망하게 죽는 수가 있다.

이윽고 작은 냇가에 도착한 최인범은 지시했다.

“일단 말부터 잠깐 쉬게 해.”

“넷!”

냇물로 말이나 부하들의 목을 축이게 하고 냇물을 타고 천천히 이동했다.

눈이 내린 터라 계속 이동하면 눈 위에 생기는 발자국 때문에 자신들의 행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잠시라도 행적을 감추려는 것이다.

하루 종일 때로는 달리고 또는 천천히 움직여 계속 북쪽으로 향했다. 오후가 되어 현장에서 충분히 떨어졌다고 판단한 최인범은 그제야 부하들을 향해 명령했다.

“여기서 숙영할 준비를 해.”

“넷!”

이들이 안전하게 깊은 숲에서 숙영을 하는 동안.

남쪽에 사는 여진족들은 소부족장들이 모여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목장을 근처의 다른 부족들이 털었다고 주장하며 내분이 일어난 것이다.

이도백하를 떠나 북쪽으로 잠적한 최인범은 드디어 길림(吉林)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착했다. 아직 큰 도시로 발전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곳은 부여, 발해, 고구려, 발해, 금나라로 이러진 만주 지역에서 중요한 도시다.

그래서 많은 여진족들이 모여 사는 중요한 거점이다. 그동안 이곳까지 이동하며 필요한 보급품을 확보하기 위해 간혹 골짜기에 있는 작은 마을들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때마다 최인범은 단한마디도 조선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가끔 여진족의 말을 사용해 짧게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여진족의 부하들에게서 아주 간단한 말은 이미 배운 상태다.

단순한 보급 활동이라 여진족인 이등병들이 알아서 나머지는 모두 해결했다. 명령 아주 단순해 숙영을 한다거나 또는 보급품을 챙기라는 정도다.

그러다 보니 여진족인 마을 사람들은 모두 검은 복면을 쓴 최인범 일행이 모두 여진족으로 판단했다.

처음 목장을 습격한 이도백하 주변에 사는 소부족들의 부족장들은 모여서 새로 출연한 검은 복면의 마적들의 정체를 두고 심한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전혀 다른 부족이라면 복면을 쓸 이유가 없지 않소?”

“무슨 소리요. 그들이 사용하는 말은 당신 부족들의 자주사용 말이 아니요.”

부족들 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약간 차이를 보인다. 그 때문에 말을 훔쳐 달아난 무리를 두고 부족들은 서로 해석들이 달랐다. 서로 정확한 정보가 없다가 보니 공연히 주변에서 사는 부족들만 의심하고 있었다.

“전에도 그쪽에서 우리 부족의 마을을 침범해 목장을 약탈하지 않았소?”

“벌써 10년이나 지난 이야기가 아니요?”

“그런 버릇이 있으니 또 우리들의 목장을 공격한 것이 아니요?”

“우리는 복면을 쓴 흑풍대와 같지 않소. 더구나 사용하는 무기는 그대들이 쓰는 반월도가 아니요.”

여진족들은 새로 출몰한 마적들을 흑풍대라고 불렀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말도 모두 검고 입고 있는 옷도 검었다. 겨울이라 걸치고 있는 망토인 가죽도 모두 검은 색인 흑곰 가죽을 걸치고 있었다.

여진족이 쓰는 무기인 반월도를 지녔으니 자연히 새로 출몰한 무리가 여진족인 마적으로 판단했다. 그 때문에 서로 다투느라 최인범 무리가 북쪽으로 사라진 것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사실 이런 점 때문에 목장을 털고 북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한편 길림에 있는 아주 큰 목장 주변의 숲속. 당초에 목표로 삼았던 이곳 길림 근처에 도착하자 최인범은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하후돈과 장익덕은 이제부터 분대원을 늘려.”

“칸, 마을로 들어가 여진족을 포섭합니까?”

“그래, 너희들이 직접 나서지 말고 금일여 이등병을 통해 포섭해. 물론 젊고 말을 잘 타는 놈으로 조직해. 하후돈은 나중에 마을로 들어가면 포로로 끌려온 조선 출신으로 별도의 후방부대를 조직하고.”

“넷! 명을 따르겠습니다.”

후방 부대란 약탈한 말들을 풍산개와 같이 몰고 가게 될 부대다. 이곳에서부터 남하하면서 포로로 잡혀서 사는 조선 출신들로 구성된 부대원을 늘리면서 다시 돌아갈 계획이다.

최인범은 그 때문에 척추병인 칠복이 형제도 둘로 갈라지도록 명령했다.

“이제부터는 돈화를 거쳐 이도백화로 이동하니 칠복이는 말을 가지고 하후돈과 같이 이동해. 너희들은 퇴로를 확보하는 작전이니 신중하게 움직이고.”

“알겠습니다.”

“나와 팔복이 장익덕은 5명의 이등병들과 같이 이동 중에 있는 마을로 들어가 말이나 소를 모조리 약탈해 계속 늘릴 것이니 그렇게 알고.”

“넷! 명을 따르겠습니다.”

길림에 말이 2천필이 모여 있는 큰 목장이 있다는 것을 알자 그곳을 털고 남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실로 겁이 전혀 없는 다소 무모한 군사 작전을 펼치려는 것이다.

명령을 받은 하후돈과 장익덕은 부하들을 이끌고 인근의 작은 마을로 들어갔다. 자신들은 앞으로 나서지 않고 같은 여진족인 금일여가 마을 청년들을 설득했다.

“여기서 이러고 사느니 말을 탈취해서 살지.”

“말을 약탈해서요?”

“갑갑하게 사는 것 보다 좋지.”

마적 떼에 합류하라는 소리는 분명 다정하게 권했다. 그러나 험악한 분위기를 봐서 합류를 못하겠다고 반발하면 죽이게 생기자 하나 둘 합류했다.

“좋아요. 같이 떠나겠어요.”

“말을 타나?”

“예.”

청년들이 합류하겠다고 해도 무조건 무리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최소한 말은 탈 중 알아야하니 선발대상은 승마를 기준했다.

“말도 끌고 와!”

“제 것이 아닌데요?”

“이제 부터는 네 것이니 가져가.”

“넷!”

말 몇 마리와 소 몇 마리를 가지고 살던 유목민들이다. 졸지에 어제의 이웃이고 형제가 도적 Ep로 변했다. 마을 사람들은 말과 가축들을 가지고 떠나도 다들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남게 되는 마을사람들은 그저 목숨이 붙어 있다는 것으로 위안했다.

처음에 모집이 힘들었다. 그러나 무리가 늘어나자 마적으로 합류하려는 청년들은 급격하게 늘었다. 길림을 목표로 주변의 화전민이나 또는 작은 규모의 유목민 마을을 돌아다니고 보니 무리는 이미 100명으로 대폭 불었다.

드디어 정찰을 다닌 팔복이가 무리로 돌아와 보고했다.

“칸! 드디어 조선인들이 포로로 잡혀와 지내는 마을을 찾았습니다.”

“뭐? 그게 정말인가?”

“넷! 여기로 끌려와 모두 노예로 살고 있사옵니다. 그 중에 갑사 출신도 있고요.”

드디어 전부터 압록강을 넘어 공격하던 여진족의 무리를 찾은 것이다. 그들은 500필 정도 말을 보유하고 무리는 남녀노소를 모두 포함해 200명 정도다.

“기마병들이 있나?”

“넷! 마구의 수나 무기의 수로 보아 50명 정도의 병력입니다. 조선을 습격해 포로들을 잡아서 노예로 부리며 매일 술이나 먹으면 지내는 것 같습니다.”

“이놈들이 진짜 마적들이군.”

“그렇습니다.”

결국 그 부족의 50명 정도 기마병이 주축을 이루어 인근에서 모은 기마병들과 같이 겨울철만 되면 압록강을 넘어 조선의 국경마을 습격했던 것이다.

“알았어. 그렇다면 그 마을부터 공격하자. 가급적 우두머리는 살려. 아니면 몇 놈을 살려서 끌고 간다. 저항하지 않으면 모조리 살려두고.”

“넷!”

무리가 100명이나 되니 기본적인 정찰만 하고 감시만 한다. 이제부터는 지휘자는 여진 출신인 금일여가 담당하고 있었다. 그래야 적을 더 혼란 속으로 빠지도록 기만전술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인범은 마을 정면을 향해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여진족은 자신들의 마을을 공격할 무리가 근처에는 전혀 없다고 판단해서 그런지 마을에는 입구에는 방어벽이나 또는 보초도 없었다.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큰 목소리로 외쳤다.

“쳐라!”

두두두두.

명령을 받은 100명의 기마 병사들이 마을로 말을 몰아 빠르게 진격했다. 생각지 못한 기습적인 공격을 당하자 놀란 몇몇 여진족들이 무기를 들고 저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늦게 합류한 여진족인 이등병들이 활을 쏘아 모조리 죽였다.

하후돈과 장익덕은 반월도를 높이 들고 지휘했다.

“접전하지 말고 활로 사살해.”

쉬익!

“크악!”

쉬익!

“크악!”

방어시설이 전혀 없는 상대라 분대원들이 날린 10여발의 화살에 의해 하나 둘 꼬치가 되어 죽었다. 또는 제일 나중에 합류한 여진족들이 지닌 반월도나 또는 단창에 의해 무참히 죽어갔다.

마을에서 제일 큰 집으로 가자 부족장과 그의 수하들은 술에 취해 여자들을 껴안고 너부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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