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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129화 (129/519)

129화

“한 장군은 최 사정이 지금 함경도의 어디에 가 있는지 짐작하거나 혹시 그에게서 보내 온 소식이 있나?”

“전하, 그는 지금까지 소신에게 개인적으로 소식을 알린 경우가 전혀 없었습니다. 소신의 짐작으로는 덕원부에서 사라졌다면 지금쯤 압록강 근처나 백두산 자락으로 가고 있을 겁니다.”

“무슨 일로 그곳에 갔다고 짐작하는 건가?”

이런 하문에 한정문은 그가 부마도위가 되기 싫어서 피한 것을 짐작했다. 하지만 은근히 노기를 띠는 주상에게 그렇게 답하기는 매우 곤란했다.

잠시 대답을 못하고 침묵했다. 괘씸죄에 걸린 최인범을 위해 적당한 변명거리를 찾는 중이다.

편전은 일순 분위기가 엄숙해졌다. 마치 숨소리까지 옆에 사람들이 알아들을 정도로 고요했다. 주상의 약간 노기어린 물음이라 함부로 답하기 곤란했다.

한동안 침묵하던 한정문은 드디어 적당한 변명거리를 찾아냈다.

“전하, 최 사정은 본시 백두산에서 살았사옵니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백두산을 떠나 풍기에서 정착해 자리를 잡자 백두산에 있는 조상들의 산소를 찾아가 이런 사실을 알리려 그쪽으로 갔다고 짐작되옵니다.”

“그럴 수 있겠군.”

주상의 한정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효를 매우 중시하는 조선은 신변에 큰일이 생길 경우 조상에게 알리는 것이 기본인 예절이다. 그러니 한정문 말대로 효를 중시하면 그 때문에 백두산으로 갈 수 있다고 이해했다.

일단 주상께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한정문은 또 다른 변명을 늘여놓았다.

“전하, 소신 생각에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내년에 무과를 보니 무술 수련을 때문에 다시 백두산으로 가서 입산수도할 가능성이 높사옵니다.”

한정문의 말에 주상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무술이 뛰어난 최 사정이 왜 또 입산수도를 한단 말인가?”

주상의 물음에 한정문은 보다 자세하게 설명했다.

“전하, 소신이 알기로는 최 사정은 수박도의 실력은 조선에서 상대가 없을 정도로 높지만 다른 무술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약하옵니다. 전하! 내년에 무과를 보기 위해 다른 무술을 집중해서 수련하려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고도 짐작되옵니다.”

이런 자세한 설명에 주상의 얼굴이 환해졌다.

“알겠소. 장군의 말을 들으니 조금 이해되는군.”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서 주상은 전에 보고 받은 정보에 대해 다시 하문했다.

“최 사정이 어린 나이로 노련한 것은 백두산에서 동자공을 익혀서 그런지 호적의 나이보다 더 많다던데 그건 어찌 된 일인가?”

의외의 물음에 한정문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전하, 그 문제는 소신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사옵니다. 다만 소신이 알아낸 바로는 백두산에서 산삼을 먹으며 동자공을 익혀 실제보다 젊어 보여 양자로 입적할 때 나이를 많이 내려서 호적에 올린 것은 사실 같사옵니다.”

“본인에게 확인했나?”

“전하!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아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실제로 최 사정의 나이가 5살 이상은 더 많은 것으로 추측되옵니다.”

주상은 한정문의 이런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백두산에서 오래 수련했으니 그렇겠어.’

산삼도 유명세가 있어 백두산에서 캐는 산삼이 제일로 알려져 있었다. 약효가 제일 좋다는 백두산 산삼을 먹고 자랐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장군의 말을 들으니 최 사정이 어린 나이에 바둑이나 무술이 뛰어난 이유가 이해되는군.”

“그렇사옵니다. 그 때문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수하들을 그리 쉽게 다루고요.”

이런 대화를 나누던 주상은 새로 조직된 용호영의 운용이나 훈련 상태가 매우 궁금했다. 조용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장군, 용호영에서 필요한 군마가 많이 부족하다고 하던데 그것은 어찌 확보할 생각인가? 상평통보야 과인이 넉넉하게 보내 줄 수 있지만 말을 사서 보내기는 지금 형편으로 어려운데.”

주상의 하문에 한정문은 즉시 답했다.

“전하! 그 때문에 이번에 호조에서 동여진과 무역을 대폭 늘리기로 해 지금쯤 회령에서는 면포를 팔고 말을 구입하는 교역이 성사되고 있을 것이옵니다.”

“오라, 과인도 그런 보고를 받았네.”

“전하, 동여진에서 말을 들여오면 명나라에서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말은 물론 용호영이나 역참에서 필요한 말들도 충분히 확보될 것이옵니다.”

“알겠소. 명으로 보낼 수 있는 말들이 많아지면 명나라로 사신을 수월하게 보내겠군.”

조선은 명나라와 무역은 대부분 조공 형태다.

흔히 조공이란 약한 나라가 큰 나라에게 무조건 많은 조공 품을 거저 주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명나라와 조선 사이의 조공 무역이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명나라에서 요구하는 조공품을 보내면 명의 황제는 그에 대한 하사품으로 2배는 더 되는 재물을 조선으로 보내 주는 것을 관례로 시행했다. 그래야 황제국으로 제후국을 돌본다는 체면이 서는 것이다.

사실 명나라는 이런 외교방법으로 주변의 작은 나라들이 국경에서 준동하는 것을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들로는 작은 안보비용으로 국경을 안정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조선은 그런 허점을 노리고 명나라에서 3년에 한 번만 조공하라는 요구에 반해 1년에 3번을 조공한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주상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런 관무역인 조공 무역 이외에 사무역도 늘려볼 생각으로 물었다.

“의주에서 활동하는 무역상들의 구모를 확대하는 것은 어떤가?”

“전하, 소신 생각으로 사무역을 너무 확대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많습니다. 자칫하면 명나라의 사치품만 수입해 오히려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가져오는 무역이 될 수 있사옵니다.”

“그렇지만 그거야 조정에서 잘 조정하면 되지 않겠소.”

“전하, 소신이야 그쪽에 대해서는 잘 모르오니 나중에 최 사정이 한양으로 올라와 만나시면 그때 외국과의 교역방법도 물으시는 것이 좋사옵니다.”

“장군은 최 사정을 너무 높이 평가하는 것 같군.”

잠시 이런 대화를 나누던 주상을 우선 당장에 닥친 문제를 생각했다.

명나라에 큰 경사가 있어 보내는 진하사(進賀使)를 보내야 한다. 그래서 명으로 보내는 사신단에 한정문을 포함시켜 보낼 생각이라 물었다.

“장군, 올 겨울에 명나라로 출발하는 진하사에 그대도 포함시켜 보낼 생각이니 용호영은 그때까지 잘 조직해 놓도록 하게.”

“명을 따르겠나이다.”

주상은 잠시 생각하다가 굳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지시했다.

“이번에 보내는 사신단에는 역관을 비롯해 이번에는 별도로 무역상도 같이 보낼 생각이니 잘 참고해서 적당한 상단을 미리 선정해 놓고.”

“에이. 명을 따르겠나이다.”

“최 사정이 자금을 투자해 운영한다는 백두상단을 잘 살펴서 그들에게 그 일을 맡겨보게.”

주상은 이미 최인범을 부마도위로 점지했다. 나중에는 힘들지만 지금은 그에게 큰 부를 가져올 수 있도록 명나라와의 무역을 허락하는 것이다.

최인범이 빨리 한양으로 오면 한정문과 같이 명나라로 보낼 구상을 했다.

조선과 명나라 사이의 조공무역은 상당히 이득이 많은 공무역이다. 그리고 조공을 떠나는 사신 행렬을 수행하는 역관들은 공무역 이외에 사무역도 행하고 있었다.

주상은 역관들이 하는 소규모의 사무역 이외에 대규모인 상단을 사신단에 딸려 보낼 예정이다. 조선에서 필요한 물자를 들여오자면 그런 방법이 제일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하, 의주에서 교역량을 늘리려면 명나라에서 제일 선호하는 교역품인 말들을 동여진에서 더 많이 들여와야 되겠습니다.”

“그래야 되겠지.”

동래부사의 장계에 의하면 왜에서는 호피는 이제 더 이상 보내 달라고 독촉하지 않았다. 대신 말을 보내 달라고 하니 그것도 참고해서 동여진에서 말을 많이 들여와야 된다.

“왜인들까지 말을 우리에게서 사려고 하니 말이 너무 부족하군.”

“전하, 회령에서 말을 들여오게 되면 모두 해결될 것입니다.”

“장군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우선 명나라로 말을 보내고 다음에 왜로 보내도록 하지.”

왜는 한창 전국시대로 영주들끼리 끝없이 전쟁을 벌이다 보니 군마의 수요가 급증했다. 그러자 왜는 때로 전라도 남해안에 있는 말 목장이나 또는 제주도로 침탈했다. 수시로 해안으로 접근해 말이나 사람 그리고 군량미인 미곡을 약탈하는 행위를 여전히 벌이고 있었다.

명나라나 왜와의 교역품으로 말이 크게 부각되었다. 또한 조선 자체에서도 기마부대의 창설과 역참 시설의 보강 등으로 말의 수요가 급증해 가격이 점점 오르는 추세다. 이런 시기에 명나라에서 많은 말을 보내라는 요구가 있자 조정은 말의 확보에 전전긍긍했다.

주상은 편전에서 한정문을 만나고 나자 중궁전으로 갔다. 최인범이 한양으로 쉽게 올 것 같지 않아 중전을 만나 그를 만나는 것은 추후로 미뤘다고 전할 생각이다.

중궁전으로 들려 공주들도 부르고 나서 후원으로 갔다. 후원에 있는 작은 정자에 앉아 연못에서 돌아다니는 비단잉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중전, 아무래도 전에 내가 말한 최 사정은 쉽게 한양으로 올라오기 어렵게 생겼소. 증전, 연못에서 사는 잉어가 어디로 가겠소. 그러니 최 사정은 내년에는 꼭 만날 수 있을 거요.”

“전하, 그가 쉽게 한양으로 오지 않는 것은 혹시 부마도위를 원치 않아서 그런지요?”

“아직은 본인의 의사는 전혀 모르니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이 무렵. 최인범의 지시를 받은 백삼수는 많은 면포와 소금을 가지고 멀리 두만강 가에 있는 회령에 도착했다. 이곳을 동여진과 국경을 접해 있는 곳이다.

북쪽의 동여진과 거래는 이곳 회령을 통한다. 백삼수는 이곳에 도착하자 한양에서 발급 받은 무역 허가증을 도호부사에게 제출했다. 서류를 살핀 도호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면포와 소금을 팔고 말을 대량으로 들여온다고?”

“예, 일부는 용호영으로 보내야 하옵니다.”

“조정에서 발급한 허가장이 있으니 두만강을 넘어가는 것은 허락하지만 그 이후로 우리의 군사들이 그대들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하니 조심해서 거래해.”

“잘 알겠습니다.”

한양의 조정에서는 이곳 회령으로 명령을 내려 보냈다. 이곳에서 도착하는 백두상단에 최대한 편의를 봐주라는 내용이다.

백삼수는 전에 여진족으로 살다가 조선으로 와서 귀화한 사람을 불러 지시했다.

“자네는 영고탑까지 올라가면서 주변에 사는 자네의 부족들에서 널리 알려. 우리와 면포와 소금을 거래하고 싶으면 말을 가지고 두만강까지 이동하도록 전해. 두만강 북쪽 강변에서 거래할 것이니까.”

“행수님, 잘 알겠습니다.”

아직 명나라에서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말을 몽골에서 함부로 들여오지 않고 있었다. 이유는 여전히 원나라의 후손들인 북원을 경계하기 때문이고 또한 여진족과의 교역도 상당히 꺼렸다.

명나라는 당, 송을 자신들의 조상들인 한족(漢族) 만든 통일된 나라라고 여기고 있다. 그 때문에 송나라를 압박한 여진이 새운 금나라를 배척하는 정서가 강했다. 그래서 명나라는 조선을 중간 무역상으로 삼아 여진족의 말들을 구입해가고 있었다.

이번에 명나라에서 요구하는 말의 수는 1천필이고 호피가 20장이나 되고 인삼도 많이 요청했다. 이득이 많은 공무역이라고는 하나 일시에 많은 말이나 호피 그리고 인삼을 명나라로 보내는 것은 조금 부담되었다.

말이나 호피를 명나라가 유달리 많이 요구하는 이유는 서양인들 때문이다. 얼마 전 무역항인 영파로 들어온 서양인들이 호피를 좋아하자 그들에게 주거나 또는 공주의 혼수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명나라의 세종 즉 가정제는 특별히 불로장생하는 영약을 좋아하는 인물이다. 그 때문에 신묘한 약효가 있다는 조선의 인삼(산삼)을 대량으로 구입하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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