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철퍽! 철퍽!
조금만 빗겨 치면 엉덩이가 심하게 베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백삼수는 크게 비명을 토하지만 엉덩이를 옆으로 틀지도 못했다. 목이 달아날지 모르니 겁에 질려 온전하게 엉덩이를 까고 볼기를 두들겨 맞은 것이다.
지은 죄는 너무도 컸다. 접장이 여동생으로 특별히 대하는 월녀가 묶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은 사건도 너무 큰 죄다. 인삼을 거래하고 회계처리를 안하고 뒤로 이득금을 빼먹은 것은 너무도 중대한 실수다.
사소한 것까지 따질 필요는 없고 전부터 점점 싹수없이 구는 괘씸죄도 포함됐다. 기녀인 풍월을 양반집 며느리로 착각하게 한 죄는 정말 크다.
“너 무슨 의도로 풍월을 내방으로 밀어 넣은 거냐?”
“그거야. 접장님이 너무 외로워해서.”
“지랄하네. 나보고 그걸 믿으라는 거냐?”
철퍽! 철퍽!
“아악! 사실 대로 말할게요. 실제는 풍월이 저를 찾아 왔더라고요. 접장님과 한번 자게 주선해 준한다면 면포를 100필 준다고요.”
“뭐야? 이놈이 나를 창부로 팔아먹었네. 설사 그랬다고 해도 그런 돈을 너만 혼자서 쳐 먹냐? 이건 완전히 기본도 안 된 놈이군.”
듣기에 따라서는 묘하게 들리지만 매질할 핑계를 잡기위해 이렇게 추궁했다. 그러니 10필에 1대씩 추가해서 10대를 더 두들겨 맞았다. 심한 매질을 견디지 못한 백삼수는 결국 앞으로는 월급 이외에 백두상단의 지분을 하나도 차지하지 않겠다고 약조했다.
사실 그동안 뒤로 몰래 빼먹은 재물이 많았다. 그것을 다시 새롭게 정산하기는 곤란해 일괄해서 지분을 회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백삼수는 그런 돈으로 투자한 곳이 있었다.
“어디에?”
“단양에 투자했습니다. 전에 산적과 내통해 장물을 취급하던 곳이 관아에서 압수된 건물을 싸게 팔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을 샀습니다.”
“아! 김 진사라는 장물애비의 집?”
“예, 집이야 크고 좋지만 졸지에 멸문지화를 당한 폐가라고 그 지역의 재력가나 혹은 양반들은 사지 않아서 제가 조금 싸게 샀습니다.”
“그래도 빼돌린 재물이 많이 남는데?”
철퍽! 철퍽!
“아고고. 사실은 안성에도 기와집들을 사두었어요. 거기서 일하는 노비는 모두 단양의 산적들 아내들로 신분이 노비로 처벌을 받은 여자들이고요.”
“무당은?”
“무당은 졸지에 관노비로 변해 한양으로 가서 기생 짓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됐군.”
강제로 납치되어 산적의 아내가 되었다지만 아이까지 낳고 살았다고 해서 결국 도적의 무리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그래서 모조리 신분을 노비로 만들었다. 모두 20명이나 되고 아이들도 있었다.
백삼수는 두 곳에 각기 10명씩의 여자를 상주시켜 관리하고 있었다.
“접장님, 그 집은 그저 백두상단의 거점으로 활용하려고 산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한 번만 봐주세요.”
“그래서 네가 보기에 그런 재산은 네 것이라고 보냐?”
“아닙니다. 소인의 몸이 접장님 소유인데 그 재물도 모두 접장님 것이죠. 언제든지 필요하시면 모조리 팔아서 내놓겠습니다. 저야 배도치나 분대장처럼 그냥 소유권을 잠시 가지고 있는 관리인일 뿐입니다.”
“안다니 다행이군.”
매질을 가할 때마다 자꾸만 재물이 불어나니 매질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동안 뒤로 빼돌린 모든 재물은 임시로 백삼수가 보관하는 재물로 정리되었다.
오줌을 지릴 정도로 볼기를 흠씬 얻어터지고 나서야 겨우 매질은 끝났다.
“삼수, 앞으로 잘해.”
“넷! 명심하겠사옵니다.”
“너, 공연히 고자질했다고 월녀를 구박하거나 이상한 행동하면 죽을 줄 알고. 네 행적을 월녀만 나에게 말하는 것은 아니니 그 점을 항상 명심해.”
“예!”
단단히 혼내고 나서 최인범은 부하들이 기다리는 곳에 먼저 돌아왔다. 그러자 백삼수가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숲에서 나왔다.
날이 이미 어두워진 상황이라 백삼수는 최인범이 머무는 천막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호되게 때릴 때는 언제고 최인범은 백삼수를 엎드리게 하고 크게 외쳤다.
“엄살 부리지 말고 까!”
“에고고, 접장님 너무 아파요.”
엉덩이에 호랑이 약을 발라주었다. 쓰리고 아프니 그 때문에 여자의 토하는 것 같은 요상한 비명소리 또한 남들이 들으면 정말 괴이했다.
“아잉! 에고고. 저 진짜 아파서 죽겠어요.”
최인범은 전부터 궁금한 백삼수의 과거에 대해 물었다.
“너, 여장하고 방물 장수하면서 부잣집 안방으로 들어가 농락한 여자들이 많지? 그런 짓 벌여서 당한 여자들을 협박해서 재물을 쉽게 모은 것이고.”
이렇게 꼭 집어 지적하자 백삼수는 더는 감추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질 직고했다.
“예, 하문하신 그대로 저에게 당한 안방마님들이 제법 많아요. 하지만 여자들을 협박해서 재물을 갈취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룻밤이라도 서방 노릇을 진짜로 잘해 줬다고 객지서 떠돌면서 고생하지 말라고 재물들을 줘서.”
“이놈아, 그게 그거지. 네 물건은 강도가 든 칼보다 더 무서운 흉기야.”
“아, 그건 또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군요. 어떤 여자는 제발 그만 하라고 사정하며 정신없이 폐물을 주기도 했으니까요.”
자신의 숨겨진 비밀을 모두 털어내려고 결심한 백삼수는 슬며시 입을 열었다.
“접장님, 삼수라는 제 이름은 사실 처음으로 접했던 방물어미가 지어준 이름입니다.”
“뭐? 방물어미가?”
“예, 처음 시작은 방물어미가 저와 접하고 나자 여장하며 돌아다니면서 그런 짓을 하도록 계획했죠. 그래서 시작된 일이고요. 방물어미가 장사를 다니며 깊은 내막을 알고 있던 혼자되거나 남편이 있어도 시원치 않아 밤이 너무 외로운 여자들에게 슬며시 저를 소개해준 겁니다.”
“그래서. 하필이면 왜 삼수야?”
“그야 저와 접한 여자들이 세 번 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삼수로 지었어요. 한 번은 처음으로 접해보는 너무 큰 놈이라 아파서 울고 두 번째는 너무 좋아서 울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그런 큰 물건이 꽉 찼다가 홀연 빠져 나가서 너무 서운해서 운다고요.”
“별 미친 소리가 다 있네.”
“아무튼 접장님도 나중에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
“그래서 그 동업자이던 방물장사는 어찌 되었냐?”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알았어. 네 놈이 하는 행동으로 보아 가히 짐작이 간다.”
보나마나 방물어미의 거래처를 모두 알아내고 나서 자신의 비밀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 소리 없이 죽여 파묻어 버렸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백삼수는 본시 간덩이가 여자들 보다 적지만 필요하다면 언제고 살인을 저지를 냉혹한 놈이기 때문이다.
잠시 이런 생각을 하며 침묵하다가 이런 놈은 다독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부드럽게 말했다.
“삼수야,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아내나 누가 주변에 있는 것도 아니니 내 재물이 네 것이나 다름없지. 너나 월녀는 모두 천애고아라 나와 똑 같은 처지야 굳이 머리 아프게 돈 뒤로 빼지마라.”
부드럽게 말하자 백삼수는 문뜩 혈육의 정을 느꼈다. 다소 모질지만 못된 아우를 혼내는 엄한 형 같이 느낀 것이다.
“삼수야, 차라리 재물이 필요하면 나에게 언제든지 말해서 타가던가 아니면 월급을 더 올려 달라고 해. 네가 그런 식으로 백두상단의 이익금을 몰래 도둑질하면 언젠가 네 부하들도 똑 같이 해. 그러니 정상적으로 회계처리 하는 것이 좋아.”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일단 달래고 나자 백두상단의 업무에 대해 지시했다.
“이번에 함경도 회령까지 올라가서 여진족에게 말을 많이 사와. 물론 면포야 비싸게 팔릴 것이고. 그곳에서는 말이 조선에 비해 엄청나게 싸니 최대한 말을 많이 가져오면 군사들을 기마병으로 양성하려는 조정에서 사게 될 거야. 물론 일반인에게 팔거나 농장에서 사육해도 되고. 그리고 착호부대원들도 늘고 너도 상단 직원들에게 말을 줘야하니 필요할 것이고.”
“잘 알겠습니다. 회령까지 가서 좋은 말을 많이 사오도록 하죠.”
이렇게 상단의 업무에 대해 지시하고 최인범은 백삼수의 장기인 물건에 대해 생각했다.
최인범은 백삼수의 무섭게 생긴 물건도 잘만 쓰면 아주 좋은 무기라고 판단했다. 칼이 사람을 살리기도 또는 죽이기도 하는 물건이다. 그러니 백삼수의 흉측한 물건도 잘만 활용하면 뭔가 꼭 필요한 때 아주 절절하게 잘 써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네 물건도 내 것이니 잘 간수해. 내가 필요하면 써먹게.”
“예, 언제고 제가 필요하면 불러만 주세요.”
“같이 덕원부로 왔던 행정병들은 모두 풍기로 돌아가서 배도치와 합류하라고 전하고.”
“예. 물론 남들에게는 비밀로 해야죠?”
“당연하지.”
다음날 백삼수는 엉덩이가 아파 말에 오르지도 못하고 끌고서 덕원부로 터덜터덜 돌아갔다. 그러자 이를 바라 본 부하들은 나름 생각했다.
‘저런 괴상한 형벌도 다 있군.’
오해인지 착각인지 모르지만 큰 물건에 뒤치기를 당하면 무척 아프기는 할 것 같았다. 최인범은 부하들이 어찌 생각하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명령했다.
“마 병장! 출발 준비는 모두 끝났나?”
“넷!”
“혹시 빠진 것 없나 확인하고 바로 북쪽으로 이동해.”
잠시 뒤에 최종 점검을 마친 칠복이 형제는 풍산개 2마리와 같이 빠르게 북쪽으로 떠났다. 이어서 최인범과 부하들은 칠복이 형제가 사라진 북쪽을 향해 천천히 가고 있었다.
떠날 준비가 완벽하다고 판단했으나 그것이 아니었다. 꼭 필요한 밧줄이 너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칠복이 형제에게 지시했다.
“앞으로 이동하는 중에 마을이 보이면 당집을 찾아. 그래서 당집에서 쓰는 밧줄을 사와. 그리고 검은 천도 많이 사오고.”
“알겠습니다.”
급할 이유가 전혀 없으니 최인범 일행은 느긋했다. 은밀하고 주변에 사냥물이 있으면 며칠씩 한곳에 머물며 사냥도하고 훈련하며 계속해서 북쪽으로 이동했다.
왕권 국가에서 군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 법령에도 없는 괘씸죄에 걸리면 졸지에 어찌 된다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이런 결정이 얼마나 큰일을 벌이는 짓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서서히 왕조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반골 기운을 드러내고 있었다.
덕원부를 출발해 북쪽으로 이동하던 최인범 일행은 드디어 풍산에 도착했다. 풍산 근처에 숙영지를 만들고 나자 최인범은 보급병에게 지시했다.
“임 상병, 각자 가지고 있는 면포를 모조리 수거해서 풍산 시장에서 팔고 그 대신 품종 좋은 풍산개와 콩과 보리를 사와.”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