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120화 (120/519)

120화

“와! 호피다!”

최인범만 함경도로 가서 호랑이를 잡는 일로 걱정한 것은 아니다. 부하들 역시 은근히 걱정하던 중이다. 의외의 장소에서 많은 호피를 건져 올리게 되자 환호성을 토했다. 많은 재물이 공짜로 생기자 좋아했다.

“우선 바위에 널어!”

이런 지시에 백정 밑에서 일해 가죽에 대해 잘 아는 장익덕이 급하게 말했다.

“소대장님, 가죽은 잘 펴서 널어야 됩니다. 바위보다는 백사장으로 가져가 단창으로 건조대를 만들어 너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더 빨리 마르고요.”

“알았어. 그럼 가죽들을 가져가 널어.”

“넷!”

부하들은 빠르게 호피를 백사장으로 가져가 단창으로 급하게 만든 건조대에 널었다.

모두 널고 나서 그제야 호피 수를 세어보니 무려 20장이다. 조정에서 호피 한 장당 면포 500필씩 사들인다고 했으니 무려 1만필의 면포가 생겼다. 실로 엄청난 재물이 그냥 굴러온 것이다.

막상 이런 계산이 나오자 최인범은 고민했다.

‘이것을 조정으로 모조리 보내면 너무 많은 면포라 분명히 여러 말들이 생길 거야. 어쩌면 물건 주인인 왜놈들이 분실된 물건이라며 돌려달라고 하게 될 것이고.’

그러니 오늘 호피를 습득한 사실은 비밀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안 된다. 그래서 급하게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빨리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해. 호피의 비밀이 외부로 새어 나가면 안 돼.”

“알겠습니다.”

부하들도 뭐 때문에 이러는지 알고 급하게 말을 타고 흩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곳에 널려 있는 호피가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 넓게 퍼졌다.

무조건 좋아만 할 사안이 아니라 최인범은 장익덕에게 지시했다.

“다시 포장해도 될 호피는 바로 모포로 말아서 포장해.”

“넷!”

다소 긴장한 상태로 호피들이 빨리 마르기를 기다렸다.

조금 지나서 호피의 상태를 살펴 모포와 같이 둘둘 말아 말 등에 올려놓았다. 한사람이 모포 2장이 기본 장비라 모든 호피는 모포와 같이 말렸다.

‘이제야 조금 안심되는군.’

외곽 보초를 서지 않아도 되자 부하들은 모두 모여 밥을 먹었다. 반합에 쌀을 넣어 만든 밥을 퍼먹으며 권영묵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대장님, 저 호피들을 어찌 처분하죠? 더구나 강원도에는 호랑이도 별로 없을 것이라 잡았다고 하기도 곤란한데요.”

“함경도로 가져가 거기서 잡았다고 해야지. 호피가 너무 많아 모두 조정으로 보내기는 곤란해. 그러니 조정이던 어디든 분산해서 판매해야 돼.”

“그렇군요.”

“오늘 일은 우리 이외에는 아무도 몰라야 돼.”

“그러네요. 비밀이 새나가게 되면 분실물이라고 구분해. 물건 주인인 왜인들이나 혹은 조정에서 약간의 보상금만 주고 차지하려고 할 겁니다.”

잠시 생각하다가 칠복이 형제에게 지시했다.

“너희들은 울진으로 가서 백두상단을 찾아서 백삼수만 이리로 오라고 전해. 또 호피를 넣을 나무상자도 충분히 구해서 오고.”

“넷!”

일단 백두 상단을 여기로 불러서 그들에게 일부를 넘겨 왜로 다시 판매해볼 계획이다. 호피 판매대금은 모두 부대원들에게 분산해서 농토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3명의 행정병을 불러 조용히 물었다.

“자네들 명의로 풍기군에 농토가 있어도 상관없지? 집안도 모르게.”

“예, 농토를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습니다.”

명의를 행정병들에게 해놓으려는 이유는 그래야 재산의 분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기본적으로 재력이 있으니 남들의 의심을 피할 수 있다. 또한 3명에게 재산관리권을 넘겨줌으로 지금보다 더욱 긴밀한 관계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너희들은 모두 면포 1천필 씩을 가지고 농토를 구입해. 나는 2천필로 농토를 살 것이니까.”

“알겠습니다. 농장 근처의 농토를 사면되겠군요.”

“아무래도 그래야 되겠어. 그래야 관리가 편할 것이니. 논도 좋지만 인삼을 재배하기 좋은 밭이나 과수원을 만들 밭도 좋고.”

“그런 토지가 있는지 잘 찾아보죠.”

일단 조정에서 구입한다는 1장당 면포 500필로 계산해 10장을 백삼수에게 넘겨 판매할 생각이다.

그래서 백삼수가 동래로 가져가 판매하기로 정했다. 사무역(밀수) 방법으로 왜로 고가에 판매하거나 또는 동래부에 정상적으로 납품하던 상황을 봐서 처리하도록 결정했다.

사무역(밀수)으로 판매하면 많은 차익금이 생기니 그런 면포는 모두 백두상단의 수익으로 넣어야 한다.

점심때가 되자 백삼수가 말을 타고 도착했다. 구해서 오라는 나무상자는 구해오지 않고 커다란 삼베 자루만 20개를 가져왔다.

“접장님, 나무상자는 남들의 눈에 뜨이니 호피는 삼베자루에 담는 것이 좋습니다.”

“알았어. 그럼 호피 10장만 우선 챙겨서 백두상단은 바로 동래로 떠나.”

“알겠습니다. 내려가는 길이니 이리 오라고 연락하죠.”

“동래에서 호피를 판매하고 쉽게 팔리는 물건을 사서 다시 풍기로 돌아와서 지금 발행하는 어음을 모두 회수해.”

이런 지시를 옆에서 듣고 있던 권영묵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대장님, 어음을 주고 전답을 사라고요?”

“당장은 그렇게 해도 큰 문제는 없어. 신용이 좋은 백두상단의 어음이라 풍기에서는 그 어음을 받고도 전답을 팔게 될 거야. 그리고 풍기의 동물농장에도 조금의 여유자금은 보유하고 있으니까. 백두상단 어음이 아닌 현물인 면포로 거래를 원하면 그곳에서 잠시 빌려도 되고.”

“알겠습니다.”

백삼수는 호피가 20장이나 되자 나머지 처분이 궁금해서 물었다.

“접장님, 그런데 나머지 호피는 어쩌죠?”

“나머지는 덕원부에서 팔게 될 거다. 백두상단은 동래에서 풍기로 돌아와 지금 발행한 어음을 모두 회수하고 다시 한양으로 올라와 장사하고 물건을 사서 덕원부로 와.”

“넷!”

“우리는 그때쯤이면 우리는 백두산에서 사냥을 끝내고 덕원부로 갈 것이야. 백두산에서 잡은 호피와 다른 가죽을 받아서 한양으로 가져다 팔거나 관아로 넘기면 되고.”

“아하, 그러면 큰 문제가 없겠네요.”

먼저 전체적인 판매 방법을 지시하고 나서 추가해서 지시했다.

“한양에서 덕원부로 올 때는 백두상단의 자금을 모두 투자해 면포를 대량으로 가져와. 덕원부나 또는 함경도 지역은 면포 가격이 한양보다 비싸니 충분히 이득이 남을 거야.”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농토를 사고 싶다고 해서 쉽게 사지는 것은 아니다. 구입대상인 농토를 찾거나 흥정할 시간이 필요했다.

권영묵에게 면포 5000필의 어음을 넘겨주며 지시했다.

“이 면포 가지고 가서 행랑아범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각기 면포 1000필씩으로 재주껏 농토를 사. 나머지 2000필은 행랑아범에게 칠복이와 팔복이 앞으로 농토를 사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하지만 농토를 빨리 사면 저희들은 어쩌죠?”

“만약 백두상단이 풍기로 다시 돌아왔을 때까지 농토 구입을 끝내면 상단을 호위하면서 한양을 들려 덕원부로 와서 합류하면 돼. 그때도 상황을 봐서 백두상단을 호위해 다시 한양으로 돌아가던지 하고.”

“소대장님, 만약 농토 구입이 늦으면 어쩌죠?”

“만약 풍기에서 농토 구입이 백두상단의 도착보다 늦어지면 한양으로 가지 말고 지금 이동하는 방법으로 덕원부로 와서 우릴 기다리면 돼.”

“넷!”

지시를 받은 권영묵이 다른 2명의 행정병들과 같이 다시 풍기군으로 돌아갔다. 다들 신속하게 처리할 임무라고 판단해 동작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이 떠나고 나서 초저녁이 되자 백두상단의 무리가 떼를 지어 도착했다. 백두상단은 전보다 규모가 커져 5명의 판매사원 이외에 호위무사를 겸한 상용인부(견습사원)가 30명이나 되었다.

최인범은 따로 만난 백삼수에게 다시 물었다.

“백 행수, 동래로 가면 왜와 사무역이 가능하냐? 대충해서는 안 되니 정확하게 말해. 허수로 말해서 나중에 말썽이 생겨 머리 아프게 하지 말고.”

“넷! 전에 인삼도 사무역으로 거래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호피를 5장을 더 가지고 가서 왜 상인들에게 팔아. 5장의 호피를 판 자금은 모두 백두상단의 자금으로 넣고. 앞으로 백두상단의 자본금은 관포 5000필로 계산하면 돼. 이득금을 나누는 지분은 전과 똑 같이 하고.”

“잘 알겠습니다.”

당초 백두상단의 자본금이 관포 2000필이었다. 백두상단은 백삼수가 주도해 그동안 각종 판매 사업을 벌여 많은 이득을 보았다. 지금은 자본금을 2500필로 늘려놓았다.

앞으로 당분간은 간섭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

멀리 떠나게 되자 월녀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백두상단의 서기로 회계를 담당하는 월녀를 따로 만나서 조용히 지시했다.

“월녀야, 앞으로 백삼수를 상단의 우두머리인 행수로 칭하고 월급은 면포 30필로 올려. 지금까지 배도치나 분대장들에게 주던 월급은 주지 않도록 해. 착호부대 운영은 이제 상단과는 완전히 분리하니 그렇게 알아.”

“알았어요.”

“5명의 사원들은 앞으로 너도 같이 계장으로 올리고 견습사원 30명에서 우선 10명을 선발해 사원으로 올리도록 백 행수와 상의해서 시행하고. 혹시 내 생각과 다르면 지금 말하고.”

월녀는 이런 지시에 잠시 생각하더니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오라버니, 제가 상단을 따라다며 보니 지금 당장 사원을 계장으로 올리는 등의 진급을 시키기보다 조금 더 있어야 될 것 같아요.”

“그건 왜?”

“오라버니. 지금 백두상단은 견습사원과 호위무사의 구분이 거의 없어서요. 제 생각에는 호위무사를 먼저 사원으로 만드는 것이 급해 보여요.”

하필이면 호위무사를 우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조금 이상하게 생각해 물었다.

“그래야 되는 이유가 뭐냐?”

“백두상단은 소매보다는 도매로 거래하기 때문에 5명의 사원만 있어도 충분하거든요. 그러니 인부와 똑 같이 일하고 밤에는 보초 업무도 전담하는 호위무사들이 더 힘들어 보이거든요.”

월녀의 말을 듣자 최인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월녀의 말이 사실이면 견습사원보다는 호위무사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더 고생을 많이 한다.

‘그런 식으로 호위무사를 홀대한다 말이지. 백삼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군.’

아무리 산적들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상단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도적이란 반드시 허술한 틈을 노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심하게 준동하지 않는 것이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리고 완전히 사라진 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언제 어려운 농민이나 화전민이 산적으로 변할지 모르는데. 백삼수가 호위무사들을 너무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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