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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91화 (91/519)

91화

최인범은 크게 외치고 단창 두 개를 들고 대나무가 가득한 숲속으로 빠르게 내달렸다.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 개들이 짖는 방향이다.

200미터를 질주하자 풍산개들이 이제 막 성숙해진 호랑이를 보고 짖고 있었다.

왈왈! 왈왈!

풍산개들은 본능적으로 호랑이가 자기들 보다 강한 상대라는 것을 아는지 덤벼들지는 못했다. 그저 10-15며 미터 정도 떨어져 매섭게 짖어댔다.

당황한 호랑이는 ‘크르릉! 크르응!’ 하며 으르렁 거리고 이쪽저쪽으로 방향을 틀어가면서 도망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호랑이는 4마리의 풍산개가 동시에 달려들까 겁이 난 것이다.

그러자 풍산개들은 흩어져서 교묘한 방법으로 도망치려는 호랑이의 길목을 차단하며 짖었다.

최인범이 제일 빠르게 도착하고 바로 옆에 칠복이 형제가 도착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거의 동시에 들고 있는 단창을 호랑이에게 힘차게 던졌다. 거의 본능에 가깝게 반응해 공격했다.

획! 휘릭! 쉬익!

15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라 쇠로 만든 날카로운 단창들은 모두 호랑이 몸에 깊숙하게 박혔다.

“크아앙! 크앙!”

몸에 3개의 단창이 박혀버린 호랑이는 몸에서 붉은 피를 흘리며 아주 크게 비명을 토했다. 땅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버럭 거리던 호랑이는 이윽고 거친 숨을 마지막으로 토하더니 잠잠해졌다.

호랑이가 숨을 멈추고 나자 그제서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어라! 벌써 잡았어.”

“호랑이 잡는 귀신들이군.”

3개의 단창이 박혀 있는 모습을 바라보던 병사들은 혀를 찼다. 소대장의 무용도 뛰어나지만 어린 칠복이 형제의 담력이나 단창 투척 술에 다들 놀라는 것이다.

‘단창을 던져 산적도 잡았다고 하더니 진짜로 대단해.’

사실 칠복이 형제는 단창을 던져 산적을 잡고 나서 자신감이 팽배해져 이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졌다. 주위에서 자꾸 칭찬을 하자 그동안 단창 투척 연습을 남몰래 많이 했었다. 단창에 달린 끈의 지래 작용으로 멀리 날아가는 효율성을 완전히 터득했다.

최인범은 자신은 이미 사용으로 벼슬을 했으니 더 이상의 벼슬이 높아지는 것은 아직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급하게 달려온 행정병에게 지시했다.

“행정병! 칠복이가 두 번 던지고 팔복이가 하나 던져서 호랑이를 잡은 것으로 기록해.”

“넷!”

노비신분에서 벗어나는 면천이란 주인의 마음에 후하다고 해서 그냥 면천시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노비가 나라에 어떤 공을 세워야 면천이 허락된다.

칠복이 형제는 전에 산적을 같이 잡았고 이번에도 호랑이를 잡아 점점 공이 쌓였다.

아직 노비가 산적이나 호랑이를 잡을 경우에 대한 조정의 지침은 없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노비가 잡은 것으로 공적기록에 남길 어리석은 주인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부대의 활동 상항을 보고하며 내용을 넣으면 자연히 면천에 대해 거론되겠지.’

최인범은 어둠이 깊어지는 야밤이라 더 이상 대나무 밭에서 수색작전을 펼치기가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모여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다들 원대 복귀해. 또 호랑이가 출몰할지 모르니 보초를 잘 세우고.”

“넷!”

이렇게 말하고 부하들을 살펴보니 인원수가 어째 부족해 보였다. 30명 정도만 보이고 20여 명은 보이지 않았다. ‘어라? 왜 다 안 왔지?’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며 급하게 다시 명령을 내렸다.

“잠깐! 행정병! 여기서 각 분대별로 인원 파악해.”

“넷!”

잠시 뒤에 행정병이 다소 늦게 도착하는 부대원까지 파악해 보고했다. 소대본부에 속한 병사들이나 구종이야 본시 제자리를 지켜야 하니 따질 것이 없었다. 그리고 분대별로 한명씩 남아 있어야 되니 그 인원을 빼도 서너 명이 모자랐다.

“빠진 놈이 누구야?”

“소대장님, 배도치 반장, 민정만 분대장, 그리고 김이생 분대의 궁병 두 명이 빠졌습니다.”

“네 명은 근무지에서 무단이탈로 기록해.”

“넷!”

“행정병과 김이생 분대장이 책임지고 소재를 파악해서 끌고 와!”

“넷!”

대나무 숲에서 인원파악을 끝내고 호랑이를 들고 숙영지로 돌아왔다.

잠시 뒤에 칠복이 형제가 간과 심장을 가져오자 그것을 날로 먹으며 일부는 녀석들에게 넘겨주었다.

“너희들도 호랑이 잡느라 고생했으니 어서 먹어.”

“넷!”

풍산개들에게는 육포를 던져 주었다. 이유는 사냥개에게 날고기 맛을 들이면 안 되기 때문이다.

최인범은 이런 정도라면 앞으로 호랑이 사냥은 굳이 함정을 파느라 고생을 안 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부대원들에게 참호를 구축하는 훈련을 겸해 깊은 함정은 파도록 지시할 생각이다.

‘야전삽으로 땅을 파는 삽질도 군사훈련이야.’

호랑이 사냥만 염두에 두고 하는 군사훈련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상황에 따라 각종 훈련을 시킬 계획이다. 잠시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모이지 않았던 배도치와 민정만 그리고 궁병 둘이 행정반으로 왔다.

김이생은 자신의 분대원들에 대해 급하게 변명했다.

“저희 분대원들은 제가 마침 심부름을 보냈었습니다.

“어디로?”

“풍기로 가서 화살촉을 얻어 오라고 보냈습니다. 화살대는 그런대로 시나대를 꺾어 장만이 가능했으나 화살촉은 우선 가까운 풍기에서 가져가려고요.”

이런 변명에 최인범은 화를 버럭 내며 외쳤다.

“뭐야? 부대 이탈을 분대장 마음대로 시켜도 되나? 정상은 참작되지만 그건 월권이니 내일 처리하지. 다른 둘도 내일 처리할 것이니 행정병이 데리고 나가서 말뚝에 묶어 놔!”

“넷!”

이렇게 조치를 내리고 최인범은 그대로 천막 안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졸졸 따라다니는 풍산개들은 모두 천막 밖에서 땅에 코를 처박고 눈을 감았다. 풍산개들은 주인이 자는 천막 주변에서 자면서 보초를 서는 셈이다.

다음 날 날이 밝아오자 무단이탈한 4명과 부하의 이탈을 지시한 분대장에 대한 처벌이 있었다.

전 부대원이 모인 자리에서 판결을 내렸다.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죄로 배도치는 반장 보직의 박탈과 곤장 20대에 이등병으로 강등! 민정만 역시 곤장 20대에 분대장 보직 박탈과 이등병으로 강등! 풍기로 병사들을 심부름 보낸 김이생은 곤장 10대, 부당한 명령을 아무 생각 없이 따른 두 궁병들도 곤장 5대씩! 형의 집행은 의무대에 속한 구종들이 실시!”

“넷!”

“행정병은 이런 사실을 그대로 일지에 기록해.”

졸지에 윤 진사 댁에 있는 찰떡을 치는 넓은 판자를 빌려와 급조된 장형을 내리는 형틀이 만들어졌다. 빌려온 판자는 평소에 찰떡도 치고 보름에는 널뛰기 놀이도 한다.

“쳐라!”

철썩!

“악!”

철석!

“으악!”

홀라당 까발려진 볼기에 왕대나무 몽둥이로 구종들이 힘차게 내려쳤다.

배도치는 엉덩이를 널뛰듯이 위로 튀기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가 근무지를 이탈한 것은 죽죽이 주막으로 가서 주모와 신나게 정사를 벌였기 때문이다.

방심하고 있다가 제일 처음으로 치도곤을 당한다. 부대의 군기를 잡을 요량이던 최인범의 숨은 의도에 재수 없이 첫 번째로 정확하게 걸려든 것이다.

‘측근이라는 녀석들을 이런 정도로 처벌하면 다들 정신이 바짝 들겠지.’

신나게 정사를 벌이고 늘어져 있다가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 출동 명령이 떨어진 것을 전혀 몰랐다.

민정만도 마찬가지로 그는 주막에서 일하는 다른 여자와 정사를 벌였다. 그런 내용을 다 아는 병사들은 대부분 고소하게 생각했다.

‘엉덩이 까고 떡 치기를 너무 좋아하니 밤이나 낮이나 떡을 신나게 치는군.’

어느 놈은 재물이 없어서 술도 한잔을 마음 놓고 입 안으로 넣지 못하는 판국이다. 몰래 뒷돈 챙겨서 술과 고기를 처먹고 더구나 주모와 신나게 떡을 치며 놀아나니 은근히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뒤에서 수작을 부린 백삼수는 주막의 문에 숨어서 바라보며 덜덜 떨었다.

‘내가 배도치를 꼬여서 벌어진 일인데 정말 큰일이야. 나도 엉덩이 까고 엎어지라면 어쩌지.’

착호부대를 슬슬 따라가면서 쉽게 돈을 벌어 보려고 했더니 일이 처음부터 꼬였다. 아무래도 뭔가 획기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접장의 동자공이 허물어져야 자신의 미래가 순탄할 것 같았다.

한참을 고심하던 백삼수는 담장너머로 곤장을 맞는 모습을 바라보는 윤 진사 댁 딸과 며느리 그리고 부인인 여자들을 발견하고 문뜩 아주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좋았어. 그렇게 하면 아무리 접장님이 동자공을 익히는 도사 할아비라도 그런 여자에게는 쉽게 넘어가게 될 거야.’

이렇게 판단하고 죽죽이 주막을 서둘러 떠났다.

한편 윤 진사 댁 바깥마당에서는 배도치를 비롯해 부하들은 왕대나무 몽둥이로 곤장을 맞았다. 홀라당 까발린 엉덩이에서 붉은 피가 철퍽하니 흐르고 있었다.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하거나 지시한 5명의 부하들을 모조리 매섭게 처벌하고 나자 최인범은 그제야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물건을 만드는 병사들 이외에는 모조리 단창 들고 왕대나무 밭으로 간다.”

“넷!”

군기가 바짝 들은 병사들은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 그동안 훈련도 많이 했지만 군기가 바로서니 동작들은 전에 비해 2배는 민첩해졌다.

최인범은 이제 신뢰감이 생긴 풍산개 4마리를 앞세우고 전진했다.

왕대나무 밭을 수색하기 위해 20명의 병사들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드디어 호랑이를 잡았던 곳에 도착하자 풍산개들이 이곳에 남아 있는 호랑이의 흔적을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킁! 킁! 왈왈!

풍산개들은 왕대나무 밭의 끝인 깊은 산속까지 추적했다. 그러자 양팔로 세 번을 돌릴 정도 굵기인 커다란 나무 밑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본시 멧돼지가 살았던 동굴이다. 하지만 입구에 얼룩덜룩한 털들이 수북한 것으로 보아 이제는 호랑이가 사는 동굴이 분명했다.

“그물을 설치하고 불을 피워!”

최인범의 명령을 받은 부하들은 빠르게 호랑이 굴 앞에 그물을 치고 입구에 불을 지펴 연기를 피웠다. 그리고 다들 초조하게 기다렸다.

한참 시간이 흐르자 어두운 굴 안에서 커다란 호랑이가 빠르게 튀어나왔다.

크아앙! 좌르륵!

튀어나온 호랑이는 그물에 걸려 심하게 요동을 치자 더욱 옥죄어지며 몸통에 칭칭 감겼다. 이때 연기에 질식해 비틀거리는 중개 정도로 자란 새끼 호랑이가 4마리나 안에서 기어 나왔다.

“모두 생포해!”

획! 크앙!

부하들이 급하게 투망질하는 그물을 던져 어린새끼 호랑이들을 잡았다. 결국 어미나 새끼 호랑이는 모두 생포되어 왕대나무로 급하게 만든 우리 속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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