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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88화 (88/519)

88화

이곳으로 몰려온 사람들은 며칠 전 벼락출세한 최인범이 모집한다는 준착호갑사에 응시하기 위해서다. 무과의 초시에 합격한 사람이나 또는 힘이 유달리 좋다거나 건달기가 있는 청년들이 모두 모였다.

이들은 줄을 서서 신청하고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청년들이 대화를 나누었다.

“준착호갑사에 선발되면 군역을 면하게 해준다니 결국 갑사가 되는 것과 똑 같아.”

“아무렴. 무과에 급제해도 자리가 없어 벼슬을 못하니 차라리 준착호갑사가 훨씬 나은 자리야. 더구나 한곳에서 보초나 서면서 말뚝처럼 지내는 것도 아니고 호랑이 잡으러 여러 곳을 수시로 돌아다닐 것 아닌가? 나는 그런 점이 제일 마음에 드네.”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으로 보아 아무래도 방랑기가 많은 청년들 같았다. 그들 주변에는 벼슬하는 지름길로 생각해 나누는 대화도 있었다.

“나중에 종9품인 부사용 정도인 갑사로 만들어 주겠지? 기마갑사도 뽑으려나? 나는 키도 크고 말도 있으니 기마갑사를 하고 싶은데.”

“당연히 기마갑사도 뽑겠지. 최 사용 나리도 기마병을 우선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나저나 소문을 들어보니 이번에 선전관이 와서 주상전하께서 최 사용 나리를 유달리 관심을 둔다고 했다는군.”

“그럼 최 사용 나리는 앞으로 출세는 탄탄대로로 보장된 거네.”

접수처를 향해 길게 줄을 서는 사람들은 누구나 면포 3필씩을 들고 있었다.

시험을 보려면 시간이나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면포 2필을 내야 한다고 모집요강에 적혀 있었다. 면포 1필은 시험을 보는 대기소인 벼락주막에 내는 숙박비이자 경비다.

1차로 보는 시험은 비교적 간단했다.

한 사람이 여러 번 반복해서 볼 수도 있었다. 커다란 나무통 2개로 근처의 냇가로 뛰어가서 물을 가득 담고 와 작은 구멍이 뚫린 대두 2말들이 큰 항아리에 물을 채운다. 그리고 빠르게 군장을 메고 동물농장을 돌아와야 한다. 자기가 담아놓은 항아리의 물이 모조리 사라지기 전에 도착해야 된다.

“헉! 헉! 물이 남았죠?”

“불합격!”

“아고야. 또 불합격이야.”

공개적인 시험이라 부정은 전혀 있을 수 없었다. 너무 성급하게 뛰다가 논두렁에 처박힌 것이 불합격의 원인이라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무로 만든 물통은 무거워 근력이 시원치 않은 사람은 일단 물이 철철 새는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기도 힘들다.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힘과 기동력이 일정 수준은 넘어야 합격이 가능했다.

항아리에 물을 채운 뒤 재빨리 군장을 메고 1킬로미터를 왕복 구보하는 1차 시험에 통과되면 면포 2필을 내고 2차 시험을 볼 자격을 부여 받게 된다.

2차 시험도 비교적 간단했다.

조금 특이하게 생긴 단창을 상당히 멀리 던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지닌 주특기를 펼쳐 보이고 일정 수준이 넘으면 합격이다.

3차 시험은 최종합격을 가리는 면접시험이다. 우선 배도치와 그의 부하들이 만나서 이상이 없다고 보고하면 최인범이 마지막으로 몇 가지를 질문하고 합격과 불합격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자네, 군장을 살 돈은 있나? 구입비용은 면포가 50필이나 되는데.”

“살 수 있습니다.”

최인범은 새로 모집하는 준착호갑사의 군장은 면포 50필씩을 받고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비록 사병에 해당되지만 충성심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개인적으로 돈을 들여 무장시킬 이유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면포가 없는 가난한 사람도 길은 있었다. 백삼수가 뒤에서 군장 살 면포를 고리(高利)로 빌려주었다.

“년 5할입니다.”

“좋아요. 빌리도록 하죠.”

조정에서 주는 녹봉이 전혀 없는 처지다. 그러나 호랑이를 잡으면 조정에서 호피 한 장당 면포 200필로 구입해 준다. 그러니 최인범이나 준착호갑사들이 공동으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호랑이는 뼈나 또는 살코기 심지어 똥도 약재로 쓰기 때문에 잡기만 하면 큰 돈벌이가 된다.

“호랑이도 잡고 사슴이나 다른 것도 잡으면 돈벌이가 되니 면포를 빌려서 준착호갑사가 되어도 버틸 여력은 있어.”

“알았어, 나도 빌려서 해봐야 되겠어.”

경상도 북부 지역은 물론 충청도나 멀리 전라도에서도 준착호갑사가 되겠다고 사람들이 떼로 몰려와 시험을 보았다. 최종합격이 되어도 면포가 없어서 돌아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들 백두상단의 집사인 배삼수에게 고리로 면포를 빌려 개인군장을 구입했다.

결국 부하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소요자금은 2차 시험의 응시자인 500명이 낸 면포 1000필로 충당했다.

속속 3차 시험을 합격하고 사람들이 늘어나자 최인법은 조직을 새로 짤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배도치를 불러 지시했다.

“앞으로 새로 합류한 졸병은 모두 작대기가 하나인 이등병으로 불러. 그리고 기존에 5명은 작대기 둘인 일등병, 너는 세 개인 상병으로 칭해.”

“알겠사옵니다.”

“편의상 민정만 등 5명의 일등병은 분대장이라고 칭하고. 너는 반장이라고 칭해. 다는 그냥 소대장이라고 부르고. 분대장이나 반장인 너는 모두 휘하에 5명씩 두어 분대원이 6명씩으로 해서 36명을 구성하면 된다.”

이런 지시를 받자 배도치는 급하게 물었다.

“소대장님, 분대원의 구성은 제가 임의로 해도 되나요?”

“그건 네가 마음대로 정해.”

“알겠사옵니다.”

배도치가 이런 물음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휘하에는 무술도 뛰어나고 재력도 좋은 반원으로 채워볼 요량이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실적에 따라 상벌을 줄 것 같으니 우수한 반원을 휘하에 두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이제 계급이 생겼으니 실적에 따라 다른 놈들이 나를 추월할 수 있어.’

아무리 허접한 왈짜패의 두목이라도 우두머리를 해본 놈이라 뭔가 달라도 달랐다. 그래서 배도치는 휘하에 말을 가지고 합류한 부하들로 채웠다. 그래서 말을 보살피는 구종도 딸려 배도치의 부하는 10명이 되는 셈이다.

모두들 양민이지만 한다하는 부자인 아비를 두고 무예도 뛰어나 무과를 본다고 설치던 녀석들이다.

최인범은 계급을 나타내기 위해 천으로 만든 작대기인 계급장도 만들어 나눠 줬다. 군복 팔뚝에 그리고 앞가슴과 모자에 부착하도록 조치를 내렸다.

6명씩 6개의 분대가 구성되자 최인범은 그들을 모두 모아 놓고 새로 천막을 치는 시범을 보였다.

“이렇게 2인용 천막 천 4개를 이어서 치면 6명이 충분히 들어가 숙영이 가능하니 한 번 해봐.”

“넷!”

숙영지의 공간이 좁으면 2인용 소형천막을 치고 넓으면 6인용인 천막과 2인용 천막을 치도록 했다. 그래서 2인용 천막은 보급품을 넣어두거나 필요한 군 장비를 넣도록 조치했다. 타지로 가서 어디라도 야영이 가능하도록 숙영에 따른 기본훈련부터 시작했다.

무더운 여름에 실시하는 군사훈련이라 병사들은 무척 힘들어 했다. 밤에는 모기가 극성하지 낮에는 너무 뜨거우니 훈련 성과는 생각 보다 미진했다.

시간은 아주 빠르게 지났다.

시험을 공고하고 선발에 벌써 보름이란 시간이 소모되었다. 그러니 며칠 이내에 기본적인 훈련을 끝내고 평창으로 이동해야 된다.

단 하루라도 늦으면 처음부터 남에게 빌미를 줄 수 있었다.

농장에서 바쁘게 훈련시키는 중에 백삼수가 청년들을 데리고 찾아왔다.

“누구냐?”

“사용님, 저들은 근력도 약하고 몸도 조금 허약해 이번 선발 시험에서 떨어진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왜 데리고 와?”

“사용님, 사용님은 부하가 50명이나 되는 소대장인데 지금처럼 행동하시면 양반들이 깔봅니다. 이 청년들을 옆에 두고 심부름이나 시키는 것은 어떻습니까? 다들 재력이 좋은 유력한 가문의 양반 자제들이라 그래도 쓸 만할 것입니다.”

“내가 정한 선발 규칙을 벌써 어기라는 건가?”

“사용님, 제 뜻은 절대로 그게 아니죠. 군대가 싸움질만 잘해서 모두 끝나지는 않지요. 그래도 사람이 50명인 군대 조직인데 행정업무도 있고 보급 활동도 잘 해야죠. 그리고 주변의 양반들과도 평소에도 잘 지내야 좋습니다. 자칫하면 죽게 싸우고 오히려 양반들이 상소를 올려 비난을 받을 수도 있어요.”

백삼수의 말은 분명 타당성이 있었다. 그러나 표면에 내세우는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했다. 실제로는 다른 이유가 있어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이놈 봐라. 또 수작을 부리네.’

준착호갑사 선발 시험을 보며 면포 2필을 받자고 주장한 것도 백삼수다. 아무튼 백삼수는 돈 버는 대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분명히 부정적으로 뒷돈을 받아 챙기고 청탁하는 것이 확실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소대본부에 최소한 보급병은 있어야 한다. 또한 연락병 정도는 반드시 필요했다. 더구나 조정으로 계속 부대의 근무 상황에 대해 보고해야 된다. 호랑이 추포 작전지역의 관아의 수령과도 협조도 구하려면 한문으로 서류를 작성할 행정병도 필요했다.

군대의 조직을 아무리 야전에서 싸울 전투병으로만 구성한다고 해도 다른 병종도 꼭 필요했다. 이렇게 판단하고 물었다,

“알았어. 몇 명이냐?”

“모두 세 명이지만 말을 돌보는 구종이 딸려 실질적으로는 6명입니다.”

“알았어. 그렇다면 그들도 포함시키기로 하지.”

“감사합니다.”

초조하게 기대리던 백삼수는 엉겁결에 감사하다고 하며 고개까지 숙이며 인사했다. 이것으로 보아 놈이 처먹은 면포의 수가 상당히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넌지시 물었다.

“백 집사, 부대에 자금이 너무 부족한데. 그런 문제는 앞으로 어찌 처리하면 좋지?”

“그야, 제가 알아서 어느 정도 충당해 드리죠. 우선 급하신 대로 면포 600필을 세 명의 양반들이 내놓은 기부금으로 처리하겠습니다.”

“알았어. 그렇다면 당분간은 버틸만하겠어.”

주문했던 개인 장비가 나누어지게 되어 착호부대의 편성은 모두 끝났다.

5개 분대에 총 30명 그리고 반장인 배도치를 포함해 11명, 소대본부 요원에 해당되는 자신과 사노비인 칠복이 형제, 양반자제 3명과 그들의 사노비인 구종 3명을 포함해 9명이다.

이렇게 해서 최인범은 결국 조정에서 한계를 정해 준 총 50명으로 착호부대를 만들었다.

‘더도 덜도 아니게 딱 맞게 조직했어.’

세 명의 양반자제들도 직접 면담해 직책을 주었다. 많은 면포를 기부하고 양반이라는 점도 참작해서 일등병을 주고 보급병, 행정병, 연락병으로 결정했다. 다들 제법 똘똘하게 생긴 20대 초반들이다.

백삼수에게 받은 면포 600필을 보급병에게 넘겨주며 지시했다.

“이 면포를 가지고 꼭 필요한 부대 경비로 지출해.”

“넷! 정확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이런 조치를 내리자 부대를 어디로 이동시키는지 고심했다.

‘어디로 해서 평창으로 가지?’

강원도의 평창군을 가려면 오래 걸어가야 하니 행선지 선정도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죽령을 넘어 단양군, 제천현, 원주목을 거쳐 횡성현을 지나가기로 결정했다. 그쪽이 제일 안전하고 길도 평단한 편이다. 바로 강원도로 가려면 길이 너무 험했다.

행선지를 미리 결정해야 하는 이유는 충청도 관찰사나 경상도와 강원도 관찰사에게도 통보해야 되기 때문이다. 행선지가 결정되나 행정병에게 지시했다.

“행정병, 빨리 세 곳의 관찰사에게 통보할 문서를 작성해. 그리고 조정에도 부대결성과 조직 그리고 이동 상황을 알릴 서류도 작성하고.”

“넷!”

자신이 관찰사나 조정으로 직접 문서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풍기군수에게 서류로 보고하면 그가 책임지고 파발을 이용해 관찰사나 행선지인 관아의 수령에게로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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