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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74화 (74/519)

74화

<점점 강해지는 무력>

다음날 깊은 밤에 뒷마당에서 검술을 수련하던 최인범은 슬며시 벼락주막에서 밖으로 나왔다. 강한 성적 욕구와 더불어 생고기를 먹고 싶어 산으로 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어난 것이다.

터벅터벅.

최인범은 어두운 밤에 슬며시 정자나무 옆의 갈대숲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뭔가 야생동물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사슴인가?’

몸은 어느새 엎드려 기어가는 동작으로 움직였다. 아주 빠르고 은밀하게 사지를 이용해 기어갔다.

이때부터는 이성은 완전히 상실하고 그저 사냥감을 잡고 싶은 욕구만 강했다. 살금살금 기어가는 모습은 마치 호랑이가 먹이를 노리는 모습과 비슷했다.

이윽고 뭔가 소리 나는 곳에 가까이 다가가자 작은 고라니 한 마리가 보였다. 먹기 좋은 사냥감인 고라니를 발견하자 눈에서는 강한 살기가 품어져 나왔다.

푸른빛을 발하는 눈빛으로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와 동시에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렸다. 고라니를 노려보는 눈은 점점 붉어졌다.

잠시 작은 고라니를 매섭게 노려보던 최인범은 빠른 속도로 높이 도약했다, 들고 있던 검으로 고라니의 목을 힘차게 내려쳤다.

휘익!

“타!”

사각! 툭!

단 한 번의 매서운 공격으로 작은 고라니의 목이 싹둑 잘라졌다. 너무 빠른 공격에 작은 고라니는 움찔하는 동작만 보이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완전히 잘려진 긴 목에서 붉은 피를 마구 품어내며 바동거렸다.

최인범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붉은 피를 맛나게 빨아 먹었다.

“후르륵! 후르륵!”

빠르게 붉은 피를 들이마시던 최인범은 다시 배를 갈라서 검붉은 간을 꺼내 급하게 먹었다. 양손으로 잡고 마구 입으로 밀어 넣었다.

“우걱! 우걱!”

간을 먹고 허파와 심장까지 모조리 먹자 그제야 포만감으로 불러온 배를 툭툭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휴우! 이제야 살 것 같네.’

잠시 주변을 돌아보다가 슬며시 목이 잘라지고 배가 갈라진 고라니를 등에 지고 벼락주막으로 천천히 돌아왔다.

“으아악!”

얼굴에 붉은 피를 묻히고 나타난 최인범을 보자 주모와 백삼수가 동시에 크게 비명을 질렀다. 마치 살인귀가 갑자기 나타난 것으로 보인 것이다.

무서운 모습으로 서있는 최인범을 본 두 사람은 계속 비명을 질렀다. 강한 눈빛에서 살기를 느끼고 그 자리에 바짝 얼어붙어 바들바들 떨었다.

놀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최인범은 다소 멋쩍어 피식 웃었다. 입가나 눈에서는 싸늘하고 괴기스러운 강한 살기가 풀풀 풍겼다.

최인범은 자신의 눈빛이 어떻게 변한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다시 씩 하니 웃었다.

‘허억!’

놀란 백삼수는 급하게 숨을 들이마시고 꽁꽁 얼어붙었다. 뒤로 도망치고 싶지만 다리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겁에 질려 눈만 동그랗게 뜨고 멍청하니 서있었다.

“어마야!”

주모는 크게 비명을 토하며 정신없이 부엌 안으로 빠르게 도망쳤다. 마치 맹수가 달려드는 느낌이 들어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붉은 피로 범벅된 얼굴로 웃으니 더욱 무섭고 겁이 났다. 금방이라도 들고 있는 검으로 자신의 목을 잘라 죽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고고.’

주모는 부엌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부들부들 떨었다.

이런 두 사람의 놀란 모습에 최인범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부엌으로 도망친 주모를 따라 들어갔다. 목이 싹둑 잘린 고라니를 풀썩 던져주며 명령했다.

“내일 아침에 먹게 잘 요리해 두세요.”

주모는 덜덜 떨면서 급하게 답했다.

“아! 예! 예! 맛있게 만들겠어요.”

최인범은 부엌의 가마솥을 열고 바가지로 다소 뜨거운 물을 떠서 가볍게 얼굴에 잔뜩 묻은 붉은 피를 씻고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주모는 급하게 고라니를 해체해 군불을 때서 삶았다. 가마솥에 물을 붓고 된장을 그득하게 넣고 삶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전에는 혼자서 호랑이도 잡더니 이제는 고라니도 잡아오네.’

무서운 모습을 보아 겁은 났지만 그래도 고라니 고기 맛을 볼 생각을 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전에는 흔하게 잡히던 고라니지만 요즈음은 사냥꾼들이 호랑이가 무서워 사냥을 전혀 나가지 못하고 있어 귀한 고기다.

따뜻한 온기가 흐르는 방안에는 월녀가 고른 숨을 토해내며 깊이 잠들었다. 아마도 낮에 무술 연습을 하느라 무척 피곤한 모양이다.

최인범은 옷을 급하게 벗고 문 앞에 펴놓은 두툼한 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온돌의 더운 열기로 몸이 점점 나른해졌다. 저절로 눈이 감겼다.

‘아! 좋다.’

따뜻한 느낌이 들어 너무 기분 좋았다.

최인범은 배에 날고기가 가득 찬 포만감으로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쉽게 잠이 들었다. 그가 잠들고 나자 월녀가 슬며시 일어나 앉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라버니가 너무 이상해.’

전과 달리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낮에는 전과 같으나 밤이 되면 아주 무서울 정도로 이상한 눈빛으로 자길 바라보니 때로는 겁이 났다. 그런 강한 눈빛을 받으면 온 몸에서 벌레가 기어 다니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백두상단의 조직원은 어젯밤에 최인범이 잡아온 고라니 고기 때문에 푸짐한 아침상을 받아먹었다. 하지만 최인범은 아침을 전혀 먹지 않고 방안에 누워만 있었다. 뱃속이 여전히 그득해 밥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푸짐한 아침밥을 먹고 나자 최인범은 그제야 일어나 명령했다.

“백 집사는 장사를 하러 나가고 나머지는 다들 뒷마당에 모여!”

“넷!”

뒷마당으로 호위무사로 결정된 배도치와 그의 부하들 그리고 칠복이 형제가 모였다. 월녀도 왔지만 최인범이 다른 지시를 내렸다.

“월녀는 방으로 들어가서 산수 공부를 해.”

“예, 오라버니.”

전에 월녀에게 아라비아 숫자와 아주 간단한 산수를 알려 주었다.

문뜩 월녀에게 구구단을 알려줘야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뒷마당에 모인 부하들에게 기초적인 격투기의 기본 동작을 알려 주고 건넌방으로 들어가 월녀에게 구구단을 적어주며 지시했다.

“너는 계속 구구단을 외워!”

다시 뒷마당으로 나온 최인범은 하루 종일 부하들에게 무술을 지도하거나 자신의 무술을 연마하며 지냈다.

바쁘게 시간을 보낸 최인범은 어두운 밤이 되자 여전히 뒷마당에서 혹독하게 검술을 수련했다.

“탓! 타닷!”

그는 위로 높이 튀어 오르며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전보다 더욱 높이 도약해 장검을 휘두르며 동시에 발길질이나 주먹질을 했다. 어지간한 높이의 담장은 그냥 한손을 집고 쉽게 넘을 정도의 높이 도약하는 재빠른 동작으로 화려하게 무술을 펼쳤다.

스스로 변했다는 것이 실감났다. 이런 정도의 실력이라면 검술이 아니고 격투기로는 조선에서 누구와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느낌이 팽배해졌다. 몸이 변하고 나자 성격도 다소 오만해졌다.

잠시 쉬고 있는 동안 또다시 강한 충동이 피워 오르자 슬며시 벼락주막을 나섰다. 기척도 없이 빠르게 담장을 한 손으로 집고 훌쩍 뛰어넘어 사라졌다.

이때 그런 날렵하게 담장을 넘어 사라지는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던 주모가 기겁했다. 급하게 백삼수가 자는 행랑채로 달려와서 손짓 발짓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백 집사! 큰일 났어! 접장님이 이렇게 담장을 한손으로 집고 훌쩍 뛰어넘어 사라졌어.”

“그래요? 사냥을 하러 나가나보죠.”

“저렇게 혼자서 밤에 나가 사냥을 해? 아직도 근처에 호랑이가 돌아다닌다던데.”

“접장님은 호랑이를 겁내지 않잖아요.”

주모는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백삼수는 흘려들었다. 사실 태연하게 흘려듣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무섭고 떨려 겁에 질렸다.

‘이것 무당이라도 불러 굿해야 하나? 정말 큰일이야.’

벼락주막을 나온 최인범은 마을 외곽인 산자락 근처에서 두리번거리며 살피고 있었다. 낮은 자세로 코를 벌름거리며 두리번거리다 뭔가를 발견하고 빠르게 내달렸다.

사사사삭! 사삭!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은 비호같았다. 그가 노리는 것은 집에서 키우는 커다란 개다. 갑자기 강한 살기를 풍기는 사람이 나타나자 짖으려고 집 밖으로 나왔던 개는 짖어 보지도 못했다.

휘리릭! 싹둑! 툭!

빠르게 개에게 다가가 검을 뽑아 단칼에 목을 댕강 잘랐다. 붉은 피를 흘리며 죽은 개의 간과 심장을 파먹었다. 죽은 개를 들고 주막의 담장을 뛰어넘어 들어왔다.

부엌 바닥에 죽은 개를 풀썩 던져 놓았다. 전날처럼 얼굴에 묻은 붉은 피를 닦고 건넌방으로 가서 잠을 자고 아침이 되어 슬며시 일어났다.

“뭐요?”

“왜 남에 집의 개는 훔쳐와?”

앞마당에서 주모가 누군가와 심하게 싸우고 있었다. 어젯밤에 자신이 죽인 개의 주인인 여자가 나타나 주모에게 ‘개 도둑 년!’이라며 크게 외쳤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자 최인범은 자신이 뭔가 크게 잘못 됐다는 것을 조금 깨달았다.

‘내가 이상하게 변했어.’

밖에서 눈치 빠른 백삼수가 개 주인에게 면포 1필을 넘겨주며 다독였다.

“이것 가지고 가서 강아지를 새로 사시오.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맙시다.”

후하게 죽은 개 값으로 면포 1필을 받자 개주인인 여자는 두말도 안하고 주막에서 빠르게 나갔다.

눈치가 빠른 백삼수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자 뭔가 해결점을 찾으려고 고심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무슨 큰 사건이 또 터질지 모른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좋은 구상이 떠올라 급하게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접장님, 접장님께서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제가 임의로 처리한 일들이 있사옵니다.”

“뭐? 그게 뭔가?”

백삼수는 자신이 최인범의 선산을 최인범 앞으로 돌려놓은 이야기를 했다. 물론 노비나 세 소녀들에 고용계약서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최인범은 다소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죽은 자에게 연고자가 없으면 남은 재산은 모두 국고로 귀속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 처리했어. 최 서방에게 면포를 준 처리도 잘했고.”

일단 백삼수가 처리한 조치들을 수궁해주고 나서 즉시 물었다.

“백 집사! 그것 말고 임의로 처리한 것은 없지? 나중에 나에게 들통 나서 혼날 일이 있으면 이참에 솔직하게 모조리 털어 놔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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