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너희들은 이상하게 변한 접장님이 겁나지 않아?”
“약간 겁이야 나죠.”
“그러냐?”
벼락을 맞고도 살아 났으니 아주 중요한 사건이지만 칠복이 형제나 월녀 그리고 백삼수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백삼수는 두렵지만 월녀가 미음을 가져다 조금씩 넣어주자 잘 받아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조금 겁나지 않아 같은 방에서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아이들은 뒷마당에서 무술 수련에 정신이 없었다.
“탓! 탓! 타닷! 탓!”
아침을 먹고 나자 포졸들과 같이 형방과 병방이 찾아왔다. 그들은 우선 변해 버린 최인범의 상태를 자세하게 살폈다. 그러나 이제 소문과는 달리 비교적 정상적인 모습이라 더 이상 그에 대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한 사람이 사라져 너무 이상한 사건이라 관원들은 벼락이 내리칠 때 목격한 백삼수에게 집중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백삼수는 자신이 목격한 그대로 설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먼저 현장 검증부터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의문은 풀리지 않자 형방이 말했다.
“관아로 같이 가서 조사를 더 해봐야겠어.”
너무 기이한 일이라 믿어지지 않았다. 결국 백삼수는 관아로 끌려갔다.
풍기 관아의 동헌에는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었다. 풍기군수는 관할 지역에서 괴사가 발생해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진사가 사라지자 진상 조사를 철저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벼락주막 주변에 사는 백성들을 모조리 관아로 불러 목격담을 들었다. 그리고 가깝게 있다가 기절했던 백삼수를 불러 최종적인 진술을 듣고 사건을 마무리하고 있다.
동헌의 의자에 앉은 풍기군수는 앞마당에 엎드려 있는 백삼수에게 물었다.
“네가 목격한 사실을 추호도 거짓 없이 말해!”
“예이!”
풍기군수의 하문에 백삼수는 사건이 터지기 전에 넘겨받은 어음에 대한 이야기는 모조리 빼고 자신이 목격한 그대로 진술했다. 어음에 대해 말하면 아무래도 조사가 오래 지속되고 누명을 쓸지도 모른다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 선달님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니 어음에 대해서 말할 필요는 없어.’
관아에서 이상한 누명을 쓸 위험성이 높았다. 그러나 한쪽으로는 혹시 최인범이 그대로 죽어 버리면 어음을 자신이 차지할 욕심도 있었다.
백삼수의 목격담을 모두 듣게 된 풍기군수는 매우 곤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벼락을 맞아 피부가 검게 변한 정도로 살아난단 말인가?’
마을사람들의 증언과 똑 같았다. 증언들을 그대로 관찰사나 조정에 보고하면 진상조사를 한다고 어사가 내려올 수 있다. 그러니 계속된 호환으로 풍기군수 자리가 매우 위태로운 처지로 일부는 덮어볼 생각이다.
‘호랑이가 같이 벼락을 맞은 사실은 숨기는 것이 좋아.’
이렇게 판단한 풍기군수는 형방에게 큰 목소리로 명령했다.
“목격자들이 전혀 확인도 안 되는 호랑이를 두고 말들이 너무 많군. 그런 진술들은 어두운 야밤에 착각해서 벌어진 목격담이니 수사기록에서 모두 지워!”
“예이!”
풍기군수의 명령을 들은 이방은 얼른 나서며 제안했다.
“사또! 사라진 최 진사는 벼락을 맞아 죽은 것으로 정리하면 되겠네요. 근처에 검은 흔적들이 많사옵니다. 그것이 최 진사의 사체 흔적 같사옵니다.”
“이방, 당연히 그렇게 서류를 정리해야지. 이방은 최 진사가 사는 봉화현의 현감에게도 그렇게 서찰을 자세하게 적어 연락해.”
“명을 따르겠나이다.”
풍기군수의 이런 결정에 목격자인 백성들도 순순히 수궁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어두운 밤이라 자신들이 잘못 본 착각이라고 판단했다.
‘내가 잘못 본거야.’
사실 이렇게 생각해야 제일 속이 편했다. 그래야 다시 관아로 끌려오는 일이 없게 되니 편한 쪽으로 정리했다. 관아에 들락거려 봐야 좋은 일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이렇게 처리되는 것이 제일 좋았다.
“바람에 검불더미나 뭐가 날린 것을 우리가 호랑이라고 착각한 거야.”
“그렇지. 그래서 그 주변에 불이 났던 거야.”
증언을 끝낸 마을사람들은 동헌에서 물러나며 다들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봉화에서 찾아온 최복동은 여전히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너무 의문점들이 많았다.
‘너무 이상한 사건이야!’
사건의 목격자들 증언들을 종합해 보면 분명히 호랑이가 같이 벼락을 맞은 것이 틀림없었다. 또한 벼락 주막으로 가서 직접 보게 된 최인범은 검은 피부로 괴이했다. 그러니 엄청나고 너무 기이한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혹시 도련님과 최 선달과 합쳐진 것이 아닐까?’
이성적으로 생각해서야 도무지 납득이 안 간다. 하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그런 의문을 자신이 가진다고 해도 사건의 진상은 더 이상은 밝힐 수 없다고 판단했다.
‘후우! 결국 풍기에 선산을 살 때 지관이 기겁하며 토하던 말이 사실이었어. 그곳에 묘를 쓰면 완전히 대가 끊어져 절손한다더니 그대로 됐어.’
모시고 의지하던 상전이 사라졌으니 앞으로 살 일을 걱정해야 한다. 그러나 다행한 것은 봉화의 집이나 또는 논은 모두 자신의 재산으로 넘겨줘서 전에 비해서는 큰 지장은 없었다. 연고자가 없는 재산은 모두 국고에 귀속되니 그나마 천만다행한 일이다.
‘나중에 최선달이 깨어나면 어떤 조치를 취하겠지.’
죽은 최 진사와 최 선달이 사이에 많은 거래가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진 것인지는 자세하게 알 수 없었다.
최복동은 결국 검게 변한 흙이 유해라고 판단해 정성스럽게 거두어 풍기의 선산에서 장사를 지냈다. 일이 공교롭게 되느라 벼락이 내리친 그날에 최인범의 양부인 최용민도 사망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양아들이 벼락을 맞아 이상하게 변했다는 소식을 듣자 그 충격으로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결국 두 사람의 장례는 동시에 풍기의 선산에서 진행되었다.
다행한 것은 백두상단의 집사인 백삼수가 장례비용은 모조리 충당해 주었다.
조촐하게 치러진 장례식이 모두 끝나자 최복동은 백삼수에게 간곡하게 말했다.
“최 선달께서 깨어나면 나에게 꼭 연락해 주게.”
“알겠습니다. 봉화로 돌아가서 어려운 살림으로 고생할지 모르니 제가 면포 200필을 드리죠. 최 선달님이 벼락을 맡기 전에 저에게 맡긴 면포입니다.”
많은 면포를 준다는 말에 최복동은 매우 놀랐다.
“내가 그것을 왜 받나?”
“제가 알기로는 두 분이 벼락을 맡기 전에 서로 돕고 살자고 굳게 맹세한 의형제를 맺었으니 제가 선달님을 대신해서 도와야죠.”
“고맙소. 그렇다면 앞으로 최 진사는 물론 최 선달 조상들의 제사는 내가 지내야 되겠군.”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죠. 우린 자주 멀리 장사를 떠나니까요.”
큰 재물인 면포를 200필이나 준다고 하니 최복동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나중에 최 선달이 깨어나면 앞으로 그를 위해 살 결심을 하고 있었다. 이제 모셔야할 사람이 사라졌으니 새로운 사람에게 의탁할 생각이다.
백삼수는 많은 재물을 혼자 먹기는 뭐해 슬며시 이런 식으로 크게 인심을 썼다.
‘이런 정도면 이상하게 시비를 걸지는 않겠어.’
많은 재물을 슬며시 탐하고 싶은 백삼수는 재빨리 움직였다.
최 진사의 토지 문서나 또는 노비 그리고 3명의 소녀들에 대한 고용계약서도 최 접장의 앞으로 돌려 버렸다, 또한 최인범 접장이 만약 죽으면 모든 재산은 자신이 차지할 수 있도록 상속 서류까지 만들어 두었다. 물론 모두 위조된 서류로 이름이 똑 같아 쉽게 변경이 가능했다.
이런 과정 중 전 부터 알고 있는 풍기 관아의 이방에게도 약간의 뇌물이 넘겨졌다. 위조된 서류를 드밀며 간곡하게 부탁했다.
“이방어른, 서류 정리를 빨리 해주세요.”
“알았네. 그렇게 하지.”
최 진사가 윤 진사 댁에서 바둑을 두거나 또는 풍기주막에서 벌인 내기 장기로 생긴 재물은 모두 깔끔하게 세탁되어 최인범 접장에게 돌아간 것이다. 백삼수의 재물 욕심으로 벌어진 사태다.
백삼수가 판단하기에 최인범 접장이 조용히 죽어도 된다. 그리되면 많은 재산을 혼자서 독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최인범 접장이 살아나면 재산을 크게 불렸으니 잘했다고 평가 받을 것으로 판단해 이렇게 처리해 두었다.
만사 조심하는 성품이라 한편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남의 눈도 있으니 더욱 잘해야 돼.’
이렇게 판단한 백삼수는 벼락주막에 완전히 거처를 정해놓고 가까운 장터를 돌아다니며 부지런히 장사했다.
벼락을 맞은 최인범의 병간호는 모두 월녀와 칠복이 형제에게 떠넘긴 상태다.
풍기주점에서 지내는 세 아이들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는 최인범을 정성스럽게 돌보며 무술 수련에 전력을 기울였다. 세 명 모두 최인범이 깨어나면 자신들이 지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오라버니는 우리가 지켜야 해.”
“당연하지. 접장님이 깨어나셔야 우리도 나중에 노비에서 풀린다고.”
선산의 집에서 지내는 세 명의 청년들이나 소녀들도 나름 최 접장이 깨어나 어떤 식으로라도 자신들의 위치를 정리해 주길 기다렸다. 그래서 전에 최 진사가 지시한 그대로 소나무를 벌목하며 지냈다.
이미 최 선달과 최 진사가 합자로 목장을 만들고 과수원을 운영한다는 내용은 소상하게 알고 있었다. 이제는 최 선달의 명령을 들어야 된다고 판단했다.
‘이제는 최 선달님이 주인이야.’
어느덧 시간이 흘러 개의 해인 무술(戊戌)년 (1538년) 새해가 밝아오게 되었다.
전년부터 많은 눈이 내리더니 새해가 되어서도 여전히 적설량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호랑이는 물론 야생동물들이 민가로 자주 침입하고 있었다.
겨울이라 먹을 것이 부족한 멧돼지나 사슴들이 민가 쪽으로 내려왔다. 자연히 먹이 사슬의 위에서 존재하는 맹수들도 민가 쪽으로 이동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다. 야생 곰이나 표범 또는 살쾡이들도 수시로 사람을 습격했다.
새해가 되자 백삼수는 신년하례를 드린다고 풍기관아로 호방(戶房)을 찾아갔다. 호방을 만나 준비한 뇌물을 건네주며 부탁했다.
“호방 어르신, 우리 선달님의 호패에 관인을 찍어 주세요.”
호패는 본인들이 목패에 출생 기록을 기재해 관아로 가져와 호방으로부터 관인을 받아서 만든다. 그 때문에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다.
호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호패에 관인을 찍어주며 말했다.
“자네는 최 선달에게 지극정성이군.”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호방 어르신 우리 최 선달님의 병도 점차 차도가 있으니 앞으로 조금만 지나면 반드시 깨어날 겁니다.”
“다행이군. 무술도 뛰어난 사람이니 툴툴 털고 일어나겠지.”
이런 가운데 풍기군을 비롯한 주변의 여러 고을에서는 여전히 호환이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물론 산적들의 활동도 전보다 많아져 민심은 술렁거리고 매우 불안해졌다.
그래서 호방은 다소 무리한 부탁을 했다.
“자네, 무술이 뛰어 난 최 선달이 깨어나면 반드시 척호갑사와 같이 호랑이 사냥에 참여하도록 권하게. 산적들 토벌작전에도 참여하고.”
“무슨 혜택이라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