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그러자 최 선달은 어음을 모두 백삼수에게 넘겨주었다.
최 진사는 천천히 자신의 사업 구상을 설명했다.
“앞으로 이 면포로 선산에 축사도 짓고 소나 말도 사서 키우도록 하시오.”
“알겠소. 그렇게 하죠.”
건넌방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숙박하기 위해 길손들이 몰려오자 깊은 대화를 더 이상 나누기가 곤란했다.
“우리, 저쪽 정자나무 있는 곳에서 천천히 이야기하죠.”
최 진사의 이런 제안에 최 선달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좋습니다. 그러죠.”
두 사람은 건넌방에서 나와 주막 옆에 있는 정자나무로 향했다. 그들과 스무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 백삼수가 살금살금 따라갔다.
‘무슨 비밀스러운 이야기하려는 거지?’
강한 호기심이 생겨 천천히 뒤를 따라갔다. 그러나 최 선달이 뒤를 돌아보며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자 가던 발길을 멈추고 그저 멀리서 지켜만 보았다.
이때 아주 멀리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어흐응! 어흐응!
때로는 구슬퍼 보이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겁쟁이인 백삼수는 너무 두려워 더 이상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정자나무가 서있는 부근에 무성한 갈대밭이 펼쳐져 있었다. 혹시 갈대밭 속에 호랑이가 숨어 있는지 모르니 은근히 겁이 났다.
‘하필 왜 저렇게 음침한 곳으로 가는 거야?’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갈대숲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어두운 밤이라 도통 뭔지는 모르지만 분명 움직이는 물체가 있는 것을 분명했다.
이때 검은 물체가 두 사람이 서 있는 정자나무를 향해 쏜살 같이 달려들었다.
‘헉! 호랑이다!’
백삼수는 기겁해서 소리도 치지 못하고 벼락주막으로 도망치기 위해 급히 돌아섰다. 그가 뒤로 돌아서서 도망치려는 순간 하늘에서는 강한 빛이 나며 정자나무에 강하게 벼락을 내리쳤다.
번쩍! 콰쾅!
깜짝 놀란 백삼수는 엉겁결에 뒤로 돌아섰다. 그의 눈앞에서 경악할 사건이 벌어졌다.
밝은 빛과 함께 내리친 벼락은 마침 손을 맞잡고 있던 두 사람에게 떨어졌다. 그리고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던 커다란 호랑이까지 벼락을 맞았다.
빛과 함께 두 사람과 호랑이가 심하게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마구 뒤엉켰다.
휘리릭! 끼이익!
경천동지할 사건이 벌어지자 너무 놀란 백삼수는 그만 그 자리에서 졸도하고 말았다.
“꼬로록!”
입에서 허연 거품을 품고 백삼수가 쓰러지는 순간.
주변은 칠흑 같은 어둠이 짖게 깔렸다. 밤이지만 어둠은 빛이 하나도 없어 검은 암흑으로 변했다. 특이하게도 그런 진한 어둠은 벼락 주막 주변에서만 일어났다.
이런 괴사가 벼락주막 근처에서 벌어지자 주변에서 밤이 깊어 투전꾼을 잡으러 조용하게 움직이던 포졸들은 너무 놀라 경악했다.
“헉! 이게 무슨 괴변이야? 세상이 뒤집어지나?”
겁에 질린 포졸들은 급하게 관아를 향해 달려갔다.
후다다닥!
“사람 살려!”
진한 어둠은 일각이 지나도록 지속됐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벼락주막이 아니고 전에 날벼락을 맞았던 아주 커다란 정자나무 옆에서 발생한 괴사다.
밤이 깊어도 이런 괴사로 근처에 사는 마을사람들이 급하게 튀어나와 구경했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마을 사람들은 나무 두려워서 부들부들 떨었다. 도대체 어찌해서 이런 괴사가 생긴 것인지 다들 수군거렸다. 난생처음 보는 기이한 현상으로 다들 호기심을 표해 바라보면서 덜덜 떨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어둠은 사라졌다. 벼락 맞은 정자나무는 완전히 검어지고 주변도 마찬가지로 검게 탄 모습이다. 그곳에는 시커먼 물체가 있었다.
사람 같기도 하고 때로는 검은 짐승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두 사람과 호랑이가 같이 벼락을 맞았다던데.”
“뭐? 그런데 왜 한사람만 보이지?”
“그러니까 이상하지.”
마을 사람들은 시커먼 물체가 꿈틀거리자 조심스럽게 다가가 사람임을 확인하고 급하게 벼락 주막으로 옮겼다. 그가 사람임을 아는 것은 들고 있는 대나무 지팡이 때문이다. 지팡이도 벼락 때문에 검게 변했다.
“모습은 벼락을 맞아 흉측하게 변했어도 최 선달이 틀림없어.”
깜깜한 어둠만 가득한 곳·····.
최인범은 그저 칠흑 같은 어둠만 가득한 곳에서 끝없이 유영했다. 주변으로 간혹 밝은 빛이 나는 작은 물체들이 빠르게 스치듯이 지나갔다.
그러면서 뭔가 강하게 머릿속으로 파고들고 또 몸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와 함께 머리는 마구 뒤엉키고 온몸이 심하게 뒤틀렸다.
“살려줘! 나 좀 내보내줘!”
머릿속에서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누군가의 간절한 목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괴이한 비명소리는 끝없이 계속되었다. 아주 깊고 깊은 심해 속으로 빠져들어 빛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상태는 오래 지속되었다.
머리에서는 무수한 장면들이 마구 뒤엉켰다.
뭔지는 모르지만 ‘내가 주인이야!’ ‘아냐! 나야!’ 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계속해서 다투는 소리도 들렸다.
한편 괴사에 놀라 기절했던 백삼수는 마을사람들이 벼락주막으로 옮겨 드디어 깨어났다. 깨어나서 보니 바로 옆에 무서운 검은 괴물로 변한 최인범이 누워 있었다.
밤이라 그런지 등잔불이 켜져 있었다. 그래도 방안은 약간은 침침했다. 그런 어둠으로 방안은 괴기스러운 기운이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옆에 누어있는 최 선달은 분명 사람이지만 몸에는 검게 탄 모습이다. 그런 괴이한 모습을 보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기겁했다.
“헉!”
분명 최 선달이 틀림없으나 얼굴이 약간 검게 변했다.
‘이게 무슨 조화야?’
겁이 많은 백삼수는 너무 무서워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저게 사람이야?’
검게 변해 무서운 괴물 같이 보인 최 선달의 옆에는 월녀가 앉아 있었다.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벌거벗은 몸을 물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
침착해 지려고 애쓰지만 그녀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흑! 흑! 오라버니, 이게 무슨 변고에요.”
물수건으로 몸을 정성스럽게 닦아 주자 검게 탄 피부가 벗겨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검은 피부는 제거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감은 피부가 벗겨지자 조금은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다.
그제야 약간 마음이 진정된 백삼수는 놀라운 괴사를 직접 목격한 처지라 급하게 물었다.
“같이 계시던 최 진사님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동네 사람들이 이틀이나 주변을 아무리 찾아도 전혀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관아에서도 포졸들이 동원되어 찾고 난리가 났어요.”
백삼수는 자신이 잠시 기절했다가 깨어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월녀의 대답으로 이틀이나 정신을 잃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겁나는 일이지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접장님은 처음에도 그랬냐?”
“아뇨. 처음에는 더 검게 변했어요. 완전히 검은 가죽을 뒤집어 쓴 것 같이요. 제가 계속 닦아 주니 검은 피부가 모두 벗겨졌어요.”
“그래? 이상하군.”
백삼수는 조심스럽게 최인범의 몸을 약간 흔들어 보았다. 그러자 몸에 자극이 온 것인지 가늘게 신음을 토했다.
“으으음!”
월녀는 오라버니의 몸이 더 소중해 다시 물수건으로 몸을 정성스럽게 닦았다. 그리고 아래에 천 조각을 걸친 하초로 손이 가다가 머뭇거렸다. 아무리 귀한 오라버니라도 그곳은 자신이 닦기에는 부끄럽고 거북했다.
그래서 옆에 있는 백삼수에게 말했다.
“집사님, 오라버니 하초는 집사님이 닦아 주세요. 물은 제가 새로 떠오죠.”
“········.”
월녀의 말에 백삼수는 너무 놀라 대답을 못했다.
옆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무서운데 몸을 닦아 주라니 너무 두려운 것이다. 월녀는 빠르게 나무로 만든 세숫대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어떻게 이런 괴사가 발생한 것인지 정말 알 수 없었다. 두려운 느낌으로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
이윽고 월녀와 칠복이 형제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월녀가 판단하기에 집사인 백삼수는 간덩이가 너무 적어 몸을 닦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방안으로 같이 들어온 칠복이 형제에게 다부진 목소리로 지시했다.
“접장님의 몸은 너희들이 닦아.”
“알았어.”
“나는 나가서 미음을 만들 것이니 깨끗하게 닦고 옷을 갈아입혀 드려.”
“응!”
칠복이 형제들은 익숙하게 최인범의 몸을 뒤척이며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 물수건에는 여전히 벗겨진 검은 피부가 묻어 나왔다.
닦는 중에 최인범의 하초를 보던 백삼수는 화들짝 놀랐다.
‘어머! 벼락을 맞아서 그런지 동자공이 완전히 풀렸어.’
전에는 그저 약간 부실해 보이던 풋고추 같던 물건이 이제는 자신의 것만은 못해도 튼실하게 변했다. 저런 정도면 여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크기다.
‘벼락을 맞더니 물건이 최상으로 변했어.’
자신의 우람한 물건은 너무 커서 약간 문제가 있었다. 아이를 많이 낳았거나 또는 성경험이 너무 많아 그곳이 너무 커져 버린 여자들이나 좋아한다. 경험이 적은 여자는 고통만 너무 심해서 사실 별로다.
밖으로 노출되는 부위의 검은 피부는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팔이나 장딴지 허벅지 그리고 가슴이나 하초 부근은 여전히 많이 검었다.
별로 놀라지 않는 칠복이 형제가 너무 신기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