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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26화 (26/519)

26화

전에 짚더미 속에서 숨어 옆에서 요란하게 방사를 벌이던 소리를 생생하게 들었던 터라 은근히 짜증이 났다.

오나가나 그 짓을 너무 밝히는 여자들 때문에 밤잠을 설치게 되어 편히 지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밤일이야 남자도 같이 하니 그 놈이나 그년이나 똑 같았다.

“하악! 하악!”

‘지겹지도 않나.’

옆방에서 아주 생생하게 들리는 여자의 감창소리를 들으며 애써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여자의 목소리나 신음소리는 들리지만 남자가 내는 거친 호흡이나 또는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둘이 내는 신음소리는 분명한데 둘 다 여자 목소리라 조금 이상했다. 하나는 주모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다른 하나는 다소 어린 여자의 목소리다.

‘어라? 주모가 어린 소녀를 데리고 노나? 아까 소주만 들입다 퍼마시던 점순이라는 여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귀를 기울여 보니 목소리 주인공은 소녀의 목소리가 아닌 것도 같았다. 호기심이 생겼지만 문을 열고 들여다 볼 수야 없는 노릇이다.

이때 몸이 너무 달아올라 다급해진 주모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렸다.

“아고고. 나 좀 제발 빨리 해!”

“오랜만이니 천천히 하자고.”

“빨지만 말고······ 제발!”

“어허!”

두 여자의 신음소리만 들리더니 의외로 제3의 목소리인 남자가 토해내는 다소 굵직한 목소리 들렸다.

‘뭐야? 셋이 붙은 거야?’

세 명의 목소리가 들리니 참으로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옆 골방에서 분명히 자신이 자고 있는데 세 명이서 요란하게 방사를 벌인다는 것이 조금은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자신의 하초가 부실해 아직 온전히 사내구실하기가 다소 어렵지만 귀로야 다 아니 짜증났다.

‘저것들이 나를 개 무시하나?’

두 여자의 목소리와 한 남자의 목소리가 간간히 들리자 셋이서 즐기고 있다고 판단했다. 머릿속에서 별 이상한 방사 자세가 저절로 떠올랐다.

‘둘을 포개놓고 뒤에서 하려나?’

그저 이런 저런 자세들을 상상으로 떠올리지만 참으로 요상하다는 느낌은 여전했다. 그렇다고 남의 방사를 방해할 정도로 속 좁은 남자는 아니다.

그래서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중에 지루하면 약간 잠 짓을 하고 다시 깨어나길 반복했다. 옆방에서는 계속해서 신음소리가 요란했다.

“아윽! 아흐윽!”

잔잔한 소음이나 신음이 들리면 잠이 들려다가 다소 요란한 거친 숨소리나 여자가 내는 큰 감창소리에 깨어났다.

참으로 곤욕스럽고 치열한 밤이다.

두 여자의 자지러지는 소리는 끝없이 계속됐다.

야스러운 밤은 계속되었다. 생생하게 들리는 감창소리는 오래 지속되었다. 물론 남녀 간에 격렬하게 정사를 벌이며 생기는 마찰음도 요란했다.

그러자 남자가 매우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 중얼거렸다.

‘너도 참으로 치열하게 산다. 하룻밤에 여자 둘을 녹이느라.’

남자가 여자 둘과 잠자리를 하니 부럽기보다는 저런 정도로 녹이려면 힘이 얼마나 들까 생각했다. 그러니 오히려 불쌍하거나 힘들게 사는 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흐윽! 아흑!”

이윽고 여자가 외마디 비명을 몇 번 지르고 나자 옷을 입는 작은 소음이 들렸다. 그리고 입을 ‘쪽! 쪼조족!’ 하고 맞추는 소리가 들렸다.

삐그덕!

안방을 통해 아래골방으로 들어오는 쪽문이 살며시 열렸다.

아래골방에 등잔불을 켜 놓아 들어오는 사람이 훤하게 보였다. 방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어디로 나가서 돌아오지 않던 백삼수다.

약간 놀라며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작게 물었다.

“어! 삼수 너였냐?”

“·······.”

안방에서 백삼수가 셋이서 즐겼다니 약간 놀라서 묻는 물음이다.

그러나 백삼수는 아무런 응수도 없이 살며시 옆에 누었다. 이불을 끌어 반듯하게 눕더니 약간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다리를 오므리면서 웅크렸다.

두 사람 사이는 고요한 침묵만 흘렀다.

최인범의 뇌리에는 오만가지 잡생각들이 떠올랐다. 여자가 두 명이라고 판단했으니 자연 백삼수도 여자 역할을 했다고 짐작했다. 그러니 말을 꺼내기가 너무 어색했다.

밖에서는 부엉이가 우는 음산한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쿠억! 쿠억!

이때 누워서 눈을 감고 있던 백삼수가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약간 뒤척였다. 그는 서서히 몸을 움직여 최인범의 옷자락을 살며시 부여잡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조금 전에는 남자의 행동이더니 지금은 전혀 달랐다. 완전히 여자가 남정네의 품에 안기고 싶어서 매달리는 바싹 웅크린 자세다.

이런 사태에 직면하자 백삼수의 정체가 너무 궁금했다.

‘도대체 이놈은 여자야 남자야.’

남자라고 해도 여자의 성적 징후를 보이는 경우가 있으니 단순하게 생각하면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신문에서나 또는 드라마 등에서도 동성연애나 동성 결혼이 흔하게 방영되거나 보도됐다. 유명한 연예인도 있으니 딱히 별종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다만 남자가 여자처럼 행동하는 것이 조금은 이질감이 있고 다소 이상했다.

동행하는 백삼수가 그런 행동을 보여 약간 놀라기는 했지만 의외로 담담했다. 이유는 세상살이란 별 이상스러운 현상들 다 많은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기심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남자는 누구지? 주모의 남편인가?’

그가 생각하기에 백삼수는 여성의 성적 징후를 나타내는 인물이 분명했다. 그러니 상대역인 남자가 누군가 조금은 궁금한 것이다. 직접 물어보고 싶지만 남의 가장 예민한 은밀한 사생활을 굳이 캐물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생각으로 그냥 잠을 청했다.

이해는 하지만 머릿속이 다시 뒤숭숭해졌다.

옆에서 자신의 옷자락에 매달리는 백삼수가 다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고나길 남다르게 타고 나면 세상살이가 그만큼 어렵다.

‘너도 팔자 참 고약하게 타고났다.’

이런 생각을 하며 슬며시 백삼수를 품으로 끌어다 꼭 안아 주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등을 살며시 도닥거려 주었다. 그러자 백삼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품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약간 붉어진 얼굴을 넓은 가슴에 살며시 비볐다.

마치 비 맞은 병아리가 비를 피해 푸근한 암탉 품으로 기어들어 오는 모습과 같았다.

순간 자신의 처지나 백삼수의 처지나 참으로 삶이 평탄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저 자신의 상상으로 유추 해석해 그저 불쌍한 생각만 들어 계속 도닥였다.

두 사람은 그런 상태로 서서히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죽령 남동쪽에 위치한 창락골의 늦은 가을밤은 많은 사연을 담고 끝없는 어둠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다음날 이른 새벽.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이른 시각. 조용하던 창락골의 산골마을이 서서히 깨어났다. 산골마을의 곳곳에서 ‘꼬끼오! 꼬끼오!’하며 닭들이 부산하게 사람들의 잠을 깨웠다.

새벽닭이 크게 울자 잠에서 깨어난 백삼수는 부스스 일어나 앉았다. 벽에 등을 기대고 잔뜩 웅크린 자세다. 그는 자신을 품에 안고 자고 있던 최인범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떤 이상한 생각으로 이 사내의 품에 안긴 것은 아니다.

허약한 몸으로 살아남기 위해 오래전부터 강한 남자에게 의존하던 습성이 몸이 베어서 그렇다.

물끄러미 최인범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많은 생각을 담고 있었다.

배시시!

백삼수는 살짝 볼에 홍조를 지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끌어 품에 안고 도닥이던 것으로 보아 인정이 많은 남자 같았다.

백삼수는 무슨 중대한 결심을 했다는 듯이 입을 꼭 다물고 이를 야무지게 악물었다. 그는 다시 뭔가를 골몰하게 생각했다.

이때 밖에서 다소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와글와글.

늦가을 아침의 이른 시간. 죽죽이 주막은 일찍부터 길을 떠나려는 길손들 때문에 부산했다. 그런 소란스러움이 서서히 사라졌다.

침묵하며 앉아서 생각에 잠기던 백삼수가 슬며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백삼수는 밖으로 나가 안마당 구석으로 갔다. 커다란 항아리에 담긴 물을 퍼서 세수하고 무명 수건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세면을 마치고 나자 주모가 슬며시 다가와 호들갑을 떨었다.

“삼수, 아직 소식 모르지?”

“무슨 소식?”

“죽령에서 봇짐을 들고 있던 방물장사와 면포장사들이 털렸다고 하네. 그런데 애꾸 패거리가 상인을 2명이나 죽였다고 해.”

이런 새로운 소식을 접한 백삼수는 눈빛을 반짝이며 응수했다.

“알았어, 그럼 며칠 여기서 더 머물러야 되겠군.”

“그게 좋겠지. 삼수가 더 머문다니······. 알았어! 내가 애꾸와 거래할 준비를 하지.”

주모로부터 이런 새로운 소식을 듣게 된 백삼수는 이미 결심한 그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조선팔도에 산적들이 극성하니 안전을 위해서 최인범 같은 무술이 뛰어난 사람이 반드시 필요했다.

‘꾸물거릴 필요가 없어. 내 안전이 최우선이야.’

몸이 허약한 백삼수는 타고난 겁쟁이로 겁이 유달리 많았다. 하지만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에 대한 결행은 과감하게 실행하는 독한 성품이다.

그는 나무로 만든 세숫대야에 물을 퍼 담아 아래골방으로 들어왔다.

세숫대야를 방안 구석에 놓더니 조심스럽게 자고 있는 최인범에게 다가와 살짝 흔들어 깨웠다.

“꼭두 형님, 일어나세요.”

그러자 최인범이 부스스 일어나며 눈을 비비며 잠결에 물었다.

“삼수! 꼭두라니?”

“오늘부터 형님을 제가 평생토록 꼭두 형님으로 모시겠사옵니다.”

다부지게 하는 말에 약간 놀란다. 이게 무슨‘꼭두새벽의 헛소리.’라고 이게 도대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몰라 다소 어리둥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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