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1화 (프롤로그) (1/519)

1화

<프롤로그>

단풍나무들이 빨갛게 물들어 가는 늦은 가을·······.

높고 푸른 하늘에 비의 전령인 새털구름이 까마득히 보이고. 산에는 단풍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기위해 많은 등산객들이 몰려들었다. 오곡이 여물어 수확하는 늦가을은 매우 풍요로웠다.

소백산맥(小白山脈)의 북부 소백산에서 죽령(竹嶺)으로 이르는 지역.

갑자기 희고 가는 선으로 이어진 새털구름사이를 뚫고 밝은 빛이 번쩍하며 이어서 천둥소리가 들렸다.

‘우르르 쾅!’‘우르르 쾅!’하는 소리가 연달아 울리며 널리 널리 퍼졌다.

순간 영롱하고 밝은 오색 빛들이 환하게 밝았다가 깊고 깊은 어둠이 짖게 깔렸다. 그러나 칠흑 같이 어두워졌던 대지는 다시 전처럼 밝아졌다.

너무 빠르게 일어나고 이내 사라져버린 자연현상.

특이한 자연현상을 목격한 수많은 사람들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많은 비구름이 몰려올 징조라고 수군거리며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판단했다.

“가을에 태풍이라도 몰려오려나?”

“설마? 가을비는 별론데.”

요즈음 들어 환경오염으로 기후변화가 너무 심해서 그런지 이상한 현상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엘니뇨와 라니냐현상으로 일어난 재앙이라고 논란들이 많았다.

하루에 수백 밀리미터 이상이 어느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호우는 이제 별로 특이한 현상들도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한 여름에 주먹만 한 큰 우박이 떨어졌다. 메마르고 거친 열사의 땅인 사막에서 폭설이 오거나 또는 대규모 홍수. 때로는 바다에서 거대한 용트림 현상 자주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두고 많은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벌어진 자연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두 명의 청년들이 열띠게 논쟁하고 있었다.

“지주의 온난화가 제일 큰 문제야.”

“온난화 타령하려면 자네부터 자동차를 팔고 출근할 때 걷거나 자전거 타고 다니셔.”

“에이, 그런다고 온난화가 멈춰?”

“너부터 실천해 봐.”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난 특이한 자연현상들은 때로는 다른 시각으로 해석했다.

아주 먼 행성에서 사는 외계인들이 우주선을 타고 와 지구 침범을 위해 벌이는 사건들이라고 일부 우주과학자들이 주장했다.

“외계인의 침범이 임박한 증거요.”

“확실한 증거가 있소?”

“그렇소. 외계인이 지구에 자주 나타났다는 증거야 고대 문서나 유적을 통해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소.”

많은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고 하는 자료들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그런 자료들을 보면서도 일부는 믿고 일부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한민족이 대를 이어 유구하게 살아가고 있는 금수강산.

도도하게 반만년 역사를 이루는 산하(山河). 산하는 아무런 사건 사고가 없었던 것처럼 늦가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없이 멀리멀리 품어냈다.

한반도의 중부 산악 지역에서 특이한 자연현상이 벌어진 그 시각······.

코레일(KORAIL)의 중앙선 구간.

너무 경사가 심해 뱀이 꽈리는 트는 형태로 뚫린 죽령터널. 죽령(竹嶺)지역을 막 통과해 영주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 아주 괴이하고 무서운 사건이 발생했다. 객차에 같이 타고 있던 두 명의 남자가 홀연 안개처럼 사라진 것이다.

그들이 타고 있던 객차에는 다른 승객들도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만 안개처럼 흔적도 전혀 없이 없어졌다. 아니 흔적은 너무 많이 남았다.

두 사람의 옷이나 기타 많은 물건들은 모조리 남겼다. 그러자 승객들은 객차를 순찰 도는 역무원에게 급하게 알렸다.

“역무원님, 여기 앉아있던 사람들이 사라졌어요.”

“뭐요?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저만 본 것이 아니라 목격자들이 아주 많아요.”

역무원은 급하게 실종을 상부에 보고하고 우선 모든 객차를 수색했다. 어느 곳에서도 사라진 두 승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실종신고가 접수되자 그 때문에 코레일(KORAIL)의 직원들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역무원들은 객차에서 사라져버린 두 사람을 찾은 대대적인 수색작업에 돌입했다. 또한 이 사건이 언론으로 보도되자 경찰이 나서서 수사하게 됐다.

경찰에서는 혹시 ‘열차에서 떨어진 것을 목격자들이 잘 못 착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판단했다.

운행하는 동안 기차에서 외부로 통하는 출입문들은 철저하게 잠기니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 사람이 사라진 지역의 선로 주변을 수색했다.

컹! 컹!

경찰의 수색 견들이 동원되어 찾았으나 어디고 자취가 남아 있지 않았다.

“괴이한 일이야.”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이상한 사건이 벌어진 거지?”

너무 황당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과 시간을 들여 조사를 해봐도 기차 안에 타고 있다 실종된 두 남자의 종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너무 괴상한 일이야. 도대체 어떻게 사라진 거지?”

“혹시 마술을 부리는 사람들인가?”

30대 중후반인 두 남자가 실종된 사실은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가져왔다.

여러 가지 추측의 말들이 오갔다. 그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나름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이번 실종사건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사결과 밝고 영롱한 오색 빛이 두 사람이 같이 타고 있던 객차에 연거푸 떨어졌고, 그 후에 안개 같이 사라졌다는 사실만 많은 사람들의 증언으로 밝혀졌다.

수사관들의 물음에 그들을 목격한 사람들은 한 결 같이 답했다.

“제천부터 계속 둘이 마주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요. 한사람은 나중에 잠꼬대를 할 정도로 깊이 잠들었고요. 그러다 빛과 함께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사라져버렸어요.”

“다른 특별한 점은 없었나요?”

“형사님도 이미 아시겠지만 두 사람의 옷과 휴대품들은 그대로 있었어요.”

“뭐요? 알몸으로 사라졌다는 거요?”

“그야 우리는 잘 모르죠.”

“무슨 대화를 나누던 가요?”

“한 사람은 자신이 아마추어 바둑의 최고고수라며 자랑을 배터지게 하던데요. 다른 사람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고요.”

두 사람이 알몸인 상태로 사라진 장소는 단양을 지나 영주로 가던 중 희방사역을 조금 못 미친 지점이었다. 어떤 과학적인 논리로도 설명이 불가능해 보이는 특별한 실종사건이다.

특이하게도 두 사람의 이름은 똑 같았다. 보통의 상식으로 생각해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사건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방송국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출현해 나름대로 뭔가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명확한 답변을 국민들에게 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코레일(KORAIL) 사장은 국회로 불려가 국회의원들에게 심한 질책을 받았다.

“도대체 그게 말이나 됩니까? 빨리 찾아내세요. 열차에서 승객이 사라졌으니 최고 책임자인 코레일 사장이 전적으로 책임져야죠.”

“죄송합니다. 자리를 걸고 꼭 찾겠습니다.”

“국민들과 하는 약속이니 꼭 지키시오.”

그러나 코레일(KORAIL) 사장은 자리를 떠나지도 않고 또한 사라진 두 명의 실종자를 찾지도 못했다. 그 때문에 사장은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으로 난타 당했다.

이후 얼마 시간이 흐른 뒤. 죽령터널을 지나가는 기차를 사람들은 타임트레인(TimeTrain)이라고 부르게 됐다.

그런 새로운 명칭은 상상력이 풍부한 영주시의 인터넷 신문기자로 부터 시작됐다. 인터넷 신문기자는 판타지 소설에서 나오는 이야기처럼 ‘실종된 두 사람은 기차를 타고 가다 먼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난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들이 사라진 시점에 벌어진 특이한 자연현상으로 시간의 뒤틀림이 벌어져 과거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인터넷 신문기자가 그저 해보는 허튼 소리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그에 주장이 세상으로 널리 퍼졌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더욱 빠르게 그런 쪽으로 이해했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어.”

“그렇지,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초자연 현상도 벌어지니까.”

“가능하면 나도 기차타고 멀리 사라졌으면 좋겠어.”

어느 시대의 삶이건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실에 만족 못하는 것이 인간이라 또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충동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내용을 그대로 믿고 자신들도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겠다는 붐이 불같이 일어났다. 삼삼오오가 모이면 다들 시간여행이야기가 주된 대화다.

“우리 멀리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이나 떠날까?”

“좋지, 주말에 같이 가자.”

전혀 새로운 세상을 체험하고 싶은 충동으로 사람들은 시간여행을 택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중앙선을 타고 기차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됐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시간여행은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더욱 열기가 높아졌다.

지금의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모든 국내나 국제적인 사건들에 대해 불만이 많을수록 더욱 그랬다.

‘뭔가 새로운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해.’

중앙선의 객차에서 사람들이 실종되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확산되자 승객들이 대폭 줄었다. 그러다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이슈가 되며 역사탐방 관광의 붐이 일어났다.

경영상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코레일(KORAIL)에서는 빠르게 대처했다. 그래서 역사탐방과 단체관광을 떠나는 특별 열차를 타임트레인(TimeTrain)으로 칭하고 본격적으로 운행하기 시작했다.

서비스가 엉망이라고 여론의 지탄을 받자 코레일(KORAIL)에서는 특별히 싸고 시설이 좋은 열차를 배치했다. 코레일(KORAIL)에서는 위기를 기회라고 판단해 새로운 방식으로 특별열차를 가동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삼삼오오모여수근 거렸다

“전보다 서비스가 좋아졌어.”

“그럼, 이번 연휴에 나도 기차로 시간여행이나 떠날까?”

휴일을 즐기려는 많은 사람들은 관광열차인 타임트레인(TimeTrain)을 타고 역사문화유적을 돌아보는 시간여행을 하길 원했다.

조상들이 살아 왔던 과거의 역사(歷史)를 바로 알아야 앞으로 우리 한민족에게 새로운 미래(未來)가 펼쳐진다고 굳게 믿었다.

“지금의 나를 정확하게 알려면 과거의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해.”

“당연하지.”

승객들은 비록 상상속이지만 과거로 떠나는 긴 시간여행을 마음껏 즐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름이 같은 두 사람이 실종된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말았다.

누구도 알 수 없는 괴이한 사건이 벌어진 뒤.

먼 과거인 조선시대(朝鮮時代)의 어느 곳에서는 놀라운 사건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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