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왕궁의 밤
마리안은 부드럽고 폭신한 침대 위에서 깨어났다.
대체 언제 잠들었던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스터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다가 그의 품이 너무 따뜻하고 편안해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 아마 그때 잠든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마리안은 눈을 뜨는 대신 이불 안쪽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향긋한 내음이 나는 침구의 감촉이 너무나 기분 좋았다. 마치 구름 위에 누워있는 것 같았다.
푹신하고 보들보들한 베개에 뺨을 기댄 채 마리안은 자기도 모르게 생긋 웃었다.
그때 귓가에서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이렇게 잘 자는 건지…….”
그리고 또 다시 들려온 것은 아주 작은 투덜거림이었다.
마리안은 잠결인데도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금방 깨닫고 눈을 반짝 떴다.
“…아스터?”
아스터가 침대에 누워 마리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간은 이미 한밤중인지 달빛이 아스터의 얼굴에 쏟아져 내리면서 그의 황금빛 머리카락을 더욱 반짝거리게 하고 있었다.
마리안은 잠시 홀린 듯이 아스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
그때 느닷없이 떠오른 기억에 마리안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여긴 어디죠? 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클로타르가 설마 죽은 건 아니겠죠?”
빠르게 질문을 쏟아내던 마리안이 갑자기 눈을 깜빡거렸다. 방 안의 풍경이 무척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펴보던 마리안은 아까 아스터가 왕궁으로 가겠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 내고는 조금 기가 죽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스터, 혹시 여기는 왕궁인가요?”
“그래.”
헉하고 마리안이 숨을 들이쉬는 것을 보며 아스터는 쓴웃음을 지었다.
“왕세자궁은 아니야. 거기는 정리를 좀 해야 해서, 혹시 찾아올지도 모를 외국 왕족을 위해 만들어둔 방으로 왔어.”
“그럼 여기는 서쪽 궁전인가요?”
“그래, 그걸 어떻게 알지?”
“집에서 왕궁이 멀리 보이거든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왕궁의 건물들에 대해 설명해 주신 적이 있어요.”
마리안은 겸연쩍은 얼굴로 덧붙였다.
“어려서는 언젠가 어른이 되어 왕궁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래도 왕궁에서 잠을 자는 날이 올 거라는 상상은 감히 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딘가 감개무량한 어조로 말하는 마리안을 보며 아스터는 그만 웃고 말았다.
“앞으로는 마리도 여기에서 쭉 살아야 하는걸.”
그 말에 마리안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면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왜 아무런 말이 없어?”
“그냥……. 이 모든 상황이 너무 갑작스러운 것 같아서요.”
그 말에는 아스터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건 그래. 어젯밤만 해도 탑의 꼭대기 층에서 초라한 침대에 누워 잠들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왕궁의 푹신한 비단 침구라니 좀 적응이 안 되긴 하네.”
“역시 그렇죠?”
마리안은 아스터의 품 안에서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웃음을 지우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아스터는 이제 정말로 왕세자 저하가 되는 거군요.”
“그래. 어쨌든 국왕 전하도 허락했으니까.”
아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안은 끝까지 감정의 변화 없이 무표정하던 국왕을 떠올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녀는 국왕에 대한 생각을 바로 몰아내고 조금 걱정스럽다는 말투로 물었다.
“그런데 제가 아스터라고 불러도 되는 건가요?”
“마리가 부르지 않으면 대체 누가 날 아스터라고 불러주겠어? 내게는 너밖에 없는걸.”
아스터가 두 팔로 마리안을 감싸며 좀 더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겨서 마리안은 뺨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 클로타르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클로타르라면 베스나 신전의 신관들이 치료해 줘서 세레나와 함께 탑으로 보냈어.”
마리안은 그 말에 몇 번 눈을 깜빡였다.
“그럼 클로타르가 우리가 있던 동쪽 탑에서 지내게 되는 건가요?”
“아니, 서쪽으로 보냈어. 동쪽 탑은 나와 마리의 추억이 있는 곳인데, 클로타르에게 그곳을 양보하고 싶지는 않아서.”
마리안은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아스터의 말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클로타르가 탑에 갔다는 말을 듣자마자 마리안도 그가 자신과 아스터가 쓰던 방에서 지내게 되면 어쩐지 좀 싫을 것 같다고 생각해 버렸던 것이다.
“거기에서 계속 지내게 할 건가요?”
“글쎄. 아마 좀 두고 봐야겠지. 내가 확고히 자리를 잡고, 클로타르가 더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면 그때는 다른 곳에서 살게 해줘도 될 테니까. 하지만 당분간은 탑에서 반성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긴 해. 과연 클로타르가 반성 따위를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네요.”
마리안은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는 클로타르라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아스터는 그런 마리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등은 이제 괜찮아, 마리?”
“아…….”
마리안은 그제야 자신의 등에도 상처가 났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상당히 고통스러웠었는데 마치 그런 일이 일어난 적도 없었다는 듯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사실은 물어봐 주기 전에는 등에 상처가 났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야.”
아스터는 눈을 감으며 마리안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부드럽고 다정한 키스였다.
“마리가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정말로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
온몸이 싸늘하게 식으면서 가슴 안에서 뭔가 퍽 소리를 내며 터져 나가는 환청을 들었다.
“네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마리. 그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해. 전부 나 때문이잖아.”
아스터가 너무나 괴로운 듯 말해서 마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전 괜찮아요. 저는 오히려 당신이 늘 그런 짓을 당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어요. 정말 무섭고, 너무 아팠거든요. 당신은 그런 짓을 10년도 넘게 당해온 거잖아요. 절대로 익숙해질 수 없는 아픔을 겪으면서 저에게 계속 괜찮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었어요.”
그래서 마리안은 처음 아스터가 클로타르를 공격했을 때 그를 말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악인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선한 사람도 아니었다.
마리안이 클로타르의 죽음까지 바랐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마리안은 그가 죗값을 받아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몰락하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아스터에게 끝까지 모질게 군 그의 어머니 역시 아스터에게 준 만큼의 고통을 되돌려 받기를 바랐다.
하지만 막상 클로타르가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봐도 속이 시원해지지는 않았다. 기절한 왕비와 끝내 싸늘하게 돌아서던 국왕의 모습을 보면서는 오히려 가슴 속에 돌덩어리가 얹히는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가해자는 그들이건만 아스터의 복수가 사람들의 눈에 잔인하게 비치는 것에도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마리안은 아스터를 멈추게 했다. 절대로 클로타르나 왕비를 동정해서는 아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스터는 그리 대단한 복수를 한 것도 아니었다.
라베인 왕가는 대대로 골육상잔으로 점철된 콩가루 집안의 역사를 자랑했다. 하지만 아스터는 반역을 일으키지도 않았고, 클로타르를 죽이지도 않았다. 단지 본래 자신의 자리를 되찾고 클로타르에게 자신의 악행에 대한 대가를 일부 치르게 했을 뿐이었다.
어쨌든 그 모든 일들이 일단락되었다고 생각하자 마리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아스터는 그녀의 머리카락 한 올을 다시 뒤로 넘겨주며 물었다.
“왜 그렇게 한숨을 쉬는 거야, 마리.”
“잘 모르겠어요. 그냥 마음이 좀 복잡하네요.”
“아마 당분간은 계속 그렇지 않을까?”
“그러게요.”
아마 한동안은 마음이 계속 복잡할 것 같았다. 마리안이 한 번 더 한숨을 내쉬자 아스터는 그런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마리안의 눈꺼풀에 그리고 콧등에 입을 맞춘 뒤 속삭였다.
“하지만 이렇게 한숨만 쉬면 곤란해. 나는 마리가 항상 나만 보고 나만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전 언제나 당신만 생각하고 있잖아요.”
마리안이 웃으면서 말하자 아스터는 그녀의 입술에 다시 한번 입을 맞췄다. 가볍게 쪽 하고 입술을 부딪치고는 깊숙이 혀를 밀어 넣었다.
“으응.”
마리안의 목 안쪽에서 얕게 앓는 듯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입천장을 간질이던 아스터의 혀가 부드럽게 마리안의 혀를 감싸더니 바로 얽어맸다.
그의 이런 진한 키스를 받아보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단번에 등허리 안쪽이 사르륵 녹아드는 것 같은 기분에 마리안은 좀 더 그의 품으로 파고들며 두 손으로 아스터의 목덜미를 감싸 안았다.
아스터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자 그의 단단한 가슴이 마리안의 가슴에 바짝 붙었다.
서로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조금씩 빨라지는 것을 듣고 있자 얼굴도 한층 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얼굴이 붉어지더니 허리 아래부터 등줄기를 따라 열감이 느껴졌다. 이제 그 열기는 손으로 발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바짝 맞닿은 허벅지 사이로 벌써 살갗을 쿡쿡 찌르는 어떤 존재가 느껴졌다.
마리안은 허리를 살짝 비틀어 의도적으로 그 존재를 허벅지에서 떨쳐내고는 웃음을 참으며 아스터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전에 없이 길고 농후한 키스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더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숨이 가빠져서야 마리안은 아스터를 살짝 밀어냈다.
달빛 아래에서 아스터의 입술이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 광경이 참을 수 없이 야하게 느껴져서 마리안은 목을 움츠렸다.
그러자 아스터는 피식 웃더니 방금 마리안이 잔뜩 움츠린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읏.”
간지럽기도 하고 소름이 돋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이 귓가에서 어깨를 타고 퍼져나갔다.
아스터는 입술을 벌려 가볍게 마리안의 귓불을 입술 사이에 밀어 넣고는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살짝 깨물었다. 순간 마리안은 허리 안쪽 깊은 곳에 전율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아스터는 그녀가 깜짝깜짝 놀라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아스터는 이제 자세를 바꾸어 마리안의 등 뒤쪽으로 돌아가 그녀의 목덜미에 계속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뒤에서 해보는 건 처음인데…….”
아스터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마리안은 숨을 삼켰다. 늘 서로의 얼굴을 보고 해서인지, 이렇게 표정을 볼 수 없게 되자 낯선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었다.
아스터가 손을 뻗어 뒤에서부터 마리안을 끌어안았다. 처음에 허리를 감싸고 있던 그의 손은 조금씩 마리안이 입고 있는 실내복과 잠옷을 겸한 얇고 헐렁한 원피스 사이로 파고들었다.
느릿하게 위쪽으로 올라온 손은 단전에서부터 배꼽을 거슬러 오더니 어느덧 풍만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유두를 만지기가 더 쉬운데.”
양쪽 손끝으로 단단하게 솟아오른 작은 돌기를 만지작거리며 아스터가 속삭여서 마리안은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
등에 아스터의 가슴이 바싹 맞붙어 있는 게 그리 거부감이 들거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스터의 뜨거운 체온이 바로 전달되어서 등쪽에서부터 착실하게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아스터는 마리안의 양쪽 가슴을 손에 쥐고 잔뜩 성이 난 유두를 한참이나 희롱하다가 몸을 일으켰다.
“안 되겠어, 마리. 날 보고 팔을 올려봐. 일단 옷부터 벗어야겠어.”
마리안은 얼굴을 빨갛게 붉히고 있었지만 아스터가 하라는 대로 그를 마주 보고 팔을 들어 올렸다. 촉감이 무척 부드럽고 얇은 마리안의 옷이 그대로 미끄러지듯 벗겨져 나갔다.
달빛 아래 드러난 마리안의 알몸을 황홀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아스터는 침대에서 일어나 마리안의 옷을 조금 떨어진 의자에 걸치고는 이번에는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마리안은 그 광경을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지켜보았다.
마리안이라고 해서 아스터가 옷을 벗는 모습이 아무렇지도 않을 리 없었다. 아스터의 조각처럼 아름다운 몸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로 즐거운 일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다음에는 침대에 들어가기 전에 꼭 자신이 먼저 아스터를 벗겨야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스터는 마리안의 옷을 벗길 때만 해도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마리안이 이불을 가슴께에 두른 채 침대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갑자기 인내심이 바닥나고 말았다. 그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더니 바지와 속옷까지 한 번에 벗어 던져버렸다.
벌써부터 한계까지 발기한 성기가 모습을 드러내자 마리안은 그만 침을 꼴깍 삼키고 말았다. 그녀는 아스터가 옷가지들을 적당히 내려놓는 것을 보며 부드럽고 매끈한 침구 속에 몸을 좀 더 파묻었다. 정말로 피부에 감기는 듯한 촉감이 환상적이었다.
오늘 이 침구들이 엉망진창이 될 거라고 생각하자 갑자기 아까워졌다.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해버린 자신이 어쩐지 부끄러워서 마리안은 침대 속으로 더욱 꾸물꾸물 기어들어가, 눈만 내놓고 아스터를 보고 있었다.
이제 그는 르샤베 왕국의 진정한 왕자님이자 왕세자가 되신 몸이었다. 옷 따위는 아무렇게나 내던져도 될 텐데, 벗어 던진 옷가지를 제법 꼼꼼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어쩐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정리를 모두 끝낸 아스터가 마침내 침대로 천천히 다가오자 마리안은 얼굴을 더욱 빨갛게 붉혔다. 달빛 아래 나신으로 이쪽을 보며 다가오는 아스터의 모습은 치명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더욱이 그가 걸을 때마다 흔들리며 시선을 빼앗는 그것은 숨이 막힐 정도로 크고 우람해 보였다. 마리안은 이미 발기한 아스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몸 안쪽이 젖어 드는 감각에 다시 한번 침구 속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왜 그렇게 숨은 거야, 마리. 설마 내가 무서운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닌데.”
아스터의 질문에 마리안은 순간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서운 게 아니라 그의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이 너무 커서 부끄러움에 침구 속으로 몸을 꾸물꾸물 밀어 넣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스터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정말로 눈만 내놓고 이불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럼 추워서 그래?”
“아니에요. 침구 감촉이 너무 좋아서 그래요.”
솔직하게 말하려니 너무 민망해서 애써 변명하며 웃는데, 아스터가 그녀의 어깨를 덮고 있는 침구를 밑으로 끌어 내리고 맨 어깨에 키스했다.
“아!”
뜨겁고 촉촉한 입술이 닿는 것만으로도 어깨에 화인이 찍힌 듯한 기분에 마리안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스터는 멈추지 않고 그녀의 어깨에, 팔뚝에, 그리고 견갑골을 따라 몇 번이고 키스했다. 그러더니 아예 자세를 잡고 마리안의 목 뒷덜미에서부터 허리까지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마리안은 침대에 바르게 엎드려 누운 채 그 키스를 받아들였다. 아스터의 입술이 피부 위에 내리찍힐 때마다 그 부위가 흐물흐물하게 녹아드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어느덧 밀부의 계곡 안쪽이 흥건하게 젖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조금씩 입술을 내리며 얼굴을 아래쪽으로 함께 옮기고 있던 아스터가 뜨겁게 달아오른 손바닥으로 마리안의 등을 몇 번이고 쓸어내렸다.
“지금은 상처가 하나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야.”
“아…….”
마리안은 그제야 아스터가 왜 그렇게 자신의 등에 집요할 정도로 길게 키스를 퍼부었는지를 깨달았다. 마리안이 채찍질을 당한 곳이 신경 쓰인 게 틀림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달빛 아래에서 매끈하게 빛나는 마리안의 피부에는 티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아스터는 마리안의 허리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몇 번이고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며 키스했다. 그리고 어느덧 그의 손길은 허리를 넘어 탄탄하게 솟아오른 엉덩이와 허벅지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앞에서 얼굴을 보면서 안을 때와는 또 다른 부드러운 여체의 곡선에 그는 전에 없이 흥분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스터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마리안의 부드러운 피부를 쓰다듬으며 몇 번이나 그녀의 어깨와 등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마침내 아래로 내려간 입술은 완만한 엉덩이의 곡선 사이에 숨어 있는 계곡으로 파고들었다.
“아앗!”
아스터가 등에 키스하는 내내 몸이 달아올라 있던 마리안은 그의 입술이 엉덩이를 벌리고 그 사이로 드러난 밀부의 안쪽에 닿자 몸을 떨었다.
힘을 줘서 뾰족하게 세운 혀끝이 계곡 안쪽의 살점을 살살 자극했다. 아스터는 이미 충분히 젖어있는 그곳을 혀끝으로 몇 번이나 진득하게 핥고, 깊숙이 밀어 넣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리안은 엎드린 채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느끼며 혀로 마른 입술을 핥았다. 꽃잎을 진득하게 핥아주는 감각이 몸서리쳐지게 좋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했다.
자꾸만 허리를 들썩이려는 것을 억지로 꾹 눌러 참으며 마리안은 손끝으로 침대 시트를 그러모아 쥐었다. 엉덩이를 벌려 쥐고 있는 아스터의 손길이 참을 수 없이 뜨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마리안은 그 손이 좀 더 자신을 적극적으로 만져주길 바라고 있었다. 혀끝으로 파고드는 것만으로는 감질이 나서, 마리안은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아스터의 다른 반응을 이끌어 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좀처럼 그 이상의 것을 해주지 않았다. 오로지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것을 맛보듯 아주 천천히 밀부의 계곡 안쪽의 살점을 핥고 있을 뿐이었다.
“하읏.”
그러던 어느 순간 마리안은 그것만으로도 머리끝이 뾰족 서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몸 안쪽에서 감전된 것처럼 전율이 흘렀다.
갑자기 심장이 빠르고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마리안은 몸을 비틀었지만 아스터는 그녀가 멋대로 움직이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가만히, 착하지. 가만히 있어, 마리.”
“아, 읏!”
손가락이 뒤에서부터 계곡 안의 작은 구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마리안은 눈을 크게 뜬 채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애썼다. 평소와 자세가 달라진 탓인지 모든 게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처음 느껴보는 쾌감이 척추 바로 아래에서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마리안의 몸이 자꾸만 작은 공처럼 튀어 올랐다.
“하, 읏!”
그녀의 예민한 반응을 금방 깨달은 아스터는 얼른 손가락을 하나 더 밀어 넣었다.
마리안은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 몸을 떨었다. 좁은 계곡 안을 비집고 들어온 손가락이 안쪽을 살살 긁어대는 감각이 미치도록 좋았다.
하지만 너무나 좋은데도 불구하고 아직 그녀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마리안은 좀 더 큰 쾌락을 얻고 싶은 마음에 결국 아스터의 이름을 불렀다.
“아스터, 아스…터.”
마음이 조급한 나머지 숨이 거칠어져 있었다. 갑자기 눈물까지 주르륵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쾌락에 달떠 몸을 떠는 동안 고여있던 눈물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아스터가 그녀가 원하는 것을 충분히 해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도, 그런데도 마음이 너무 급해서 흘러내린 눈물이기도 했다. 차라리 모른 척하고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으려면 좋으련만.
마리안은 몇 번이나 입속으로 아스터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을 말하려고 했지만 어쩐지 그 말이 소리가 되어 나오질 않았다.
몇 번이나 용기를 냈는데도 끝끝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털어놓지 못해서 마리안은 가쁘게 숨만 몰아쉬며 눈물을 흘렸다.
만약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다면 아스터는 마리안의 상태를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나 아스터는 마리안의 얼굴이 아니라 등을 보고 있었다.
표정이 보이지 않다 보니 마리안은 그가 일부러 자신을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애태우는 것 같아서 이제는 서럽고 화가 날 지경이 되었다.
그때 아까부터 계속 허벅지 위쪽에서 그녀를 안달이 나게 했던 어떤 존재감이 사라졌다. 대신에 아스터가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자리를 잡고 들어와 앉았다.
마리안은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어서 한 차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온몸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런 마리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스터는 그녀의 등에 한 번 더 입을 맞추고는 몇 번이나 계곡과 그 사이의 틈새에 자신의 성기를 마찰했다. 이미 흥건하게 젖어있는 그녀만큼이나 아스터의 성기도 젖어있었다.
마리안은 자기도 모르게 끙끙대며 신음을 내뱉었다. 어서 빨리 아스터와 하나가 될 수 있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아아!”
그리고 마침내 아스터가 천천히 삽입하자 마리안은 숨을 삼켰다. 꽤 간만의 삽입인 데다 자세가 완전히 바뀐 탓에 압박감이 어마어마했다.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엎드린 탓인지는 몰라도 가슴이 조여들어 숨을 잘 쉴 수가 없었다.
“아아, 마리.”
등 뒤에서 깊은 한숨을 쉬듯 그녀를 부르짖는 아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리안은 시트를 그러모아 쥔 손에 좀 더 힘을 주었다.
“헉, 허억.”
아스터가 끝까지 안으로 들어오자 그녀는 시트를 꽉 쥔 채 상체를 조금 쳐들고 어떻게 해서든 호흡을 고르려고 애썼다. 너무 깊었고, 너무 숨이 막힐 듯이 좋았다.
“아, 아아!”
아스터가 조금만 움직여도 절로 신음이 튀어나와서 마리안은 침대 시트에 그대로 얼굴을 묻은 채 숨만 할딱할딱 내쉬었다.
아스터가 뒤에서 그녀를 내리덮듯 감싸 안고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그의 체중까지 실려서 정말로 압박감이 엄청났다.
하지만 마리안은 등에 닿는 아스터의 뜨거운 체온이 미칠 듯이 좋았다. 그가 안쪽 깊숙이 들어오면 정말로 깊이 그와 연결된 것 같은 기분을 실감할 수 있어 가슴 한구석이 충만해지는 기분이었다.
“으, 으응! 아, 아앗!”
마리안은 자신의 입에서 전에는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 당혹스러워서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물어 소리를 줄여보려고 했지만 그조차 쉽지 않았다.
갑자기 아스터의 움직임이 더 빨라지면서 침대가 요란하게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리안은 한층 더 시트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입술을 벌렸다. 그저 숨을 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마리, 아아, 마리!”
점점 깊이 빠르게 찔러대던 아스터가 마침내 절정을 맞이했다. 그는 마리안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세게 끌어안았다. 눈앞이 한순간에 하얗게 변하더니 다시 까맣게 변하는 바람에 마리안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아스터가 그녀의 몸을 힘껏 끌어안은 채 떨고 있었다.
마리안은 그의 격한 포옹이 좋았지만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서 반응할 기운이 없었다. 갑자기 탈력감이 몰려왔다.
그녀는 아스터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 축 늘어뜨린 채 다시 눈을 감았다. 아직도 눈앞은 깜빡깜빡 어두워졌다가 밝아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리안이 정신이 들었을 때 아스터가 마리안의 등을 끌어안은 채 여전히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직도 빠져나가지 않은 그의 존재감이 내부에서 느껴졌다. 마리안은 아스터와 마찬가지로 숨을 몰아쉬면서 천천히 손을 뻗어 아스터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에는 평소와 달리 제법 땀이 맺혀있었다.
“아스터, 아스터…….”
마리안은 입술을 달싹여 아주 작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스터는 바로 눈치채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듯 물었다.
“왜 불렀어, 마리?”
“얼굴, 당신 얼굴을 보고 싶어요.”
아스터가 목을 좀 더 길게 내빼고 마리안을 위에서부터 내려다보며 눈을 마주쳐 오자 마리안은 피식 웃었다.
“우리 꽤 오랜만인데 이번에는 얼굴을 보고 했으면 좋겠어요.”
진심이 가득 담긴 마리안의 말에 아스터의 표정이 잠깐 딱딱해졌다.
“표정이 왜 그래요?”
마리안이 기묘한 표정을 짓는 아스터를 보며 묻자 그가 겸연쩍게 웃었다.
“방금 그 말에 아랫배가 욱신욱신거리며 당겨서…….”
솔직하게 고백한 아스터는 천천히 마리안에게서 빠져나왔다.
주르륵하고 진득한 액체가 흘러내리는 느낌에 마리안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수줍어하면서도 밝았다.
아스터는 이제 자세를 고쳐 바르게 누워있는 마리안을 정면에서 내려다보았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끌어안고 다시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입맞춤은 조금씩 격렬해져 갔고, 얼마 후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무아지경이 되어 상대에게 키스를 퍼붓고 있었다.
가슴이 들썩거릴 정도로 숨이 가빠져서야 마리안에게 조금 떨어진 아스터는 한 번 더 마리안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춘 뒤, 얼른 그녀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이번에는 마리안의 눈을 보며 천천히 다시 삽입을 시도했다.
마리안은 그녀의 얼굴을 간질이는 아스터의 부드러운 황금빛 머리카락과 정열적으로 마주쳐 오는 그의 황금색 눈을 홀린 듯 바라보며 입술을 조금 벌렸다.
“키스도 계속해 줘요.”
안쪽으로 깊이 파고드는 아스터를 느끼면서 요구하자 아스터가 웃는 모습이 보였다. 이번에는 전에 없이 느긋하게 삽입한 아스터가 다시금 마리안의 요구에 따라 입을 맞춰왔다.
그 모든 게 너무나 부드럽고 달고 감미로워서 마리안은 눈을 감았다. 자다가 무심코 느꼈던 침구의 감촉이 너무나 부드럽고 기분 좋았던 것처럼 지금 그녀의 전신을 소중하게 품고 키스해 주는 아스터의 입맞춤이 마리안을 기쁘게 했다.
“아, 아아!”
그리고 마냥 부드러웠던 움직임은 조금씩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마리안은 아스터가 움직일 때마다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푹신한 침대에 거의 파묻힌 채 마리안은 아스터의 어깨에 두 팔을 감고 매달려 가쁜 숨을 내쉬었다. 아스터가 깊숙이 들어왔다 빠져나갈 때마다 몸 전체가 흔들리고, 시야가 자꾸만 깜빡이고 있었다. 호흡이 너무 가빴다.
마리안은 어떻게든 숨을 쉬려고 입술을 벌렸다. 그 덕분에 그녀의 입술은 아스터가 치받을 때마다 자꾸만 흘러나오는 소리를 어쩌지 못한 채 짧은 교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마리안은 시야가 자꾸만 하얗게 변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얼굴을 마주 보고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자신인데 아스터의 얼굴을 바라볼 여유가 전혀 없었다.
“마리, 마리. 사랑해.”
그때 아스터가 숨을 몰아쉬며 속삭이듯 내뱉은 말에 마리안은 눈을 크게 떴다.
진한 황금색 눈동자가 마리안을 응시하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를 담은 그 눈빛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게 환상적이었다.
마리안은 지그시 아스터의 눈을 바라보며 이번에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녀의 입술도 동시에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저도 사랑해요, 아스터.”
“앞으로도 항상 곁에 있겠다고 약속해 줘.”
이렇게 한 몸으로 이어져 끌어안고 있는 상황인데도 그의 목소리에서는 어째서인지 초조함이 느껴졌다.
“제가 당신을 떠날 것처럼 보여요?”
마리안은 의아함을 담아 아스터에게 물었다. 그를 떠날 마음이 손톱만큼도 없는데 어째서 아스터가 이렇게 초조해하는지 알 수 없었다.
“혹시라도 그럴까 봐. 앞으로 많은 게 바뀔 테니까 조금 걱정이 됐어.”
아스터는 마리안의 얼굴을 보며 속삭였다.
아닌 게 아니라 아스터는 그녀의 깊고 푸른 눈과 상기된 뺨과 침대 시트 위에 흩어져 내린 검은 머리카락을 바라보면서 견딜 수 없이 가슴이 뛰는 한편으로 자꾸만 초조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마리안이 이대로 절대 자신을 떠날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확인하고 싶었다.
“이 드넓은 세상에서 날 사랑해 주는 사람은 오직 너뿐이잖아, 마리.”
아스터는 마리안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나에게 이 세상은 너 하나뿐이면 돼.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어.”
아스터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의 세계는 원래 저 북쪽에 숨겨진 성채의 탑 하나에 불과했다. 아스터는 그 작은 세계 속에서 평생을 살아왔고, 아무리 괴롭고 힘든 일이 있어도 딱히 그 세계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날 불쑥 그의 좁은 세계로 들어온 마리안을 온전히 지키고, 가지고 싶어졌다. 그 결과로 아스터는 탑을 빠져나와 지금 이 넓디넓은 왕궁에 있었다.
드디어 마리안을 온전히 가졌다는 만족감이 드는 한편으로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준비하고 또 준비한 끝에 이곳에 다다르긴 했지만 단 하루 사이에 정말로 많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마리안은 손을 뻗어 땀이 맺힌 아스터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절박하게 자신을 원하는 아스터를 마주 보면서 마리안은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마리안은 그의 얼굴을 끌어당겨 아스터의 입술에 다시 한번 키스했다. 그러고는 자신을 뚫어질 듯 바라보며 여전히 대답을 기다리는 아스터에게 말해주었다.
“전 스스로 선택해서 당신의 곁에 남았잖아요.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어요, 아스터.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당신의 곁에 있을 거예요.”
마리안은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아스터를 응시하며 말했다.
“제게도 이 세상에는 당신 하나만 있으면 되는걸요. 다른 건 필요 없어요. 그건 저 탑 안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아스터의 마음만큼이나 마리안 역시 진심이었다.
그제야 아스터가 미소를 지었다. 훨씬 편안해진 얼굴로 그는 해맑게 웃었다.
“사랑해, 마리. 정말로 사랑해.”
그 미소가 너무나 밝고 환해서 마리안은 눈을 감으며 좀 더 그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대답 대신 힘껏 끌어안았다.
완결#키쿠절갠
탑에 갇힌 왕자님 외전#키쿠절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