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다가오는 만남(1)
98화 다가오는 만남(1)
담배 연기가 안개처럼 그득한 접견실.
부길드장의 무릎 위에 누워 있던 정보상은 다시 파이프 담배를 문다.
“마젠타 목걸이…진짜 가져오실 줄은 몰랐네여.”
발텐은 입을 벌려, 담배 연기를 뿜는다.
몽실거리며 허공에 올라가는 담배 연기.
부길드장은 조용히 손으로 휘젓는다.
마젠타 목걸이를 눈앞에 들고 시선을 훑던 발텐은 키득거린다.
그 도도하던 밤의 여왕이 자지에 굴복할 줄은 몰랐다.
마조 기질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쉽게 쾌락에 함락당할 여자는 아니었다.
“역시 대물이 좋네여~”
발텐 또한 마왕의 자지를 받아낸 몸이었다.
자궁을 힘차게 꿰뚫고 치는 좆질은 지금도 생각하면 짜릿하다.
한손으로 아랫배를 문지르는 손길이 야해빠졌다.
이카루트는 말없이 팔짱을 끼고 눈매를 가느다랗게 좁힌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의뢰한 정보나 말하라는 턱짓에 발텐은 키득거린다.
“용사 레티나는 지금 가이아 신전에 있어요.”
“가이아 신전…성검의 위치 또한 거기에 있나?”
“그렇죠~ 전부터 손님을 줄곧 기다리고 있는 것 같던데여.”
발텐은 파이프 담배를 뺐다. 입술 틈새로 담배 연기를 천천히 흘러보내고는 헤픈 웃음을 흘린다.
이카루트의 뒤에 가만히 있던 레실리아는 몰래 주먹을 틀어쥔다.
“세계수의 뿌리 찾기를 성심성의껏 도와준 것 같군.”
“하항~ 저는 돈만 준다면 정보를 주는 상인이니까요~”
발텐은 파이프 담배를 장난치듯 빙글빙글 돌렸다.
세계수의 뿌리를 일개의 NPC 캐릭터에 불과한 발텐이 어떻게 찾았는지 미지수였지만.
레티나는 이를 통해 마왕을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다.
“다프넬 이벨롯의 정보력도 너무 무시하지마세여. 마젠타 목걸이를 사라진 순간부터 손님을 줄곧 찾고 있을걸요? 저희 부탁을 들어주신 덕분에 손님의 신분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단 말이에요~”
마젠타 목걸이를 빼앗겼을 때부터 다프넬은 즉시 사라진 이카루트를 추적했다.
다프넬을 보호하는 도적단은 골치 아프게 따라다녔고.
낌새를 맡은 다프넬은 정보상 발텐의 주변을 집요하게 좇아다니며 이카루트의 정체를 캐내기 바빴다.
다행히 이카루트는 인상을 흐리게 하는 마법이 걸린 망토를 하고 있었고.
마젠타 목걸이의 주인은 쾌락에 져버려, 각인된 권한이 져버린 상태였다.
다프넬이 스스로 암캐라고 인정하자마자 마젠타 목걸이는 쓸모 없는 인간과 마법 각인을 해제했다.
이윽고 발텐의 손이 쥐어지자, 마법이 다시 발동되어 마젠타 목걸이는 새로운 주인을 만들었다.
“성검을 마지막으로 갖다놓은 사람이 그 여자이기도 하니, 최악의 경우라면 신전까지 찾아올 거예요.”
“상관없다. 용사의 목숨을 베는 건 한순간이다.”
“아항~ 죽일 속셈으로 찾으시는 거구나~”
발텐은 다 알면서도 능구렁이처럼 넘어갔다.
파이프에 남은 잿더미를 손가락으로 누르더니 가루가 낀 손톱에 대고 후후 분다.
“한 가지 덧붙여서 말씀드리자면~ 레티나는 손님 두 분을 기다리시는 것 같아여~”
발텐의 눈은 레실리아에게 박혀 있었다.
레실리아는 애써 무시하며 한쪽 팔을 쓸어올린다.
“가지.”
“……네, 주인님.”
“조심히 다녀오세여~ 다음에도 의뢰 부탁드립니다아~”
발텐은 흐느적거리며 손을 흔든다.
이미 이카루트는 뒤돌아 있어 보질 못했다.
발텐은 느른하게 턱을 괸 채로 애꿎은 파이프 담배 끝만 질겅 물었다.
“아참~ 전에 제게 의뢰했던 손님이 여자 손님을 만나면 말 한마디만 전해달래여.”
그를 따라가던 레실리아의 등줄기가 움찔거린다.
옅은 한숨을 쉬고는 옆얼굴을 보였고. 반절 내리깐 눈은 의미심장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
“마왕에게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
“그러니까 몸조심하라고 전해달래여~”
말과 다르게 발텐은 파이프 담배로 심장 부근을 긋는 행위를 취한다.
뭐가 즐거운지 킬킬거리며 배꼽을 잡는다.
부길드장은 무릎 위에 데굴데굴 구르는 마스터의 모습에 한숨을 내리쉰다.
“……얼른 신전으로 갈까요?”
레실리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제 주인에게 시선을 맞추며 다정한 미소를 머금는다.
용사는 성녀와 함께 마왕이 정보상에게 올 것을 알고 있었고.
성녀는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빨리 성검을 부수고, 주인님과 단 둘이 있고 싶어요.”
의심의 눈초리가 짙어지는만큼 성녀는 제게 마음을 투명하게 들이밀며 가까이 다가온다.
***
이공간을 찢고 나오자, 흙바람이 몰아친다.
레실리아는 눈이 따끔한듯 미간을 좁힌다. 나부끼는 흙먼지 때문에 결국 손으로 시야를 가린다.
“정말 오랜만에 오네요…”
폐허가 된 가이아 신전.
성벽이 반절 허물어졌고. 돌풍 때문에 깃발이 고개를 툭 꺽었다.
전쟁의 종식지는 그날 참극을 기억하고 있었다.
“……정말 여기에 성검이 있을까요.”
웅장하고 아름다웠던 건물은 마계의 정복에 의해 쉽사리 망가졌다.
가이아 신전 건물은 한때 평화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폐망한 곳에 불과하다.
레실리아는 슬퍼하지도 않았다.
빨리 성검을 찾아 부숴뜨릴 생각 뿐인지 시선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린다.
“너는……”
“네?”
왜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
이카루트는 턱끝까지 차오른 질문을 가까스로 참았다.
물어봤자 성녀는 질문에 답해주지 않을 뿐더러, 용사를 만나면 왠지 성녀의 비밀이 풀릴 것 같았다.
“주인님 알고 있어요.”
언제부턴가 레실리아가 가까이 다가왔다.
옷깃을 조심스레 쥐며 맑고 아름다운 청안을 올려다본다.
“제가 왜 승기가 있는 전쟁터에서 항복을 했으며 성노예를 거리낌없이 자처했는지 이해되지 않으실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말씀드릴 때가 아닌걸요. 믿기 어렵겠지만 조금만…절 믿고 기다려줄 수 있나요?”
레실리아는 살짝 울먹인다.
혹여나 그가 내칠까봐 겁먹은 표정이었다.
‘게임 패치 때문이겠지.’
레실리아가 이렇게 달라지게 된 원인에 대해 여러가지 경우를 생각했다.
결국 당위성이 높은 원인은 게임 패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레실리아는 게임 패치 이전과 이후 마왕을 대하는 태도가 극명하게 달라졌고.
에로 소설을 읽어, 성적 호기심이 강하다는 해괴한 설정까지 덧붙여졌다.
“아직까지 널 믿기가 어렵다.”
“……”
“하지만 기다려줄 순 있지.”
끝말을 나직히 흐트러지게 하며 옆을 지나쳤다.
멍하니 있던 레실리아는 뒤늦게 반응을 보였다. 기
쁜듯이 따라붙는 걸음 소리를 들으며 이카루트는 폐쇄된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 주인님! 마법 결계가!”
신전에 들어서자마자 결계막이 생겼다.
빠르게 돌아선 레실리아가 급히 신전을 나가려고 했지만.
마법 결계에 막혀, 제자리에 멈춰섰다.
“이…이런 결계 마법은 없을 텐데…!”
아래에 마법진이 차례로 그려지자 레실리아는 뒷걸음을 쳤다.
신전을 집처럼 오랫동안 살았다. 보호 결계는 있어도, 수상한 마법 결계는 듣도 보지도 못했다.
“레티나…당신의 짓이군요.”
드드드드…
혼잣말하던 레실리아는 황급히 시선을 옮겼다.
신전 내부에서 이상한 마법이 발동되고 있었다. 높다란 신전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하얀 촉수.
어디선가 많이 본 촉수였다.
“오랜만이구먼…마왕…”
스스로 만든 촉괴의 먹이가 되었던 대현자 델피네.
델피네는 한껏 동공을 벌린 채 뾰족한 이를 드러내며 광소를 짓고 있었다.
음부와 유두를 겨우 가리는 마이크로 속옷. 그 위로 찢겨진 망토를 입고 있는 델피네는 어딘가 정신나간듯 보였다.
“자네 덕분에 내가 쾌락을 알게 되었다네! 이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느낀 쾌락을 나누고 싶은데 어떠한가? 다시 내게 자지를 줄 겐가?”
“완전히 타락해버렸군. 대현자여.”
“타락이 아니라네. 여자의 행복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지!”
지팡이를 쿵, 하고 내려찍은 델피네는 더욱 흥분한 것 같았다.
옅은 천 위로 빳빳히 올라간 유두. 음부 부분은 동그랗게 젖었다.
“자네에게 당한 후부터 난 매일같이 자지만 찾았네. 뭐라도 보지에 꽂지않으면 음탕하게도 물이 줄줄 샜지.”
마이크로 속옷에 가려져 있었지만. 음부 주위에 볼록한 무언가가 쉴 새 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촉괴의 어느 부분을 집어넣은 것 같다.
“어서 내게 자지를 주게… 어서!”
“지금은 별로 바빠서 말야.”
“자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겐가… 자네 때문에 내가…내가……!”
델피네의 물색 눈동자가 흔들거린다.
괴로운듯 머리를 부여잡더니, 허벅지를 모은다. 이내 눈매가 서늘하게 올라가자, 하얀 촉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자지를 주지 않으면 난 자네를 억지로 붙들어, 듬직한 자지를 내 보지에 넣어버릴 거라네.”
“……맛간 여자의 보지는 별로 탐하고 싶지 않다.”
“모두 자네가 자초한 일일세.”
“키에에엑!”
촉괴가 다량의 촉수를 뿜어, 꿀렁거리며 소리를 내지른다.
레실리아는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며 성력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는 이공간을 찢어, 마검을 꺼내들였다.
‘상대는 하나가 아니다.’
둘, 아니 셋이었다.
이카루트는 공기처럼 가벼운 기척을 읽어냈고.
레실리아에게 조심스레 다가오는 발걸음을 빠르게 오오라로 쳐냈다.
스걱!
“우하악! 깜짝 놀랬다냥!”
수인족 여인 낸시는 우당탕 뒷구르기를 하며 중심을 잡았다.
애버글로우 숲속에 홀로 남겨진 올리비아를 뺀다면 용사 원정대가 전원 모였다.
“자네, 내 전투를 방해했다간 가만두지 않을 거라네!”
“누가 할 소리를 하는 거냥! 자지 타령하지 말고 빨리 저 녀석들을 죽여라냥!”
낸시는 생채기가 난 손등을 핥았다.
급속도로 상처 회복되면서 똑바로 전투 자세를 취한다.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양손을 바닥에 닿아 언제라도 공격할 수 있도록 한다.
“용사님은 어디 계시죠?”
“그건 알려줄 수 없다냥!”
낸시는 하악질을 하며 성녀를 경계했다.
이카루트의 마검에 오오라가 뻗어나가자, 끈적이는 촉수가 빠르게 들이닥친다.
콰콰쾅!
“자네는 나와 전투를 끝맺어야 한다네. 내가 이기면 자네는 나의 생체 딜도가 될 것이라네.”
“소름끼치는 말을 잘도 하는군.”
“영광으로 받아들이게나.”
델피네가 지팡이를 높이 들어올린다.
“키에엑!”
촉괴가 한바탕 울부짖고는 빠르게 공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