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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화 〉매도당하고 싶은 밤의 여왕(1) (94/98)



〈 94화 〉매도당하고 싶은 밤의 여왕(1)

94화 매도당하고 싶은 밤의 여왕(1)

망토를 깊게 눌러쓴 이카루트는 저택을 바라보았다.
차라타의 거리에서 봤던 건물 중에서 가장 크고 사치스러운 건물이었다.
밤의 여왕 이미지에 걸맞게 온통 검고 붉었고 일본식 저택구조와 비슷했다.

딸랑, 문 위로 달린 종을 흔들었다.
그러자 한 검은 메이드복을 입은 소녀가 문을 열어주었다.
입매를 다물어 침묵을 지키는 메이드. 머릿결과 눈, 심지어 옷도 검었다.
그림자를 의인화한 것 같았다.

이카루트는 말없이 초대장을 건넸다.
고사리같은 작은 손으로 받아든 메이드는 인장을 확인한다.

“손님, 들어오세요.”

메이드는 문을 활짝 연다.
홍등을 든 채로 몸을 빙글 돌아, 앞장 선다.
길을 안내하는 메이드를 따라 주위를 구경한다.

넓은 정원에 붉은 상사화가 피어나 있었다.
밤 그림자가 드리워지니, 더욱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했고.
검은 색과 붉은 색밖에 없는 세상처럼 느껴졌다.

다른 세상 같은 정원을 지나자,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이윽고 메이드는 미닫이 문이 있는 방 앞에 선다.

“들어와.”

메이드는 조용히 문을 열고는 소리없이 뒤로 물러간다.
방안의 구조는 희한하게도 서양식이었다.
커다란 창문이 눈에 띄었고. 창문을 통해 홍등가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맨얼굴로 뵙는 건 처음이겠네요.”

다프넬은 가면을 벗고 있었다.
대신 작은 망원경으로 창가를 주시하고 있다가,인기척에 뒤돌아보았다.

“앉으세요.”

보라색 눈을 새초롬하게 뜨며 팔짱을 낀다.
이카루트는 중앙을 차지하는 소파에 앉았다.
가까이서 누그러지는 쿠션감이 들어, 시선을 옮겼다.

다프넬은 바로 옆에서 앉아 다리를 꼬았다.
허벅지에 붙는 치마에 옆트임이 생겨, 하얀 허벅지가 드러났지만.
다프넬은 가만히 냅두며, 찻주전자 뚜껑을 연다.

“무슨 차 좋아하세요?”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그럼 제가 좋아하는 차로 끓일게요. 문제 없죠?”

눈썹 끝이 올라가며 허락을 구했다.
아무 말없이 바라보자, 다프넬은 고개를 획 돌리고는 붉은 꽃잎을 넣었다.

“히비스커스 차예요. 색이 예뻐서 좋아하는 차이기도 해요.”

촛불을 통해 달달 끓고 있는 찻물은 어느새 고운 붉은 색으로 변한다.
찻잔을 따라주자, 흐르는 차에 하이얀 연기가 새어나온다.
둘 사이엔 정적이 오갔다.

다프넬은 잔에 입만 댈 뿐 조바심나는듯 눈길을 준다.
이카루트의 찻잔이 거의 다 비워낼 때쯤에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여자 노예는 데리고 오지 않으셨네요.”
“저를 부르셨으니 굳이 데려올 필요성은 못 느꼈습니다.”

다프넬은 무릎 위에 식은 잔을 내리고는 테두리를 문지른다.
왠지 할 말이 많아보이는 표정이었다.

“그 여자 노예 혹시 성직자 출신인가요?”
“……노예의 개인적인 정보는 저도 모릅니다.”
“아, 그런가요…그렇죠. 보통 조교사는 모를 수 밖에 없지만…실은 여자 노예에게서 성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한 번 물어봤어요.”

다프넬은 당시 봤던 유두 피어싱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주인과 친밀감이 있는 교류가 있지 않고서야 노예는 피어싱을 할 순 없다.
다프넬은 자꾸만 그에게 흥미가 갔고. 그에 대해서 모조리 알고 싶었다.

괴물급 신입 조교사라는 타이틀만 알지, 이름도 정보도 모른다.
다프넬은 마른 침을 축이고서야 짧게 한숨을 쉰다.

“광장에서 조교할 때부터 지켜봤는데…두 분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요. 물론 제 착각일 수도 있지만요.”
“그렇습니까.”

일부러 오오라를 얼굴에 둘렀다.
상대방의 인식을 흐리게 만들었지만 다프넬의 촉은 예상보다 날카로웠다.

“미안해요. 제가 너무 캐묻는 것 같네요. 차 한 잔 더 하시겠어요?”
“좋습니다.”

다프넬은 진하게 우려낸 차를 따라주었다.
조금 식어도, 향과 맛은 여전히 유지되었다.
이카루트가 차를 마시는 모습마저 전부 지켜보며 다프넬은 묻고 싶은 말을 속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여왕님께선 조교를 언제부터 하셨습니까.”
“저는…꽤 되었어요. 성인이 되기 전부터 조교를 배웠으니까, 5년 걸렸네요.”
“능숙한 조교 실력이더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아…별로 대단하진 않아요. 하다보니 점차 늘게 된 것 뿐이에요.”

칭찬 세례에 약한 다프넬은 옅은 홍조를 띈다.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지자 대화가 차근차근 이어졌다.

“야외 광장에서 노예 조교플을 잠깐 보았습니다. 본래 S기질이 타고 나신 것 같습니다.”
“놀랍게도 저는 별로 SM플을 좋아하진 않아요. 차라타의 거리에서 감시하려면 지배하는 성향을 강하게 보여줘야 하거든요.”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다프넬은 속이야기를 하였다.
조교를 하게 된 계기부터, 마음가짐까지 전부 드러냈다.
이카루트는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이에 다프넬의 마음이 점차 열렸다.

“조교를 보여줘야, 그들은 저를 따라줘요. 강하고 억압하는 모습을 보여줄수록
신뢰감을 보이니 솔직히 넌더리나요.”
“그렇겠네요. 애초에 조교하는 걸 원치 않았다고 하셨으니.”
“맞아요. 저는 그저 보여주기 위해 조교를 하는 것 뿐이에요. 보통 조교사들과 다르다고요.”

다프넬은 은근히 자신을 높이며 저들과 다르다고 특별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가 보기엔 다프넬이나, 조교사나 마찬가지로 똑같았다.

“조교를 하면서 쾌락을 느끼다니…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요. 저는 감시자로서 또 하나의 역할이 필요했던 것 뿐이니까요.”

다프넬은 푸념을 늘어뜨렸다.
그를 곁눈질하고는 시선을 내리깐다.

“솔직히…조교하면서 쾌락을 느끼는 분들이 부러워요…저는 쾌락조차 느끼지 못하니까…조금 그래요. 일부러 딜도를 사서 자위를 했지만 조금 넣어도 아프기만 하고…하아…”

저도 모르게 성고민을 털어놓았다.
길게 한숨을 쉬던 다프넬은 허공을 보다가, 대뜸 정신차린듯 얼굴이 벌개진다.

“아…미, 미안해요. 제가 괜한 말을 했네요. 조교플에 대한 심도깊은 이야기가 아니라, 순 고민만 털어놓았네요. 불편하셨을 텐데…”
“저는 괜찮습니다.”
“조금 전 했던 말은 잊어주세요…부, 부끄러우니까요…”

다프넬의 몸 전체는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다급히 심호흡을 한다.
부끄러움을 이기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는 그래도 어지러운지 손부챗질을 한다.

“미안해요…요새 혼란스러운 일이 많아서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게 되네요.”
“많이 힘드신 것 같습니다.”
“네…아, 조금 아주 조금 힘든 것 뿐이에요! 하아…친구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긴 한데…”

용사에 관한 이야기로군.
이카루트는 놓치지 않고 주절주절 늘어놓는 다프넬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

“굉장히 이상적인 친구예요. 그 친구가 하도 설쳐서 일부러 감시자까지 붙였는데…눈치는 빨라서 요리조리 잘도 도망가네요. 쥐방울같은 아이예요. 그 친구가 벌어놓은 일을 죄다 제가 처리하고…”

대부분 용사 레티나에 대한 욕이었다.
쌓인게 많은듯 다프넬은 한 번 터진 말을 마구 쏟아냈다.
푸념에 가까이 하는 이야기는 별로 건질 게 없었다.
대충 흘러들으며 이카루트는 주위 기척을 면밀히 살폈다.

‘보는 눈이 많군.’

밤의 여왕을 지키려는 그림자가 제법 많았고.
문 앞에 서있는 메이드는 얌전히 무릎을 꿇고 내부를 주시하고 있었다.

“친구 분이 많이 힘들게 한 모양입니다.”
“말도 마요. 가끔 제가 아는 남자랑 닮은 면을 보여주긴 하는데…아…”

다프넬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전 대의 용사 렉스가 레티나와 동일인물이란 걸 모르는 눈치였다.
레티나는 계획적으로 친하게 지내며 다프넬을 이용했던 것 같다.
용사라고 하기엔 악의적인 면이 확실히 드러났다.

“괜한 말을 늘어놓았네요. 미안해요 조교사님.”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다프넬은 더위를 타는듯 손부챗질을 했다.
머리칼을 덮은 이마와 목덜미에 땀방울이 흐르지 않았고
방의 온도 또한 뜨겁지도 않았다.
이중적인 의미를 담은 말을 뱉자, 다프넬은 뜨끔거린다.

“아…네, 조금…흥분한 것 같네요…”

주황색 머리칼을 한웅큼 잡고는 한쪽 어깨로 늘어뜨린다.
다리를 꼬으는 자세가 약간 달라졌다.
허벅지 안쪽을 파고들어, 다리 근육이 빳빳히 섰다.
입술 틈새로 약간 벌어지자 숨결이 거칠어진다.

“조교플에 대한 심도 싶은 대화를 해야 하는데…”

다프넬은 몸을 기울이면서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먹잇감은 스스로 마음과 몸을 열어주었다.
그녀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힌 셈이다.

“S기질과 M기질이 비례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때리면서 맞는 걸 좋아한다는 사람도 있다는 건가요?”
“예, 마조히스트가 자기가 당하고 싶은만큼 도S적인 면모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조교사를 만나보셨나요?”

다프넬은 저도 모르게 입매를 굳혔다.
조교플을 하면서 쾌감따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저 남자의 능숙한 조교 실력을 본 다음부터 음부가 이상했다.

‘그날 축축히 젖어 있었어…’

처음으로 마른 음부가 질척이는 애액을 연신 뿜어댔다.
다프넬은 자신이 불감증이라고 철썩같이 믿었고. 교미 섹스따윈 안할 거라 생각했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조교사들이 많더군요.”
“만나…보셨나요?”
“사실 듣기만 했습니다만.”

이카루트의 손은 과감하게 허벅지를 쓸었다.
다프넬은 급히 숨을 들이켰고. 주시하던 눈이 매섭게 변하며 살기를 날리기 직전이었다.
다프넬은 주먹을 겨우 쥐었다폈다.

“잠깐…”

공격하지 말라는 표시였다. 눈치빠른 그림자들은 천천히 이카루트를 살폈다.
이조차 허용하지 않는듯 검지를 허공에 튕긴다.
그러자 주위를 에워싼 인기척이 흩어졌다.

“전 사실 불감증이예요. 이런 걸로 제가 흥분하지 않아요.”

다프넬은 일부러 튕겼다.
이카루트는 말캉한 허벅지를 쓰다듬다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우웃, 거리며 입술을 약간 모은다. 꼬인 허벅지 틈새로 야한 즙이 나오기 시작했다.

‘들키면…안 돼…나는 밤의 여왕이야…’

주도권을 뺏길 순 없었다.
다프넬은 어깨를 반듯이 펴고 똑바로 주시하였다.
말랑말랑한 허벅지 안쪽 살결을 매만지자 점차 허리가 고꾸라진다.

“조교를 받아본 적은 있으십니까.”
“으읏…그런 일은 제게 일어나지 않아요…저는 밤의 여왕이니까요…”

노예처럼 다리를 벌리고 성교를 받는 행위는 불명예스러웠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육체는 만져달라고 열을 냈고.
처녀 음부는 벌써 투명한 애액이 칠칠맞지 못하게 흘러나왔다.

“본래 사디즘은 마조히즘과 비슷한 관계입니다. 능숙한 조교플을 위해서는 노예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하는 법입니다.”
“아앗…거기 만져버리면…”
“제가 제대로 가르쳐드리겠습니다.”

허벅지 틈새로 완전히 들어온 손가락을 세운다.

“흐,응!”

푹 젖은 질구를 눌러주자 피슛, 애액이 쏟아졌다.
다프넬의 얼굴은 금세 타락한 노예처럼 변했다.
본래 마조기질을 지닌 암캐가 쾌감에 삼켜지는 건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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