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성검 찾아 삼만리(1)
56화 성검 찾아 삼만리(1)
또각, 또각. 기나긴 통로를 지나 거대한 석문이 보였다.
“흐으…자지…자지….더 줘어…하앙…♡ 거, 거기 너무 조아아…♡”
음란하고 외설적인 목소리가 안에서 새어나왔다.
용사 레티나는 눈가를 찡그리고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호되게 당했을 줄은 몰랐는데…”
레티나는 롱소드를 꺼냈다. 그리고 낡아빠진 걸쇠에 반원을 그린다.
빠각, 일자로 깨진 걸쇠. 저절로 석문이 열린다.
“흐끄윽…하앙…♡ 핫, 읏, 으, 아, 아앙♡”
“델피네 그렇게 큰 소리로 신음 내면 목 안 아파?”
“아, 앗, 흣, 흐읏, 아, 아앗♡”
“내 말은 듣지도 않네…”
촉수는 쿨쩍거리며 델피네의 보지속을 마구 범한다.
여러 다발의 촉수는 이미 보짓살을 헤치며 희롱하고. 빨판처럼 젖꼭지를 붙어, 추웁추웁 빨아당긴다.
탱탱 부은 보지와 젖가슴. 알몸 여기저기엔 촉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음액에 절여져, 단정히 땋은 머리칼은 헤집어졌고.
젤리로 샤워한 것처럼 몸이 질척거린다.
“레…티나아….아앙♡”
“델피네 이제 정신차렸어?”
“사, 살려…줘…앗, 아, 흥, 흐읏, 아, 아아앗!”
굵직한 촉수가 질벽을 왕복한다. 양손과 양발이 허공에 붙잡힌 채 정처없이 당했다.
찌걱찌걱찌걱, 올려칠 때마다 보짓살이 뻐금거리며 음액과 애액을 분출한다.
허연 백탁액이 밀려나오는 걸 보아, 자궁에 많이도 싸지른 것 같다.
“보아하니 구속 계약 된 것 같고…흐음, 어쩌지.”
“흣, 흐으…렉스…렉스으…”
“렉스 아니라고 했잖아. 델피네 정신 좀 차려봐.”
레티나가 델피네의 뺨을 검등으로 톡톡 친다.
선명해지는 동공. 하지만 쿵, 쿵 박아오르는 촉수 딜도에 추잡스럽게 얼굴이 풀어진다.
델피네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쿠륵…쿠르륵…”
암컷 냄새를 맡은 촉수가 천천히 다가온다. 레티나는 어깨에 검을 걸치고는 델피네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왕에게 당해버린 동료. 괴롭히는 촉괴를 쓰러뜨리지 않았다. 괜찮냐는 말 한마디도 없었다.
그저 한심스러운 눈길로 보다가, 한숨을 쉰다.
“무자비하게 당할 정도로 약해지면 안되는데…”
레티나는 롱소드를 크게 휘둘렀다.
파바박! 다발의 촉수는 수직하강하며 떨어졌고. 촉수에 붙잡힌 델피네도 아래로 떨어졌다.
“자지…자…지…흐읏…”
“쳇.”
레티나는 보지에 꽂혀 꾸물거리는 촉수 하나를 잘근잘근 짓밟는다.
촉수가 아픈듯 마구 몸서리치자, 델피네의 뽀얀 보지가 파르르 떨린다.
“설마 했는데 성녀와 함께 왔을 줄이야.”
구석진 곳에 놓인 동그란 구슬.
원정대 전원이 쓰는 연락용 마법 구슬이었다.
구슬을 통해 레티나는 대현자에게 일어난 사정을 알게 되었다.
급히 갔지만, 마왕과 성녀는 사라졌고. 불쌍한 대현자는 마왕에게 구속된 상태였다.
“정신 오염이 빠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겠네.”
“흐으… 하으읏…흐끄윽…”
“일단 구해줄게. 델피네, 이런 일이 또 있으면 내가 더 곤란해지는 거 알지?”
“흐읏…하으응…”
델피네는 여전히 정신차리지 못했다.
‘성검을 찾지 못한 마왕은 성녀와 함께 어디로 갔을까.’
걸음을 옮긴 레티나는 동그란 구슬을 챙겼다.
움켜잡는 손등. 분기가 서린 핏줄이 돋았다. 성검을 찾지 못하게 수를 써야 한다.
레티나는 주머니 속에 있던 연락용 마법 구슬을 켰다. 지이잉, 진동이 몇차례 일어나자 빛이 발한다.
“응, 다프넬 나야 레티나. 부탁이 있어서 연락했어.”
[….하아, 또 무슨 부탁인데?]
신경질적인 음성. 하지만 언제든지 부탁을 들어줄 친우였다.
“성검의 위치를 바꿔줘.”
[또? 레티나! 봉인된 성검 위치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알아?! 너 자꾸 그러…]
우다다 쏟아지는 잔소리.
레티나는 지혜롭게 연락을 바로 끊었다.
스륵, 낡은 롱소드를 한 번 쓰다듬은 후에야 의미모를 미소를 지었다.
***
우웅, 공중에 블랙홀이 생기더니 쭈욱 찢어졌다.
두 개의 인영이 나타났다.
“아, 앗… 가, 감사합니다.”
어지러움을 호소하던 레실리아가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 했다.
이공간은 공간과 공간의 틈새를 임시방편으로 뚫어 들어가기에 시간축이 살짝 뒤틀려 있기도 한다.
마족 중에서도 최강의 육체를 가진 이카루트는 괜찮았지만. 나약한 종족이 이공간에 들어가면 현기증을 호소하거나 심하면 뇌에서 정신 착란을 일으켰다.
성녀 또한 견고한 정신력으로 버텼다. 그에 반해 인간의 육신은 매우 약했다.
“조심해라.”
“아, 네에..주인님.”
걸음을 옮기던 찰나, 다리 힘이 쭈욱 빠졌고. 이카루트는 넘어지는 레실리아의 팔뚝을 붙잡았다.
자연스러운 배려에 성녀는 수줍게 양볼을 붉혔다. 손등으로 식은땀을 닦고는 눈을 들어, 또렷해진 시야를 바라본다.
“마을이네요..?”
푸른 하늘. 춥지도 덥지도 않는 날씨. 우거진 숲속 건너편에 민가들이 옹기종기 둘러쌓여 있었다.
규모가 작은 마을. 실론드 마을처럼 평화로운 삶을 살았는지 주민들의 행동은 느긋했고. 온유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경비병도 없는 마을 입구. 입구에 들어서자, 밭일하던 마을 주민이 자연스레 맞이한다.
“여행객이신가요? 하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마을 이장 올드렌 입니다.”
“…..이카루트라고 한다.”
“레실…아니 레아라고 해요.”
성녀의 이름은 인간계 전국민들이 다 알기 때문에 레실리아는 재빨리 가명을 썼다.
반갑게 인사한 올드렌은 물흐르듯 합석하였다. 마을 내부 구조와 합숙할 곳까지 상세히 가르쳐주며 친절을 베풀었다.
낯선 이에 대한 경계도, 의심도 없었다.
“이 마을은 굉장히 평화롭네요.”
“숲 건너편에 살고 계신 엘프 종족 덕분입니다. 최근 곳곳에 등장한 게이트 마물때문에 소동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저희가 나서기도 전에 엘프들이 대신 싸워서 큰 피해도 없었습니다.”
“엘프 종족이 살고 있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레실리아의 손가락 방향은 그림자가 가득 드리워진 숲에 머물렀다.
엘프 종족은 유랑하는 집시마냥 따로따로 움직인다. 현재 엘프 종족이 정착한 숲속은 두 군데였다. 동쪽과 북쪽에 위치한 엘프 숲.
‘그래서 엘프 왕이 두 명이지.’
숲속의 대표 수장이 엘프 왕이었다. 그 중 한 명은 제일 잘 아는 올리비아였다.
성검이 랜덤으로 나왔다. 특히 북쪽 숲속에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다크 우드.
평화로운 마을과 달리 숲속은 죽음의 늪 중심으로 광대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마물 게이트가 근접해 있는터라, 종종 마물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수시로 순찰하는 엘프들 덕분에 마을은 무사했다.
“최근 엘프 종족과 교류가 없어서 걱정이긴 합니다만…변덕이 심한 엘프들이라, 조만간 얼굴을 비칠 것 같군요.”
“사람과 교류를 하나요…? 처음 들어요. 사람과 교류를 하는 엘프라니…”
“예, 인간계에 널리 알려진 엘프 종족은 대부분 동쪽 애버글로우 숲 출신이니, 신기한 건 당연합니다.”
레실리아가 아는 엘프라고는 마왕 원정대에 합류한 엘프 왕 올리비아 밖에 없었다.
올리비아는 인간을 적대하다못해, 하찮은 벌레취급하였다. 예의범절과 명예를 지키는 성향 탓에 높은 인간이 오면 깍듯이 예의를 다한다.
하지만 시선은 냉정했다. 올리비아가 호의를 보이는 인간은 딱 한 명. 용사 렉스 에티아 뿐이었다.
“소문과 다르게 그녀들은 인간친화적입니다. 40년간 물물교환을 하면서 서로 도와주는 관계를 맺었지요. 그치만…”
올드렌의 턱을 쓰다듬었다. 가라앉은 시선은 엘프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
“한달 전부터 보이지 않더군요. 워낙 변심이 잦은 탓에 그러려니하고 넘어갔지만, 모든 엘프가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으니 이상함을 조금 느꼈습니다.”
올드렌은 고개를 기웃거리다가, 푸욱 한숨을 쉰다. 레실리아는 함께 걱정해주었고. 도톰한 입술엔 저절로 격려와 위로가 쏟아졌다.
재잘거리는 대화 소리를 들으며 이카루트는 생각에 잠겼다.
‘성검 때문은 아닐테고, 마물 때문에 위험해진 건 더더욱 아닐 거다.’
북쪽 다크우드에 사는 엘프 종족은 올리비아가 수장인 애버글로우 출신 엘프와 성격, 성향이 매우 달랐다.
전투를 좋아했으며, 호기심이 많았다.
숲속을 순찰하는 이유도 게이트 내에 나타나는 마물이 만나기 위해서였고.
호승심이 가득하여 용사를 처음 만났을 당시, 검부터 맞부딪쳤다.
‘다크 우드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레실리아는 올드렌과 여러가지 주제로 대화하였고. 엘프 주제는 이미 넘어간지 오래였다.
그들은 걷고 또 걸었다.
“이곳에서 점심 드시면 될 겁니다. 마을에서 포도주와 빵이 맛있기로 유명한 식당이거든요. 고단한 여행길. 마을에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장님 감사합니다.”
“하하, 편안하게 올드렌이라고 불러주십쇼.”
“아, 네 올드렌 씨. 바쁜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올드렌이 인도해준 방향은 여관 식당이었다.
말이 많은 남자였다. 올드렌은 아리따운 레실리아에게 일부러 말을 걸었고. 그녀가 순수하게 반응해주자 기분좋은듯 떠벌떠벌 수다를 떨었다.
인사하면서까지 올드렌은 이카루트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 덕분에 엘프 종족의 정황을 알 수 있었다.
꼬로록.
“아, 앗…! 그, 그게 어, 저, 그러니까!”
“……많이 배고팠나보군. 일단 휴식을 취할 겸 식사부터 하지.”
“으우…네에…주인님…”
레실리아의 얼굴은 토마토처럼 터질듯 새빨개졌다. 윗배를 어루만지며, 타박하듯 꾸욱 눌렀지만.
꼬로록…. 눈치없는 위장은 밥 달라고 마구 소리쳤다.
이카루트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식당 입구를 열었다.
점심 시간 치고는 한적한 식당.
제일 구석진 자리에 앉은 그들은 점심 세트를 시켰다.
식전으로 먹음직스러운 호밀빵과 새우 수프. 포도주가 딸려나오자 레실리아는 침을 꼴깍 삼켰다.
“주인님…안 드세요?”
“먼저 먹어라.”
“아, 넵!”
천천히 식기를 들어, 먹는 성녀. 호호 불며 빵 한 입을 베어먹자 살풋 미소를 지었다.
교단에서는 항상 채소, 과일 밖에 주지 않았다. 연달아 나오는 고기 음식에 레실리아의 표정이 환해졌다.
마왕성에서도 음식을 먹지만, 인간계에 나와 처음으로 음식 다운 음식을 먹었다.
레실리아는 말없이 입을 오물거리며 음식을 흡입하였다.
저 가냘픈 체구에 수많은 음식이 들어가자 이카루트는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식사가 한참일 때. 벌컥! 문이 세차게 열렸다. 거지처럼 넝마옷을 입은 소년이 들어온다.
제 집에 들어온 듯한 당당한 걸음걸이에 여관 주인이 도끼눈을 하였다.
“타오, 이 녀석 또 뭘 파려고 온 거냐?!”
“앗, 아아! 귀 떨어져요! 아파앗!”
“여긴 식당이지, 노점상이 아냐! 썩 나가질 못해!”
“에이…오늘도 귀한 만담 하러 왔다니까요? 앗, 아아악! 아파! 내 귀 떨어진다!”
한쪽 귀를 잡아당기자 소년 타오는 소리를 빽빽 질렀고.
이 상황이 익숙한듯 식사하던 주민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주인장 거, 그만 하시게나! 안 그래도 심심했던 찰나였는데. 꼬맹아 재밌는 이야기를 좀 들려주려무나.”
“오오, 아저씨 아주 행운이시네요! 오늘은 무려 제가 숲속에 성검을 발견한 썰을 풀러 왔다고요!”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타오의 목소리.
성녀와 마왕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