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6화 〉마물 둥지(3) (46/98)



〈 46화 〉마물 둥지(3)

46화 마물 둥지(3)

스스슷….
균열이 닫혔다.
오오라를 즉시 거둔 이카루트는 지붕 쪽을 흘긋 쳐다본다.

‘일행 모두 모여 있었군.’

오오라가 없었다면, 희미한 기척마저 못잡을 뻔 했다.
다시 부활한 용사. 그, 아니 그녀를 중심으로 원정대 전원 모였다.
그런데 왜 튜토리얼 장소인 실론드 마을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이카루트 님 죄송합니다. 결국 놓쳤습니다.”

그림자에 숨어있던 리바이어던이 모습을 드러냈다. 송구스러운듯 고개를 숙이며, 눈을 느리게 깜박인다.
재빠른 움직임. 분명 엘프 여왕 올리비아겠지.
올리비아는 바람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도망치기에 용이했다.
대현자도 그렇고. 용사의 일행이 아니랄까봐 전원 날다람쥐처럼 급히 사라졌다.

“마물 둥지 쪽으로 가라. 그곳에 벨페고르의 실험체도 함께 있을 것이다.”

촉괴는 도망치면서 부랴부랴 먹잇감을 챙겼다.
그 중에서 성녀도 있고. 마을 주민으로 위장한 벨페고르의 실험체도 있었다.
원하는 기척을 따라가면 촉괴와 함께 성녀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번 대의 용사도 거기 있겠지.”
“……존명.”

리바이어던은 스르르,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용사 렉스 에티아. 드디어 대면하겠군.’

그는 균열을 사라진 곳을 지그시 바라보고는 금세 걸음을 돌렸다.
평화로웠던 마을은 붕괴되었다.
재앙이 일어난 가운데 이카루트의 뒷모습은 여유로워보였다.

“마왕….”

올리비아가 착지했던 지붕.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용사 레티나가 있었다.

***

“흐응…흐우웅…하아…”
“보, 보지가…보지가아….뜨거워어….”

마을 변두리 숲속에 위치한 동굴.
가득찬 촉수 사이로 마을 여인들이 음부를 음탕하게 벌린채 허덕인다.
퓻퓻, 솟아나는 음액. 알몸은 촉액으로 번들거린다.

“여긴 대체….”

레실리아는 굳은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끝없는 쾌락에 호소하는 여인들의 보지에 여러 다발의 촉수가 푹푹 쑤시고 있었다. 꿀렁거리는 촉수 속에는 흉측스러운 알도 있어, 급히 고개를 돌렸다.

“으읍! 읍읍읍!”

그때 상반신이 삼켜진 루시가 보였다.
공중에 들린 튼실한 다리가 좌우로 버동거리고 있었고. 근처에 있던 촉수들이 슬그머니 나타났다.

“입안에 들어오지, 으으읍!”

무언가 막히는 소리가 들렸다. 얇은 촉수는 루시의 발목을 꽁꽁 묶었고.
굵은 촉수는 허벅지를 감으며 천천히 팬티 쪽을 진입한다. 음부와 맞닿은 부분은 원을 만들며 축축히 젖고 있었다.

“루시!”

보다못한 레실리아는 성력을 퍼트렸다.
진눈깨비처럼 흩날리는 신성력. 촉수에게 닿자 파사삭 사라진다.
상반신을 집어삼켰던 촉수 또한 괴로운듯 입을 벌린다.
쿵!

“으으…으으읏…”

엉덩방아를 찧은 루시는 고통보다 쾌락이 큰지, 찌익 애액을 싸지른다.
천조각은 금세 젖어, 보지 둔덕을 드러냈다.

“으으…으응….”
“루시! 괜찮아요?”
“으우…괘, 괜찮아…요옷…!”

루시는 튼실한 허벅지를 모았지만 달라붙은 천 때문에 파드득 경련을 일으킨다.
배 안쪽을 타고 올라가는 쾌감. 보지가 찌릿찌릿거리자 두 눈이 자꾸 까뒤집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루시는 두 다리를 모은채 비비적거리며 애액이 울컥, 나오는 음부를 손바닥으로 꽉 누른다.

“옷, 오옷….오오옷!”

피슈슛…. 봇물처럼 튀어나오는 애액. 깜짝 놀란 레실리아는 주춤 뒤로 물러섰다.
벌써 쾌락에 빠진 루시는 헤, 입을 벌린채 격렬하게 몸을 떤다.
야릇한 암컷 냄새가 진동하자 촉수들이 슬금슬금 온다.

“루시, 일단 실례할게요.”
“…옷…오옷….”

레실리아는 바들바들 떠는 루시의 어깨를 잡고. 무너지는 여체를 지탱한다.
오줌 싼 것마냥 팬티 사이로 줄줄 흐르는 애액. 레실리아는 이마와 이마를 맞대고는 눈을 지그시 감았고.
여러 개의 촉수 또한 사방으로 튀어오른다.
팟! 그때 이마 위로 하얀 빛덩어리가 터졌다.

“쿠륵…쿠르르륵….”
“으웃…언니….”
“이제 다 괜찮을 거에요.”

여기저기 터져버린 촉수. 잔해들이 꾸물거리다가 결국 멈춘다.
루시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성녀의 인자한 미소. 직접 눈앞에서 보자, 루시의 뺨에 옅은 홍조가 띄었다.
동경과 선망어린 눈빛이 명료하게 빛난다.

“일어날 수 있겠어요?”
“어, 엇! 네! 일어날게요!”
“크게 다친 상처는 없어서 다행이에요.”

바닥에 떨어지면서 엉덩방아를 크게 찧은 것 뿐. 다행히 자잘한 상처는 없었다.
레실리아는 아이를 대하듯 흐트러진 옷을 정돈해주었다.

“…가…감사합니다….언니…그…어….방금 그 빛은 대체….”

추한 꼴을 보였던 탓에 루시는 부끄러운듯 검지로 볼을 긁적인다. 이내 흘긋 보는 눈길에는 호기심이 깔려 있었다.
그녀는 성력을 처음 보았다. 교단의 성직자는 얼굴 보기가 가히 힘들었다.
레실리아는 검은 머릿결을 꼬며 말없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지만.
어릴 적 성직자에 대한 동경심이 컸던 루시는 자꾸 눈이 갔다.

“일단 여기서 탈출할까요?”
“아, ㄴ…네! 좋아요!”

다시 바닥에 꿈틀대며 기어오는 촉수. 루시는 추잡스러운 꼴을 남에게 다신 보이기 싫었다.
한 발자국 뒷걸음치며 경계를 세운다. 오돌토돌한 가시가 돋아난 촉수. 가시 끝은 둥글었지만 이상한 액을 뚝뚝 흐르고 있었다.
자신을 보고 군침 다시는 것 같아, 루시의 뒷골이 서늘했다.

“쿠르륵….쿠륵….”
“정말 끈질기네요.”
“어, 언니! 위험해요!”

촉수는 액을 울컥, 토해내며 스윽 스윽 온다.
레실리아는 아무렇지 않은듯 가까이 간다. 그녀 또한 뒤에 있는 여자들처럼 붙잡힐까봐 루시는 덜컥 겁이 났다.
손을 뻗으며, 저지하려던 순간 인영이 드리워졌다.

차아악-!
촉수 끝이 팡! 하고 터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루시는 눈을 깜박인다.
사람…? 신비로운 보라색 단발 머리의 작은 여인이 나타났다.
분명 사람이었지만 거동과 움직임이 남달랐다.

“우냐아, 웩! 맛없다냥!”

사방으로 튄 수상한 액.
여인은 가볍게 손등으로 닦아내다가, 할짝 핥고는 헛구역질을 한다.
자세히 보니 고양이 귀와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인다.

“여기까지 찾아오셨네요. 낸시.”
“…?!헉! 설마 인간계에 모습을 숨겼다던 그 수인족이에요?!”
“우냐냐, 쟤가 여동생 루샤인가 뭔가다냥?”

바깥 빛이 새어나오는 동굴. 고양이 소녀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보기 힘든 성직자에 이어 수인족까지 만나다니. 루시는 눈가를 비벼, 꿈인가 생시인가 생각했다.

“너, 여기 계속 있을 거냥? 이곳은 곧 폭발한다냥! 저 괴물과 함께 깔리고 싶지 않는거면 얼른 나가는게 좋다냥.”
“……렉스…아니 용사님도 왔나요.”
“우냐아아…. 조만간 알 거라냥!”

수인족 낸시는 마저 손등을 핥고는 쭈욱 기지개를 켠다.
그녀를 보는 레실리아의 눈빛은 한층 어두워졌다.
용사는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건지. 다시 죽었던 그가 그녀로 부활한 이후로,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런 용사를 성녀는 이해했다. 그치만-

“흐으…우우웅….하으응….”
“살려…주세요오….으읏….”
“하우우…보지가 뜨거워요….누가…제발….”

레실리아는 고개를 돌렸다.
쾌락에 잠긴 신음 소리가 여기저기 울렸다.
촉수에게 사로잡힌 몇몇 여인들은 정신차린듯 이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최대로 벌어진 허벅지. 흠뻑 젖은 음부. 뽀얀 틈새로 드나드는 촉수.

찌걱…찌걱…찌걱…
여인들의 음탕한 모습에도 낸시는 무심하게 본다. 저 여자가 보지에 촉수가 꽂인 채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눈빛이었다.
아마 여동생을 구해달라는 부탁만 들었겠지.
수인족은 용사의 말 아니면, 함부로 나서지 않는다. 크게 하품을 하던 낸시는 몸 방향을 아예 틀었다.
할 말이 끝났는듯 동굴로 나가는 발걸음은 무자비하기 짝이 없었다.

“언니…. 우리 이제 나가야….”
“먼저 가요. 저 수인족은 당신을 도와주러 왔으니까요.”
“하지만!”
“루시. 먼저 가주세요.”

레실리아는 단호하게 대답하였다.
벌써 결연한 눈빛이 선 채로 촉수들을 응시한다.
음부에 비집고 들어가는 촉수. 저 마물을 없애지 않으면 여인들을 평생 음기가 빨리다가, 죽고 만다.
성녀는 사람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저도 참 웃기네요…. 이런 일 싫다고 생각했는데….”
“어, 언니…?!”
“어서 가요. 뒤돌아보지말고 뛰어가요. 여긴 곧…!”

ㅡ 쿵! 파스스스….
천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작은 지진이 났다.
그제야 루시는 폭발한다는 수인족의 말이 생각났다.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어도.
레실리아가 당당히 살아돌아올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루시는 촉이 좋았다.
그 촉이 맞기를 바라며, 말없이 급히 뛰어갔다.

“흐우우…하으응….”
“성력을 크게 쓰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읏…도, 와…주세요…으읏!”
“일단 해볼게요.”

쾌락에 몸부림치는 여인들.
레실리아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심기일전한다.
하지만 서로 붙여잡은 손등은 덜덜 떨고 있었다.
가슴팍을 중심으로 퍼져가는 하얀 빛.
파앗! 이윽고 동굴 안을 메웠다.

***

드드드….
지반에 옅은 떨림이 발바닥으로부터 느껴진다.
이공간을 찢어나온 이카루트는 옷새무새를 단정히 정돈한다.
시야에 보이는 동굴. 촉괴의 마기가 느껴졌다.

“……일찍 도착한 건가. 아니면ㅡ”

캉!
빠르게 펼쳐진 그림자 장막. 튕겨나간 바람이 스르르 흩어진다.

“도착했군.”

이카루트는 눈길을 주었다.
엘프 종족의 여왕 올리비아는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날카롭게 지켜뜬 눈매. 고고한 얼굴은 살기로 가라앉았다.

“꺄하하♡ 아니 이게 누구야? 우리 고고하신 엘프 여왕님이시잖아♡”
“읏, 시끄러워! 이 천박한 서큐버스 년이!”
“후후, 부끄러워하긴♡”

슬그머니 나타난 릴리트.
서로 아는 사이인듯 릴리트는 장난을 쳤다. 이에 크게 반응하며 올리비아는 경멸스러운 눈초리로 쏘아본다.
이내 활 시위의 방향 또한 서큐버스에게 향한다.

“왜 그래~♡ 너희 고리타분한 처녀성 때문에 몇몇 친구들을 위해 내가 특별히 음몽도 선물해줬잖아♡”
“크흑, 닥쳐라! 네 년의 천박한 능력에 몇 명의 엘프들이 대거 이탈했다! 순결을 자진 상납하는 바람에 결국 인간 남편을 두었지! 이 더럽고 고고하지 못한…!”

올리비아의 흰자에 핏발이 섰다.
이 세계관에서의 엘프 종족은 성별이 전부 여자였다.
그래서 순결을 중요시하게 여긴다. 순결을 잃는 순간, 종족에서 추방당한다.

“그치만~ 난 심심했는걸?♡”
“제멋대로 인간계로 쳐들어온 것들이 말이 많다!”

인간계에는 대다수의 인간들이 존재하지만. 그 의외의 이종족도 더불어 살고 있다.
성녀가 패배를 승복한 이후. 마계와 인간계가 오고가는 균열이 점점 커졌다.
덕분에 고위급 마족은 쉽게 드나들 수 있었으며 특히 자유로운 성격의 릴리트는 밥먹듯이 인간계로 갔다.

“……일을 벌인 것 같군.”
“흥흥♡ 그땐 주인님께서 좆으로 리리 보지를 타박해주지 않아서, 매우 심술난 상태였거든요♡”
“닥쳐라!”

그 사이, 엘프 종족에게 장난을 친 것 같다.
올리비아는 대노하며 활시위를 놓았다. 전보다 커다란 돌풍이 일으키면서 장막을 내리쳤다.
하지만 마왕이 만든 그림자 장막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야~ 겨우 이 정도야? 풉♡”
“이…이…!”

올리비아는 분노로 얼굴색이 새빨개진다.
자박자박… 동굴 근처 우거진 수풀 사이로 여인이 헤쳐온다.
부드러운 연갈색의 올림 머리. 젖가슴과 엉덩이를 적당히 가리는 평범한 옷차림에 허릿춤엔 검이 있었다.
익숙하지만 낯선 분위기.
호승심이 가득한 금안이 빛나자, 이카루트는 입술을 뗐다.

“오랜만이군. 용사 렉스 에티아.”
“…역시 날 알아보는구나.”

꽁꽁 숨었던 용사는 드디어 얼굴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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