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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벌써 성녀 타락(1) (1/98)



〈 1화 〉벌써 성녀 타락(1)

1화 벌써 성녀 타락

하늘을 뒤덮은 매캐한 연기. 피어오르는 불씨 가운데, 피가 맞부딪치는 참극이 땅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극으로 치닫는 전쟁.  저 멀리 거대한 체구의 검은 갑옷을 입은 남자는 홀로 서 있었다. 겉으로 봤을땐 인간과 닮았다.
하지만 몸에서 나오는 검은 오오라와 술식이 그려진 붉은 눈동자는 인간과 하등 거리가 멀었다.

‘언제 끝나지.’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 마왕, 이카루트는 매우 따분하고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볼 것 없는 프로그램을 켜놓고, 심심함을 달래는 것 같았다. 이카루트가 속으로 하품을 하는 사이, 땅에서 솟아오른 검은 그림자가 스르륵 나타난다.

“이카루트 님. 성녀가 항복을 요청합니다.”
“이미 이 전쟁은 마계의 승리다. 깔끔하게 투항하러 손수 올 것이니, 여기서 기다려라.”
“존명.”

고개를 숙인 검은 그림자는 사라졌다.
이카루트는 성 맨 윗쪽에 항복 표시로 매달아놓은 깃발을 확인하고는 속으로 환희하였다.

‘또 깼다.’

이카루트, 아니 권강한은 전방에 활활 불타오르는 성을 바라보며, 그간 있었던 일을 회상한다.
이곳은 중세 판타지를 기반으로 만든 가상현실스토리 게임 아티스.
몇 십년 개발하여, 만들어진 게임을 손꼽아기다린 권강한은 플레이어블 캐릭터.
마왕 이카루트를 선택하여, 게임을 즐겼다.
이카루트 스토리는 하드 난이도에 플레이 타임도 길어, 극악을 자랑하던 엔딩이었지만. 권강한은 손쉽게 깼다.

‘계산한 것보다 너무 빠르게 항복하는데.’

엔딩을 깨고, 잠을 자고 일어나니 권강한은 마왕 이카루트로 되어 있었다.
꿈이라도 생각했지만, 꿈은 수천 년동안 반복되지 않는다.
며칠을 붙잡고 깬 게임처럼 현실 반영하듯 이곳에 있었던 날은 훨씬 길었다. 본작 주인공보다 이카루트의 스토리가 재밌어, 몇 번이고 엔딩을 깼는데다가 공략집도 커뮤니티에 썼다. 스토리에 나오는 질문마다 달라지는 엔딩도 훤히 꿰뚫고 있었다.
이카루트는 캐릭터의 노멀 엔딩. 인간계 정복을 선택했고. 전쟁을 일으키고 나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항복을 한다. 역대 최고로 단기간내로 노멀 엔딩이 나기 직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성녀 님을 멋대로 끌고 가지마!”
“로라……. 난 괜찮아.”
“크흑, 성녀 님…! 너무 치욕스럽습니다!”

그때 마족 사이에서 두 손이 꽁꽁 묶인 여인과 붙잡힌 성기사단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카루트는 앞장 서있는 여인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레실리아 아르넬.’

레실리아는 아티스 게임 내의 히로인 후보이자, 세계관상으로 명실최고의 미인이었다.
구불거리는 백금발 머리카락을 한 쪽 어깨에 젖혀 늘여뜨렸고. 새초롬한 눈매 아래에 청안이 시퍼렇게 치켜뜨고 있었다.
앙 다물린 입술은 관능적이었으며, 얇은 재질의 드레스는 풍만한 가슴 굴곡과 둥근 엉덩이 선을 드러낸다.

마족에게 잡혀온 상황이 수치스러운지 그녀의 눈가 주변이 불그스름하다. 캐릭터 일러스트로 봤을때는 가슴과 골반이 엄청 컸는데, 실제로 보니 더 큰 것 같았다.
이카루트는 시야를 좁히는 검은 투구를 벗었다. 레실리아는 흠칫 놀라더니, 눈을 내리깐다.

‘원래 목을 베어야 하는 게 맞지만, 내 손으로 최애캐를 죽일 순 없지.’

현실 여자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던 그는 아티스 게임 캐릭터인 레실리아 아르넬을 좋아한다.
그녀 한정판 일러스트북과 피규어를 모을 정도로 레실리아 한정 오타쿠다.
노멀 엔딩에서의 이카루트는 무자비하게 성녀의 목을 자르고, 모든 신전을 파괴한다. 그리하여, 신성한 것이 사라진 인간계는 마족들이 정복하여, 인간은 개돼지보다 못한 삶을 영위한다.
다른 캐릭터였다면, 목을 베고도 남았지만. 레실리아는 그의 최애캐였기 때문에 고민이었다.
이카루트가 생각을 하는동안, 마족은 성녀를 억지로 무릎을 꿇게 한다.

“이 멍청한 계집이! 멍하게 있지말고 존귀하신 이카루트 님께 어서 무릎을 꿇여라!”
“으윽…….”
“성녀 님!”

함께 붙잡혀온 성기사가 소리를 지르며, 기어코 눈물을 흘린다. 마족에게 무릎을 꿇는 행위 자체가 성녀에게 모독이자 수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실리아는 강압적인 태도에 순순히 임한다.

“이카루트 님. 이제 이 성녀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흐음…….”

레실리아는 손을 콱 움켜쥐며, 눈치를 본다.
몰래 레실리아를 샅샅이 훑던 이카루트에게 좋은 생각을 떠올랐다.

‘노예로 삼자.’

몽정할때나 봤던 최애캐가 실제로 움직인다. 그 사실만으로 이카루트의 심장이 뛰었다.
어차피 전쟁에 패배한 인간은 마족의 전리품, 노예가 된다. 마계 노예상에 비싼 값으로 팔 바에는 노예로 성에 들여보는 게 낫다. 내 멋대로 최애캐를 보거나, 만질 수 있다.
이카루트는 옆에 있던 고위 마족이자, 보좌관 마몬에게 턱짓을 하였다.

“마몬, 우리 성에 새로운 가축이 필요하다고 했나?”
“예, 이왕이면 조교가 잘 되어있는 가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만.”

마몬은 예를 갖추며 넌지시 레실리아를 흘겨본다. 그는 몬스터 이하로 인간을 매우 하등하게 여긴다.
마치 상품을 감정하는 눈빛에 레실리아의 새초롬한 눈동자가 우그러진다.
이 인간 여자,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지.
찰나 웃음기가 고인 걸 눈치챈 마몬은 미간을 찌푸리며, 흘겨본다.

“무례한 놈이!! 당장 네 녀석을 죽여버리겠다!”
“너희 인간은 패배했다. 죽을 바에는 차라리 마족에게 종속되어, 가축 생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 입 닥쳐라!!”

바득바득 대꾸하는 성기사의 눈에 불이 일렁인다. 양손이 묶여있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내 목을 칠 기세였다.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저항하는 탓에 붙들고 있던 마족이 주먹으로 배를 쳤다. 급소를 맞은 성기사는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였고.
같이 있던 성기사들도 일제히 동요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성녀 레실리아만 덤덤하다. 상기된 표정으로 이카루트를 쳐다보다, 눈을 마주한다.

그러자 레실리아는 빠르게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이 파렴치한! 이제부터 저를 엉망진창으로 조교할 건가요? 에로소설처럼!”

게임 속 최애캐 성녀 레실리아는 울먹거리면서 동시에 기대에 찬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최애캐에게서 무언가 잘못 본 것 같다.’

의문이 들기도 전에, 레실리아는 손을 모았다.
봉긋한 가슴골이 더욱 적나라하게 보였고. 가슴을 덮은 풍성한 머리카락 사이로 유두는 바짝 서 있었다.
성녀는 지금 흥분하고 있었다.

그녀가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던 마몬은 한마디를 덧붙인다.

“이카루트 님. 굳이 더러운 가축이 하나 더 추가하지 않아도…….”
“조교는 처음 받는 거니, 부드럽게 해주세요. 주인님.”
“성녀 님 안됩니다! 이 나쁜 악마 새끼가! 감히 성녀 님 입술에 염치없는 단어를 올리게 하다니!”
“이카루트 님을 모욕하지마라. 쓰레기같은 가축.”

레실리아의 말 한마디는 큰 파장을 일으켜, 난장판이 되었다.
엔딩에서 보던 레실리아의 모습이 아니었다. 본래 엔딩 장면이라면, 성녀는 소리없이 울거나 그를 죽일듯이 째려본다.

‘스스로 주인님이라고 말하지도 않을 성격인데.’

이카루트는 최애캐에 대해 빠삭하게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레실리아를 내려다보았다.
모든 이가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성녀 레실리아는 은밀한 미소를 짓는다.
그가 기억하는 두려워하는 얼굴은 일절 없었고, 오로지 발정난 암캐만이 그곳에 있었다.

***

모든 신전은 파괴했지만, 성녀와 성기사단은 죽이지 않고 노예 신분으로서 성 내로 들어왔다.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선택지가 달라지면 그에 따른 상호작용도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성녀가 이상해진 건가?’

그날 봤던 성녀의 이상행동은 좀처럼 잊혀지질 않았다.
레실리아는 진심으로 그에게 조교당하기를 원했다. 살짝 비친 기대감 어린 미소는 아직까지 잊혀지질 않는다.

‘내가 아는 레실리아 아르넬이 맞나.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닐 텐데?’

언뜻 기시감이 느껴졌다.

똑똑.

“들어와.”

생각을 멈춘 이카루트는 시선을 옮긴다. 그리고 숨을 들이켰다.

“저, 저기…….”

성녀 레실리아였다. 마왕 전용 성처리반 노예가 된 그녀는 속옷이 다 보이는 시스루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드레스 치마도 짧아, 검은 티팬티를 입은 엉덩이가 얼핏보였다.
새하얗고 가느다란 목에 개목걸이가 채워져 있었다. 레실리아는 비척비척 걸어와 발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옷차림이 부끄럽다고 창피해하거나, 저항이라도 할 줄 알았다.

레실리아는 겁이 많고, 생경한 것에 두려움이 많은 여자였으니까.
이상함은 바로 감지되었다. 레실리아의 입매가 미지근하게 풀렸다.
마치 무언가 바라는 것처럼.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런가. 쓸데없이 예민하군.’

자신이 예상한 그녀의 모습이 아니어서, 수상함을 느꼈지만. 곧 신경을 껐다.
이카루트는 발끝을 까닥인다.

“빨아.”

싫어할 줄 알았다.
예상과 달리 레실리아는 말 잘듣는 개처럼 엎드린다. 더러운 구두굽을 혓바닥으로 할짝할짝, 핥는다. 어색하게 한 쪽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빠는 모습이 선정적이기 짝이 없다. 간간이 흘긋 올려다보며, 표정을 살피기까지 한다.

‘청순한 이미지에다, 게임 주인공만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성녀가 내게 조교를 받다니.’

이카루트는 흥분을 참지 않았다.

“너는 내 가축이다. 네 조교는 내가 제대로 해주지.”
“꺄악!”

왕좌에 앉아있던 이카루트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바지 벨트를 풀어, 껄떡대는 성기를 보여준다.

“이것도 빨아.”
“시,싫…읍! 용서해주세요!”

순진무구한 눈동자에 물기가 젖어간다. 이카루트는 흥분한 성기를 그녀의 얼굴에 들이댄다.
레실리아는 싫은듯 고개를 도리질치지만, 엉덩이는 들썩거린다. 흥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착각이겠지? 이카루트는 우악스럽게 턱을 쥐고, 성기를 입에 물린다.

“웃기는군. 네겐 포상이잖아?”
“흐,응. 주인,님 크억!”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나왔다. 성기를 물었을 뿐인데, 벌써 뿅이 간듯 눈꺼풀은 반쯤 뒤짚어지면서 쭈웁쭈웁 빨고 있었다. 이카루트는 레실리아가 진심으로 조교당하길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툴긴 해도 입보지는 쓸만하군.”
“헤으응….주인님 자지가 너무 커서, 제대로 못 빨….읍!”
“더러운 암캐같으니라고, 입을 크게 벌려.”

레실리아의 은실같은 머리카락을 쥐어잡고, 그대로 허리를 흔든다. 레실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허벅지를 손에 댄다.
숨쉬기 어려운듯 콧김이 뿜어져나왔고. 조그만한 혀를 어떻게든 놀리려고 애를 쓴다.이카루트는 앙탈 부리는 레실리아의 뺨을 치며, 더욱 거세게 허릿짓을 한다.

“읍! 으읍!”
“다 마셔라.”
“으으으읍!”

허연 정액이 뜨끈한 입안에 뿌려졌다. 레실리아는 헛구역질하면서도 목에 걸린 정액을 다 삼켰다.
레실리아의 입안을 우왁스럽게 손가락으로 헤집어도 가만히 있었다. 오히려 그녀는 행복한듯 눈 주변이 붉어진다. 얼굴에는 색욕이 한가득 있었다.

“누가 가르쳤는지 몰라도, 조교가 잘 되었군.”
“네? 저 말인가요?”
“너 아니면, 누구겠나.”

레실리아는 고개를 기웃거린다.

“저 조교 받은 적 없어요.”
“……무슨 말이냐.”
“그게…… 조교 자, 자체가 처음인걸요.”
“조교를 받아본 적도 없는 성녀가 익숙하게 주인님이라 부르고, 쉽게 발정이 나나?”
“으우, 어, 그러니까 에로 소설 보니까, 이렇게 하더라고요.”

레실리아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숙이며, 허벅지를 비빈다. 개목걸이를 한 목덜미는 전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순간 꼴려버린 이카루트는 레실리아의 입보지에 성기를 다시 박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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