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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상당히 비싸 보이는 동네네.”
레깅스 차림의 여자가 이현우의 동네를 둘러보는 중이었다.
버스 정류장이 어찌나 멀리 있는지, 이현우의 집까지 가기 위해 언덕을 수 십 분이나 올라야 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 탓에 입고 있는 레깅스나 바람막이 안쪽의 브라탑에 땀이 찼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운동하는 그녀에게 땀을 흘리는 일은 익숙한 것.
하지만 그녀는 몸 전체에서 흐르는 땀에 인상을 찌푸렸다.
“냄새…. 많이 나면 안 되는데.”
몇 번이나 섹스했던 남자의 집에 찾아가는 중이다.
당연히 오늘도 하게 되겠지.
하기 전에 씻을 시간이나 있을까?
아니, 이현우라면 씻을 시간도 주지 않고 레깅스를 벗긴 뒤 그 커다란 자지를 보지에 박아버릴 거다.
“흐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애액이 새어 나왔다.
이러면 안 되지….
정신 차리자.
박수 한번을 친 전민지가 정신을 차리며 다시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택시 탈걸.’
힘들지는 않다.
오히려 적당히 종아리와 허벅지에 자극이 오는 게 준비 운동으로 딱 좋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흐르는 땀이 문제였다.
처음부터 택시를 탔으면 땀을 흘리지 않았을 텐데.
“그런데…. 대체 어디야. 이 근처인 것 같은데.”
스마트폰에 표시되는 네비가 자꾸 오락가락했다.
같은 곳을 빙빙 도는 기분.
그러다 전민지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설마….”
아까부터 끼고 돌던 커다란 담장.
이 길고 높은 담장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면…?
“와….”
혹시나 해서 담장을 끼고 쭉 둘러본다.
그랬더니 커다란 철창 대문이 나왔다.
진짜 여기가 집이었을 줄이야.
담장이 이렇게 넓고 길게 펼쳐져 있는 거면 집 안은 얼마나 넓은 거야?
전민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초인종을 눌렀다.
“사, 사장님. 저예요.”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어. 문 열어줄게. 길 따라서 들어오면 돼.”
“네.”
예상대로 높고 긴 담장 안에는 커다란 저택과 넓은 마당이 펼쳐져 있었다.
“진짜 크네.”
이현우의 자지만큼이나 큰 집에서 사는구나.
‘진짜 내가 앞으로 여기서 산다는 거지?’
어릴 적에나 꿈꾸던 비싼 대저택.
점차 나이가 들고 현실을 알아가면서 잊어버린 꿈을 이런 식으로 성취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물론, 그녀가 저택의 주인이 아니고 월급 받으면서 생활하는 것뿐이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입주 도우미와는 결이 좀 다르지 않은가.
이현우와는 육체관계를 맺고 있으니까.
게다가 받는 월급도 네, 다섯 배는 된다.
월 천을 받으면서 이런 대저택에서 생활이라니.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내야지.’
그녀의 목표는 일단 5억.
1년 동안 쓸 거 다 쓰면서 돈을 모아도 1억은 모을 것 같았다.
전민지가 명품에 관심이 있다거나, 사치하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5년을 버티고 나면 딱 서른 살.
그때 좋은 남자 하나를 구해서 1년 정도 연애하고 결혼하면 될 것 같았다.
완벽한 인생 계획이다.
헬스 트레이너를 하고 있었다면 월 250도 안 되는 월급 가지고 생활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겠지.
하지만 이제부터는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정원을 가로질러 걷다가 현관에서 나온 이현우를 보게 되었다.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장밋빛 미래에 기합이 잔뜩 들어간 전민지.
그녀가 큰 목소리로 90도 인사를 했다.
“어우, 무슨 조폭이야? 가볍게 인사해도 되니까 편하게 해. 편하게. 일단 들어와. 집 구경시켜 줄 테니까.”
이현우가 그녀를 데리고 집안 이곳 저곳을 구경시켜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방을 선택하게 한 뒤, 카드까지 쥐여주었다.
여담이지만 이현우는 입주하는 여자들 전부에게 카드를 쥐어주기 위해, 체크 카드를 아홉장이나 만들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장소.
지하 차고 옆에 있는 빈 공간.
50평 정도 되어 보이는 공간에 전민지가 눈을 반짝였다.
벌써 그녀의 머릿속에 헬스장을 어떻게 꾸미면 될 것 같은지 구상이 들어섰다.
“어때? 잘 꾸밀 수 있겠어?”
“네.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예산은 얼마나 가능한 거죠? 예산에 따라서 배치가 좀 달라질 것 같은데…. 정말 최소로 한다면…. 5천 정도? 이 경우엔 지금 이 상태에서 기구만 놓는 데 집중하고, 인테리어는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진지하게 고민하는 전민지의 앞에서 이현우가 피식 웃었다.
“지금 내 앞에서 돈 걱정 하는 거야?”
“아…. 그래도, 부자시더라도 돈 아까운 건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아닌가요? 너무 서민적인 생각이었습니까?”
“아냐. 내 걱정해주는 건 고마워. 하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 없어. 거기, 네가 일하던 헬스장 차리는데 얼마 정도 들었는지 알아? 인테리어하고 운동 기구 값만 해서.”
“그것까진 잘…. 그렇게 나눠서는 잘 모르겠고. 총 다 해서 6억을 들였다는 말은 들었어요.”
“그래? 그러면 우리 헬스장도 6억 박지 뭐. 한도 6억에 해줄 테니까. 인테리어든, 기구든 좋은 것으로만 다 골라. 안 그래도 지하라 공기도 나쁠 텐데 친환경 소재나, 좋은 운동기구 써서 운동해야지. 아, 공기 청정기는 꼭 구비하고.”
이현우가 다니던 헬스장은 건물 전체를 헬스장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그 커다란 곳에 비하면 여긴 고작 50평밖에 안되는 조그마한 공간이었다.
평당 단가를 비교하면 그곳보다 훨씬 더 돈을 많이 쓰는 격.
이현우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아까워하지 않았다.
6억은 이제 노력한다면 1주일 안에도 벌 수 있는 돈이 되었으니까.
“6, 6억이요…? 그 큰 돈을 저한테 맡기신다고요…? 진짜요? 저를 뭘 믿고요?”
“음? 어차피 신용 카드라 내역도 다 나오는데 뭐. 게다가 이런 일은 계약서 쓰고 돈은 내가 보내는 거 아니야? 아니면 뭐, 돈 먹고 도망치려고?”
“서, 설마요. 그냥 금액이 너무 커서 그렇죠….”
“하하핫. 그렇지. 크긴 하지. 보통이라면 20대에 1억도 못 만져보는 게 평범한 인생이니까.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많이 노력해봐. 너도 나중에 네 헬스장 하나 차리고 싶은 거 아니야. 이 기회에 잘 알아보고, 거래도 해보면서 보는 눈을 길러봐.”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장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인사하는 전민지.
이현우가 내려간 그녀의 뒤통수를 보며 턱을 만졌다.
‘사장님이라….’
계속 사장님 소리를 듣다 보니 진짜 사장님이 된 것 같다.
아니, 월급을 주는 이가 생겼으니 진짜 사장님 된 게 맞나?
그보다.
사장님 소리를 들으니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짐은 오늘 안 챙겨 왔지?”
“네. 아직이요. 방부터 꾸미고 난 뒤에 짐을 가져오려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을까요?”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좀 아쉬워서.”
“네? 뭐가요?”
“지금 너한테 정장 입혀놓고 하고 싶거든. 이왕이면 몸에 딱 달라붙는 H라인 스커트에, 블라우스. 거기다 가터벨트에 안경 까지 쓰면 더 좋고.”
“….”
이런 말을 대놓고 들으니 감회가 새로운 전민지였다.
앞으로는 이런 변태와 한 지붕 아래서 살게 되는 거구나.
물론…. 전민지는 이 변태가 가지고 있는 자지가 너무 좋고, 커다란 자지가 주는 쾌락에 함락된 상태였다.
“…. 사 올까요?”
“진짜? 그럴래?”
노골적으로 실망하는 듯한 모습에 그냥 던져본 말이었다.
이러나저러나 이제부터 그녀가 충성을 다해야 할 월급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랬더니 이현우가 그녀의 말을 덥썩 물었다.
부자라 그런가, 빈말에 사양하는 법이 없었다.
“아하하…. 네…. 사 올게요.”
그녀가 웃는 낯으로 말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현우의 욕을 하고 있었다.
레깅스 입은 자태가 마음에 든다고 해서 일도 안 하는데 레깅스를 입고 왔더니만….
이번엔 택시 타고 가야지.
“아, 아니다. 같이 가자. 이왕이면 내가 마음에 드는 옷으로 사야지. 내가 볼 건데. 가자.”
“앗, 네, 네엡!”
마음속으로 이현우를 씹던 전민지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이현우와 같이 나간다.
이현우가 차를 태워준다.
이현우가 선물을 사준다.
이 세 가지는 모두 같은 동의어였다.
몸 편하고, 돈 안 쓰고, 선물도 받는데 기뻐하지 않을 여자는 없다.
백화점 VIP 전용 주차장.
이현우가 여자들에게 선물을 많이 하다 보니, VIP 등급은 어느새 쑥쑥 자라 다이아몬드 등급이 되었다.
위에서 세 번째 등급.
백화점 측에서보면 상위 1퍼센트에 해당하는 고객이었다.
당연히 발렛은 공짜.
그의 차 번호를 기억하고 있는 발렛 직원이 달려 나와 공손하게 문을 열어준다.
“발렛 해드리겠습니다.”
“여기.”
이현우가 키와 만 원짜리 한장을 같이 넘겼다.
일종의 팁이다.
빠릿빠릿하게 행동하라는 말 대신, 올 때마다 만 원 한 장이면 알바 친구들에게 최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오늘은 어떤 용무로 본 점을 방문해주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VIP 전용 엘리베이터.
이현우가 왔다는 소식이 들렸는지, VIP 담당자가 엘리베이터 앞에 마중 나와 있었다.
이름이 김소희랬나? 박소희랬나?
어쨌든 이현우가 올 때마다 지극정성으로 대접해주는 여자다.
“여기, 이 여자가 입을 정장. 밝은 톤의 회색 H라인 스커트와 블라우스. 알 없는 안경, 시계. 그리고 가터벨트하고 속옷까지. 어디로 가야 할까요?”
“프라이빗 라운지로 모시겠습니다. 송대리. VIP 손님 잘 모셔요.”
“네, 실장님. 고객님. 저를 따라오시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와아….’
백화점에 온 뒤로 이현우의 팔짱을 끼고 떨어지지 않는 전민지.
그녀는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이 살면서 난생처음이었다.
콧대 높은 백화점 직원들이 이렇게 굽신거린다니?
백화점에 오면 매장 직원들이 옷차림으로 사람 구별을 하는 건 이미 유명한 사실 아니던가.
엄청나게 부담스럽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마음 속의 무언가가 간질간질 거렸다.
자신이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고, 엄청난 대접을 받는 듯한 느낌.
“왜 그렇게 쫄아있어? 민지 답지 않게.”
“네…?”
“움츠리고 있지 말라고. 지금 이 순간에는 넌 내가 선택한 여자인 거야. 돈 쓰는 사람이고, 백화점에 큰 수익을 안겨줄 사람이라는 뜻이지. 그러니까 가슴 펴고, 당당하게 걸어. 평소의 너처럼.”
“아, 넵!”
전민지는 이현우의 말처럼 어깨를 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휘황찬란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진 프라이빗 라운지에 들어오자 다시 쭈구리가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는 서민의 본성이다.
“고객님. 사이즈를 알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고객님 사이즈에 맞춰 브랜드 별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그들은 안내한 송대리가 의자에 앉은 그들 옆에 각 잡힌 자세로 서서 이야기했다.
그 순간, 프라이빗 직원으로 추정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남자. 저번엔 다른 여자랑 오지 않았어?”
“응, 나도 기억해. 매번 여자가 바뀌던데? 돈이 존나 많은가?”
“부럽다. 나도 저런 남자 만나서 선물 왕창 받고 싶네. 저 여자는 자기가 세컨드나 서드인거 알까?”
VIP의 시중을 들기 위한 직원들이 상주하는 대기실.
하필이면 그곳의 문이 다 닫혀있지 않았고, 또 하필이면 두 직원의 목청이 남들보다 조금 더 컸기에 발생한 사고였다.
VIP 전담팀에서 일하는 송대리와 전민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이현우는 이 상황에서도 입꼬리를 올리며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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