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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깐 뒤로 박았으니…. 이번엔 앞으로 박아볼까?”
“옛썰!”
장난스레 대답한 김하나가 침대 위에 다리를 벌리고 누웠다.
옆에 정소림이 있든 말든 이제 상관없었다.
두 사람 다 오르가즘 느끼는 얼굴을 공유했으니, 더 이상 부끄럽지도 않았고.
서로 애무도 나눴으니, 약간의 친밀감도 생겼다.
경쟁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침대 위에서 함께 뒹구는 동료애 정도는 생긴 것이다.
“소림 씨도 여기 와서 누워요. 하나가 오르가즘 느끼고 나면, 소림 씨한테 바로 박을 테니까. 위에 겹치듯 누워주세요. 그리고 알죠?”
“네….”
김하나도 군말 없이 몸을 움직였다.
그녀 역시 쓰리썸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하기 전엔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막상 침대 위에서 뒹굴어 보니, 별것 아닌 느낌?
생각보다 퇴폐적이지도 음란하지도 변태적이지도 않았다.
그저 섹스를 하는데 한 사람이 더 있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삽입하는 도중에 애무를 당하면 기분이 엄청 좋기도 했다.
“보지 벌려. 넣는다.”
일자로 이어진 보지.
이현우는 정소림의 엉덩이를 붙잡은 뒤, 아랫보지에 자지를 밀어 넣었다.
계속되는 섹스에 축축한 애액을 유지하고 있는 보지는 커다란 자지를 능숙하게 받아들였다.
“응! 하아아…! 간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너무 자극적이고 좋다아. 하으읏. 아! 언니…!”
“기분 좋게 해줄게요.”
자지가 들어오고.
정소림이 몸을 애무했다.
김하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쾌감에 연신 신음을 내질렀다.
세 사람은 끝이 없을 것처럼 침대 위에서 뒹굴었다.
김하나가 오르가즘을 느끼면, 정소림의 보지에 자지가 들어갔고.
정소림이 오르가즘을 느끼면, 이현우가 정액을 뿜어냈다.
‘두 명을 상대하면서도…. 어쩜 이리….’
절륜할까.
정소림이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한 생각이었다.
이 정도로 정력과 체력이 좋으니, 혼자 상대했을 때 맨날 그녀만 나가떨어지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상대해도 이 모양이니.
이현우가 그녀처럼 지쳐서 잠에 드는 모습을 보려면, 적어도 세 명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쓰리썸도 아닌 포썸을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말이다.
“일어났어요?”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이현우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김하나만 옆에 있었다.
샤워했는지 그녀는 드라이기를 붙잡고 머리를 말리는 중이었다.
“현우 씨는요?”
“여자친구 하교 시켜야 한다고 나갔어요. 여섯 시 반쯤 들어올 거래요.”
“아….”
여자친구.
얼마 전에 사귀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기분이 살짝 다운되는 걸까?
정소림은 이현우를 사랑하지 않았다.
호감 정도야 있지만, 그건 몸을 섞고 생긴 떡정 같은 거였다.
그녀가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은 그녀의 남자친구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어머, 이 언니 표정이 왜 이래? 설마 현우 오빠 좋아해요? 남자친구 있다하지 않았나?”
“네? 좋아하긴 하지만…. 사랑하고는 전혀 달라요.”
“그래요? 그럼, 욕심이 많은 보다. 어쩐지. 아까도 그렇게 치사하게 굴더니.”
“내가…. 욕심이 많다고요?”
“아닌 척 연기하는 것 봐. 그럼 아니에요? 아까 누가 먼저 하냐고 물어본 것도 그렇고. 오빠가 자지 빠는 사람한테 먼저 삽입해준다고 하니까 냉큼 빤 것도 그렇고. 누군 페어 플레이하려고 신경 써 주고 있었는데 말이지.”
딱 봐도 한참 어린 김하나가 일침을 가했다.
화가 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정소림은 화를 내기 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그렇네요…. 그땐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미안해요.”
정소림이 사과한다.
솔직히 말해 날뛰는 성욕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던 건 사실이었다.
어제 남친과 섹스했음에도, 전혀 성욕이 풀리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남친의 섹스 때문에 성욕이 더 불타오르게 되었다.
“앗…. 그 상황에서 사과하면 내가 나쁜년인 거 같잖아요!”
사과했더니 오히려 김하나가 허둥지둥했다.
정소림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 그러면 싸웠어야 했나요?”
“하아…. 이 언니 아까랑은 완전 다른 사람이네. 가식 아니죠?”
“그…. 아까는 진짜 미안해요. 성욕이 좀 올라와 있어서, 물불 가릴 수가 없었어요.”
정소림이 볼을 살짝 붉히며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에겐 발정이 났다는 이야기하지 못하겠지만.
같이 쓰리썸을 했던 동료인 김하나에겐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으음, 뭐. 그거라면…. 이해 가긴 하네요. 오빠가 섹스를 잘하긴 하죠?”
“그렇죠. 전 섹스가 이렇게 좋은 것인지 처음 알았다니까요?”
서로 으르렁거리던 두 여자가 갑작스레 친근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 서로 알몸인 것을 깨닫는다.
“아! 그러고 보니 계속 벗고 있었네요. 목욕탕도 아닌데. 아하하….”
“뭐 어때. 목욕한 것보다 더한 것도 한 사인데. 그런데 언니 가슴 되게 크네? 나보다 큰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아. 몇 컵이야?”
대화를 나누다 김하나가 자연스레 말을 놓았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정소림은 한동안 그녀가 말을 놓은 것도 모른 채로 대화에 열중했다.
“지금은 아마 75G?”
“헐. 대박. 완전 젖소네. 난 70F인데. 수치상으로는 얼마 차이 안 나도, 실제로 보면 완전 차이 많이 나는구나.”
“저, 젖소라니….”
“응? 그런 소리 한 번도 안 들어 봤어? 난 학창 시절 때 맨날 들었는데. 젖소라면서.”
몇 번 들어보긴 했다.
하지만 그걸 자기 입으로 얘기할 것인가 싶은 정소림이었다.
“일단 나 샤워 좀 할게요.”
“알았어. 아, 맞다. 언니. 오빠가 언니 일어나면 저녁 먹을 거냐고 물어보랬는데. 먹을 거야?”
“아니요. 이제 가봐야 할 시간이라서. 샤워하고 곧바로 갈 거예요. 현우 씨한테는 내가 따로 연락할게요.”
“응. 응. 오케이.”
샤워를 마친 정소림은 가볍게 물기만 제거한 후에 호텔에서 나왔다.
장을 보고 돌아가면 남자친구가 퇴근하는 시간에 딱 맞을 것 같았다.
‘삼겹살, 상추, 파절임, 마늘, 고추, 양파. 다 샀지?’
지갑이 든든하니 예전처럼 가격을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정소림은 작은 행복을 느꼈다.
좋은 고기, 신선한 야채를 사기 보단 싼 것, 묶음 상품 등을 골라야 할 때면 얼마나 비참했던가.
하지만 이제는 1등급 삼겹살을 망설임 없이 집고, 상추도 손에 집히는 대로 담았다.
이 또한 모두 이현우 덕분이었다.
“오빠? 빨리 왔네?”
6시 20분.
집으로 돌아왔는데 문이 잠겨있지 않았다.
열쇠는 그녀와 남자친구만 들고 있었기에 정소림은 아무렇지 않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예상대로 집 안에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빨리 온 것일까?
어쨌든 잘된 일이었다.
방금 사 온 고기를 조금 더 신선할 때 먹을 수 있을 테니까.
그녀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남자친구에게 다가갔다.
“지금까지 뭐 하다 지금 집에 들어와?”
그런데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냉랭하다.
또 시작이었다.
의처증….
아니, 의처증이라 할 수는 없지.
그녀가 바람을피우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게다가 남자친구 또한 정소림이 바람피우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도 좋아서 바람을 피우는 건 아니었다.
….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육체의 기쁨을 누리고 있긴 하지만….
그래서 미안한 감정도 크긴 하지만….
어쨌든 목적은 바람 피우는 것이 아니라 돈 때문이었다.
그리고 방송을 시작하라고 권유한 것도 남자친구였는데….
“하아…. 오빠. 왜 또 화가 났어? 장 보고 온 거잖아. 고기 사 왔어. 오빠가 좋아하는 삼겹살.”
“장을 두 시간이나 봐?”
남자친구의 말에 정소림은 흠칫할 뻔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워낙 반복되는지라 표정 관리를 쉽게 할 수 있었다.
일단 말 돌리기 부터.
“뭐? 오빠, 오늘 수업은? 수업 안 갔어? 쉰다는 말도 없었잖아.”
“말 돌리지 말고. 지금 밖에서 뭐 하다 왔냐고. 내가 묻고 있잖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둘러댈 말이 있었으니까.
“그런 식으로 쏘듯이 말 하지 말라니까? 친구 만나고 왔어. 이번에 새로 사귄 BJ 친구. 활동명은 여우찡. 걔랑 커피 한잔했어. 왜? 전화도 시켜줘?”
여우찡과 번호 교환을 해서 다행이었다.
“…. 됐어.”
“하아, 진짜. 오빠! 아니다. 됐다. 삼겹살 구울 거니까. 불판이나 가져 와.”
정소림이 한마디 하려다가 참았다.
애처럼 토라지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자니, 속에서 짜증이 팍 솟았다.
원래 저런 남자가 아니었는데.
고등학교 때는 매사에 당당하고 멋진 사람이었는데.
차라리 속 시원하게 추궁하던가.
왜 사람 마음이 편치 못하게 저렇게 에둘러 말려 죽이려 하는지 모르겠다.
분명, 바람피운 것은 정소림의 잘못이 맞았다.
하지만 그녀라고 바람을 피우고 싶어서 피운 게 아니지 않는가.
모두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그런 것뿐인데.
이 멍청이는 그것조차 몰라주고 저런 식이다.
남자답게 바람피운 걸 따지지도 못하고, 좀생이처럼 정소림을 말려 죽이려 하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조차 쏙 들어가게 말이다.
차라리 대놓고 추궁했으면,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무릎 꿇고 빌기라도 할 텐데.
자기도 이현우가 주는 돈이 아쉬우니까 그런 것이지.
결혼을 위한 돈은 필요한데, 자기 여자는 깨끗했으면 좋겠다?
그건 참 무슨 심보인지.
그런 것이라면 애초에 방송시키지 말고, 자기가 돈을 많이 벌던가!
“그런데…. 장 보러 갔는데 옷도 예쁜 걸로 입었네? 평소엔 입지도 않던 비싼 옷.”
“친구 만났다고 했잖아!”
“친구? 진짜 친구 만난 거 맞아?”
“하…. 전화 걸까?”
정소림의 말에 남자친구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하지 말라는 말도, 걸어보라는 말도.
비겁한 침묵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정소림이 여우찡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박 수나 마찬가지였다.
여우찡이 무슨 말을 할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이젠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가 이현우에 대한 것을 발설해서 끝장을 보게 되든.
남자친구를 어찌저찌 속여내든 말이다.
“여보세요? 언니?”
“하나야. 미안한데, 내 남자친구가 너랑 통화해보고 싶다고 하거든? 잠깐만 통화 좀 해줘. 부탁할게. 자. 여기.”
정소림이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바꾼 뒤, 남자친구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남자친구가 살짝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받았다.
“여,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소림 언니 남자친구분? 이렇게 통화하는 거 처음이죠? 언니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아…. 네…. 혹시, 이런 말 좀 이상할 수도 있는데. 오늘 소림이랑 만나셨나요?”
“네. 네. 오늘 언니랑 잠깐 만났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그걸로 남자친구의 심문은 끝이었다.
“하나야. 고마워. 끊을게. 이제 됐지? 나도 이제 지긋지긋하다. 정말. 우리 잠깐만 떨어져 있자. 반찬 냉장고에 다 있으니까, 밥만 해서 꺼내 먹어. 생각 정리되면 돌아올 테니까. 당분간 연락하지 말고.”
헤어질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짜증이 너무 치솟아, 남자친구를 잠깐 보고 싶지 않은 것뿐.
“소, 소림아!”
그녀가 등을 돌려 집을 나서자, 남자친구가 당황한 얼굴로 따라왔다.
하지만 정소림은 매몰차게 남자친구의 손길을 뿌리치며 택시를 잡기 위해 대로변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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