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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방금 그거 분명히….”
여자의 비명이었다.
그리고 정소림도 이젠 안다.
여자가 어떤 때에 그런 비명을 지르는지.
하고 있는 거다.
‘다른 여캠이겠지?’
누구일까?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이 들었다.
질투심….
그래, 질투심이 들었다.
정소림이 이현우를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건 오직 한 명.
그녀의 남자친구뿐이었으니까.
그래도 이현우의 자지는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섹스의 쾌락이 뭔지 처음 알려준 물건이었으니까.
‘이러면 안돼는데….’
이현우에게 전화하기 전.
전화해도 되는지 엄청나게 고민했었다.
감사 인사를 담은 까톡 이외에, 그녀가 먼저 연락을 취하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고민의 이유는….
성욕 때문이었다….
요즘 남친과 사이가 좋았다 나쁘다를 반복하는 덕에 밤 생활을 거의 하지 못했다.
아니, 사이가 좋았더라도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남친의 자지로 만족하기엔 정소림은 너무 큰 쾌락을 알아버렸다.
남친의 조그마한 자지로는 느끼지 못한다.
어제의 데이트에서도 그랬었다.
정소림의 몸 위에서 열심히 자지를 흔드는 남친.
하지만 정소림은 이현우와 섹스할 때처럼 헐떡이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헐떡이지 못했다.
느낌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욕구가 쌓였다.
게다가 매일매일 이현우와 까톡으로 야한 말을 주고 받고.
그녀의 추태가 가득 담긴 사진과 영상도 봐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이현우와 보냈던 밤들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부분.
그랬기에 용기 내 이현우에게 전화했다.
오늘은 금요일.
남자친구가 수업에 가는 날이었으니까.
게다가 그녀의 정기 휴방 날이기도 했다.
지금이라면 이현우와 만날 수 있다.
남친은 저녁 일곱 시나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니, 몇 시간 동안이나 쾌락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생각이었는데….
‘다른 사람하고 있다니….’
물론, 이건 그녀가 뭐라고 말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이현우에게 있어 그녀는 많은 피 후원자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래도 4일이나…. 아니, 내가 무슨….’
정소림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이래서야 색에 미친 사람 같지 않은가.
‘자중하자…. 응. 그래. 돈만 생각하자. 돈만. 집을 사는데, 2억. 결혼식 비용은 요즘 대략 1억쯤 한다니까, 총 3억이네. 그 돈을 모을 때까지만….’
1억에서 2억.
또 2억에서 3억.
정소림의 목표 금액이 또 한 번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건 꼭 필요한 일이었다.
요즘 어디 집만 있다고 다 행복하던가?
결혼은 평생 한 번 하는 일인데, 남들 하는 것은 다 경험해 봐야지.
그로 인해 이현우 옆에 붙어있는 기간이 늘어나게 되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청소라도 하자.”
쉬는 날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기엔 시간이 아깝다.
밀린 청소와 빨래라도 해야지.
그리고….
“오빠가 돌아오면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을까?”
요즘 매일 고기 파티하는 것 같지만….
그녀의 남자친구가 육식파이니 나쁠 것은 없지 않나 싶었다.
그동안은 고기를 먹고 싶어도 먹지 못했었으니까.
정소림은 간만에 몸을 움직이며 대청소를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의 전화기가 울렸다.
이현우다.
“여, 여보세요…?”
“소림 씨. 아까는 내가 좀 바빠서. 그래,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한 거였어요?”
“아하하…. 별일은 아니었어요. 그냥 통화 한 지가 좀 오래된 것 같아서…. 연락이나 한 번 해볼까 해서 전화드린 거예요.”
“흐음….”
전화기 너머 이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인지 그녀의 심리를 꿰어 보려는 듯한 추임새다.
괜히 찔려서 그러는 건가?
“그럼, 오랜만에 얼굴이나 볼까요?”
“네? 지, 지금요?”
“소림 씨 오늘 휴방 아니에요? 심심해서 연락한 거 아닌가?”
“그건 그런데….”
“그럼 지금 호텔로 와요. 남친은 오늘 수업 있죠? 시간도 넉넉하겠네. 여섯 시까지만 같이 놀죠. 우리.”
“아….”
아랫배가 욱씬거렸다.
어쩜 이렇게….
그녀의 욕망을 잘 알아차리는 것인지….
정소림은 이현우의 제안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지금 출발할게요.”
* * *
“아앙? 오빠. 그럼 나는 지금 돌아가라는 뜻?”
이현우의 통화가 끝나자, 김하나가 불만 가득한 눈초리로 이현우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이현우는 난감해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많이 즐겼잖아. 선물도 많이 받았고.”
“와아…. 오빠 진짜 나쁜 남자다. 몰라. 나 안 갈 거야.”
“그럼 그러던지.”
삐진 척을 하려던 김하나는 이현우의 반응에 오히려 당황했다.
다른 여자를 불러놓고, 여기 있어도 된다고…?
왜?
“난 상관없어. 이대로 쓰리썸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헐…. 진심이야? 레알?”
“어, 레알. 순도 100퍼센트 진심.”
“….”
너무 어이가 없으면 화도 안 난다더니.
지금 김하나가 그랬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태연하게 쓰리썸을 하자고 말을 할 수 있지?
여자의 감정 따위는 신경 쓰지 않나?
“아니…. 나야 그렇다 치고. 그 BJ…. 정소림? 그 여자는 좋다고 해? 분명 화내고 돌아갈걸?”
“글쎄. 내가 보기엔 아닌데. 내기할까?”
“하, 좋아. 내기해. 내가 이기면 이번 신상 컬렉션 다 사주기.”
“오. 세게 나오는데? 그럼 나도 큰 거 건다. 소림 씨가 쓰리썸을 승낙하면, 앞으로 쓰리썸이든 포썸이든 내가 원하는 대로 하기? 콜?”
이현우는 자신 있었다.
큰손들의 섹스 파티에서도 도망치지 않았던 정소림이었다.
물론, 그때엔 그가 전력으로 그녀를 지켜준 덕도 있지만.
어쨌든 난교에 대한 내성이 생긴 정소림이었다.
게다가 목소리를 들어보니 정소림은 발정이 나 있는 상태였다.
그가 아는 정소림이라면, 분명 수락한다.
조금 싫은 티를 낼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미친! 혹시 그 여자 걸레야?”
이현우의 반응에 김하나가 눈쌀을 찌푸렸다.
이건 뭐 자기가 무조건 이길 거라고 보는 태도 아닌가.
이미 정소림하고 쓰리썸을 한 적이 있나?
그래서 물었다.
“걸레는 무슨. 너보단 훨씬 요조숙녀지. 지금까지 남자 경험 수가 한 명…. 아니, 나까지 포함하면 두 명이야. 고등학교 때부터 10년이나 사귄 남친 이외의 남자는 나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쓰리썸을 한다고?”
“응. 내 생각에는 무조건.”
김하나는 갈등했다.
그녀도 제법 많이 놀아본 여자였다.
그런데도 쓰리썸 경험이 없었다.
지금 쓰리썸을 하자고 해도 좀 거부감이 있고.
물론, 작정하고 하려 한다면 못 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걸레 같지 않은가.
‘물러? 말아?’
제정신이 박힌 여자라면 절대 쓰리썸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자신감 있는 이현우의 태도가 걸렸다.
에잇! 모르겠다!
언제나 감은 중요한 법이다.
“오빠아….”
“응. 안돼. 돌아가.”
“뭐? 내가 무슨 말 할 줄 알고!”
“내기 안 하려고 한 거 아니야? 이미 성립 된 거야. 네가 이기면 신상 컬렉션 전부 사주기. 내가 이기면 쓰리썸이든 포썸이든 내가 부를 때마다 나와서 하기.”
“아니, 오빠!”
“싫으면 관둬도 돼. 근데…. 알지?”
이현우의 갑질이 능숙해졌다.
굳이 전부 표현하지 않아도 상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제대로 상상하게 해줄 수 있는 수준.
김하나의 표정이 굳었다.
“이잇…. 나쁜 남자….”
“그래서 싫어?”
“아니이…. 싫다는 건 아니고. 조금 미워. 으아아…. 쓰리썸이라니. 남자 둘도 아니고. 여자 둘에 남자 하나인 쓰리썸을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우으….”
김하나가 침대에 머리를 박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문에서 똑똑하는 소리가 났다.
“어서 와요.”
“네…. 어머, 버, 벗고 계셨어요?”
“한창 하는 중이라. 일단 들어오세요.”
가운만 걸친 이현우가 호텔 방의 문을 열었다.
가운을 여미지 않았기에 드러나는 가슴팍과 커다란 자지.
문 앞에 서 있던 정소림이 깜짝 놀랐다.
“예, 예? 하, 하는 중이라면….”
“일단 들어와요. 밖에 누구 지나갈라.”
“…!”
이현우의 손길에 들어오게 된 방안.
침대 위에는 벌거벗은 여자가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잘 아는 여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얼굴 정도는 아는 여자였다.
이현우에게 후원받는 BJ였으니까.
“혀, 현우 씨….”
“하아….”
두 사람의 입에서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몰라서 당황하는 정소림과 낙담하는 김하나.
“둘이 처음 보죠? 인사해요. 이쪽은 음방하는 정소림. 이쪽은 섹시 여캠 김하나.”
“…. 안녕하세요….”
너무 태연하게 소개하는 이현우의 반응에 일단 고개를 숙인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겠다.
방금까지 하던 중이라는 말이 진짜라는 것.
이 방 안에는 음란한 냄새가 가득 차 있었다.
“네, 안녕하세요. 오빠. 얼른 질문해. 이 언니 당황하시잖아.”
“지, 질문이요?”
“보채지 마. 소림 씨. 제가 오늘 하나랑 시간을 보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소림 씨한테 연락이 와서…. 제 생각엔 셋이 같이 즐기면 좋을 것 같은데. 소림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세, 셋이서요?”
정소림이 눈과 입을 크게 벌렸다.
이현우와 만나고 이렇게 놀란 적이 있을까 싶은 정도였다.
큰손 파티에 초대되었을 때도 이 정도로 놀라진 않았는데.
“언니! 싫죠? 쓰리썸 싫으면 싫다고 해도 괜찮아요!”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김하나가 나섰다.
놀라긴 한 것 같은데 생각보다 정소림의 반응이 격렬하지 않았다.
이대로 그녀가 수락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쓰리썸….
이미 졌다고 생각해 각오는 굳힌 상태지만.
좀만 노력하면 정소림의 생각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싫다고 한마디만 하면 이번 년도 신상이 전부 그녀의 손에 들어왔다.
“호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소림 씨. 월 후원액 50만 개 추가해줄게요.”
“5, 50만 개요?”
“아악! 오빠! 돈으로 매수하는 게 어디 있어!”
“어딨긴 여기 있지. 아, 그래. 기분이다. 소림 씨한테 추가하는 것만큼 너도 추가해줄게.”
이현우가 내지른 금액에 두 사람의 눈이 반짝였다.
말이 50만 개지, 현금으로 따지면 5천만 원이었으니까.
“진짜아…?”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아니! 못 봤지!”
이현우가 월 150만 개로 후원금을 올렸는데.
거기서 50만 개 추가면 월 200만 개다.
그 돈이면 그냥 쓰리썸을 하라고 해도 할 수 있는 김하나였다.
“언니! 저랑 해요!”
갑자기 태도를 싹 바꾼 김하나.
알몸으로 바짝 다가오는 그녀의 태도에 정소림은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서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하는 중이었다.
거절하자니 눈치도 보이고, 이대로 돌아가는 것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승낙하자니 쓰리썸은 너무 낯설었다.
그러다 50만 개라는 커다란 명분이 주어졌다.
돈이라는 실리도 챙기고, 성욕까지 채울 수 있는 길.
오늘따라 발정이 나버린 정소림은 그렇게 두 사람과 함께하는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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