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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대격돌에서 빵잇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달려라 코인 레이스에서 본선 진출권을 따냈고.
이어진 준결승전에서도 이현우가 멱살을 잡고 캐리했다.
그러나 결승전에서는 코인 후원 요소가 없었기에, 압도적인 팬덤 차이에 패배당하고 말았다.
좀 아쉽다.
하지만 빵잇은 준우승만으로도 무척이나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회장님! 여러분! 이거 보세요! 저…. 빵잇! 드디어 인기 글 먹었어요! 제 인생 첫 인기 글이에요!”
빵잇이 신나 하며 스마트폰을 흔들었다.
그리고 이현우를 포함한 팬들에게 게시글 내용을 보여주었다.
[오늘 공방 출연자, 빵잇 좀 커여우면 개추]
(사진)
하꼬 발굴했다
근데 얘 큰손은 뭐 하는 사람이길래 코인을 미친 듯이 쏘냐?
-발굴은 ㅈㄹㅋㅋㅋㅋ 니가 꼬레아세요?
-백수형을 아직도 몰라?
└그게 누군데 씹덕아
└현 꼬레아 큰손 1황 킹백수!
-백수형 뭐 하는 사람인지는 몰라도 돈 존나 많음 ㄹㅇ
└비트코인으로 몇천억 땡겼다는데?
└관계자 피셜에 의하면 충전한 코인만 1억이라고 함, 원화로 100억 꼬레아에 박음
└ㅈㄹ ㄴ
턱걸이 추천 수로 올라간 인기 글.
그마저도 댓글엔 그녀보다 이현우에 관한 글이 많았다.
그럼에도 빵잇은 기뻐했다.
하꼬가 인기 글에 올라가는 건 어지간한 어그로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인기 글에 올라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 거다.
“기쁜 날이네요. 공방에서 준우승도 하고, 인기 글도 올라가고.”
“그러네. 그럼, 기념으로 회식이나 할까? 팬들도 전부 데리고.”
이현우가 말했다.
즉흥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오늘은 빵잇의 체면을 제대로 세워주기로 한 날이었다.
그러니 마무리까지 제대로 해야지.
“정말요? 여러분! 회장님이 회식 쏘신대요!”
“오오오!”
“역시 킹갓엠페러제너럴충무공마제스티 백수킹!”
“형님! 믿고 있었다고!”
“백수업! 백수업!”
또, 또 지랄이다.
이현우는 그의 닉네임을 연호하는 시청자들을 피해 빠르게 걸었다.
주변 시선들은 이제 그러려니 하는 표정이었다.
“앗, 여기 너무 비싼 곳 아닌가요…?”
이현우가 그들을 데려온 곳은 근처의 소고깃집.
기업들이 밀집해있는 곳이라 그런지 가격대가 좀 있는 회식용 고깃집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법카가 아니면 이용할 수 없다는 고급 소고깃집이었다.
한우 꽃등심 1인분에 무려 4만 원이나 하는 곳이었다.
16명의 성인이 여기서 고기를 먹으면 적어도 200만 원은 나올 텐데.
빵잇은 물론이고 열광하며 따라온 팬들도 흠칫했다.
하지만 이현우는 개의치 않았다.
리미트가 풀린 이현우에게 200만 원은 그리 큰돈이 아니었다.
“괜찮아. 널 축하하기 위한 자린데, 좋은 곳에서 하는 게 맞지. 그리고 나 돈 많아.”
“오빠….”
빵잇이 감동했다는 듯 이현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남들 앞에서 꼬박꼬박 회장님이라고 부르던 것도 잊고, 평소의 호칭대로 불러버렸다.
호칭 따위, 신경 쓰는 이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단 한 명.
빵잇의 방송 초창기부터 시청하던 코어 팬은 그 호칭에 미간을 찌푸렸다.
오빠.
빵잇이 평소에도 자주 쓰는 말이었다.
코인 후원을 하기만 해도 그냥 오빠라고 말해버리니까.
하지만 현실에서 만난 빵잇은 오빠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것과 달리 그녀는 내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나눈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여기 모인 그 누구에게도 오빠라는 호칭을 쓰지 않았는데.
이현우에게는 썼다.
그리고 오빠라는 말에 담긴 감정이 방송에서 내뱉는 오빠와는 결이 다른 것 같았다.
‘설마….’
빵잇도 다른 여캠들처럼 회장에게 몸을 팔고 다니는 건가?
아니, 그럴 리 없다.
그의 작고 소중한 BJ인 빵잇이 창녀 같은 년들하고 같을 리 없었다.
그건 1년간 방송을 매일 시청했던 그가 보증할 수 있었다.
그녀는 식데를 팔아도, 식데를 할 때엔 꼭 방송을 켰으니까.
물론 이현우가 뽑은 식데는 방송을 안 했지만….
그건 이현우와 식데를 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마쳤었다.
‘게다가 백수킹은 여자친구도 있는 걸로 아는데.’
이름이 봄여름이라고 했었나?
빵잇 보다는 아니지만 예쁘고 귀여운 여캠이랑 공개 연애 중이었다.
여캠 여친이 지켜보고 있는데, 빵잇과 그런 일을 하지는 않겠지.
그래, 괜한 고민이다.
남자는 자신이 너무 과민 반응한 것 같다며 이만 생각을 접었다.
15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네 개의 테이블에 나눠 앉으려 한다.
빵잇의 팬 미팅이나 다름없는 자리인 만큼, 빵잇은 중간에 앉았고.
그 바로 옆자리엔 회장 우대로 이현우가 앉게 되었다.
이제 남은 S급 좌석은 빵잇의 왼쪽 자리, 맞은편 자리.
A급 좌석은 좌우 대각선 자리.
나머지는 모두 B급 좌석이었다.
눈치가 치열하다.
살짝 몸싸움이 있기도 했다.
이러다 가벼운 말싸움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상황.
그 조짐을 본 이현우가 말했다.
“우린 모두 빵잇의 팬들이고, 좋은 취지로 모인 거니까. 10분씩 돌아가면서 자리를 바꿔 앉죠. 순서는 열혈 랭킹 순, 열혈 아니신 분들은 제일 마지막으로.”
팬 참여 공방에 참석할 정도면 코어 중의 코어팬이었고.
대다수가 열혈 팬이었다.
공정한 것 같은 이현우의 말에 대다수의 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단 한 명.
아까 부정적인 생각을 하던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회장님도 자리 바꿔주시는 겁니까?”
“저도요? 저 회장입니다만?”
“회장이 벼슬은 아니지 않습니까. 여기 모든 사람이 빵잇이하고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온 건데. 고작 돈 많이 냈다고 특혜를 받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갑자기 시작된 두 사람의 논쟁.
주변의 팬들은 일단 침묵했다.
목소리를 높이는 남자의 말이 논리적으로 맞는 것 같긴 한데.
뭔가 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공평하게 대우받아야 하는 건 맞는 말이다.
근데 정말로 그래도 되나?
그 사이 이현우가 입을 연다.
그의 한쪽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당신들이 입고 있는 옷. 점심에 먹었던 밥. 거기에 회식 장소까지. 모든 걸 내 사비로 즐기면서, 공평은 해야겠다? 이 말입니까?”
“그, 그건 감사하지만. 그래도! 빵잇과 대화를 나누고 싶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팬이라면 다 똑같은 거 아닙니까! 회장님은 여자친구도 있으니까 옆자리 정도는 양보해 줘도 되지 않나요?”
“그 양보를 해주고 마는 건 내가 정하는 겁니다. 내가 왜 내 돈 써가면서 당신에게 양보해라 마라 소리를 들어야 합니까? 차우식 씨? 당신은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 한 턱 쐈는데, 구석에 찌그러져서 밥이나 처먹으라는 소리를 들으면 그럴 수 있습니까?”
“아니, 그건 너무 심한 비약…!”
“그만 해요!”
두 사람의 논쟁은 이현우의 압승으로 끝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차우식은 굴복하지 못하고 계속 개소리를 시전하려 했다.
그때, 빵잇이 나서서 두 사람을 말린다.
소심한 그녀로서는 큰 용기를 낸 행위였다.
어쨌거나 이 자리의 주인공은 그녀였으니까.
“그만 싸우세요. 그리고 지금은 감성 오빠가 잘못한 게 맞으니까, 그냥 사과하고 끝내주세요. 네?”
“빠, 빵잇아…. 네가 어떻게…. 나한테….”
차우식이 배신당한 주인공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저 꼴사나운 짓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현우의 논리에 납득해버렸으니까.
평등을 요구하려면, 공평한 부담을 져야 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모든 경제적 부담은 이현우 홀로 지고 있었다.
“우, 우식 씨 그냥 빨리 사과하고 끝내죠?”
“맞아요. 좋은 자리에서 이게 무슨 짓입니까.”
“배고파요. 우리 얼른 밥 먹어요.”
차우식에게 비난과 경멸의 눈길이 쏟아졌다.
“아니!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나보고 그러는 거야!”
차우식은 그걸 감당하지 못하고 또 한 번 소리를 질렀다.
그럴수록 그를 바라보는 눈길이 차게 식을 뿐이었다.
“감성 오빠!”
“이, 이, 이 씹!”
결국 그는 중압감을 버티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
그가 가게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크흠, 별 같잖은 사건이 있었네요. 그래도 좋은 날이니 우리 잊어버리고 기분 좋게 밥 먹읍시다. 오늘 1명당 10만 원 이하로 먹으면 벌칙입니다. 술이나 음식 같은 것도 마음껏 시키세요! 하지만 먹지 못하는 사람이나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권하는 건 안 됩니다. 그럼 시키죠!”
“와아아아아!”
“백수업! 백수업!”
“킹백수! 갓백수! 제너럴백수!”
이현우의 선동에 차게 식었던 분위기가 다시 달아올랐다.
그리고 퇴출당한 차우식의 덕이라고 해야 할까.
더 이상 분위기를 흐트러트리는 사람 없이, 모두 10분씩 돌아가며 빵잇의 주위에 앉아 회식을 즐겼다.
“아, 난 이만 가봐야겠다.”
그리고 회식 도중.
이현우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선다.
4시 30분.
지금 출발해야 이유나의 하교 시간에 딱 맞출 수 있었다.
“네? 벌써 가시게요?”
“형님! 이제 시작인데 어디 가십니까?”
“여자친구 데리러 가야 해. 하교할 시간이거든.”
“하, 하교요? 설마 미성년자랑…!”
“쉿. 형님 여친 20살이에요! 어디 큰일 날 소리를.”
이현우의 퇴장에 사람들이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특히나 빵잇의 눈이 그윽하다.
“지금 결제하고 갈 테니까. 시킬 거 있으면 빨리 더 시켜요.”
“아! 알겠습니다! 형님!”
그렇게 말하고 결제하는데, 빵잇이 뒤 따라 나왔다.
“오빠.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덕분에 진짜 행복한 하루였어요.”
“좋았다니 됐네. 그거면 나도 좋아.”
“네…. 그리고 집에 가면 바로 캐시백 정산해서 보내드릴게요.”
오늘은 목요일.
꼬레아TV가 정산금을 입금하는 날이었다.
안 그래도 점심때부터 여캠들이 보낸 까톡이 마구 쏟아졌었다.
“응. 알겠어. 이제 들어가.”
“아니, 잠시만요.”
차에 올라타려는 이현우를 빵잇이 붙잡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쪽.
그녀가 이현우의 입술에 입술을 부딪쳤다.
고기 맛이 잔뜩 나는 짧은 키스.
“지금은 드릴 게 이것 뿐이라…. 나중에 시간 빌 때 불러주세요. 선물 준비해서 갈 테니까요.”
“하하핫, 응. 그래. 나중에 연락할게. 오늘 적당히 마시고 들어가. 술 취해 뻗으면 다른 놈들한테 따먹힐 수도 있으니까.”
이현우는 그녀의 행동에 싱긋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조언아닌 조언을 날렸다.
성적인 농담이 가득한 말에 빵잇이 잠시 입술을 삐쭉였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 * *
차우식.
그는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 남자였다.
평범한 학교를 졸업해,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그런 인생.
그러나 인터넷 방송을 접하고 그의 인생은 조금 달라졌다.
드디어 삶의 광명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그러다 한 여캠에게 빠졌고.
그녀에게 거의 모든 재산을 탕진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그 여캠이 회장 새끼랑 사귄다는 스캔들.
차우식은 분노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잃은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찾아온 새 희망.
빵잇.
이전의 싼 티 나는 창녀랑은 완전 다른 단아하고 청순한 스타일의 여캠.
말하는 것이나 평소 행동 패턴만 보아도 창녀와는 결이 달랐다.
그래서 그녀의 방송을 1년이나 꾸준히 지켜보았다.
본래의 생활이 망가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쪽이 더 인생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노력을 했는데!
어떻게 빵잇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차우식은 분노했다.
분명 회장 놈이랑 그렇고 그런 관계인 게 분명했다.
빵잇은 아닐 거라 믿었는데.
그년도 다른 창녀들과 별다른 바 없는 년이었다.
그는 이 억울하고 불쌍한 사연을 인터넷에 퍼뜨리기로 작정했다.
그러려면 증거가 필요하다.
우선 빵잇과 회장이 붙어먹는다는 증거부터 모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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