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
***주의***
이번 편에는 NTL(네토리, 타인의 연인을 빼앗는 것)이 서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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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핫, 현우 씨랑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할 줄은 몰랐어요. 식데에 나올지 말지 고민했던 게 바보스러울 정도로요.”
적당히 취한 정소림은 웃음이 헤퍼졌다.
그녀는 이현우가 무슨 말을 하든 웃음을 터뜨렸고 호감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그래요? 근데 왜 식데는 안 나오려 했던 거예요?”
“으음…. 현우 씨니까 숨김없이 이야기할게요. 사실 남자친구가 있어요. 결혼을 약속 한 사이예요.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아서 결혼을 아직 못하고 있긴 하지만요….”
잠시 고민하던 정소림이 사실을 이야기했다.
남자친구라니.
이현우는 살짝 충격을 받았다.
왜 기분이 나쁜 걸까?
이현우는 자기 기분을 객관화할 수가 없었다.
그는 정소림과 사귀는 관계도 아니었고, 오늘 처음 본 사이였다.
“그렇군요….”
이현우는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이야기했다.
그러자 정소림은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풀어낸다.
“어렸을 때부터 만났어요. 고2 여름 방학이었나? 국악 경연 대회에서 처음 만났죠. 저는 가야금, 우리 오빠는 장구. 둘 다 금상을 받아서 시상식에 올라가다가 발이 얽힌 거 있죠. 거기서 안면을 트고 인사를 하고 지내다가 고3 때 사귀게 됐어요. 그때 오빠는 대학생이었고요.”
10년간의 러브 스토리.
이현우는 정소림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불쾌해졌다.
이상한 일이다.
그는 정소림에게 호감은 있으나 연애 감정을 품고 있진 않았다.
그런데 왜 이리 기분이 나쁜 걸까.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이현우는 잠깐 그녀의 이야기를 멈추게 했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아, 네! 그러세요. 저는 한 잔 더 하고 있을게요. 와인이 정말 맛있네요.”
쏴아아아, 이현우는 세면대 앞에서 고민했다.
이대로 나아가는 게 맞는 걸까?
그리고 기분은 왜 이렇게 나쁜 걸까?
정소림의 반응을 보니 조금 더 당기면 잠자리로 불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술에 적당히 취했으니, 술김이었다는 핑계도 될 수 있겠지.
그런데 그게 맞나?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를 건드려도 되는 걸까?
기분은 왜 또 나쁜 걸까?
꼭 내 여자가 다른 남자랑 연애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이건 이상하다.
정말 이상했다.
애초에 정소림에겐 성욕만 느껴질 뿐 사랑이나 애정 따윈 없는데.
이런 경우가 처음인 이현우는 답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결국, 이현우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화장실에서 나왔다.
“음냐….”
테이블로 돌아오니, 가관인 풍경이 펼쳐져 있다.
만취한 정소림이 테이블에 엎어진 것.
그녀의 머리칼과 얼굴이 음식과 소스로 더럽혀졌다.
게다가 접시에서 흘러내린 음식물이 그녀의 상의와 하의 모두 적시는 중이었다.
웨이터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는 중이었다.
“소, 손님. 괜찮으십니까? 손님.”
“제가 정리할 테니까 티슈와 수건 좀 가져다주세요.”
“알겠습니다.”
이현우는 웨이터가 가져다준 수건과 티슈로 정소림의 머리칼과 얼굴을 닦아냈다.
옷은….
포기하자. 닦기엔 너무 많이 더럽혀졌다.
“택시 좀 불러주시겠어요? 그리고 이걸로 결제 좀 부탁합니다.”
“예.”
이현우는 만취한 정소림을 부축하며 일어났다.
술이 약한 편인가?
거기에 더해 와인 도수도 좀 센 편인 것 같았다.
앉아있을 땐 몰랐는데 조금 걸으니, 이현우도 취기가 살짝 느껴졌다.
“남산 호텔로 가주세요.”
이현우는 정소림을 태우고 남산 호텔로 향했다.
아직도 이게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정소림을 식당에 버리고 올 수는 없으니, 일단은 같이 간다.
그리고 정소림은 남자 친구에게 식데에 나오는 걸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그녀의 스마트폰으로 다른 이들에게 연락할 수도 없었다.
“으음….”
침대 위에 그녀를 눕히자 그녀가 몸부림을 쳤다.
이대로면 이불이 더러워질 텐데.
그녀의 옷은 각종 음식물로 더럽혀진 상태였다.
‘어쩔 수가 없네.’
그래 이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현우는 그리 생각하며 정소림의 옷을 하나씩 벗겼다.
남은 것은 브라와 팬티.
꿀꺽, 하고 침이 넘어간다.
눈앞에 세상 처음 보는 폭유가 있었다.
얼굴보다 커다란 가슴이라니.
조금은 만져봐도 되겠지?
물컹.
손안에 거대한 부드러움이 가득 들어왔다.
미쳤다!
이건 미쳤다.
이런 압도적인 감각은 여우찡도 느끼게 해주지 못한 감각이었다.
손이 가슴에 파묻힌다니.
“후우….”
손이 절로 다른 가슴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리 사이에도 슬금슬금 들어간다.
이현우는 정소림의 육체를 적당히 주무르고 나서야 욕망을 떨쳐낼 수가 있었다.
“잠든 사람한테 뭐 하는 짓이냐. 샤워나 하자.”
아무리 이현우라지만, 자는 사람을 따먹는 취미는 없었다.
모르겠다.
정소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현우는 샤워하며 고민을 날려버렸다.
어쨌거나 정소림이 취해버린 이상 오늘은 날이 아니다.
“….”
샤워를 마친 이현우는 쥐 죽은 듯 자는 정소림의 옆에 누웠다.
그녀의 체향과 온기를 느끼며 스마트폰을 든다.
-(사진)
-질싸 완료.
단톡방에선 오늘 올라온 매물을 차지한 큰손이 자랑하는 중이었다.
-형님은 성공하셨네요 ㅠㅠ
-? 백수 오늘 여캠 만난다지 않았어?
-못 따먹음?
-비싼척 했나 보네 여캠이 ㅋㅋㅋㅋ
이현우는 신세 한탄 겸 정소림과의 일을 말했다.
그들은 돈도 있고, 경험도 있으니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런 이현우의 생각은 적중했다.
-아 ㅋㅋㅋㅋ
-생각보다 흔하지 남친 있는 여캠
-백수가 아직 어리긴 어리구나 ㅋㅋㅋㅋㅋ
단톡방 큰손들은 제일인 것 마냥 여러 조언을 해주었다.
그들 또한 이현우처럼 남친 있는 여캠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꽤 여러 번.
-지금 네가 헷갈리는 게, 일반적인 연애 상황과 여캠 후원 상황인 거 같은데. 이 둘은 같게 생각하면 안 돼. 그냥 돈 주고 창녀 사 먹는다고 생각하는 게 제일 편하지.
-이미 식데 나온 거면 말 다한 거지. 각오하고 있을걸? 게다가 먹어달라고 일부러 취한 거 아니야? 일단 ㄱㄱ. 내일 아침에 보면 모른 척하고 넘어갈듯?
-어차피 돈이 목적인 애들이야. 백이나 반지 같은 거 하나 사주면 끝.
그들은 경험에 의거한 조언을 해주었다.
요약하자면, 유사 연애를 한다고 해서 거기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거였다.
진짜 여캠하고 사귈 거라면 몰라도.
육체적 관계만 유지할 거라면 그저 돈을 주고 서비스받는 관계, 그러니까 창녀처럼 대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는 거였다.
여캠이란 돈 때문에 웃음을 팔고 소통을 팔고 연애를 파는 여자들.
거기에 몸을 파는 건 너뿐만이 아닐 수 있다.
이것이 꼬레아TV에 경험 많은 큰손들의 조언이었다.
-알겠습니다.
-이해했습니다. 형님들 조언 감사합니다.
큰손들의 조언을 수용한 이현우는 스마트폰을 내렸다.
옆에 누운 정소림을 쳐다본다.
고민은 끝났다.
남은 것은 정소림의 의사를 들어보는 것 뿐이다.
“소림 씨. 일어나 봐요.”
“으으음.”
그녀의 어깨를 흔들어 깨우지만, 정소림은 일어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큰손이 하나쯤은 틀렸네.
취한 척을 하는 거라고 장담했는데.
정소림은 진짜 만취했다.
어쩔 수 없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묻는 수밖에.
이현우는 정소림의 옆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과 몸을 쓰다듬으며 잠이 들었다.
훅, 툭! 사사삭.
다음날, 아침.
이현우는 분주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소란에 눈을 살며시 뜨게 되었다.
옆자리의 온기가 사라졌다.
정소림이 눈을 뜬 모양이다.
“옷을 사서 보내달라고 했으니까, 그거 입지 말고 새 옷 입어요.”
“…!”
치마에 발을 넣고 있던 정소림이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 덕에 그녀가 바닥에 쓰러진다.
거대한 가슴이 출렁였다.
“혀, 혀, 현우 씨! 혹시 우리 어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소림 씨가 만취해서 여기로 데려온 거고. 옷은 보다시피 음식물에 더럽혀져서 벗긴 거고요. 속옷도 벗길까 했는데, 부끄러워할까 봐 남겨뒀어요.”
“아…. 네, 네….”
당황한 와중에도 안심하는 정소림이었다.
그녀가 손을 놀려 옷을 입으려고 한다.
“그러지 말고 가운 입고 있어요. 리셉션에 새 옷을 부탁했으니까, 조금 있으면 가지고 올라 올 거예요. 그보다 속은 괜찮아요? 어제 과음한 거 같던데.”
“네. 괜찮…. 우욱…!”
정소림은 커다란 혼란에 숙취조차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현우의 지적에 그녀는 속이 울렁거림을 느꼈고.
그대로 화장실로 뛰어간다.
고급 호텔의 화장실은 방음이 뛰어나서인지 토하는 소리가 들리진 않았다.
“욕실 앞에 가운 걸려있으니까 샤워라도 하고 나와요.”
얼마 후, 샤워를 끝내고 나온 정소림이 쭈뼛거리며 이현우 앞에 섰다.
“현우 씨….”
“어제는 아쉬웠어요.”
그녀가 무언가 말을 하기 전 이현우가 먼저 선수를 쳤다.
“죄송합니다. 못 볼 꼴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아니에요. 사람이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지. 하지만 다음번에는 꼭 끝까지 밤을 보냈으면 좋겠네요.”
“바, 밤을 보내요? 아니, 현우 씨. 전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식사만 하러 나간 거였어요.”
펄쩍 뛰며 손사래를 치는 정소림의 반응.
이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거사를 치르지 못해 그렇지 않은 척하는 걸까?
확실하 게 알 수는 없다.
지금은 장단을 맞춰주는 게 좋겠지.
“하핫, 그랬나요? 어쨌든 다음 약속도 잡고 싶은데. 언제가 좋아요?”
“다음이요…?”
“네.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건 나쁘지 않은 경험이긴 했지만 편하진 않았으니까요. 편한 곳에서 제대로 식사하고 싶네요.”
“그건….”
“거절은 하지 말아줘요. 이번엔 소림 씨가 갑자기 뻗어버려서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잖아요? 그러니 제대로 식사 한번 하고 싶다는게 어려운 요청일까요?”
정중한 부탁 속에 섞인 약간의 강요.
정소림의 얼굴에 갈등이 서린다.
그때, 띵동하고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어젯밤 주문한 옷이 도착한 것이다.
이현우는 직접 문을 열고 웨이터가 건네주는 쇼핑백들을 받았다.
“옷이 왔네요. 이거 받아요.”
“혀, 현우 씨. 이건…?”
“이 시간에 트레이닝 복만 입고 나가기엔 쪽팔리잖아요. 그리고 트레이닝 복이 소림 씨 취향인지도 알 수 없었고. 그래서 아이템 하나 샀어요. 그 정도면 트레이닝 복 입고 있어도 남들한테 안 꿀리겠죠?”
어젯밤, 이현우는 트레이닝 복을 주문하며 명품 가방도 하나 같이 주문했다.
돈지랄이지만 정소림의 표정을 보니 확실하게 마음의 정중앙을 꿰뚫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비싼 걸 받아도 되나요…?”
“그럼요. 소림 씨 때문에 산 건데요. 그럼 답 해주셔야죠? 다음에 언제 볼까요? 전 되도록 빨리 봤으면 좋겠는데.”
정소림의 갈등이 눈에 보일 정도로 치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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