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
한편, 이현우가 봄여름의 방에서 놀고 있는 동안.
달링의 방송에선 전쟁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방송을 시작한 지 5분 만에 200명, 하루 평균 시청자를 넘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증가했다.
558. 1,136. 1,597. 2,194.
사건·사고를 즐기는 꼬레아TV의 악질 유동들이 좋아할 만한 단어.
폭로.
그걸 입에 담은 달링에게 어마어마한 어그로가 끌렸다.
그 와중에 방제를…,
[백수야! 제발 들어와! 백수야백수야백수야백수야백수야백수야…]
달링♥ · 시청자 수 2,194명
이런 식으로 해놨다.
이건 대놓고 어그로를 끌겠다는 포부를 널리 알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본방 시청자보다 20배나 많은 유동 시청자의 수.
본방 채팅 화력으론 유동 채팅을 제압할 수가 없었다.
-해
-명
-해
-소문 듣고 찾아왔읍니다 ^^7
-폭로할게 있으시다던데요?
-해
-명
-(꿀잼 팝콘 먹는 채팅 콘)
-아 오늘 방송 지랄 나겠네
[농심러구리 님께서 코인 7개를 선물!]
-농심러구리 님이 401,433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폭로한다는 게 뭔가요?
평소와 다르게 쭉쭉 올라가는 채팅.
팡팡 터지는 전자녀.
“그만 해. 폭로고 뭐고 말할 거 없으니까 다 나가!”
시청자가 많이 몰린 것도, 7개씩 코인이 터지는 것도 전혀 기쁘지 않다.
이들은 그녀를 예뻐해 줄 사람이 아니었다.
달링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꽥 지른다.
하지만 그런다고 놀라서 물러날 사람들이었다면, 달링의 방에 들어오지도 않았으리라.
악질 유동들은 분노하는 달링을 보면서 오히려 더 즐거워했다.
채팅 화력이 한층 더 강해진다.
-왘ㅋㅋㅋㅋ
-인성보솤ㅋㅋㅋㅋㅋㅋㅋ
-사스가 달링 클라스
-아니 해명하면 나간다곸ㅋㅋㅋㅋㅋ
-해
-명
“다 꺼져! 건빵 새끼들아! 여기서 지랄하지 말고! 꺼져어어어어어!”
결국 달링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녀는 제 화를 못 이겨 소리를 질르고 숨을 씩씩 댄다.
그러나 그녀의 흥분한 모습은 악질 유동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건빵무시하넼ㅋㅋㅋㅋㅋㅋ
-해
-큰손만 있으면 된다는거임?
-악질새끼들아 좀 꺼져라 방 분위기 흐리지말고
-명
-역시 사고의 아이콘 갓달링!
-ㅋㅋㅋㅋㅋㅋㅋ
[[C8]족기파 님께서 코인 7개를 선물!]
-[C8]족기파 님이 401,434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어제 폭로한다는 게 뭔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알려주세요.
[성모배그개잘핵 님께서 코인 7개를 선물!]
-성모배그개잘핵 님이 401,435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시청료 납부합니다. 이제 안 나가도 되죠ㅋ?
-ㅋㅋㅋㅋㅋㅋㅋ
-암암, 시청료는 내야지
-토큰도 받아주시나요?
[빛강선 님께서 (AD)코인 7개를 선물!]
-빛강선 님이 401,436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와! 건빵! 탈출!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건빵! 탈출! ㅋㅋㅋㅋㅋ
-ㄱㄷㄱㄷ 나도 토큰 채굴해옴
일명 후원 펀치.
돈으로 사람을 팬다는 게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악질 유동자들이었다.
그들은 700원을 사용해 BJ를 놀리며 악의를 뿜어낸다.
[[링]버둥 님께서 코인 100개를 선물!]
-달링아 챗창 얼리자, 그리고 개미털기도 한 번 하고.
보다 못한 열혈 팬 중 하나가 나섰다.
달링이 기다리던 말이었다.
정신 상태가 이상하긴 해도, 달링은 10년 차 BJ다.
악질 시청자와 계속 싸워봐야 그녀만 손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BJ가 채팅창을 얼렸습니다.
채팅창 얼리기 기능.
악질 시청자나 어그로가 너무 심할 때, BJ가 사용할 수 있는 기능 중 하나다.
이때, 채팅 칠 수 있는 권한을 등급별로 나눌 수 있는데.
달링은 열혈 팬 이상만 채팅을 칠 수 있도록 설정해두었다.
그러자 단숨에 채팅창이 클린해진다.
하지만 악질들에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폭로한다던사람어 님께서 (AD)코인 1개를 선물!]
-폭로한다던사람어 님이 401,437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채금풀어 님께서 코인 1개를 선물!]
-채금풀어 님이 401,438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해명만하라고 님께서 코인 1개를 선물!]
-해명만하라고 님이 401,439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꼬레아TV 시스템상 코인 후원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막을 수가 없었다.
채팅창이 얼려져도 코인 후원 메시지는 채팅창에 뜨게 되며 BJ에게도 보인다.
그리고 닉네임 변경이 자유로운 것을 이용해, 1개씩 코인을 쏘며 채팅을 치는 것이다.
“우리 방 사람들. 미안해. 잠시 다녀올게.”
달링은 도망을 택했다.
송출 화면에 광고를 띄우고, 그 자리에서 벗어난다.
이를 개미 털기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유동들이 몰려왔을 때, 광고를 계속 틀어 시청자 수를 털어낸다는 뜻이다.
광고 송출을 시작한 달링은 컴퓨터 앞에서 자리를 떴다.
개미 털기를 시작했지만, 미친놈들은 무조건 남아있을 테고.
그런 놈들은 달링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기 위해 코인을 1개씩 계속 쏘아댈 것이다.
“현우야…. 현우야. 전화 받아. 현우야.”
소파에 몸을 던져 누운 이예린은 스마트폰을 꺼내 이현우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역시나 차단이 되었는지, 수신음이 들리지 않고 바로 자동응답으로 넘어간다.
까톡을 보내도 읽음 표시가 사라지지 않는다.
“5일은 너무 길어…. 길어. 길다구. 길어. 너무 길단 말이야.”
소파에 누운 이예린이 같은 말을 계속 중얼거린다.
또 정신병이 도졌다.
그녀는 이현우가 연락받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혹시나, 아주 혹시나.
이현우가 잠깐 차단을 풀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이게 다 그 썅년 때문이야.”
한참 동안 이현우에게 연락을 취하던 이예린은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빵잇 때문이라 결론 내렸다.
그년만 없었으면, 이현우가 이예린을 차단할 일이 없었다.
그년이 없었다면, 이예린은 이현우의 모든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그래…. 그년이 문제 인거다.
이예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빵잇의 면상이라도 보러 가야겠다.
방송 중 이지만….
그게 중요한가?
“아, 이거 챙겨야지.”
이예린이 주방에서 식칼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정말 죽이고 싶지만, 죽일 생각은 없다.
그녀는 완전범죄를 할 정도로 머리가 좋지 않았으니까.
빵잇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지만, 감옥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 아니겠어?
이걸 쓸 기회가 있을지도.
“어? 달링?”
“안녕하세요.”
이예린이 향한 곳은 꼬레아TV 본사였다.
당연한 일이다.
원수를 찾아가기 위해선 원수의 위치부터 알아야 하니까.
꼬레아TV 본사엔 모든 BJ의 주소지가 기록되어 있을 터.
외부인이 회사 내의 개인정보를 취득하는 건 불법이고, 취득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예린은 불법을 저지르는 것에 두려움은 없다.
그녀가 무서워하는 것은 고독과 외로움뿐.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유는 감옥에 가면 예쁨받지 못해서 고독사해버릴 게 분명해서다.
“유성 대리님…. 아니, 벌써 팀장 되셨어요?”
“달링? 아니, 예린이?”
“오랜만이네요.”
“어, 어. 오랜만. 근데 무슨 일로 온 거야? 혹시 어제오늘 어그로 끌린 일 때문에?”
이예린은 오늘의 먹잇감을 찾아왔다.
10년쯤 방송을 하다보면 꼬레아TV 본사에도 아는 사람이 무수히 많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중에서 이예린이 고른 것은 한때 그녀의 어항 속에 있던 물고기였다.
지금이야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해서 어장에서 빠져나갔지만, 당시에는 이예린을 예뻐해 주느라 간이며 쓸개며 모두 받쳤던 남자다.
그리고….
눈빛을 보니 아직도 그때의 감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건 써먹을 수 있다.
“네. 그것도 있고. 상담하고 싶은 것도 있어서요.”
이 남자를 이용해서 빵잇의 주소를 알아내자.
그리고 겸사겸사 이현우의 주소도 알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품으며 이예린은 몸에 배여있는 애교를 떨었다.
남자의 볼이 풀어진다.
먹지 못하는 독 사과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고, 젊은 시절에 충분히 느꼈지만….
이예린의 외모와 애교는 그 모든 생각과 경험을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 * *
이현우는 봄여름에게 퀘스트를 잔뜩 안겨주고 봄여름의 방송에서 나왔다.
첫 방송의 신선함은 금세 가라앉았고.
남은 것은 화질구지의 불편함 뿐이었다.
봄여름이 DSLR을 사고 나면 본격적으로 육성 시뮬레이션을 시작할 생각이다.
“수현이가 방송켰네.”
BJ 빵잇의 방송이 시작되었다는 알람이 도착했다.
“으음….”
그 알람에 이현우는 고민했다.
BJ와 캐시백 계약을 맺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거래의 안정성을 생각한다면 한 명당 2시간 정도는 시청해야했다.
그래야 BJ와 내적 친밀감이 커져 캐시백을 쉽게 받을 테고.
다른 사람도 의심하지 못한다.
게다가 이현우는 캐시백 일을 회사 일 처리하듯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럼 노동이 되어버릴 테니까.
‘2시간 뒤면 여우찡이 방송을 시작할 텐데.’
빵잇이냐, 여우찡이냐.
어제는 달링 때문에 빵잇과 여우찡의 방송에 들어가지 못했다.
2시간 놀고, 여우찡한테 가면 되는 간단한 문제.
하지만 다른 문제가 또 있기에 이현우는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빵잇, 여우찡, 봄여름.
캐시백 거래를 한 사람은 이제 3명.
봄여름의 경우엔 캐시백이 얼마나 돌아올지 모르니, 월 1억을 벌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네 명의 BJ를 더 모아야 했다.
그렇기에 이현우는 빵잇과 여우찡 두 사람 중 한 명을 선택하고.
남은 시간에 다른 계약 대상을 찾고 싶었다.
‘그래도 여우찡한테 가는 게 맞지?’
빵잇이나 여우찡.
둘 다 계약 조건은 같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이득이 있는 쪽을 고르는 게 맞지 않겠나.
몸을 대주는 여우찡과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빵잇.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보면 여우찡을 선택하는 게 당연했다.
‘그럼 탐색을 시작해볼까.’
이현우가 꼬레아TV를 시청한 기간은 년 단위였다.
그간 여캠에게 관심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름을 들어보거나 얼굴을 몇 번 본 경우는 수두룩하다.
게다가 2, 3일간 여캠만 찾아다니느라 헤맸으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여캠이 거의 없었다.
그런 여캠이 있다면 봄여름처럼 오늘 처음 시작한 여캠이거나.
장기 휴방에서 복귀한 여캠뿐이었다.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리는 이현우.
그 와중에 특이한 썸네일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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