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
힘세고 강한 아침!
이현우가 누워있는 이불의 중심부가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다.
“이틀 연속으로 뽑았는데…. 강하구나….”
침대에서 일어난 이현우가 중얼거렸다.
자지가 살짝 아파서 잠에서 깨버렸다.
얼마나 오래 발기하고 있던 건지.
그리고 이틀 연속으로 정액을 다 짜냈는데도 또 발기하다니.
남자의 성욕이란 정말이지 엄청나다.
“아으으!”
기지개를 켠 이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룸 옵션으로 딸린 냉장고를 열고, 생수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킨다.
그러면서 어제 일을 회상했다.
다사다난했던 하루였다.
단 한 명의 여자 때문에 평생 처음으로 극대노를 해봤다.
그러다 여신급 미모와 몸매를 맛보고 천국을 다녀오고.
다시 기분이 좆같아졌다.
이젠 떼어 내기로 마음먹었으니,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다.
“미친….”
현대인이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스마트폰 확인이다.
이현우도 다르지 않았다.
양치하러 가기 위해, 스마트폰을 집어 든 이현우.
곧바로 욕설이 나온다.
부재중 전화 123통
읽지 않은 메시지 11개
까톡 메시지 300+ 개
최근 통화 기록과 까톡을 들어가 보지 않아도 누가 한 짓인지 쉽게 짐작이 가능했다.
분명 연락하지 말고 기다리라 했는데.
도를 넘은 집착이 무섭다.
-현우야
-자?
-전화하면 화낼 거지?
…
-보고 싶어
-난 아직도 호텔에 있는 중
…
-근데 내가 크게 잘못한 것도 없잖아!
-개새끼!
…
-미안해
-(울고 있는 토끼 이모티콘)
-내가 잘못했어
-내가 그랬으면 안 되는 건데
…
-자느라 전화 못 받는 거 맞지?
-딴 년이랑 있는 거 아니지?
…
“하아….”
휙휙 넘기면서 대충 훑어보는데도 토나올 것 같다.
무음으로 바꿔두길 정말 잘했다.
아니었다면 자다가 빡쳐서 잠을 못 잤을 거다.
이대로 무시할까?
그렇게 마음먹었다가 생각을 바꿨다.
-내가 분명 연락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차단 5일 추가.
읽음 표시가 사라지지 않는다.
바로 답장이 오지 않는 걸 보면 아직 자는 모양이다.
이현우는 곧바로 이예린을 차단했다.
“여보세요.”
양치와 가벼운 세수를 끝내고 나갈 준비를 하는 이현우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여우찡, 김하나의 전화다.
여캠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인 모닝콜이다.
“어? 오빠, 설마 일어나 있었어?”
“응. 10 분 전에 일어났어. 조금만 더 일찍 전화하지. 그럼 네 목소리에 깰 수 있었는데.”
모닝콜은 어제의 여파로 여우찡이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달링의 광역 어그로로 인해, 여우찡도 빵잇과 달링의 존재를 인지했다.
그리고 김하나는 다시 한번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그녀는 최하급 을이었고, 이현우의 마음을 붙잡지 못하면 언제든 거래는 깨질 수 있다.
달링처럼 외모, 몸매를 둘 다 가진 여캠도 까였다.
이현우의 마음에 들지 못하면 그녀도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었다.
“하아, 나 오빠한테 아침 일찍 전화하려고 알람 열 개 맞춰서 겨우 일어난 건데.”
“노력했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겠다.”
“으응…. 알겠어. 내일은 좀 더 노력해볼게. 그보다 아침은? 먹었어?”
“운동 다녀와서 먹으려고.”
“아, 운동 시작했다고 했지? 그럼 운동 다녀와서 나랑 같이 먹을까? 오빠 운동하는 동안, 나 나갈 준비 하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은데. 내가 데리러 갈게.”
“그러든가.”
김하나의 술수가 뻔히 보인다.
하지만 이현우는 웃으며 받아들였다.
상대가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억지로 갑질을 할 필요는 없었다.
“회원님. 좋은 아침입니다.”
“예. 좋은 아침이요.”
“옷 갈아입으시고 나면 러닝부터 할게요.”
헬스장에 도착하니, 트레이너가 반가운 얼굴로 이현우를 맞이했다.
그의 얼굴엔 의욕이 가득했다.
30일 풀 PT만 해도 꽤 큰 돈이다.
그런데 다이어트 목표치를 달성하면 성공 보수까지 주어진다.
그러니 열의에 불탈 수밖에.
‘제대로 된 옷도 하나 사야겠네. 오늘, 하나 데리고 쇼핑이나 갈까?’
이현우는 헬스장 회원복으로 갈아입었다.
거울로 자기 모습을 확인하는데 영 간지가 나질 않았다.
몸매 탓이 제일 크겠지만, 그건 당장 바꿀 순 없다.
그러니 돈을 써서 당장 바꿀 수 있는 부분을 변화시켜보려 한다.
그래, 어차피 할 것도 없는데.
밥 먹고 나면 쇼핑이나 가야겠다.
그리고 겸사겸사 호텔도 잠시 들리고 말이다.
“그럼….”
이현우는 러닝 머신 위에 올랐다.
일단 가볍게 4km/h로 10분.
러닝 머신 위를 걸으며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올린다.
실행하는 어플은 당연히 꼬레아TV.
남들에게 피해를 끼칠 생각은 없으니, 이어폰도 장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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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캠들이 보인다.
이현우는 귀인 태그를 검색하지 않았다.
모바일이라 채팅을 치는 것도 불편하고, 코인을 쏘는 것도 불편했다.
운동 할 때엔 그냥 방송을 보기만 하자.
그리고 어차피 아침이라 새끈빠끈한 의상을 입었거나, 외모가 미친 듯이 뛰어난 BJ는 없었다.
이현우는 로그인도 하지 않은 채, 러닝을 하며 방송을 즐겼다.
“하….”
4km/h 10분, 6km/h 3분과 8km/h 1분을 10회 반복, 4km/h 10분.
이현우는 트레이너가 가르친 1시간 운동법에 따라 걷고 뛰고를 반복했다.
눈은 여캠 방송에 집중하고 있다.
그때, 이어폰을 뚫고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이현우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엔 레깅스를 입고 있는 여자가 경멸을 담아 이현우를 쳐다보며 지나가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지만, 여자는 오히려 ‘뭐 어쩌라고?’ 하는 시선으로 당당하게 걸음을 옮긴다.
“와….”
어이없네.
뒤늦게 올라오는 황당함.
하지만 여자는 이미 저 멀리 가버렸다.
뭐라 따지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다.
달링…, 아니, 빵잇보다 못생기고 여우찡보다 몸매도 안 좋은 년이.
저런 시선으로 보고 지나가니 살짝 열이 올랐다.
“쯧…. 화내봐야 나만 손해지.”
남들 다 출근할 시간에 헬스장에 와서 운동도 안 하고 셀카나 찍는 년이 제대로 된 여자일 리 없었다.
신경 쓰지 말고 운동이나 하자.
이현우는 살짝 오른 화를 운동에 쏟아부었다.
“회원님, 고생하셨습니다. 이대로만 가면 충분히 목표 달성 하실 수 있을 겁니다. 화이팅입니다!”
운동이 끝난 뒤, 트레이너가 열정 가득한 목소리로 이현우를 격려했다.
이현우는 트레이너가 만고의 역적처럼 보였다.
그놈의 ‘한 번 더!’ 소리가 들릴 때마다 트레이너가 죽도록 미워진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계단을 내려간다.
“하아….”
진짜 존나 힘드네.
떨리는 근육 탓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분명 내일 아침에도 근육통이 찾아오겠지.
난간에 바짝 붙어, 난간을 잡고 내려오던 이현우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아픔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윽, 변태 새끼.”
하지만 하필이면 상황이 좋지 않았다.
계단 위에선 아까, 이현우를 보고 경멸의 눈빛을 보내고 지나간 여자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건 치마, 아래쪽에 있는 이현우가 고개를 올려다보면 치마 안이 보였다.
여자가 이현우를 범죄자 보는 시선으로 쳐다보며 욕을 했다.
“시발….”
재수도 없으려니까.
저 여자에게 관심도 없는데 억울하다.
이현우는 억울했지만 시선을 내리깔아야했다.
상황이 좆같이 조성됐다.
쿵쾅쿵쾅.
얼굴도 몸매도 생기다 말은 년이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이현우의 얼굴을 다시 한번 째려보고 내려간다.
시발.
지금이라도 불러서 대거리를 해야 하나?
기분이 상당히 좆같다.
그리고 1층에 도달한 순간 이현우를 구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빨간색 외제 차에서 내리는 김하나.
외모는 평균 이상, 몸매는 탑 티어 급 BJ.
잔뜩 꾸민 모습의 김하나는 헬스장에서 레깅스 입은 사진만 찍어대는 년을 압살할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여자들이 워너비로 뽑는 외제 차를 타고 내린 미녀가 방금까지 경멸하던 남자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섰다.
쿵쾅거리는 걸음으로 먼저 내려왔던 여자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현우의 웃음이 짙어졌다.
“자기야. 이리 와서 부축 좀 해. 힘들어 죽겠다.”
자기?
김하나는 이현우의 호칭에 잠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김하나는 눈치 100단이었다.
옆에서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녀와 이현우를 번갈아 보는 여자.
그리고 과시하는 몸짓을 보이는 이현우.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단박에 눈치챘다.
그럼 바람대로.
“오빠. 많이 힘들었지? 그러게, 운동 빡시게 하지 말라니까? 오빠는 배 나와도 엄청 엄청 어어엄청 귀여운데.”
김하나가 얼른 달려와 이현우의 옆에 달라붙는다.
그리고 부축을 하듯 푹 안겼다.
누가 봐도 사랑하는 연인 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너 좋으라고 운동하나. 살찐 게 힘들어서 운동하는 거지.”
이현우는 아양을 떠는 김하나를 옆구리에 끼고, 슬쩍 쿵쾅녀를 곁눈질한다.
이현우를 경멸하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다.
이 상황을 부정하고 싶은지, 입술을 꽉 깨물고 있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다.
당황하는 쿵쾅녀,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획 돌리곤 빠른 걸음으로 도망친다.
그 걸음에 당황과 분노가 모조리 묻어나와 웃겼다.
“오빠, 저 여자랑 무슨 일 있었어?”
“별일은 아니고. 러닝하면서 꼬레아TV 보는데 한심하게 쳐다보더라고.”
“그렇구나…. 누구 봤는데?”
김하나가 지나가는 투로 어떤 BJ를 시청했는지 묻는다.
질투심인가? 경계심인가?
이현우는 눈치 빠르게 합을 맞춰준 김하나를 칭찬했다.
“몰라. 기억도 안 나. 그냥 심심해서 본 거라서. 코인도 안 쐈어. 너보다 외모도 딸리고 몸매도 딸리더라.”
“아하하핳, 진짜? 오빠 배 많이 고프지? 근데 이렇게 팔다리가 떨려서 어떻게 해? 운동 너무 열심히 한 거 아니야?”
별거 아닌 이현우의 한 마디에 김하나가 과도하게 기뻐하며 좋아한다.
이현우는 그런 김하나를 데리고 밥을 먹었다.
그리고 도착한 백화점.
“운동복 살 거긴 한데, 네 선물도 하나 사줄까?”
이현우가 넌지시 의향을 물어본다.
물어보나 마나 승낙하겠지만 말이다.
그래, 이런 게 플렉스지.
이현우는 쿵쾅녀에게 빅 엿을 먹인 것이 기분 좋았다.
그리고 그 기분에 따라 김하나에게 큰 보상을 해준다.
이거야말로 돈 있는 자의 씀씀이가 아닐까?
“뭐? 정말이야? 아아, 감동.”
“어떤 거로 사줄까? 백? 액세서리? 한도 500 내에서 골라봐.”
진짜 부자는 한도 같은 걸 설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현우는 그런 사소한 건 애써 무시했다.
아직 첫 정산을 받기 전이라 통장에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진짜? 500까진 마음대로 써도 되는 거지? 그럼…. 백으로 할래! 마침 봐둔 게 딱 있었거든!”
그리고 이현우가 졸부라 생각하는 김하나도 이현우의 좀스러운 행동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500만 원짜리 공짜 명품이 생긴 것에 희희낙락하며 이현우의 팔짱을 끼고 백화점 내를 활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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