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코인 무한 능력으로 BJ 따먹기-9화 (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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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 힘들다.”

이현우는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현관문을 열었다.

헬스 트레이너가 어찌나 열정이 넘치는지.

그놈의 하나만 더, 하나만 더 때문에 정말 죽기 직전까지 운동해야 했다.

이 짓을 매일 해야 한다는 거지?

벌써부터 눈앞이 깜깜하다.

하지만 그만둘 수는 없다.

바뀌고 싶다는 이현우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돈 모이면 이사부터 가야지.”

지금 사는 원룸은 너무 좁았다.

퀴퀴한 냄새도 나고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천장에서 물도 샌다.

지금 가진 돈은 2,800만 원.

아니, 방금 헬스장에서 쓰고 왔으니 2,200만 원.

이사를 하기엔 턱도 없는 돈이다.

하지만 이현우는 더 이상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후원하는 BJ가 늘어날수록 이현우가 버는 돈도 많아질 테니까.

“그럼, 일을 해볼까.”

이현우는 컴퓨터를 켜고 의자에 앉았다.

꼬레아TV 접속, 보이는 라디오, 토크/캠방까지 접속하는 수순이 아주 스무스하다.

오늘도 찾는 것은 귀인이란 태그.

‘애매한 애들뿐이네.’

오전 11시.

낮 방송 시간대여서 그런지, 딱히 끌리는 방이 없다.

눈에 띄게 예쁜 여캠은 이미 시청자도 많고 귀인 태그도 붙어있지 않다.

0 따리 방까지 스크롤을 내려 컨트롤 F로 귀인을 검색해본다.

검색 결과 6명.

그중 셋은 남자다.

시간이 애매하다.

이 시간대엔 시청자가 대부분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일하지 않아도 되는 백수나 건물주 등은 저녁부터 새벽에 활동을 많이 한다.

시청자도 없고 큰손도 없는 시간.

그러니 실력(외모, 몸매)에 자신이 없는 애매한 BJ들.

혹은 코어 팬층이 탄탄해서 그런 것을 전혀 신경쓰지 BJ만 있다.

두 유형 다 이현우가 원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어쩔까.”

일단 내일부터 평일 오전 시간에 꼬레아TV에 접속하지 않는 건 확실하다.

오전에는 개인적인 볼일을 보고, 오후부터 활동해야지.

그나저나 지금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했다.

애매한 BJ 방에 가서 회장이 되느냐.

준 메이저 BJ 방에 가서 대접받느냐.

남캠 방에….

3번은 생각하자마자 머릿속에서 삭제했다.

남은 것은 둘인데.

준 메이저 BJ로 가자.

이현우는 돈도 있고 가오도 있었다.

사실 메이저 BJ에겐 접근하지 않으려 했다.

하꼬에 비해 메이저는 캐시백 계약이 어려우리라 예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른 대안이 별로인 상황이었다.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다른 BJ 방으로 가지 뭐.’

어차피 쏠 돈은 무한대로 있다.

아까울 것은 없다.

[(신입 여캠) SOS!! 벽지=역팬15% 해드려요 도와주세요 HELP!♥]

달링♥ · 시청자 수 144명

이 시간대에 있는 메이저 BJ 중 제일 예쁜 사람을 골랐다.

달링은 이현우도 알고 있는 BJ였다.

거의 10년 차? 그 정도로 오래 방송을 한 BJ로 기억한다.

그만큼 코어 팬층도 있고, 사건·사고도 많다.

하지만 이제까지 여캠에 큰 관심이 있지 않던 이현우는 사건·사고를 잘 몰랐다.

별 관심이 없기도 했고.

달링과 사귈 것도 아닌데, 논란이 있든말든 무슨 상관인가.

그저 눈에 보기 좋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10년 차가 신입여캠 방제는 왜 붙이고 있는 걸까?

고개가 갸웃한다.

하지만 이현우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달링의 방에 입장한다.

“아우으…. 채팅도 없고. 코인 쏘는 사람도 없고. 심심해….”

나름대로 고인 물이라고 해야 할지.

BJ 달링은 비싼 쿠션 의자에 앉아 다리를 올린 채, 지루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꼬 BJ들이 열심히 방송하는 것에 비하면 정말 열의가 없는 모습이다.

아마 추정컨대, 이런 모습도 좋아하는 열혈과 고정 팬층이 있으니 이런 방송을 하는 것이겠지.

그런데 채팅창은 하꼬 방보다 오히려 잔잔하다.

BJ가 고인 물이 된 만큼 코어 팬들도 고인 물이 되어서 그렇다.

이른바 장기연애를 한 커플이라고 해야할까.

권태기까지 넘어 서로가 너무 편안하고 익숙해진 사이.

이현우는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기로 했다.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3개를 선물!]

-백수되고싶다 님이 401,401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이현우가 3개의 코인을 쐈다.

이어 뜨는 주황색 글씨에 팬클럽 넘버가 표시된다.

무려 40만 번째.

역시 10년 차 방송인답게 팬가입을 한 사람이 많다.

“팬가입 쾅! 쾅! 백수되고싶다 님! 감사합니다.”

작위적이고 기계적인 리액션.

그런데도 달링처럼 예쁜 애가 하니 귀엽게 느껴진다.

역시 괜히 메이저 BJ가 아니구나.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2개를 선물!]

이현우가 다시 코인을 쏜다.

이번엔 2.

그걸 본 달링이 책상 위에 올리고 있던 발을 서둘러 내려두었다.

브라 위에 앞 단추를 거의 다 풀고 있는 가디건만 입고 있었기에 젖가슴이 출렁이는 것이 보인다.

“아니지? 백수되고싶다 님. 그냥 장난치는 거지? 빨리 그렇다고 말해. 아니면 나 삐진다?”

코레아TV에는 코인을 3, 2, 1개씩 쏜 다음에 크게 한 방 날리는 문화가 있었다.

달링은 긴가민가하면서 채팅창을 바라보고 있다.

10년 차 BJ쯤 되면 코인을 많이 쏘는 큰손은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데이터 속에 백수되고싶다라는 닉네임은 없었다.

닉네임 옆에 띄워지는 아이디도 처음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진짜 큰 게 오는지 아닌지 구별이 잘 안 가는 것이다.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개를 선물!]

이현우가 한 번 더 코인을 쏜다.

그리고 잠시의 대기 시간을 가졌다.

그러자 잔잔했던 채팅창이 조금이나마 활성화된다.

-누나. 저분 벌써 열혈 두 개나 달고 계신데?

-BJ 빵잇 부회장.

-오. 간만에 큰손인가?

“뭐? 진짜? 백수 오빠 큰손이에요?”

채팅창을 본 달링이 바로 반응한다.

어느새 호칭은 님에서 오빠로 바꼈다.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28282개를 선물!]

달링의 시그니쳐 코인 ‘이쁜이달링’개.

준 메이저 BJ인지라 시그니쳐 코인도 최소 1,000개부터 시작한다.

이현우는 준 메이저에게 만 개는 임팩트가 적다고 생각했다.

오자마자 만개를 쏘는 이들도 있었을 테니.

그러니 시그니쳐 코인 중 제일 큰 것으로 쐈다.

“와아아앗! 백수 오빠! 이쁜이달링 개. 고마워요. 아잉, 사랑해. 아잇, 츄. 빵야빵야!”

달링이 손가락으로 볼을 찌르고 하트를 만들고, 총을 쏘는 등 온갖 애교를 부려가며 리액션했다.

3만개에 가까운 코인이라 리액션에만 30초가 소요된다.

3개를 쐈을 때, 1초 만에 리액션이 끝난 것과 비교하면 혜자일까? 창렬일까?

-안녕하세요. 지나가다 너무 예뻐서 찾아왔어요.

“감사해요. 난 예쁘다라는 말이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더라. 오빠, 그런데 닉이 백수되고싶다면 직장인 아니에요? 어떻게 이 시간에 찾아오셨지?”

역시 준 메이저 BJ.

하꼬들과는 달리 수 만개를 쐈음에도 급한 구석이 없다.

하꼬들은 코인 만개를 쏘면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데.

달링은 욕망은 드러내면서도 차분하게 이현우와 이야기를 나누려한다.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00개를 선물!]

-오늘 퇴사했어요 ㅋㅋㅋ 닉도 바꿔야겠네.

“정말? 퇴사한 거예요? 이거 축하해야되는 거 맞죠? 축하해요! 나도 할 수만 있으면 백수 되고 싶더라. 나는 꿈을 못 이뤘는데 오빠는 이뤘네요.”

달링은 자연스럽게 이현우와 공감대를 쌓아나갔다.

역시 10년 차의 짬밥은 무시무시했다.

그런데 이현우가 알기로 달링이 이현우보다 나이가 많다.

스무 살 때 방송을 시작했더라도 30살이니까.

이걸 가만둬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달링이 먼저 질문을 했다.

“근데 백수 오빠는 몇 살이에요?”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482개를 선물!]

-저는 20대 중반요. 아 후반인가?

“천사 달링 개! 꼬마워요! 아잉! 아잇! 츄! 와…. 잠깐만, 나 현타와. 그럼 나보다 어리잖아.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지? 뭐라고 불러드려요? 백수님?”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482개를 선물!]

-편하게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세요. 백수야라고 불러도 되고.

-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코인을 쏘넼ㅋㅋ

-ㄹㅇ갑부인가

-큰손강림!

이현우의 거침없는 코인질에 조용하던 채팅창이 활기를 되찾았다.

달링은 힐끗 채팅창을 본다.

채팅창은 큰손에 대해 이야기만 나오고 있다.

달링은 신경쓸 것이 없으니, 계속 공감대 쌓기를 이어 나간다.

“그럼 백수라고 편하게 불러도 되지?”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482개를 선물!]

-네. 그렇게 하세요.

“천사달링 개! 꼬마워요! 아잉! 아잇! 츄! 고마워 백수야. 너도 편하게 말해. 너만 존댓말 하면 괜히 나만 나이 든 것 같잖아.”

달링이 볼을 부풀리며 양손의 검지를 붙였다 떼는 동작을 했다.

현실에서 하기 힘든 동작인데, 예쁜 애가 하니 굉장히 설득력 있다.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482개를 선물!]

-그럼 그럴까? 누나라고 불러?

“또 천사달링 개! 꼬마워요! 아잉! 아잇! 츄! 우리 백수 돈 많은가보다? 누나라고 불러도 되고. 백수가 원하면 달링아도 괜찮아. 우리 방은 돈 많은 사람이 갑이야.”

재미있다.

하꼬 BJ들이 매달리면서 대우해주는 것도 재밌었지만, 준 메이저 BJ에게 돈을 쏘며 대화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뭐랄까.

비유하자면, 하꼬 BJ들은 그들의 욕망과 조급함이 확 다가와 갑이 되는 느낌을 받게 해주고.

메이저 BJ는 편안하고 몰입감 있는 대화를 느끼게 해줬다.

이래서 꼬레아TV에 돈을 쓰는구나.

이현우는 다시 한번 돈 쓰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482개를 선물!]

-근데 누나는 뽑기 없어?

“천사달링 개! 꼬마워요! 아잉! 아잇! 츄! 뽑기? 왜? 뽑고 싶은 거 있어?”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482개를 선물!]

-전데.

열혈에 들며 방셀과 역팬은 이미 얻었다.

하지만 전데권은 쉽게 얻지 못했다.

하꼬들과 달리 달링은 야무지게 코인만 빨아갈 뿐, 리액션 이상의 보상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열혈에 들며 소원권을 받았다.

하지만 전데에 쓰고 싶진 않았다.

-미쳤다 진짜 ㅋㅋㅋㅋ

-이만한 큰손 개오랜만에 보네

-어케 한 마디 할 때마다 코인을 쏘지?

-뽑기문이 열린다.

-저 형님이 뽑기 다 뽑아갈 기세 ㄷㄷㄷ

“천사달링 개! 꼬마워요! 아잉! 아잇! 츄! 하아, 계속 이거 하려니까 힘들당. 그럼 오랜만에 뽑기 판 가져올까? 잠시만 기다려줘!”

달링이 캠 밖으로 나가더니, 뽑기 판을 가져왔다.

이현우가 초딩때나 보았던 종이 뽑기 판이었다.

1회당 100개.

1등 식데(열혈) OR 소원권(팬)

2등 까톡 OR 전데(1번)

3등 방셀

4등 하트 뿅뿅

5등 냠♡

확률은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1등은 1개, 2등은 2개라는 건 안다.

코인 무한 능력이 있는 이상 이현우의 승리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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