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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무한 능력으로 BJ 따먹기-1화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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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남자였다.

인생 자체에 굴곡이랄 것이 없고, 특별한 일도 없다.

상위 45퍼센트 정도의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가서.

평범한 성적으로 졸업해, 그저 그런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장점이나 특기는 글쎄….

아, 남들에게 내세우지 못하는 자랑거리는 하나 있다.

좆이 크다.

그리고 섹스도 제법 잘한다.

하지만 이건 남들에게 별로 내세울 수 있을 만한 자랑거리가 아니었다.

부끄러워서? 아니.

평균보다 살짝 떨어지는 외모와 변변찮은 직장을 가진 이현우와 만날 여자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었다.

섹스를 잘하지만 써먹을 곳이 적다.

그러니 특기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남들보다 딱히 잘난 것도, 많이 못난 것도 없는 그런 인생.

이현우는 죽을 때까지 평범한 인생을 살다 갈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눈앞에 천사란 놈이 찾아오기 전까진 말이다.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저녁 아홉 시.

겨우 잔업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근까진 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좆소에서 일하는 건 참 힘들다.

월급이 적은 건 그러려니 한다.

우선 니 일과 내 일의 구분이 없다.

가좆 같은 상사들은 자기 업무를 떠넘기기 바쁘고, 그러면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라는 좆같은 소리를 짓거린다.

그러다 까딱 잘못해서 업무상 사고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일을 떠맡은 놈이 모두 덤터기를 쓰는 것이다.

그리고 복지.

무슨 대기업 수준의 복지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일주일 중 최소 3일.

아니, 하루만이라도 정시 퇴근은 시켜줘야 할 것 아닌가.

일은 존나게 시키는 주제에 월차나 반차를 쓰려고 하면 눈치는 겁나게 준다.

또 좆같은 점은….

“어, 그래. 오늘은 빨리 들어가네? 좋겠다야.”

이런 식으로 아랫사람에게 은근히 눈치를 준다는 거였다.

‘미친놈. 아홉 시가 빨리 들어가는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가?’

이현우는 속으로 마 부장에 대한 욕을 신나게 갈겼다.

하지만 겉으로 티를 낼 수는 없다.

사회생활이란 게 그런 거니까.

“네. 아하하…. 그럼 수고하십시오.”

“잘 들어가고. 내일 보자. 월요일에 빨리 나와야 하는 거 알지?”

“네….”

퇴근하는 사람에게 끝까지 무거운 마음을 안겨주는 마 부장이다.

그래도 퇴근은 언제나 즐겁다.

내일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기쁨은 배가 된다.

회사에서 나오자마자, 셔츠의 윗단추를 풀었다.

그리고 차에 타자마자 갑갑한 구두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는다.

별거 아닌 변신.

하지만 퇴근의 청량감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그래도 생일인데 백세주라도 한 병 살까?’

이현우의 유일한 취미이자 유일한 낙은 퇴근하고 인터넷 방송을 보는 것이었다.

평소라면 소주보다 값이 훨씬 더 비싼 백세주는 꿈도 못 꾼다.

하지만 내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바로 이현우의 생일.

그러니 이 정도의 사치는 괜찮지 않을까?

그리 생각한 이현우는 편의점에 들러 백세주와 간단한 안줏거리를 구입했다.

그리고 돌아온 자취방.

당연한 말이지만, 불 꺼진 자취방 안에 인기척은 없다.

단칸방의 쓸쓸한 기운이 이현우를 반긴다.

익숙한 쓸쓸함이다.

편의점 봉투를 한 손에 든 이현우는 아무렇지 않게 방 안으로 들어와 불을 켰다.

동시에 컴퓨터 전원도 켠다.

남은 일은 컴퓨터 책상 앞에 술상을 차리는 일이었다.

백세주 두 병을 꺼내고, 그 앞에 술잔과 안주를 꺼낸다.

이것으로 세팅 완료.

“어디 보자….”

이현우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마우스 휠을 내렸다.

모니터에는 꼬레아TV의 홈페이지가 띄워져 있다.

오늘 볼만한 방송이 뭐가 있으려나.

이현우가 좋아하는 방송인은 많지만, 팬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방송 용어로 표현하면 유동 시청자.

재밌는 컨텐츠나 토크쇼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주 시청 목적은 술 먹방이다.

그렇기에 술 먹방을 진행하는 대형 BJ가 있으면 그 방송을 보고, 아니면 다른 방송인을 찾는다.

“다 컨텐츠를 하고 있네.”

오늘은 토요일 밤.

대형 BJ들은 저마다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 컨텐츠를 진행하는 중이다.

시간이 지나면 술 먹방을 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땐 이현우가 잠든 뒤일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이현우는 다른 BJ를 찾았다.

이현우가 술 먹방 방송을 고르는 기준은 꽤 엄격했다.

남자 방송이라면 단연 입담과 재미가 우선된다.

혼자 술을 먹는데 궁상떨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 그를 웃겨줄 BJ를 찾는 건 당연했다.

여자 BJ를 고르는 기준은 약간 다르다.

안주를 대신해 술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예쁜 외모.

같이 술을 먹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소통.

이 두 가지가 중요하다.

“오늘은 너다.”

한참 스크롤을 내리던 이현우의 눈에 한 여자 BJ가 들어왔다.

[3일 차 신입 여캠) 불토 술먹방, 오빠들 우리 같이 한잔해요.]

목란♡ · 시청자 수 13명

3일 차 하꼬 여캠.

진짜 3일 차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러나 단아한 외모와 적당한 시청자 수가 마음에 들었다.

썸네일을 클릭하자 곧바로 방송에 입장 된다.

퀵뷰라 부르는 광고 스킵 아이템이 있기에, 광고는 뜨지 않는다.

“백수되고싶다 오빠, 어서 와요.”

‘백수되고싶다’는 이현우의 아이디.

목란은 하꼬 BJ답게 팬가입을 하지도 않은 퀵뷰 건빵에게 웃으며 반겨준다.

이현우는 조금의 만족감을 느꼈다.

평범하디 평범한 그가 어디 가서 이런 예쁜 여자에게 환대받겠는가.

그런 곳이 있다면 아주 비싼 유료 결제를 해야 하는 곳이 틀림없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분이네요. 술 한잔 같이하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그러셨구나. 저 이제 방송한 지 3일 됐어요! 앞으로도 많이 찾아와주세요. 그럼 새로 들어오신 분도 있으니까 우리 같이 짠할까요? 짜안~!”

목란이 부리는 애교에 애간장이 사르르 녹는 것 같다.

이현우는 술잔을 들어 모니터 너머에 있는 술잔에 건배를 한다.

그리고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백세주.

역시 비싼 술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달고 목 넘김도 깔끔했다.

가끔 채팅을 치며 술을 한 잔씩 하다 보니 어느새 한병 반이나 술병을 비웠다.

남은 것은 고작 반 병.

시간은 어느새 11시 55분.

생일까지 딱 5분 남았다.

이대로 12시가 된다고 한들 스마트폰엔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겠지.

축하받고 싶다.

이왕이면 목란처럼 예쁜 여자에게.

이현우는 코인 선물 버튼을 클릭했다.

주머니 사정이 가볍기에 매달 충전하는 코인은 적었다.

겨우 5천 원.

100원당 1코인이니, 한 달에 50개의 코인밖에 충전하지 못한다.

소위 말하는 큰손들이 하루에 만개, 10만 개씩 뿌리는 것에 비하면 처참하기 그지없는 경제력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코인만으로도 하꼬에겐 대우받을 수 있었다.

시청자 수가 몇 없는 여캠 방에는 큰손이 잘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여캠이라면 더욱 그렇다.

남아있는 코인은 17개.

이걸 다 선물하면 지갑 사정이 드러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니 10개만….

[백수되고싶다 님께서 코인 10개를 선물!]

-백수되고싶다 님이 32번째로 팬클럽이 되셨습니다.

-목란님 저 5분 뒤에 생일인데 축하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전자녀라고 부르는 음성메시지가 이현우의 채팅을 읽어준다.

유료 채팅에 목란이 화사하게 웃으며 반응했다.

“앗! 백수 오빠! 생일이에요? 완전 축하축하! 축하드려요!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백수 오빠. 생일 축하 합니다! 와아아아아!”

“하핫….”

간단한 축하 인사나 받으려고 코인을 쐈는데 혜자 리액션이 돌아왔다.

하꼬 BJ인 목란은 열성을 다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손뼉까지 쳐준다.

고작 10코인.

1,000원을 선물한 것에 비해 리액션이 참 혜자다.

하꼬 BJ에게서만 맛볼 수 있는 리액션이었다.

그리고 12시.

이현우의 생일이 되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갑자기 형광등이 깜빡이다 불이 꺼진다.

목란과 소통을 하며 마지막 술잔을 비우려던 이현우는 짜증 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스위치를 만져본다.

하지만 전등은 켜지지 않았다.

“아씨, 컴퓨터는 제대로 켜져 있는데? 형광등만 나간 건가?”

전등을 갈아 끼우는 건 쉽지만 귀찮은 일이었다.

술에 잔뜩 취해있어서인지 짜증이 팍하고 올라온다.

그때.

방 안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으아아아악!”

귀신인가?

갑자기 나타난 얼굴에 이현우가 발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이현우가 XX 염색체라면 뭐든 다 가능한 쌉가능맨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이현우는 정상적인 성적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뭐, 뭐, 뭐, 뭐야!”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도우려 함이니.”

갑자기 서 있는 귀신….

아니, 여자는 귀신과는 거리가 좀 멀어 다.

윤기 넘치는 백발, 창백하기보다는 깨끗함이 느껴지는 흰 얼굴, 조화로운 이목구비.

그리고 무엇보다 등 뒤에 달린 날개.

귀신보다는 천사에 가까운 형상이었다.

“예쁘다….”

“내가 너를 굳세게…. 엣? 뭐, 뭐라고?”

장엄한 분위기를 내던 천사가 예쁘다는 말 한마디에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했다.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천사님이신가요?”

“크흠, 흠. 그렇다. 내가 바로 영광된 하느님의 충실한 종. 고통받는 너를 위한 천사다.”

“오오….”

제법 술에 취한 이현우는 이 상황이 상당히 비현실적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그보다는 거룩함과 성스러움이 마음속에 가득 차올랐다.

천사가 도와준다면 이 비루한 인생도 바뀌지 않을까.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시나요?”

“한 가지 소원을 말해보라.”

“그럼 결혼도 해주시나요?”

술 취한 이현우의 뇌리에 아주 어렸을 때 보았던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소원을 들어주러 온 천사에게 청혼해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것을 떠올린 이현우는 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혀에서 말을 내뱉었다.

“그건 불가.”

“에? 어째서요! 소원을 들어준다면서!”

“넌 외모도 몸매도 내 취향이 아니라서. 미안. 다른 소원은 없어?”

“하….”

오늘도 고백 스택과 차임 스택이 1씩 늘었다.

좆같은 세상.

환희에 차 있던 마음이 단번에 곤두박질친다.

그래도 덕분에 술 취한 정신이 조금이나마 이성적으로 돌아왔다.

“그럼 돈이요. 평생 놀고먹어도 부족하지 않을 돈을 주세요.”

“그것도 안 돼. 큰 재물은 함부로 남용할 수 없음이야. 적은 돈 정도라면 괜찮지만. 어…. 너희 나라 돈으로 1,000만 원쯤?”

천사가 작은 책을 펼치더니, 줄 수 있는 돈과 환율을 계산했다.

인간 세상에 익숙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그럼 되는 것이 뭔데요?”

“네 행복에 관한 소원을 빌길 바래. 그것이 올바른 소원의 용도니까.”

“그럼 코인이라도 마음껏 쓰게 해주세요.”

“코인? 그게 뭐지?”

김현우는 모니터를 가리키며 코인에 관해 설명했다.

“저기 화면 너머의 BJ들에게 선물을 하는 용도로 쓰이는 거예요. 저거라면 진짜 돈도 아니니까 무한대로 줄 수 있지 않아요?”

“흠….”

잠시 고민하던 천사는 결정을 내렸다.

“남을 기쁘게 하기 위한 용도라면, 좋다. 네 소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이현우의 소원은 코인 무한으로 결정되었다.

인간 세상을 잘 모르는 천사와 술 취한 이현우가 함께 이뤄낸 합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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