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커스텀 로즈-128화 (128/157)

〈 128화 〉 2 ­ 11 / 친애하는 내 친구 카르티에게 (5)

* * *

(5)

맨살결 그대로의 자그마한 어깨를 가볍게 붙잡았다. 한쪽 팔만으로도 넉넉히 들어올 듯 조그맣고 둥그스름한 어깨는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뜨거워져 있었다.

‘이 녀석, 이렇게… 작았던가?’

불기운 그득하게 품은 뺨 아래 입술이 살짝살짝 떨리면서 가쁜 숨을 내쉬었고, 턱에서부터 맺힌 땀방울이 목을 타고 가슴골로 흘러내려 자취를 감췄다.

미지근하게 머리를 덥히는 술기운과 파르르 떨리는 입술. 발그레한 살결.

이성을 마비시키기에는 충분한 조건이었다. 무척이나… 부드러울 것 같은 입술이 여닫히는 것에 시선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읍….”

입술이 맞닿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한 조각 이성의 만류와, 그대로 이 녀석을 내리누르고 싶은 본성이 격렬하게 맞부딪혔다. 입술 사이에서 새는 신음이, 그 갈등을 천천히 거품을 내며 녹여내었다.

“하, 아, 으응, 읏.”

괴로운 듯이 헐떡이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제 아래 깔린 여자가 괴로운 듯이 내쉬는 숨에서 얄팍한 자기만족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자꾸만 얼개가 엇나가고 헐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자꾸… 나한테 핑계를 주지 말라고. 괴로운 것 같은 소리나 내고 말야….”

그렇기에 입 밖에 낸 말이 무척 허무했다.

무심코 손가락으로 쓸어낸 뺨이 타는 듯이 달아올라 있어서, 열병에 들뜬 이 녀석을 진정시킬 방법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비겁하게 느껴졌다.

“으, 으응… 흐읏, 읍.”

이번엔 로제이아의 손이 카르티의 어깨를 붙들었다. 초점이 흐릿한 멍한 눈동자는 빨려들 듯이 검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스멀거리는 욕구 또한 무척이나 시커멓게 물들었다. 학학거리는 숨이 가쁜 가운데, 끌어당겨져, 입술을 맞대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새어 흘러내리는 가운데, 의외로 녹을 듯이 익숙하게 리드하는 키스에 카르티는 점점, 오히려 자신이 끌려가고 있다는 데에 당혹했다. 의외로 키스에 능숙하다.

“잠ㄲ, 기… 으읍, 흐, 읍…!”

어깨를 붙들고 있던 팔이 목을 끌어안고, 입술을 탐해왔다.

질척질척한 소리가 허름한 여관방 안에 낮게 스며들었다. 당혹해하는 카르티의 목소리마저, 그에 묻혀버릴 정도로 노골적으로 농탕대는 소리가.

츄읍, 츱, 쪼옥, 츱, 쯔읍…

입술을 가볍게 두드리듯 밀고 들어오는 혀끝의 감촉이 무척이나 달콤하고 짜릿했다.

정신을 잠시 놓친 사이, 자기도 모르게 큼지막하게 부풀어오른 젖가슴을 더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으으응….”

말소리가 아닌, 육욕이 진하게 묻어나는 신음이 코에서 새었다.

지금 이 여자는 그녀 자신의 의식이 아니라… 미쳐 날뛰는 마나맥의 욕정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신했다.

딱, 이 여자의 몸이 요구하는 대로만 어울려주자고. 카르티는 그렇게 생각했다.

비겁하다고 생각했어도 이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흐으, 후으, 으으응. 하아….”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키스를 놓아갔다. 침에 젖어서 반짝이는 얼굴은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서도 불그레하게 달아올라서, 여전히 한껏 피어오른 욕정을 어찌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끄응. 이건 진짜 무덤까지 갖고 가야 할 비밀 하나 또 적립하는 거네. 너도 혹시 기억한다고 해도 꼭 그러라고.”

카르티는 볼멘소리를 살짝 흘리고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그녀의 살갗에 미끄러뜨렸다. 투덜거린 말은 본심이라기보다는, 다소 변명조에 가까웠다.

어깨에서부터 천천히 쓸어내린 입술이 봉긋하게 부풀어오른 가슴에 잠시 욕심스럽게 머물렀다. 조금, 단단해져있는 돌기를 혀끝으로 맛보고, 간질이는 사이 파르르 로제이아의 몸이 반응했다. 땀이 살짝 배어나와, 조금 짭잘한 맛이 혀끝에 스며들었다.

“아, 흐읏…! 아아, 으으응, 읏, 으.”

초조한 듯, 로제이아가 몸을 뒤척였다. 천천히, 허벅지가 벌어졌다.

조금 환멸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쉽게, 라는 생각에 혀끝에 씁쓸한 맛이 스며들었다.

제정신이 아닌 상황이지만… 바로 어제 술자리에서 이 녀석이 적잖이 마음을 쓰는 상대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자신은 이 여자를 탐하고 있다. 배덕감과 동시에 가벼운 혐오감이 들썩였다.

초점이 흐릿한 멍한 눈. 살짝 약삭빨라 보이는 인상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다.

발갛게 달아오른 양 뺨에는 옅은 뺨이 배어든 채, 머리카락이 달라붙었다.

복숭아빛의 입술은 벌어져서 침이 번들거리는 입 안을 무방비하게 보이면서 달싹인다.

이 여자가, 이런 얼굴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이 여자를 제 손으로 ■■■고 싶다. 자신이 ■■■고 싶다.

차마 그 욕망을 직시할 수 없었다.

“핫, 으, 으응…!”

천천히 밀고들어가는 여자의 안에서, 촉촉한 습기가 손가락에 밀려들었다.

조금 진득하고, 살짝 온기가 있고, 희미하게 쾌락감이 스치듯한 감촉으로, 여자의 안을 손으로 탐했다.

조금, 조금, 조금.

움직일 때마다, 조심스럽게 손길을 덧붙일 때마다 야릇한 반응이 뒤따랐다.

추잡한 소유욕, 정복욕, 가벼운 만족감.

단순히 육욕을 채우는 것보다도 질척하고, 검도록 불쾌한 감정이 가슴을 먹먹하게 뒤엉키게 했다.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마음의 브레이크는 점점 엇나가고,

조금 더 이 여자를 괴롭히고 싶다는 마음이 분명한 형태를 띠어갔다.

그것을 얼버무리듯이, 손가락을 휘젓었다. 점점 더 거칠게.

“히, 으, 아앗, 아…!”

마치, 이래도 정신을 잃은 척 하고 있을 거냐고.

얼른 정신을 차리고 깨어나서 지금 이 상황을 네 눈으로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카르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생명의 은인에 대한 감사와 호감이, 다른 방향으로 불길처럼 번지려는 게 무섭다.

한층 더 깊이, 손가락을 푹 찔러넣었을 때, 경련과도 같은 떨림이 손가락에 걸리는 것을 느꼈다. 즈부욱… 노골적인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빼내자, 그녀가 느낀 열락감이 제 손가락에 남긴 흔적에서부터, 카르티는 우월감 같은 것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아, 진짜… 네가 이러니까, 나도 제정신이 아니게 되잖아.”

봉긋하게 솟아오른 젖가슴을 핥아내면서,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희미하게 열기 같은 것이 손끝에 스쳤다. 눈을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희미한 분홍빛이 무늬를 잇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런 거… 본 적은 있는데.’

창녀들에게 새기는 일종의 표식 같은 것이라고 들었다.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또… 쉽게 흥분시켜서 손님들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종류이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쩌면, 자신이 모르는 데에서 이 여자는…

‘…설마.’

속단은 이르다.

비밀스러운 흑마법 종파이니만큼, 자신이 모르는 의식이 있었을지 누가 알까.

그쪽으로는 생각하지 말자고 머릿속에서 털어내면서 한번 살짝 절정해버린 여자의 몸에서 불필요한 여분의 열이 천천히 식어가는 걸 느꼈다. 뺨이나 살결에 맺혀 있던 열이 슬며시 빠져나가면서 로제이아의 숨이 천천히 평탄해져간다.

“…위험했어.”

아슬아슬한 순간에서 멈출 수 있었다.

만약 조금 더 이 여자와 행위를 이어갔다면, 정말 그때는 제 쪽에서 육욕에 져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오싹하다.

더 깊게 생각하지 말자고, 카르티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눈꺼풀에 깊게 박힌 듯한 로제이아의 나신을 잊으려고 애쓰면서,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그 날밤은 결국 잠을 쉬이 이룰 것 같지가 않았더랬다.

“겁쟁이.”

거기까지 말하고 나자, 도끼눈을 뜬 웬즈데이가 짧게 한 마디로 평가했다.

그리고 나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웬즈데이의 머리를 쥐어박는 것으로.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야, 넌. 끙…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하아… 어쩐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카르티에게는 정말 못 볼 꼴을 보였었다는 건데.

남이 보는 와중에 발정해서, 자위를 맡긴 꼴이니 이건 진짜 평생짜리 흑역사감이잖아. 아니, 자위가 아니라 애무? 어느 쪽이든,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싶을 정도다.

“으… 진짜, 설마설마했는데.”

“아니, 뭐어. 뭘 새삼스럽게 부끄러워하고 그러세요? 전 똑똑히 기억하는걸요. 주인님과, 제가 사랑을 나누던 때에 비하자면 뭐…”

“부탁이니까 웬즈데이, 넌 제발 좀 닥치고 있어줘.”

그 얘기를 꺼내면 즈왈트가 소환되던 때가 생각난다고.

웬즈데이에게 한창 따먹히던 때에 뻘쭘하게 소환되고 만 즈왈트는, 어쩐지 시선을 피하면서 이 화제 자체에 무척이나 거북한 기색이었다.

카르티가 무슨 생각으로 달라붙는 나를… 어… 상대해줬는지까진 못 들었지만 이건, 빚을 하나 진 게 되나.

“빚이라니, 그럴 리가 있냐… 난 오히려 그때 일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자고 생각했었다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더 묻지 마. 진짜 나도 부끄러워 죽을 것 같으니까.”

카르티는 맥주 큰 잔을 한숨에 삼키면서 서둘러 마무리를 지었다.

역시 그 편이 서로를 위해 좋기는 한데… 루시탄도 이 일을 듣는다 해도 그저 웃어넘기겠지. 걔야말로 내가 레짐에서 창녀 노릇했다는 것까지 다 알잖아. 이제와서 새삼.

“그 얘긴 됐고… 이제 앞으로 어쩔 생각이야?”

“아무 계획 없어. 그냥… 당분간은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지. 이런저런 거 생각 안 하고, 그냥 좀 당분간 쉬고 싶다. 조용한 데서.”

“그럴 수 있을까. 넌 가는 곳마다 트러블이 터지잖아.”

…운명의 조율자가 있다면 나도 따져묻고 싶다고.

왜 이렇게 나만 못살게 굴어요, 라고.

당장 선제후인가 하는 높은 분을 만나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이제까지의 일에 비하면 그나마 마음 편한 상황이라는 게 참 우스웠다.

내 팔자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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