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2 7 / 가끔은 휴가를 받고 싶은 골렘 웬즈데이에게 (2)
* * *
(2)
읏, 아, 읏…
제 몸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손끝의 감촉이 아찔했다.
옆구리를 슬그머니 탔다가, 천천히 밑가슴부터 젖꼭지로. 그리고 커다랗게 쥐어 주물러낸다.
닿는 순간순간이 달았다. 눈앞이 핑 돌 정도로 아찔해서, 숨이 절로 차올라 가쁘게 내뱉어졌다.
“…생각해보면 이 도시에서 좋은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는데.”
딱 하나는 있었던가. 모처럼 저쪽풍 라면을 먹었던 일.
그 외에는 걸리버의 도시라고 해도 딱히 좋은 추억거리라곤 없더라.
젠장, 오히려 애먼 칼에 찔리고 욕이나 먹고 동네 똥개마냥 이리저리 바쁘게 구르기만 하고 제대로 된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지. 뭐, 반쯤은 자업자득이었지마는.
하지만 이 녀석을 만난 것만으로도, 그 좆같은 기억이 나중에 가서는 그런 일도 있었지, 하는 안줏거리 추억이 될 것도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났다.
뜻 모르게 중얼거린 그 말을, 루시탄이 들은 모양이다.
“퍽 이상한 도시긴 하지. 너한테는 별로 안 좋게 보인 모양이지?”
“이래저래, 말야… 으, 읏.”
살짝 민감한 겨드랑이에 손가락이 닿았다가 떨어지자,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반응을 놓치지 않고 루시탄이 히죽였다. 불길한 예감이 훅 다가와서, 자기도 모르게 팔을 내려 감추려는 것을 루시탄이 팔뚝을 잡아 제지했다. …유감스럽게도, 커스터마이징으로는 근력을 이리저리 부풀리거나 할 수는 없더라.
“너만큼이나, 라는 말을 빼먹었는데.”
“너 말이지….”
날 그렇게 퍽 이상한 년으로 봤던 거냐고.
끄으응, 하고 샐쭉한 표정으로 올려다본 녀석의 얼굴은 짓궂게 웃고 있었다.
하는 수 없지… 천천히 팔을 들어서 매끈한, 그리고 땀이 살짝 배인 겨드랑이를 녀석의 눈앞에 드러내었다. 뺨이 타는 듯이 달아올라 뜨거워졌다.
“으,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 아….”
남자 앞에서 하필이면, 겨드랑이를 보이고 누워있는 내 모습. 천장이 거울로 되어 있는 러브호텔이었다면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부끄러워서 심장마비라도 왔을지 모르겠다. 나무로 된 천장이라 다행한 일이지.
“으으읏, 읏…!”
올 게 왔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겨드랑이에 꾸물거리는 손끝이 닿아 매만지기 시작하자, 저절로 다리가 들썩거렸다. 간지러움과 그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에 눈앞이 파르르 떨렸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매일 아침 신경 써서 정리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로 남에게 보이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잖아. 긴장감에 맺힌 땀이 주르륵, 하고 새는 것마저 재밌다는 듯 바라보는 녀석의 얼굴은… 한 대 날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다.
“읏, 핥… 지, 마, 아…!”
낼름거리는 혓덩어리가 굵직하게 침을 끌고 팔과 몸 사이에서 농탕거렸다.
후욱, 후욱 내뿜는 숨결이 겨드랑이에 부르르 스며들자 입가가 달싹였다. 도저히, 지금 스스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다.
찰박찰박 소리가 나도록 핥아지면서, 이게 어떤 느낌인지. 간지러운 것인지 느끼고 있는 것인지, 두 가지 감각이 서로 분간이 되지 않도록 질척하게 뒤엉켜서, 그저 아랫배가 시큰하게 떨려댔다.
“부끄러워? 그렇게 부끄러우면, 빈틈을 보이지 말았어야지.”
즐거워 견딜 수 없다는 투의 말은 엄청나게 얄미워서, 책상에 쌓여 있는 양피지 뭉치로 녀석의 머리를 퍽퍽, 때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당연히 아플 틈도 없이, 녀석은 한쪽 겨드랑이를 온통 침투성이로 만들고 나서야 천천히 혀를 떼어갔다.
…마차 잔뜩 애무를 당한 보지처럼 질척거리는 게 타는 듯이 얼굴이 뜨겁다.
팔을 내리자 접히는 살에서부터 감각이 끈적거리는 게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양피지 한 장으로 겨드랑이를 닦아내야 했다.
“아무리 그래도 창녀 생활을 1년이나 했으면서 자기 성감대가 어디인지도 몰랐단 말야?”
“…거길 갖고 놀려는 변태가 그리 흔하지는 않았던 탓이네요.”
이 변태 녀석아.
후으, 후으…
들뜬 숨을 조금 진정시키면서, 마주보고 키득댔다.
조금 야릇하게 달아오른 이런 공기는 싫지 않았다. 하지만 내게는 조금 복수가 필요하다.
얍, 하고 몸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옆으로 굴려 루시탄의 위를 잽싸게 점했다.
떨쳐내려면 떨쳐낼 수도 있었겠지만 녀석은 키득이면서도 순순히 받아주었다. 키스는 하지 않을 거라구. 내 겨드랑이를 핥던 입술에 키스라니. 조금 물에라도 씻고 오면 생각해봐야지. 어차피 주문이나 지푸라기로 양치질을 하는 시대니까.
대신, 내 입술이 진득하게 녀석의 가슴팍을 더듬었다.
츗, 츄읍, 츄읏.
몇 번쯤 일부러 빠는 소리를 흘리면서 입술을 묻었다가, 혀를 내밀어 간질였다. 가슴팍에 옅게 베인 상처 자국을 따라 혀를 미끄러뜨리면, 애무를 받는 녀석의 표정이 이상했다. 특별히 느낀다기보단, 그런 곳을 핥나 하는 표정이다. 쬐끔 분했다.
“읏… 로, 즈.”
이 녀석에게 이름을 듣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서인지 이름을 들을 때마다 살짝 흠칫거렸다.
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흐트러뜨려 다리 사이를 더듬었다. 북슬하게 잡히는 금색 털 사이를 지나 단단하게 잡히는 고기막대의 존재에 슬 웃음이 나왔다.
츄읍, 츄압, 츄읍, 츕.
할짝, 할짝, 할짝, 할짝.
입술로 빠는 소리, 그리고 혀로 핥는 소리가 겹쳤다.
거기에 더하여 느릿하게, 팽팽하게 피가 돈 좆대를 위아래로 뭉근하게 훑듯이 풀어주면, 이젠 녀석의 표정에도 살살 열기가 핀다.
지금은, 내 주위에 둘러싼 여러 가지 일은 내팽개쳐두고.
그저 순수하게 지금만을 즐기고 싶었다. 눈을 감으면 불현 듯이 떠오르는 걱정거리를 떨쳐내려는 양 좀 더 손짓에 속도를 붙였다.
“후으, 으. 응.”
누구의 목소리인지, 잠시 분간이 가지 않았다.
이 녀석의 몸을 더듬고 있는 내가 내는 소리인지, 아니면 내게 몸을 맡긴 이 녀석이 내는 소리인지. 그저, 뜨끈히 달아오른 내 체온과, 마찬가지로 끓어오르는 이 녀석의 피를 강하게, 강하게 의식하고 있을 따름이다.
“로즈, 이제… 슬, 슬.”
먼저 항복의사를 표한 것은 루시탄 쪽이다.
완전연소되지 못한 욕구가 파란 눈에서, 마치 활동을 앞둔 분화구에 고인 칼데라 호수처럼 들끓었다.
그럼 승자의 권리로서. 키득 웃고는 몇 겹 침의 선으로 미끄러뜨린 루시탄의 가슴에서 천천히 입술을 떼어갔다.
조금만 더 하면, 녀석의 말 그대로 사정해버렸을 것처럼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녀석의 남근도… 분명 1년 전보다는 훨씬 자라있었다.
무척이나… 탐이 났다.
천천히, 무릎으로 바닥을 짚어 몸을 지탱한 뒤, 어느새 찐득거리는 액으로 번들거리는 구멍이 도톰한 살을 바르르 떨며 여닫히는 것을 보았다.
빳빳이 서오른 좆대 끄트머리, 귀두가 마치 암컷 냄새를 맡은 것처럼 껄떡거렸다. 살짝 내려 맞닿은 사이에서 열기가 거품으로 일었다.
흡, 숨을… 삼켰다.
“읏, 끄으, 으으응…!”
드윽, 드윽, 드윽…
떼굴떼굴 구르듯이, 잔뜩 좁혀든 속살을 귀두갓이 긁으면서 솟구쳐오른다.
아니, 자신이 완전히 몸을 내려 그것을 삼켜버린 거야. 아찔하게 쾌락감이 번져오르는 머리로 겨우겨우 그렇게 이해한 순간, 아랫배에 은은하게 빛무리가 어렸다.
“하아, 아… 읏… 루시…탄, 으, 크흥.”
안쪽, 정확히 기분 좋은 곳을 터억 하고 긁어낸 귀두가 바들거리며 떨리는 것이 쫄깃하게 고기막대에 들러붙은 질육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몸이 민감해진 게 당혹스러웠다.
학, 학, 학…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몸에 땀이 송글거렸다.
도저히,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잠깐만 숨을 조금 고르려는 찰나였다.
텁, 하고 단단하게 여물은 손이 골반을 움켜쥐었다.
“잠ㄲ, 으, 아으읏, 앙…!”
투웅, 투웅, 투웅.
튕겨오르는 허리. 그 아래에서 두망망이치면서, 좆대가리가 보짓살을 두들긴다.
두들기고, 후드리고, 긁어내면서, 쑤셔박는 좆질에는 자신도 모르는 힘이 넘쳤다.
“살, 사알… 아아, 응…! 하아, 아아…!”
이미 주도권은 루시탄에게 넘어갔다.
유연하면서도 단단하게 단련된 허리를 위아래로 묵직하게 휘둘러, 마치 망아지를 부리듯이 내 몸을 길들이고 있었다.
이런 것도… 싫지는, 않지만.
“읍, 으읍….”
녀석이 몸을 일으켰다고 생각한 순간, 입술에 입술이 포개어졌다.
살짝 시큼하면서도 조금 짭조름한 맛. 그 정체를 굳이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서로 진득히 얽혀지는 혀 사이에서, 점점 그 맛이 녹아 흐릿하게 희석되고 있는 것을 느낄 뿐이다.
“우읍, 훅, 흐, 으으응….”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마구 풀어진 안쪽을 제집마냥 들락거리면서 좆대가리가 마치 씹물을 퍼내듯이 속살을 긁는다. 가장 기분 좋은 성감대를 퍼억 긁었다가, 빠르게 뒤로 물러서고선, 다시금 떠억 하고 들이받는 추삽질에 제정신을 가눌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그의 목에 팔을 감고 키스에 응하는 것 뿐.
입술과 입술, 혀와 혀가 서로 얽히고 맞물려, 끓을 듯이 달아오른 숨이 오갔다.
이제는 스스로 허리를 튕기고 있었다. 허리를 튕길 때마다 엉덩이가 흔들리고, 떨어지는 땀방울이 짙게 자국을 남겼다.
느릿하게 숨을 내뱉는 소리와 함께 혀끝이 서로 떼어져 나가 잠시 달달거렸다.
툭 하고 이어져 있던 침의 실이 끊기면서, 눈앞이 몽롱해졌다.
핏, 핏, 핏.
동시에, 안쪽에서 녀석의 좆대가리가 길게 포화했다.
바르르 떨리는 절정감 속에서 뱃속에 들러붙는 사정의 감촉을 의식했다. 달달 떨리는 입이 열려, 숨에 내쉴 듯이 가늘게 속삭였다.
“조금, 더… 어.”
아직 부족해. 만족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아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밤은 이만큼이나 남았잖아.
“지난번에도, 너… 비슷한 소리를 했었지?”
땀이 옅게 젖은 얼굴로, 루시탄이 웃었다. 마주 웃음이 났다.
어깨를 짚는 손에 몸을 맡긴 채 이번에는 그의 아래에 깔렸다. 촛불을 등진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도, 지금 내 얼굴에 뜬 표정과 같겠지.
아, 그렇구나. 역시 난.
이 시간이 만족스럽고. 이 시간이 사랑스럽다.
그렇기에, 이어지는 입맞춤이 달았다.
맞물리는 이 짧고 달콤한 한때가 가급적 길게 이어지기를 소망하면서,
흔들리던 촛불이 삐걱이는 소리 속에서 꺼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