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2 1 / 가시의 마녀, 로제이아에게(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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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솔직하게 인정하자. 나는 꽤 중증의 변태다.
저쪽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고 말할 수는 있는데, 여기 와서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의 과정은 차치하더라도 꽤나 밝히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어느 정도로 변태인가 하면…
“하아… 장미 씨는 진짜, 답도 없는 여자네요.”
…이런 말을 들어도 화가 나지 않게 되었을 정도는 가볍게 클리어했지.
나를 ‘장미 씨’라고 부르는 것으로 봐서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눈앞에서 어색한 듯 장갑 낀 손을 꼼지락거리는 저… 소녀는 웬즈데이다.
정확하게는 웬즈데이의 의식을 옮겨놓은… 골렘? 인형?
뼈대는 우드 골렘이지만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튜닝」으로 겉모양은 인간과 다를 바 없도록 정교하게 작업하느라 일주일 정도 여가를 모조리 투입했더란다.
이게 바로 커스터마이징이지. 자신이 봐도 감탄할 정도로 예쁘게 만들어진 소체를 보고 만족했었다. 화룡점정은 가브롤의 지팡이.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손에 들어와서, 즉시 써버리고 말았다. 무엇에? 웬즈데이의 재료로.
…골렘 연구에 평생을 바친 대마법사의 지팡이이니 우드 골렘의 척추가 되었어도 용서해주지 않을까! 아니,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지팡이를 재료로 만들어낸 우드 골렘의 사용 용도 중 하나를 알고 나면 분명히 그 지팡이로 날 두드려 패도 인정할 수밖에.
“읍, 으으읍… 후으, 읍….”
웬즈데이의 말에 반론하지 못하고 몸을 뒤틀었다.
학학학… 숨을 내쉴 때마다 입에 물린 공 모양의 재갈에서부터 침덩어리가 진득하게 흘러내렸다. 재갈에는 구멍이 나 있어서 고인 침이 입안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줄줄 새어 나오는 게 퍽 천박하다…
손은 뒤로 젖혀진 채로, 다리는 활짝 벌려진 채로 그 야릇한 자세 그대로 박제처럼 로프로 꽉 묶여 고정된 채 웬즈데이의 앞에 누워있는 나. 움찔거리는 외에 아무런 자유가 없는 몸이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근질거렸다.
웬즈데이는 이 세계에 와서 가장 처음으로 맺은 인연 중 하나.
이제 그녀가 제 앞에 형태가 되어 나타나서 내 몸의 자유를 빼앗고, 경멸어린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으면 지난… 약 2년간의 이쪽 생활로 길든 몸에 배덕감이 땀이 되어 피부에 스며들었다.
등 뒤로 돌려진 손이 바들거린다. 손목에 지어진 매듭, 허리를 단단히 결박한 매듭, 다리 사이를 통과해 비밀스러운 샘을 제방처럼 억누르는 매듭, 피어싱이 딸랑거리는 젖이라는 이름의 살덩이를 쥐어짜듯 휘감아 과감히 감긴 매듭. 그 매듭이 한데 엉키고, 나라는 여자를 숨가쁘게 만들었다. 목을 휘감은 매듭은 마치 목을 조여드는 손 같아서 더더욱.
눈앞이 바르르 떨리는 가운데 웬즈데이의 손이 움직였다.
젖가슴은 훤히 드러내고 있는 채였지만, 배꼽 아래의 살에는 아직도 천조각이 감겨붙어 있었다.
치부를 가리기 위해서도 아니고, 몸을 편하게 하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치부를 드러내기 위해, 이 몸을 차지해주길 바라 유혹하기 위한 의복.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드러내기 위한 역할에 충실한 란제리를, 웬즈데이의 손이 붙잡아 벗겨갔다.
“…젖었네요. 장미 씨.”
속삭임에서 비릿한 냄새가 났다. 그녀의 몸은 숨을 쉴 리가 없는 골렘인데, 숨소리 비슷한 게 섞였다. 숨과, 땀과, 물이 뒤엉킨 몸의 냄새. 응, 그녀로부터 나는 게 아니라, 나로부터 비롯된 여자의 냄새에 스스로가 취해가고 있었다.
“읍, 으읍….”
부정의 낌새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흘러넘쳤다.
자위, 속삭임, 번롱(?). 묶인 몸이 배덕감에 달달 떨렸다.
웬즈데이는 자신에게 속한 존재이고, 그 몸을 이루고 있는 것 또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골렘. 그 뼈대조차 내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과연 이 아이… 웬즈데이의 주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이 아이가 제어에서 벗어나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아아, 기대감이 들끓어 참을 수가 없다.
이 열기가 1년간 창녀로 몸을 굴렸기 때문에 배인 흔적인지, 아니면 다른 1년간 흑마법을 익히면서 몸에 익힌 마력인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로젤라이를 비롯해 내가 흉내내고 변화해온 많은 모습들.
그 하나하나가 뭉쳐진 게 지금의 나. 웬즈데이는 장미 씨라고 불러주고 있지만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 세계의 ‘윤장미’는 죽었고, 지금의… 처음 1년간은 로즈라고 볼렸고 다음 1년간은 로제이아라고 불린 내가, 여기에 살아있는 나다.
“읍, 끄읍…!”
머리카락을 붙잡은 손이 우악스럽게 손가락 사이에 단단히 잡힌 머리카락을 축으로 묶인 몸을 엎드리게 했다.
정돈되지 않은 숨이 후욱후욱 하고 새었다.
등을 억누르는 손이 어깨와 어깨 사이를 꽈악 붙잡고, 자신이 정말로 원했는지 모를 행동을 했다.
“히끄후으읏…!”
엉덩이에 화끈하게 통증이 훑어올라간다.
타는 듯이 후끈거리고, 녹을 듯이 바들거리고, 금새 식어버리지만, 흔적만은 조금 더 길게 남다가 사라진다.
웬즈데이의 손자국이 빨갛게 제 엉덩이에 남은 것도 알 수 있었다. 눈을 살짝 감으면 웬즈데이의 시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 엿볼 수 있으니까.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엿본다.
무척이나… 달고, 쓰고, 꼴릿하다.
하얀 엉덩이에 빨갛게 남은 손자국. 생각하지도 못했을 정도로 바들거리면서 보채는 엉덩이의 떨림. 웬즈데이가 다시 손을 들자 등골을 타라 스며올라오는 공포감, 기대감, 갈증이…
“햐으윽…!”
말이 되지 못한 소리로 뭉쳐져 한껏 튀어올랐다.
바글바글 들끓는 소리가 귓전에 어슬렁거렸다. 마력이다. 마나맥에 천천히 고여오는 마력이 저마다의 소리로 속삭이고 있어서, 알아듣기가 힘들지만… 웃음기 비슷한 것이 들릴 때마다 어깨가 흠칫거렸다.
“골렘에게 느끼고 계시네요, 주인님. 그런 꼴로… 주인님이라는 게 참 웃기긴 한데.”
그 웃음소리에 웬즈데이도 동참해서는 꽈아악, 제 손자국이 남은 엉덩이를 우그러뜨리듯 쥐여냈다. 끅, 하는 괴로운 소리가 잇새에서부터 번졌다. 너무 단단하게 서버린 젖꼭지가 바닥에 긁히고, 꽉 찝힌 피어스가 젖덩어리에 눌려 색다른 감촉으로 스멀거린다.
키득 웃고는 웬즈데이가 오우거 딜도를 들었다. 몸에 걸친 옷을 살짝 걷어내리고, 배꼽 아래의 뽀얀 살에 갖다대었다. 그녀의 배꼽 아래에는 「emeth」라고 읽히는 문자가 씌여있었다. 그 아래에 오우거 딜도를 푹 붙인 순간, 자그마한 소녀의 몸에 어울리지 않을 우악스러운 몬스터의 흉물이 무섭게 어우러졌다.
하아, 하아, 하아… 빠끔히 벌어지는 보짓살이 기대감에 들썩인다.
저런 것에, 웬즈데이에게 범해진다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릴지도 몰라.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고 이리저리 일그러져 휘몰아쳤다.
바라는데, 바라지 않게 되고, 또 바라게 되는 연쇄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웬즈데이의 손이 꽉, 등을 짓눌렀다. 그녀는 자신이 바라지 않는 짓은 할 수 없게 되어있다.
즉 이 상황 자체를 자신이 원하고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 온몸의 마나맥이 들끓는 가운데… 천천히 엉덩이를 들고 움직일 수 있는 무릎으로 바닥을 디뎌 허리를 들었다.
와, 줘.
말을 할 수 없기에 마음 속으로 그렇게 읊조린 순간…
“에?!”
웬즈데이의 입에서 당황스러운 기색이 튀었다.
한껏 활성화된 마나맥이, 몸 안에 고여 찰랑거리는 마력이… 무엇인가를 불러냈다?
아니, 분명히 와달라고 하긴 했는데…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고!
당황은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몸이 멋대로 마력을 짜내고, 이 집 여기저기에 남겨진 술식에 반응하고 있었다.
뭐야, 뭔데!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건데?
마력의 흐름을 되짚어 따라가보니, 반응은 바로 눈앞… 헤카이트 당주의 콜렉션 중 하나인 새카만 갑옷이었다!
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몰라?!
웬즈데이조차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멍해있는 가운데, 무엇인가가… 그 갑옷에 강령되었다. 이, 이거부터 풀어주면 안 될까?!
철컥. 쇠로 된 장갑, 손가락 끝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얼굴을 완전히 덮는 투구의 슬릿에서부터 푸르스름한 불빛이 마치 눈을 뜨듯이 천천히 타올랐다. 철컥, 철컥 소리를 내며 내 몸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갑옷에 스며드는 것을 여전히 몸이 꽈악 묶인 채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뿔이 달린 투구가 마치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 뻐근한 목을 꺾는 것처럼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부르르, 한번 쇳소리를 내며 경련한 갑옷이 천천히 발을 내딛고 스스로 움직였다…. 화악, 볼이 달아올랐다. 나, 지금 묶인 채 내 골렘이랑 SM하고 있었는데…!
[……참으로 인상적인 인사를 보여주는군. 주인이여.]
묵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태인고로 묶인 몸을 바들거리며 마음속으로 힘껏 외쳤다. 자신의 ‘사역마’에게 내리는 첫 명령치고는 꽤나 체면을 구기는 것이었지만.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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