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커스텀 로즈-11화 (11/157)

〈 11화 〉 1 ­ 3 / 내가 본 왕자 중 최악의 왕자 루시탄에게(2.5)

* * *

­ 2.5 ­

전에도 말한 적 있었지.

손님보다 무조건 먼저 일어나는 것이 마담 윕의 규칙이라고.

하지만 모든 규칙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는 것 또한 세상일이다.

“으…”

지금 몇 시야….

아직 졸음에 겨워하는 눈꺼풀을 미세하게 움찔거리는 사이로, 새벽은커녕 이미 점심에 가깝다는 양 빛이 창가로 들이치고 있었다.

어, 조금 좆된 건가 하고 멍한 머리인 채 생각하고 있는 와중 시선이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아, 재수 없는 왕자다.

제 가슴을 베개인 양 묻고는 숨을 느릿하게 내쉬면서 등이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자못 느긋한 태도에 정신이 덜 깬 와중에도 피식 웃음이 났다.

잠든 얼굴은 아주 조금, 살짝 귀여운 맛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나이는 아마 자기보다 한두살 아래. 금발 아래 조금 소년다운 순진함이 살짝 남아든 뺨을 눌러보았다.

부드럽게, 손가락에 파고드는 살결의 느낌이 제법 말랑말랑했다.

“으….”

그 잠든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창문으로 들어온 빛이 눈꺼풀 위를 통통 두드리며 노크해댄 탓이다.

더디게 그 눈꺼풀이 위로 올라가, 안쪽의 푸른 눈동자가 드러났다.

느긋하게 하품을 한 번 크게 뱉고는 천천히 이불을 등으로 젖히며 몸을 일으키는 그 행동에, 자신도 머릿속이 어질어질한 그대로 눈을 깜빡이며 잠시 그대로 누워있었다…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구.

“밝혀대긴.”

“피차 마찬가지였으면서?”

이쪽이야 밝혀대는 게 일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왕자라는 사람이 그렇게 체통이 없어도 되는 거에요?

흥, 하고 코웃음 치니 그의 표정이 뜨악해졌다.

몸을 일으켰던 자세에서, 다시 몸 위에 드러눕고는, 간밤에 새겼던 잇자국께를 다시 깨물어대는 행동. 제지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집착스레 가슴을 주물러 대는 것도, 조금쯤은 봐주기로 할까.

“봐 달라고. 평소에 스트레스가 많단 말야.”

“돈 버느라?”

“그 일도 있고. 다른 일도 있고.”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이불이 맨살결에 스치는 소리가 났다.

실크에 솜을 넣은 고급 이불은 구름처럼 부드러워서 계속, 그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유혹하고 있었다.

그 기분은 왕자도 마찬가지였는지, 이불 속에서 살살 제 다리 사이에 불룩하게 부풀어오른 좆대가리를 가볍게 부비고 있었다. 간지럽다니까…. 목께를 깨무는 건 버릇인지.

놀이 감각으로 돈을 버는 것처럼 말하는 데는 부아가 치밀었지만, 왕자라는 자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트러블이 벌어지는 자리라는 것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피식 웃고는 짧은 금발을 가볍게 쓸어만졌다. 그도 피식,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나저나, 포주를 어떻게 설득할지는 생각해봤어?”

“…일단대충은요. 그러니까, 내가 말했던 조건, 정말 된단 거죠?”

“그야, 포주라면확실히 구미가 당길 만한 조건이겠지만너… 정말 설득할 자신 있냐?”

“뭐, 부딪혀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됐고, 하고 못미덥다는 양 읊조린 뒤 그는 다시 맨몸 그대로, 능글맞게 맨살에 다시 제 몸을 진득히 비벼오기 시작했다.

뭐야, 어제는 안 꼴린다느니 뭐라더니 아침부터 뻔뻔하게 서버려선, 대체 이 뻔뻔함은 어디에서 살 수 있는 거냐고요.

아니, 남자는 아침에 선다는데 이것도 그건가… 조금쯤은, 앙탈을 부릴 장난기가 슬그머니 올라왔다.

“무겁다니까. 간지럽고요.”

“서비스 한두 판 정도는 대시지, 창녀.”

…아, 정말.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거절하라구.

읏 하고 외마디 소리와 함께. 이불이 머리 끝까지 뒤집혀왔다.

아무래도, 오늘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좀 늦을 것 같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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