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1 2 / 안경을 사랑하는 마법사 페리링에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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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을 마친 뒤 찾아오는 아침에는 어지간한 베테랑이 아니고서야 녹초가 되는 것은 당연한데
‘존경해 마지않는’ 마담 윕의 창관에는 월초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었다.
그리고 창관에 속한 이들 중 이 통과의례를 반기는 이는 자신이 아는 한 한 명도 없었고.
어제가 비번이었던 이들을 빼면 새벽녘에 일을 마치고 옷매무시를 가다듬을 새도 없었던 터라,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창녀들의 복색은 정말, 가지각색이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이쪽도 겨우겨우 커스터마이징만 풀고 그 음란 퍼레이드에 참가해야 했고.
예를 들면, 제 바로 앞 차례인 ‘오월의 튤립처럼 아리따운’ 미카 씨의 경우…
여기에서는 바다 건너 남쪽 대륙의 밀림에 드물게 서식한다고 하는 표범의 가죽을 벗겨 만들었다고 한껏 자랑하던 그 의상을 몸에 두른 채 따분한 양 하품했다.
손님들의 선망을 받는 풍만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골을 아낌없이 훤히 드러내고, 다리 사이가 슬쩍 비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짧은 다리 아래 요염하고 날렵한 다리가 쭉 뻗어, 그야말로 한 마리 암표범 같은 면모를 과시하고 있었다.
자신의 경우에는… 젖꼭지와 가랑이만 겨우 가릴 정도로 천의 면적이 부족한 남쪽 풍 무희 의상을 입고 손님을 맞았더랬다. 어젯밤의 상대는 꽤 야심 있는 얼굴의 젊은 상인이었지.
손님의 취향인지 더운 남쪽 대륙의 무희와 비슷한 인상을 주기 위해 피부의 색조를 살짝 검게 하라느니, 그러면서도 유륜과 유두는 청초한 핑크색으로 하라느니, 키는 조금 작게 줄이는 편이 좋고, 가슴 크기는 손에 잡힐 정도로, 엉덩이는 크게 부풀리라느니.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히 지정하면서 마담이 일일이 시끄러웠던 통에, 진이 다 빠졌었지.
듣자 하니 왕자 행차에 필요한 경비를 상당히 부담했었다는 것 같다.
마담이 직접 영업을 뛰었던 것이 그 때문이었나, 생각했다.
“…다음 분 들어오세요.”
“네~”
불과 몇 시간 만에 핼쑥하게 볼이 옴폭 패인 페리링이 마담의 사무실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고, 미카 씨가 다녀올게, 하고 자못 발랄하게 손을 흔든 뒤 문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차례는 이제 자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 매월 초마다 이게 무슨 고생인지 모르겠어.”
“그러게 말이야. 졸려….”
등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여자, ‘키에리’가 입술을 불만스레 내밀고 투덜거렸다.
자신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창관에 들어온 그녀는 가슴이 깊게 파인 빨간 드레스를 입은 채 팔짱을 끼곤 자못 지루하다는 양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있는 누구라도 지루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지금 가장 죽어나는 중인 사람은 역시 페리링이겠지만.
키에리와 함께 한 번 더 하품하면서 멍하니, 미카 씨의 차례가 끝나길 기다렸다.
“키에리, 어제는 어땠어?”
“어제? 하, 말도 마. ‘동항로 회사’랬던가? 거기 간부라고 엄청 거들먹거리는데.
하는 내내 뒷치기로 엉덩이 엄청 때려대면서 팁도 안 주려고 그러고. 완전 글렀지.
처음부터 끝까지 박아대면서 끝낼 생각은 않는 지루였어. 로즈, 너도 거기 회사 지부장인가였다며?”
“어. 나는… 그냥, 평범했어.”
돈이 많으면 좋은 것도 많이 먹을 텐데, 그런 것 치곤 비실비실…까지는 아니더라도 힘이 넘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더라.
어깨를 으쓱이며 그렇게 대꾸하자, 키에리가 어깨를 탁 쳤다.
“야. 그게 좋은 거야. 손님들이 우리 기분 좋게 해 줄 생각 같은 거 할 리도 없잖아.”
“가뭄에 콩 나듯이는, 있더라구.”
지루한 와중 키에리와 주고받는 음담패설은 자연히 자신들이 받은 손님들의 사이즈 비교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뭐, 다른 이들도 비슷한 얘길 하고 있었기도 했고, 뭣보다 지루하니까.
“으우우.”
문이 삐걱 하고 열리고, 한껏 울상을 지은 미카 씨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나왔다.
저렇게 침울해진 이유야… 뻔하지.
뭐라고 말을 붙이기도 전, 갑작스럽게 미카 씨가 푸우욱, 하고 제 품에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네, 납니다.
“미카푸푸푸푸푸, 씨?!”
어푸어푸, 하며 미카 씨의 젖가슴에서 겨우 얼굴을 빼내고는 숨을 몰아쉬며 묻자, 미카 씨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눈망울에 그렁그렁하게 물기를 담고 있었다.
“어떡해애애. 마담한테에에에. 금주 명령, 받아버렸어…!”
“아, 네.”
그럴 만도… 하시죠. 미카 씨. 요즘 안 그래도 배가 조금 말랑해지셨다 싶었으니까요.
측은한 눈으로 미카 씨를 내려다보면서 그 말까진 차마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눈치 빠른 미카 씨가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뭐야뭐야, 뭐냐구! 로즈도 내가 살쪘다고 말하는 거야?! 설마 키에리도?!”
키에리, 뭐라고 말 좀 해 줘.
하지만 키에리는 고개를 돌리고 모른척하고 있었다. 이 배신자!
“…적당히 하시고, 로즈 씨 놔주세요, 미카 씨. 전 빨리 끝내고 싶어요. 안 그러면 미카 씨 3.5 케르 쪘다고 말할 거에요.”
"이미 말했잖아!"
등뒤에서 눈밑이 거뭇거뭇해진 채 지켜보고 있던 페리링이 한 마디 툭 보태자, 히이잉, 하고 훌쩍이면서 미카 씨가 겨우 날 놔줬다.
나이스 페리링. 키에리 넌 나중에 두고 봐.
“들어오세요, 로즈 씨.”
후우, 후우…. 아, 숨 막혔다. 겨우 숨을 고르고는 미카 씨에게 또 붙잡히기 전에 잽싸게 사무실로 들어갔다.
책상에 앉은 채 지루하다는 듯 뺨에 손을 대고 책상에 괸 채인 존경해 마지않는 마담 윕이 턱 끝을 까딱였다. 시작하라는 신호였다.
“…옷 벗으시고요.”
사실, 지금 상태는 벗으나 입으나 마찬가지인 상태이기는 했다.
젖가슴, 그것도 유두와 가랑이만 겨우 가리는 변태 무희 의상에 팔다리에 쫙 달라붙는 장갑과 타이즈가 전부였으니까.
아무튼 시키는대로 몸에 매고 있던 옷을 전부 벗고 제 앞의 전신거울을 바라보았다.
태어났던 그대로의 모습인 자신의 알몸을 바라보고 있으니 볼이 조금 발그레하게 물들었다.
불기가 붉게 퍼진 뺨 아래 살짝 다문 채 쭈뼛거리는 입술. 그리고 땀방울이 주륵 하고 흘러내린 턱 아래로, 조금 탄 피부의 가느다란 목이 뻗었다.
목선에서부터 둥그스름하게 이어지는 조그맣고 둥근 어깨.
그 어깨에서부터, 가늘게 이어지는 얇은 팔과 팔 사이로, 적당하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에서 지난달보다 살짝 색이 짙어진 유륜과 유두가 긴장감에 살짝 빳빳이 서올랐다.
페리링의 손이 그 유방을 밑가슴에서부터 받쳐 무게를 재고는, 양피지에 슥슥 무엇인가를 적었다. 마법사쯤 되고 보면 그것만으로 가슴 무게라든지를 알 수 있는 건가…?
침을 꼴깍 삼키는 사이 잠시 가슴을 주무르기도 하고, 유두를 짚어보기도 하고, 유륜을 손끝으로 훑어대기도 하면서 수치 플레이나 애무… 가 아니라, 촉진(??)이 이어졌다.
페리링의 조그마한 손끝이 이번에는 옆구리와 배로 내려갔다. 읏, 하고 달게 숨이 코에 걸렸다.
맨살결에 작달막한 손이 흘러내리며 훑는 느낌이, 마담 윕의 손짓과는 또 느낌이 다르게 간지러움을 불러깨웠다. 볼이 한층 뜨거워졌다.
“커스터마이징 해제하신거죠? 가슴 좀 커지셨네요. 역시 많이 주물러지셔서 그런가.”
그것참… 고맙네요.
적나라한 말에 볼이 확 달아올랐다.
스윽, 하고 배를 훑어만지는 손. 으으응, 하고 조금 풀린 듯한 신음과 함께 파들파들 엉덩이와 허리가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이쪽의 반응에 조금 페리링도 얼굴을 붉히고는 매만지는 손끝에 희미한 초록색 빛무리가 어렸다.
뭔가 살짝 서늘했다가 뜨끈하기도 한 느낌. 형체가 없는 손가락이 피부 한 겹 아래를 후벼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으… 느껴버릴 것 같아.
“으, 페리링. 너무 그렇게, 야하게 만지지 말고…”
“입을 좀 다물어 주세요. 치녀.”
“타고난 마조 암캐년이라서 그래, 마조 암캐년이라서.”
그런 거 아니라고요!
홱 하고 노려보는 시선을 입꼬리를 한쪽만 올려 비웃으며 태연히 받는 마담.
아무튼, 살짝 오목하게 곡선을 그리는 허리와 배를 천천히 매만지던 페리링의 손이 배꼽보다 조금 아래…에서 멈췄다. 볼이 확 붉어졌다. 으, 올 게 온 건가.
“…주문 갱신합니다. 부탁이니 제발 아무 소리도 내지 마세요, 로즈 씨.”
손가락을 쭉 펴고, 다섯 손가락과 손바닥에 마찬가지로 서늘한 에메랄드색의 빛을 어리게 하며 배를 꾹 하고 짓눌렀다.
으으으읏, 하고 앙다물어진 입술에서 신음이 새었다. 저릿저릿함, 간질간질함, 그리고 조금 성감을 불러 깨우는 느낌.
꼬물거리는 뭔가가, 정확하게 그 배 아래… 자궁에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부들부들, 고간과 허벅지가 희미하게 떨면서 보지가 벌렁거렸다.
속살이 살살 좁혀들면서 찐득한 물을 한 방울, 흘려내었다.
“아, 아으으응…!”
화악, 하고 희미한 열기와 불현듯 그 자리를 뒤바꾼 냉기가 보지 속살을 살짝 들끓일 듯이 덥혔다가, 서늘하게 식히기를 반복하면서 온몸에 땀이 배었다.
꾸물꾸물 하고 살결을 타고 기어와서는, 찌릿찌릿하게 무엇인가가 속살 여기저기를 깨물어대는 기묘한 느낌. 읏, 하고 몸이 바들거렸다. 숨이 덩어리째, 입술에서 새었다.
헐떡이면서 벌어진 입술에서 침도 한 방울 새었다.
으, 살짝 가 버렸다.
외마디 신음을 내면서 부끄러움에 허벅지를 좁혔다. 무의식중 그 허벅지가 서로 음란하게 비벼대는 것은 절대 이쪽의 본의가 아니었지만…
페리링의 얼굴이 귀까지 빨개지는 게 보였다. 이래서야, 마담이 마조 암캐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긴… 하잖아.
[ 새로이 / 달을 / 품지 / 못하는 / 낙인의 / 노예여 ]
[ Tràill / Stad / Mìos / Ùr / Torrach / Stiogma ]
볼을 잔뜩 붉힌 페리링이 여섯 소절의 의미 모를 주문을 읊조리고 난 뒤, 손을 떼었다.
으, 하고 볼 때마다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 거울에 비치고 있었다….
자궁 위 맨살에 보란 듯이 찍혀있는, 음란한 핑크로 말갛게 비치는 음문의 존재감.
하트 모양을 기저로 하여 곡선과 도형이 조합된, 전체적으로 자궁을 음란하게 도식화한 문신이 제 자궁 바로 위 피부에 박혀있는 것은 언제 보아도 익숙하지가 않았다.
…페리링의 말로는 이 디자인은 존경해 마지않는 마담 윕이 심혈을 기울인 결과물이랬지.
이런 것을 박아놓는 이유는… 도 S인 마담의 악취미인 것도 분명히 있지만, 또한 노예가 누구의 소유인지를 표시하는 것과 피임,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라고 했다.
필요한… 조치라는 건 겨우 이해할 수 있긴 한데, 다른 곳에다가 할 수는 없는 거냐고.
“체중, 키, 지난달과 차이는 없습니다. 건강에도 특별히 이상 소견 없고요. 피임 주문도… 어흠. 갱신해놓았습니다.”
“끝났으면 옷 입고 나가고. 다음 키에리 들어오라고 해.”
무심하다는 듯 다시 턱을 까딱이는 마담. 한숨을 푹 내쉬곤, 입으나 벗으나 별 차이도 없는 벗어놓은 변태 무희 의상을 주섬주섬 챙겼다.
참자, 참아. 이제부터 비번인데 이런 것도 못 참을까.
“아, 로즈. 너 말야.”
“네?”
마담이 입꼬리를 한쪽, 히죽 하고 비릿하게 올리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바라봤다. 불길한 예감이 슥 하고 목덜미에 엄습해왔다.
잠깐, 거짓말… 이죠? 설마, 제발 아니라고 해 줘!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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