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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텀 로즈-1화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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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Prologue / 교수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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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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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안녕하신가요.

별로 궁금은 안 하지만 조교 오빠도 좆뺑이치면서 안녕한지.

그리고 과실에서 기르던 강아지 꼬랑지, 고양이 수염이. 너희들도 잘 지내고 있니.

말로만 듣던 양피지랑 깃털 펜으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그래 봤자 이 편지, 부치지도 못하겠지만요.

교수님,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아니. 솔직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건 순 거짓말이네요.

저는 존나 잘 못 지내고 있어요.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개 좆같이 꼬였는지 기가 찰 정도에요.

조교 오빠가 이 편지 보면 그렇게 말할지 모르겠네요.

저란 년 인생이 원래 개막장 지옥불 난이도였는데 뭘 더 새삼스러울 게 있냐고.

그거 알아요, 조교 오빠? 그 날 그 말만 안 했어도 오빠랑 떡쳤을지도 모른다는 거.

뭐 이제 와서 아무래도 좋은 얘기지만.

그래도 거기 인생은 교수님 덕에 이제 좀 펼락 말락 할 타이밍이었는데

한순간에 ‘위기탈주 온리원’에 나와도 될 것 같은 사연으로 골로 가버리고는

천국도 지옥도 아닌, 도통 사후세계인 것 같지도 않은 이상한 중세시대에 떨어졌습니다.

이게 사후세계면 신이라는 새끼한테 클레임 걸 거에요. 무슨 놈의 사후세계가 먹고살기 이렇게 힘드냐고요.

아무리 지옥이라도 삼시세끼는 꼬박꼬박 챙겨줘야 벌이라도 받지.

그리고 정정할게요. 여긴 중세시대는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제가 교수님께 배운 강의에서 중세 봉건시대에 오크나 트롤, 오우거가 판쳤다는 내용은 없었는걸요.

혹시 그런 말씀 하셨는데 제가 조느라 못 들은 거면 용서해주시고요.

네, 친구 중에 그런 거 좋아하는 애들 꽤나 있는데 좋아하는 걔들이나 데려가지

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바쁜 절 데려왔을까요.

지금 저는 인생 밑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잔뜩 따둔 자격증이 거의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곳이었어요.

심리상담 자격증과 조리사 자격증 정도만 겨우 쓸데가 있네요.

그나마 말은 어찌어찌 통하는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예요.

말마저 안 통했으면 어떻게 먹고살지 막막했을 거예요.

지금 제 옆에는 지금 남자가 자고 있습니다. 홀딱벗고요.

아는 남자냐고요? 아뇨. 그럴 리가.

그리고 저도 벗고 있고요. 홀딱. 옷 한 겹 안 입고요.

교수님 제자는 지금 알몸으로 편지를 쓰고 있어요. 기특하죠?

남자가 갑옷 벗으면 죽을 것 같이 지독하게 땀내 풍기는 것에도 슬슬 익숙해졌어요.

…아, 사실 여자도 마찬가지고요.

경우에 따라선 여자 쪽이 더 심할 때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도 상대가 사람이면 좀 나은 편이라는 것도요. 썩 기쁘진 않네요.

존경하는 교수님. 늘좆뺑이치는 조교 오빠.

말티즈 꼬랑지랑 코숏 수염이. 그리고 그 외 잡다한 모두들.

저는 이세계에서 창녀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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