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부
카오리는 그 다음 날, 곧바로 N의 집을 찾았다. 하루 만에 다시 그녀의 집을 찾는 것이 그녀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다는 생각은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집을 나갔다 들어온 그에게 더욱 심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할아버지 때문에 그는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카오리도 할아버지에게 심하게 반항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트집을 잡아서 머리통을 세차게 내리치는 할아버지에게, 그는 별다른 대꾸 없이 도망치듯이 방을 빠져 나와 위층으로 향했다. 이제는 나도 갈 곳이 있다, 라는 생각 때문에, 카오리의 마음은 한결 편했다.
N도 카오리의 방문이 싫지 않았다. 일단은 말상대가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고, 카오리의 좋지 못한 집안 사정 때문에 그에게 어느 정도 동정심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남동생이 생긴 기분, 이라고 하면 N의 심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말일 것이다. 게다가 카오리의 체격은 그때부터 꽤나 큰 편이었기 때문에, 방안을 가득 채우는 카오리라는 남자가 그녀로서도 그리 싫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무엇 보다 카오리가 반가웠던 이유는, N의 그 ‘선배’를 카오리가 함께 욕해주었기 때문이다.
카오리가 N의 방을 방문한 그 첫 날에는, 카오리도 N이 겪고 있는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없어서 그저 멍하게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이었지만, 둘째 날부터는 카오리도 동참하여 함께 그 선배를 욕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제가 가서 때려줄까요?”
“니가?”
“저 싸움 잘해요.”
“그 선배가 그냥 맞고만 있을까?”
“저 보다 작다면서요? 제가 지지는 않을 거예요.”
카오리가 한다는 이야기는 이 정도였지만, 그래도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기분이어서 N으로서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카오리는 늦은 밤이 되어 N의 방을 나올 때 마다 “내일 또 와도 돼요?” 라고 그녀에게 물어봤고, N은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나 N에게 있어서 카오리의 방문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카오리의 나이가 어리고, 또 그만큼 철이 없기 때문에, 특히 성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한창 성에 관심이 있을 사춘기였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러나 어떤 면에 있어서는 N이 화들짝 놀랄 정도로 카오리의 말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이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이런 말이 그랬다.
“그럼 누나는 남자를 안 만나고 사는 거예요?”
“그 선배와 헤어진 후에는 그렇지.”
“그럼 아무도 누나한테 안 박아요?”
“뭐?”
이런 식이었다. 카오리로서는 전혀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태연한 표정을 하고서 N에게 저런 말을 내뱉었지만, N은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면박을 주는 것이었다.
“너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거니?” 하고 정색을 하고서 N이 물을 때가 되면, 카오리도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구나 싶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곤 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N은 카오리를 ‘그저 야한 것에 관심이 있는 평범한 남자 중학생’ 이라고 여길 뿐이었다. 단지 그런 점이 조금 불편할 뿐이었고, 아무래도 그의 출생이 평범한 부모에 의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오히려 그에게 있어서 그의 아픈 상처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애를 쓰곤 했다.
하지만 카오리가 N의 집을 찾은 나흘 째 되던 날, 결국 카오리가 내뱉어버린 다음과 같은 이야기 때문에, 어쩌면 카오리를 만나는 것은 조금 위험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그녀도 결국은 하기에 이른다.
“요즘에는 누나한테 오느라 정액을 뺄 시간이 없어서 이게 내 안에 가득 차 있어요.”
N은, 이번에도 늘 그랬듯이 카오리가 성적인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려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따끔하게 주의를 주려고 했다. 그래서 “너 정액이라는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면 안 된다.” 라고, 카오리를 잔뜩 노려보며 말을 한 것이었다.
“정액이라는 말도 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럼 당연하지.”
“박는다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건 알았지만 정액 빼는 얘기도 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럼 안 되지. 오히려 그걸 나한테 묻는다는 게 이해 안 되네. 너 그럼 여태까지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다녔던 거니?”
카오리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예.” 하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어.”
“예.”
N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정액이라는 말을 하고 다녔으면, 어른들 앞에서도 했을 거 아냐? 그럼에도 어른들이 가만히 있었다고?”
카오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허공을 가만히 응시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뭐라고 한 사람이 없었어요.” 하고 대답했다.
“엄마도?”
“예.”
“엄마 앞에서도 이런 얘길 했는데 가만히 계셨다고?”
“그럼요. 정액을 빼주는 사람이 엄마니까요.”
“엄마가?”
그러나 N이 “엄마가?” 하고 물었을 때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 무서웠기에, 카오리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N의 눈빛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네 엄마는 자기 아버지하고도 섹스를 했다고 하니까… 그런데 네 정액도 빼준다고?”
“예.”
“손으로?”
“아뇨.”
“그럼?”
“입으로요.”
N은 너무나 놀랐기 때문에 손이 떨릴 정도였다. 카오리는 그런 N의 모습을 보면서, 해선 안 되는 말을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미 N과는 무척 친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을 숨겨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엇 보다 “참 힘들게 사는구나.” 라고 그를 위로했던 사람이니까, 왠지 그의 모든 것을 다 이해해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너는 네 엄마가 그런 걸 해주는데도 아무렇지 않니?”
카오리는 고개를 숙인 채로 아무론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긴… 네가 뭘 알겠니.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으니 너는 그게 큰 문제란 걸 몰랐겠지. 좋아. 그건 그렇다 치고. 설마 너… 네 엄마한테도 박는 건 아니겠지?”
카오리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죄를 지은 사람처럼, 그리고 아무런 대답을 못한 채 그런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대답을 못하는 걸 보니… 하는구나.” 하고 N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N은 카오리의 어머니를 알고 있었다. 서로 인사를 한 것은 아니었고, 먼발치에서 카오리의 어머니가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을 힐끗 쳐다본 것이었다. 무척 아름다운 여자였다. 화장을 하지 않은 상태였고, 잠옷 같은 펑퍼짐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딘가 요염하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아름답고 섹시한 여성이었다. N이 바라본 카오리의 어머니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때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남자에게 충분히 사랑 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렇게 좁은 원룸에서 아버지와 살고 있는 그녀의 삶이 애처로워 보이기도 했지만, 얼마 전 선배와 헤어진 N으로서는, 남자는 다 쓰레기이자 변태이며, 맨날 바람을 피우는 그런 암적인 존재라는 생각뿐이었으므로, 저 여자를 저렇게 만든 남자에 대해 증오심만을 더욱 키울 뿐이었다.
그러나 아들의 정액을 입으로 빼내는 엄마라니… 게다가 섹스도 즐기면서… 그건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 여자는 엄청난 색녀인 것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아무튼, 카오리가 그런 저질스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 자극성이 더욱 커질수록 N은 그 이야기 속에서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그런 세계의 삶이 그녀로서는 무척 신기했고 자극적이었다.
결국 대체적인 카오리의 사정을 다 들어버린 N은, 심지어 그녀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이끌기도 했다.
“그래서 네 엄마는 처음 보는 남자한테도 다리를 막 벌리는 거야?”
“그럼요. 안 그러면 할아버지한테 막 맞거든요.”
“나 같으면 막 울겠다. 어떻게 처음 보는 남자하고 하는 거지?”
“그런데 엄마는 아무렇지 않아 해요. 오히려 더 요염하게 신음을 해야 한다고 할아버지한테 잔소리를 듣기 때문에, 막 좋아하는 척 연기까지 하거든요.”
“신기하다. 신기해.” 라고 말하면서 N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
N은 카오리에게 전해 듣는, 새로운 세상의 이야기가 늘 흥미로웠다. 게다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는 선배에게서 받은 상처가 까맣게 잊혀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카오리의 이야기에 어떤 중독성 마저 느끼고 있던 것이다.
심지어는 이런 이야기까지 나누곤 했다.
“쌀 때 기분 좋아?”
“그럼요.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네 엄마도 좋대?”
“그런 이야기는 안 해 봐서 모르겠어요. 아마 좋아할 걸요. 제가 쌀 때면 허리를 흔들면서 막 좋아해요.”
“안에다 싸?”
“거의 안에 싸요.”
“그러다가 엄마가 임신하면 어쩌려고?”
“엄마는 이제 임신 못한대요.”
“왜?”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이제 임신 못한대요.”
그들은 그들이 나눌 수 있는 가장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아직 세상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남자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순진한 20살 여대생과, 굴곡진 성장과정을 겪었을 뿐 그 정신 만큼은 아직 14살에 머물러 있는 중학생은, 그들 나름대로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며 낄낄거리고 있었고, 그리고 점점 그들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언젠가는 카오리가, 이야기에 취해버려서 이렇게 말을 해버린 적이 있었다.
“누나하고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그러나 그 말을 들은 N은 손바닥으로 카오리의 뒤통수를 세차게 때릴 뿐이었다. 남자를 사귀어 본 것은 그 선배가 전부였고, 섹스를 해본 상대도 그 선배가 전부였으며, 게다가 섹스를 해본 횟수도 다 합쳐서 스무 번 남짓한 이 순진한 여대생에게 있어서, 그런 투정과도 같은 카오리의 욕망은 그저 장난처럼만 느껴질 뿐이었다.
중학생다운 장난, 이라고만 여기고 있었지만, 그것이 장난을 넘어선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은밀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은 점차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가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둘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기도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