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부 (14/17)

14부

그녀와 함께 하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이미 일주일 넘게 하루도 쉬지 않고 사정을 하고 있었다. 남자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 일종의 사명이라는 그녀에 의해서 퇴근 후 집에 들어오자 마자 나는 그녀의 입안에 사정을 해버렸고, 그리고 아래가 간질간질해서 못 견디겠다는 그녀의 아찔한 유혹에 못 이겨, 침대 위에서 그녀를 부둥켜 안고 정액을 내뱉기도 하였다.

내 나이에 비하면, 그리고 내가 그 동안 정액을 만들어냈던 그 싸이클에 비하면 무척이나 무리를 하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다. 짜릿한 오르가즘과 더불어 분명히 사정을 하였지만 눈물 한 방울만큼만 겨우 쏟아낸 적이 있었다. 혀를 쫙 내밀며, 정말 이것만 나왔다는 그녀의 제스쳐를 나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내 몸이 무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정을 할 만큼의 정액을 만들어내지 못할 정도로, 나는 무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쉬지 않았다. 내일은 좀 쉬어야겠다, 라고 여러 번 다짐을 하였지만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그녀의 유혹을 나는 쉽사리 이겨내지 못했다.

분명 내 아내와 동갑인 여성임에도, 그 보다 열 살은 어려 보이는 싱싱한 외모, 그리고 남들이 책상 앞에서 공부를 할 시간에 자기는 거울 앞에서 화장을 했다는 그녀의 말대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그녀의 능숙한 화장술은, 때론 아찔하게 느껴질 만큼의 아름다운 여성미를 발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그 아저씨들이라는 사람들이 당신을 거들떠도 안 본단 말이죠? 전에 말씀하신 그 젊은 여자한테 모조리 가버린다구요?”

그날도 나는 시원하게 사정을 했다. 다리는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나는 기분 좋은 오르가즘에 취해 있었고, 그래서인지 그녀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서 나는 실없이 그렇게 물어보았다. 젊은 여자한테 손님들을 모두 빼앗겨 버렸다는, 그녀의 말이 내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나를 만족시키는 당신을 외면할 수 있다는 것이 과연 사실인지, 나는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그 여자를 원하고 있어요. 저한테 한 명도 안 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 빼앗긴 셈이지요.” 그녀는 전혀 슬퍼할 일이 아니라는 듯 살며시 미소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녀가 바로 N이었다.

“그렇게 예쁜가요?” 하고, 나는 나도 모르게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그녀는 그런 나의 반응이 못마땅한지, 마치 질투를 하고 있다는 듯이 살짝 삐친 표정을 지었다.

“관심 있으세요?”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그저 궁금할 뿐입니다.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여자에게 무슨 관심이 생기겠어요?”

그녀는 여전히 토라진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그럴수록 오히려 나는 N이라는 여자에 대하여 더욱 궁금해질 수 밖에 없었다. 어쩐지 카오리의 어머니와 대단한 갈등관계에 있는 여자가 아닌가 싶어서 그 스토리가 점점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내가 계속 캐묻자, 그녀는 마지 못하겠다는 듯이 N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N은 대단한 미인이었다. 또한 매력이 넘치는 여자이며, 남자를 끌어당기는 어떠한 힘 같은 걸 지니고 있는 대단한 여자였다. N을 한 번 접한 남자들은 모두 N에게 푹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카오리의 어머니에게 N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하더라도, N에 대해서 그렇게 상상했었다. 아마도 연예인 뺨 칠 정도로 대단한 미모를 지닌 여성이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몸매를 지니고 있어서 남자들을 홀리고 다니는 그런 여자, 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후에도 N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N에 대한 나의 묘사는 아무래도 부정확할 수 밖에 없다. 카오리의 어머니가 해준 이야기, 그리고 이후 카오리가 나에게 해준 이야기 등을 토대로 그녀를 상상하는 것이 전부인데, 그러나 언젠가 N의 사진과 영상을 접할 기회가 있어서 그것들을 봤을 때, 나는 도저히 실망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카오리의 어머니가 나에게 해준 이야기들, 그러니까 N이 대단한 미인이라는 이야기를 철썩 같이 믿고 있던 나에게 있어서, N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 없는, 그리고 도무지 내가 상상하던 그 여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척 평범한 여자였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녀는 무척 평범한 여자였다.

계란형의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누가 보아도 예쁘게 생겼다고 할 수 있는 카오리의 어머니와는 달리, N은 살집이 제법 있는 둥그런 얼굴의 소유자였으며, 쌍꺼풀이 없는 두 눈은 옆으로 찢어져서 약간은 밉상인 얼굴이었고, 턱이 약간 앞으로 돌출했는지, 조금은 커다란 하관을 가지고 있는, 그저 주위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여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조금 살집이 있는 몸매였기 때문에 가슴은 제법 크다고 할 수 있는 정도였는데, 마찬가지로 허리에도 두툼한 살집이 잡혀 있었기에 그다지 근사하다고는 할 수 없는 몸매였다.

내가 N을 접한 것은 사진과 영상이 전부였고, 게다가 커다란 카오리 옆에 서 있는 사진을 주로 봤었기 때문에, N의 체격에 대해서는 제대로 가늠하기가 힘들었는데, 조금 작아 보인다는 내 말에 카오리의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을 해주었다.

“키가 무척 작은 여자였어요. 아마 백오십 정도. 아니, 어쩌면 백오십도 되지 않을지 몰라요.”

키가 작다는 것이 비록 흠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내가 여태껏 상상한 대단한 미인상과는 상반된 내용이기 때문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녀가 섹스를 즐기는 영상을 봤을 때는, 그녀에게서 풍겨지는 그 색기가 영상에서도 여실히 전해졌기에 어느 정도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지만, 그래도 카오리의 어머니 같은 대단한 미인을 제끼고 그 ‘아저씨들’을 모두 빼앗아간 여자라고 하기엔 아무래도 부족하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 이야기에 있어서 중요한 구심점이 되는, 이 N이라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빠뜨릴 수가 없다. 이 이야기의 흐름에 있어서 그녀가 결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후에 벌어지게 되는 사건들, 그러니까 카오리와 나, 그리고 카오리의 어머니와 내 아내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선, N에 대하여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N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물론 이 이야기들은 카오리의 어머니가 나에게 해준 이야기들과 이후 카오리에게서 들은 이야기들, 그리고 거기에 내 생각과 추측들을 덧붙여서 완성된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5년 전으로 거슬러 가야 한다. 카오리는 14살이었고, 그리고 그때 N은 스무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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