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부 (9/17)

9부

퇴근 후 집에 들어왔을 때, 아내는 없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내는 받지 않았다. 수없이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아내는 받지 않았다. 문자메시지에도, 카톡에도, 아내는 답장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떨리는 손으로 나는 카오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카오리도 전화는 받지 않았다. 나는 다시 걸었다. 받을 때까지 걸겠다는 심정으로 나는 그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다. 나도 바보는 아니니까, 아마도 카오리와 함께 있으리란 걸 나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를 받은 것은 카오리의 어머니였다. 내 또래의 여성으로 짐작되는 목소리가 전화를 받길래 나는 단번에 그의 어머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그녀가, 아들의 인터넷 닉네임인 ‘카오리’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말이 잘 통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어렵지 않게 내 의도를 이해해주었다. “사모님께서는 지금 여기에 계십니다.” 하고 그녀는 아주 단순 명료하게 대답해주었다.

“거기 있다고요? 역시 그랬군요. 지금 뭐하고 있습니까?”

“아들과 함께 방안에 있습니다.”

“방안에서요? 뭘 하고 있는 겁니까? 그것 보다 제 아내는 무사합니까?”

“예. 무사하십니다.”

나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아내가 집에 없는 것은 카오리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카오리를 생각한 것은 아내와 그의 섹스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로나 무엇 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그에게 알 수 없는 적대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는 이유가 훨씬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 적대감 때문에, 나는 도무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알 수 없는 적대감과 다가갈 수 없을 것 같은 그 거리감,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그런 것을 계속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질투가 아니었다. 이 적대감과 거리감에 대해서는 앞에서부터 줄곧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 감정들을 질투라고 이해하면 곤란하다. 이제는 내 아내의 성애에 있어서 카오리가 나 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었지만, 이것에서 느껴지는 질투심은 방금 말한 적대감과 거리감과는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잘은 설명할 수 없지만, 이 적대감과 거리감은 카오리라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아내가 무사한가, 나는 그것을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고맙습니다. 카오리의 어머니 되시는군요?”

“맞습니다.”

“아무튼 무사하다니 다행입니다. 저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아내에게 전해주십시오.”

그렇게 전화를 끊은 후 나는 찜찜한 기분으로 침대에 누웠다. 아내가 없는 집은 고요했다. 이 집에 혼자 있는 것이, 어쩌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쓸쓸했다. “남녀의 섹스라는 건 언젠가 질리기 마련입니다.” 라고 나에게 이야기했던 카오리의 목소리가 문득 떠올랐다. 아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아무런 생각 없이 동물처럼 본능에 의해서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러한 생각을 하다가 잠들었던 것 같다.

다음 날이 되었을 때도, 이 찜찜한 기분과 쓸쓸함은 더욱 커져가고 있었기에, 나는 회사에서도 시간만 생기면 아내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수상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 바로 이때부터였다. 결국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에도 아내가 집에 없는 것을 확인했을 때, 나는 이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었다.

내 아내와 카오리에게 나는 정신 없이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그들은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수십 번 가량 전화를 걸었을 때, 그의 어머니는 어제 그랬던 것처럼 마지 못하겠다는 듯이 전화를 받는 것이었다.

“어제 전화를 걸었던 그 사람입니다. 제 아내, 아직도 거기에 있죠?”

“예. 그렇습니다.”

“여전히 방에서 둘이 섹스를 하고 있답니까?”

그러나 카오리의 어머니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다그칠 생각이 없었다. 당장 찾아갈 테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카오리의 어머니는, 주소를 알려주는 것을 주저할 줄 알았지만 그러나 의외로 순순히 주소를 알려주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주소를 불러주었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 나는 당장 차를 몰고 그곳으로 향했다.

카오리의 집은 작은 원룸이었다. 공장들이 밀집한 공단 지역이었고, 그 공단 옆으로 다세대 주택들이 밀집한 그런 동네였다.

동남아인 그리고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자들이 무리를 지어 거리를 걷고 있었고, 그들을 위한 작은 가게들이 즐비하다는 것이 인상적인 동네였다.

주차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나는 카오리의 집을 확인했음에도 그 앞에 차를 대지 못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야 했다. 카오리의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몇 번이나 그런 외국인 노동자들을 지나쳤는데, 나로서는 생소한 경험이라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어쨌든 그의 집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주소를 가지고 그의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간 그의 집에서, 나를 맞이하는 것은 바로 카오리의 어머니였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는, 어머니가 아니라 카오리의 누나가 아닌가 싶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젊은 여성이 현관문을 열고 나에게 인사를 하길래, 차마 그녀가 카오리의 어머니일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목소리를 듣고서야 나랑 통화를 했던 카오리의 어머니란 것을 알 수 있었지, 외모만 봐서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카오리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그의 어머니는 내 아내와 비슷한 또래가 분명했다. 차이가 나 봤자 두세 살 정도 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3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적합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내 아내에 비해서, 카오리의 어머니는 20대 초반이라고 해도 모두가 믿을 정도로 무척 앳된 외모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부드러운 머리결은 곱게 뻗어 가슴팍까지 내려와 있었고, 피부는 투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하얗고 깨끗했다. 여자치곤 꽤 장신이었는데, 아마도 키는 170 정도로 추정되었다.

그녀는 면으로 된 하늘색 핫팬츠 와 핑크색의 나시티를 입고 있었는데, 아마도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인 듯싶었다. 몸매를 확연히 드러낼 수는 없는 옷이지만, 그러나 핫팬츠 아래로 길게 뻗은 두 다리와 나시티 옆으로 드러난 그녀의 가녀린 두 팔은, 마치 모델을 방불케 할 정도로 늘씬한 체형을 과감하게 자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비교적 마른 체형이었으므로 가슴이 조금 작아 보이는 것은 흠이었지만, 그러나 골반이 큰 편이었고, 두툼하게 살이 뭉쳐 있는 히프는 제법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 보다 깜짝 놀란 것은 그녀의 얼굴이었다. 투명한 피부 덕분에 더욱 미인으로 보이는 효과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커다란 두 눈, 가녀린 눈썹, 계란형의 얼굴, 그리고 오똑한 코와 도톰한 입술은 우리가 알고 있는 청순한 미인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 취향대로만 말하자면, 대단한 미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전화를 드렸던 사람입니다.” 하고 나는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생각 보다 너무나 미인이었기 때문에 나는 긴장이 잔뜩 서려 있는 말투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그녀는 어딘가 불편한 듯이 표정이 없는 얼굴로 내 인사에 화답해주었다. 마치 아픈 사람처럼, 아무 표정이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 또한 도도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새벽 한 시였다. 나는 늦은 시간에 방문을 하여 죄송하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새벽 한 시라는 그 시간은 내 아내가 집을 나간 지 40시간이 지난 시각이었다고 한다.

그것을 알게 된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카오리 어머니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을 때, 카오리와 내 아내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섹스를 즐기고 있었다. 카오리는 똑바로 누워 있었고, 내 아내는 그 위에 올라타서 골반을 마구 흔들어대며 카오리의 페니스를 음미하고 있었다.

마치 마약에 취한 사람 같았다. 뭐에 홀한 사람처럼 눈에 초점이 없었다. 신음 소리도 기어들어갈 정도로 작았다. 허밍을 하듯이 ‘음, 음…’ 하고 나지막이 소리를 낼 뿐이었다. 내가 방안에 들어온 것도 모르는 듯 했다. 잔뜩 풀어진 눈을 해가지고 골반을 이리저리 돌려대며 섹스를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40시간이란 것을 알게 된 이유는 바로 카오리 어머니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어제 아침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저러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제 아침 9시 정도에 왔다고요? 그럼 40시간 아닙니까? 40시간 동안 쉬지 않고 저러고 있다는 말인가요? 그게 말이 됩니까?”

“계속 저러고 있던 건 아니었고… 졸리면 잠을 자기도 하고… 물을 마시기도 하고… 빵을 먹기도 했어요.” 하고 카오리 어머니는 어딘가 자신 없는 태도로 대답을 했다.

요컨대 잠을 자고 밥을 먹는 시간 말고는 계속 섹스를 즐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밥을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대충 빵으로 허기만을 달래고 다시 박아대었다고 한다. 화장실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바닥에는 어떠한 액체로 흥건했는데 저게 다 저 두 사람의 소변이라는 것이었다. 소변을 배출 할 때면, 그것을 바라보며 둘 다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그리고 다 싸고 나면 다시 섹스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불에는 핏자국도 있었는데 (카오리의 집에는 침대가 없었다.) 그 피는 저 두 사람의 것이라고 했다. 내 아내가 카오리에게 맞아서 피를 흘리기도 했고, 카오리의 그 거대한 것이 아내의 질을 찢어버릴 듯이 압박했기 때문에 아래로 피가 흐르기도 했고, 계속해서 사정을 하는 카오리의 페니스에서, 어떨 때는 피가 나오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믿을 수가 없는 광경이 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이제야 되어서야 카오리를 내 아내에게 소개해준 것을 후회하였다.

남다른 성욕을 가지고 있는 내 아내에게 나는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던 것이다. 근친상간을 통해 태어나 근친상간으로 성에 눈을 뜨고, 그렇게 비정상적인 성생활을 하며 성장을 한 카오리 같은 위험 인물을, 내 아내처럼 지나치게 성욕이 강한 여자에게 소개를 해준 것이 나의 실수였다. 카오리에게서 그의 비정상적인 가족사를 들었을 때 나는 이 관계를 끊었어야 했던 것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 사람의 만남을 필연이라고, 나이 차이는 제법 나지만 비슷한 부류의 비슷한 욕구를 가진 사람끼리 잘 만났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저 여자와 가정을 꾸리고 있는 나로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카오리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막연히 후회를 하고는 있었지만, 그를 향한 나의 적대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시간을 끌었던 것이 결국 이러한 결과를 낳게 된 것이었다.

나는 이제야 이 만남을 허락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였다.

두 사람은 내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계속 즐기고 있었다. 카오리는 지쳐 있었다. 저 남자가 지친 것을 나는 처음 보았다.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얼굴은 바싹 말라서 광대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아내는 그 풍만한 엉덩이로 카오리의 골반을 꾹꾹 눌러가며 카오리의 페니스를 자신의 질 속에 계속 넣어서 돌리고 있었고, 그것으로 인한 쾌감으로 계속 신음을 하며 자신의 유방을 쥐어짜고 있었다. 내가 바로 한 걸음 옆에 있는데도 그들은 내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멍한 표정으로 일어서서 그들의 행위를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였다.

카오리의 어머니가 갑자기 내 곁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내 눈 앞에 빤히 서더니, 나에게 점점 다가와서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내 아내의 이상한 모습을 목격한 뒤로 내 정신도 제 정신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녀는 키스를 하고, 그리고 내 목을 핥더니, 손을 뻗어 내 페니스를 바지 위로 만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카오리 어머니와 나의 정사가, 그들 곁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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