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부 (8/17)

8부

아내는 담담하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그리고 왜 이런 걸 신경 쓰냐는 듯이 “한동안 섹스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만족했어.” 라고.

그러나 그 말은 거짓말이었다. 그 말을 했을 적에는 진심으로 그런 말을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런 기분이었고, 큰 만족을 얻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자위를 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욕구를 다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한동안’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곧바로 욕구에 몸부림쳤다. 섹스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만족했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오리가 우리 집을 다녀간 그 다음 날부터, 그러니까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아내는 여전히 꺼지지 않는 정욕으로 괴로움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퇴근을 하고 내가 집에 들어왔을 때, 아내는 얼마 전 구입한 커다란 딜도로 자신의 아래를 마구 쑤셔대고 있었다. 잦아드는 듯한 묘한 신음이 방안을 울리고 있었다. 늦은 밤이었다. 바쁜 업무로 인해서 이 시간이 되어서야 나는 겨우 집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내 몸은 무척 지쳐 있었고, 핑계라면 핑계지만 도저히 섹스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딱히 아내도 나의 삽입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침대 위에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아내의 입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었고, 아내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규칙적인 손놀림으로 인해, 아내는 침대 위에서 위아래로 살짝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딜도를 잡은 손은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서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찌걱찌걱하는 소리가 그곳에서 들려왔다. 침대의 시트가 적셔질 정도로, 그녀는 아래로 많은 애액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마 새벽까지 그렇게 자신의 아래를 사정없이 쑤셔댔던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아내는 내가 출근하는지도 모르고 정신 없이 잠들어 있었다.

물론 나는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며, 카오리가 우리 부부의 생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카오리라는 남자를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겨우 그 정도 생각을 그제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것이 나의 착오였다. 아내는 이미 카오리와 내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은 것은 바로 그날인 듯싶었다. 내가 먼저 잠들고, 둘이 안방에서 섹스를 즐겼던 그날 새벽, 바로 그때였던 것 같다.

그래서 아내는 카오리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새벽까지 딜도로 자신의 아래를 쑤셔도 소용이 없었고, 아침부터 팬티를 잔뜩 적시며 누군가의 페니스를 받아들이기 위해 애액을 분출하는 자신의 몸을 보며, 이제는 견딜 수 없겠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다 밝혀졌을 때, 아내는 나에게 잘못했다고 빌며 이렇게 말을 했다. “내 몸이 그 사람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어. 그 사람을 얻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라고.

그래서 아내는 카오리를 불렀고, 카오리는 정오가 되기 전에 우리 집을 다시 찾은 것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카오리를, 아내는 가만 두지 않았다. 그가 집으로 들어오자 마자 아내는 카오리의 바지와 팬티를 아래로 내리고, 카오리의 페니스를 미친 듯이 빨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마 그때의 내 아내는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성이 결여되어 있었을 것이다.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하게 하고 사막에 며칠 동안 버려진 사람에게, 방금 막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음료수를 건네주었을 때, 자신이 인간임을 잊어버리고 미친 듯이 그 음료수를 마시는 그 모습, 그때 내 아내의 모습은 삶을 위한 인간의 그런 본능과도 같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아니면 죽어버릴 것 같다는 그러한 간절함이 아내를 지배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카오리는 그런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너 정말 나를 원하고 있구나.”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말했을 것이다. 물론 내가 이 사정들을 모두 전해 들었을 때, 이렇게 자세한 대사까지 전해 듣지는 못했지만 카오리의 평소 행동으로 봤을 때 충분히 그랬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자기 보다 한참 아래의 것을 대하는 듯한 그러한 자세, 내가 그 후 수없이 봤던 그런 모습을 그때도 보여주었을 것이라는 건 나로서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둘은 곧바로 섹스를 시작하였을 것이다. 훗날 아내는 이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길, 카오리의 페니스가 자신의 아래로 깊이 삽입되었을 때, 그 거대한 페니스가 자신의 질 속을 아주 뜨거운 기운으로 가득 채웠을 때, 정말로 빈틈 없이 질의 내부가 약간 좁다고 느껴질 정도로 질을 꽉 팽창시키며 그 안으로 들어왔을 때, 아내는 이제야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 정도였고, 그래서 울분을 토하듯이 신음을 내뱉었다고 한다. 그동안 그렇게나 기다리고 있던 그 짜릿함과 황홀한 쾌감이 온몸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를 자극시키고 도취시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카오리는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기고만장해졌다고 한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겼습니다. 저한테 가장 흥미로운 순간입니다. 바로 그때 말입니다. 여자가 내 물건을 원하는 나머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려고 하는 바로 그때 말입니다. 그럴 때면 저는 장난을 치고 싶어집니다. 아니, 장난이라기 보다는 더욱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은 겁니다. 그런 여자를 가지고 놀면서 말입니다. 여자란 어차피 이 정도의 존재라는 것을 또 다시 확인하고 싶은 것입니다.” 하고, 카오리는 그때를 회상했다.

그래서 카오리는 아내를 가지고 놀았다고 한다. 거실로 들어와서 소파에서 열심히 박아대며, 눈이 풀리고 침을 질질 흘리며 쾌감에 몸부림을 치고 있는 내 아내를 보며, 그는 그 모습을 재미있게 여긴 것이었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럴 수 없었겠지만, 그는 내가 없기 때문에 주인 없는 집에 와서 주인의 소유물을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카오리는 갑자기 섹스를 중단하고, 자신의 페니스를 내 아내의 몸에서 빼버린 것이었다.

아내는 화들짝 놀라며 카오리를 바라보았다. 페니스를 갑자기 빼길래, 체위를 바꾸는 것인 줄 알았는데, 카오리는 이상하게도 아내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실실 쪼개며 아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게 그렇게 좋아?” 하고 카오리는 자신의 물건을 툭툭 건드리며 내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단단하게 발기되어 하늘을 향해 치솟은 카오리의 페니스는, 카오리가 툭툭 건드리자 마치 거꾸로 매달아둔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들거렸다.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카오리는 성에 차지 않았다. “이제 이게 나를 무시하네. 내가 묻는 데 소리 내서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여?” 카오리는 순간 인상을 잔뜩 구기며 아내를 노려보았다.

“그래. 그게 너무 좋아.” 하고 아내는 기어들어가는 소심한 목소리로 다시 대답했다.

“반말하지마. 난 여자가 나한테 반말하는 거 기분 나쁘니까.”

아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래요. 좋아요.” 하고 말을 했다. 이때 아내의 모습은 주인에게 얻어 맞을까 봐 잔뜩 쫄아버린 강아지의 모습과 흡사했다고 한다.

여자가 자신에게 반말하는 것이 기분 나쁘다는 것, 자기 보다 훨씬 나이 많은 여자라 하더라도 여자가 자기와 맞먹으려고 하는 것은 불쾌하다는 것, 이것에 대해선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그의 어머니와 카오리와의 관계, 그리고 그 이전에 카오리의 아버지와 카오리의 어머니와의 관계, 바로 그것부터 이어져 온 이 집안의 여성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지금으로선 지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카오리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여성들에게 이와 같은 여성상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내 아내에게도, 그가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늘 한결 같았던 것이다.

“그럼 기어봐.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네 발로 기어가봐. 동물처럼. 그러면서 박아달라고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어봐.”

“왜 이러는 거야?”

“반말하지 말라니까.”

“왜… 왜 이러는 거예요?”

“내 맘이야.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넣어주지 않을 거야. 하기 싫으면 네 남편한테나 박히던가. 난 내 말 안 듣는 여자 필요 없으니까.”

아내는 머뭇거렸다. “정말 꼭 이래야 하는 거예요?” 하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질문이 카오리의 마음을 뒤틀리게 하였던 것인지, 카오리는 갑자기 바지를 입으며 밖으로 나가버리려고 하는 것이었다.

아내는 온몸을 날려 카오리를 막았다. 잘못했다고 두 손을 모아 빌었다.

훗날 두 사람은 나에게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폭력은 없었다고 하는데, 나는 그 말은 믿지를 못하겠다. 내 생각에, 아마 이 시점 정도에서 카오리는 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했을 것 같다. 분명할 것이다. 확실치는 않지만, 그래도 내 생각이 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자가 감히 남자에게 왜 이래야 하냐고 반항하는 것은, 카오리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건 두 사람은 나에게 말을 하길, 폭력은 없었다고 했다. 나도 그것을 따지지는 않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아내는 카오리의 종이 되어서 몇 시간 동안 카오리의 명령에 따랐다는 것이다.

네 발로 거실을 한 바퀴 돌라고 해서, 카오리의 마음에 들 정도로 제대로 돌았다면, 상을 주겠다는 식으로 그대로 몇 차례 박아주는 것이었다. ‘상으로 받은 섹스의 쾌감은 일반적인 그것 보다 더욱 짜릿했다’ 고, 훗날 아내는 나에게 말해주었다.

엎드려서 거실을 기어 다닌 것 외에, 또 어떤 것을 했냐고 물었지만 그 두 사람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장 처음 했던 그것은 기억이 나지만, 그 뒤로는 워낙 많은 것을 하고, 그날부터 쭉 그런 짓을 해왔기에 하나하나 다 기억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략 추측은 되었다. 카오리는 SM을 즐기는 사람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네 발로 기어 다니라는 것 역시 도그플이라고 불리는 그런 것과 대체로 흡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을 즐겼느냐가 아니고, 그런 식으로 카오리가 내 아내를 자신의 아래에 확실히 두었다는 것에 있다. 자신을 향한 그 처절한 욕구의 중독성을 더욱 확고히 했다는 것에 있는 것이다.

“그때 선생님의 아내분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에도 그랬지만 그날 저는 분명히 확신했습니다. 그날 저와 아내분은 여덟 시간 정도 섹스를 즐겼습니다. 말씀 드린 그런 장난을 치느라고 시간을 많이 허비하긴 했지만, 아마 제 페니스가 아내분의 질 속에 들어가 있던 시간만 따지더라도 족히 여섯 시간 정도는 되었을 것입니다. 이건 대단한 것입니다. 이렇게 오래 제 페니스를 견디는 여자는 처음 만난 것입니다. 제 어머니도 서너 시간이 고작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여자라면 한 시간만 박혀 있어도 아프다고 난리였습니다. 이 여자라면, 어쩌면 내가 원하는 궁극적인 섹스를 즐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라고 카오리는 그날을 회상했다.

그날 역시 나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올 수 있었는데, 내가 집에 들어왔을 때, 아내는 안주 없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식탁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내가 화들짝 놀라 물었더니, 아내는 아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여자는 아무 이유 없이 외로워질 때가 있는데, 그저 그런 것뿐이라고 말했다. 싱긋 웃으며 “걱정하지마. 자고 나면 괜찮아지니까.” 하고 말을 하길래, 나는 아내를 꼭 안아주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다 밝혀진 후 아내가 고백을 하길, 그때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렇게 하루 종일 카오리와 즐겼음에도, 그를 향한 이 더러운 욕구는 여전히 그녀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그런 것이라고 했다. 카오리의 그 거대한 육체에 꼭 안기고 싶은 욕구로 몸이 떨려왔고, 카오리의 그 커다란 페니스를 자신의 아래로 집어넣고 싶어서 참기가 힘들 지경이었다는 것이었다. 카오리의 페니스 만한 딜도로 쑤셔보기도 했지만, 그것은 단지 크기만이 비슷할 뿐 카오리의 것이 주는 쾌감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카오리의 페니스가 가지고 있는 그 단단함과 뜨거움, 도무지 물건 따위로는 대체할 수 없는 그 살아있는 거대한 에너지는 아내의 모든 것을 완전하게 사로잡은 것이었다.

그래서 아마도, 며칠 동안인가 카오리는 우리 집을 들락거린 것 같았다. 그들이 하던 행위는 매번 비슷했다. 카오리 역시 하루 종일 자신의 몸을 받아낼 수 있는 내 아내가 만족스러웠고, 아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이성을 모두 버려버린 채 카오리의 정액받이가 되어, 그를 향해 다리를 벌리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바로 일이 커진 것이었다. 카오리가 아내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내가 가기 귀찮으니까 니가 오라고. 아내는 그 전화를 받자 마자, 주인의 명령을 받은 노예처럼,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듯이 외출 준비를 하고 카오리의 집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외출 이후, 아내는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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