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
아내가 나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어느 중소기업의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매일 같이 밤 열한 시 정도에 일이 끝날 정도로 무척 고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일부러 그렇게 일이 많은 곳을 택해서 입사한 것이라고 했다. 잡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무척 바쁜 상황에 자신을 던져버리면, 몸과 마음이 피로해져서 섹스에 대한 그 탐욕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지. 피곤하다고 해서 그 생각이 나지 않는 건 아니었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마다 섹스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어.” 하고 아내는 그 시절을 회상했다.
그래서 한 번은 큰 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회식 때였다. 커다란 프로젝트를 완수한 기념으로 부서 직원들이 모두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는 자리였다. 두 달 정도, 일요일도 없이 일을 했고, 새벽에 퇴근하는 일도 허다했기 때문에, 직원들은 그간의 스트레스를 술로 풀어대고 있었다.
저녁 여덟 시부터 시작된 회식은 새벽이 되어도 끝날 줄은 몰랐다. 새벽 두 시, 그들은 노래방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룸 안에는 여덟 명 정도의 직원들이 있었다.
그녀는 무척 취해 있었다.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저마다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너무나 취했기에 노래를 부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저 자리에 앉아서 비틀거리거나 캔맥주를 홀짝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중이었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대머리 부장이 옆으로 와서 바싹 다가 앉는 것이었다.
“윤대리, 취했어?” 하고 부장은 능글맞은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걱정하는 척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직원 중 누군가 신나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주 오래된 노래인데, 그래서 누구나 알고 있는 노래였다. 룸 안은 일순간에 광적인 분위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몇 명인가 테이블 위로 올라가 팔짝팔짝 뛰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대머리 부장은 여전히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바짝 그녀 쪽으로 붙었다. 부장의 팔과 그녀의 팔이 바짝 붙어 있었다. 더운 여름이었기에 그들은 반팔을 입고 있었고, 그래서 부장의 피부와 그녀의 피부가 딱 붙어버렸다.
그녀는 술에 너무 취해 그러한 부장의 행동에 대해 어떤 거부감도 표출하질 못했다. 정신이 없어서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 어떤 것인가 제대로 파악하질 못했다.
그때였다. 부장이 손을 뻗어 그녀의 허벅지를 만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검은색의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아주 짧은 스커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앉은 자세였기 때문에 허벅지의 절반 정도는 그대로 노출하고 있었다. 커피색 스타킹 위로 부장의 손이 올려지더니 이내 허벅지를 주물주물 만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부장 이 새끼가 나한테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까부터 잔뜩 젖어 있는 그녀의 몸 남자의 손길이 닿아버리니 그녀는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게다가 허벅지라면 사타구니 근처다. 그녀는 부장의 손이 닿는 순간 몸의 긴장이 일순간 풀어지며 보지의 구멍이 벌렁거리고 그리고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반항을 하지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다. 부장의 손은 결국 스커트 속을 향했다. 그녀의 음부를 스타킹 위로 살짝살짝 만지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만 부장의 어깨에 기대어버렸다. 참기가 힘들었다. 하아하아, 하는 그녀의 흥분된 숨결의 부장의 귀로 그대로 들어왔다.
부장은 자신감을 얻어, 스타킹 속으로, 그리고 팬티 속으로 손을 넣었다.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부장은 보지의 입구를 손가락으로 한 번 훑더니, 이번엔 클리토리스를 문지르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머리는 터져버릴 것 같았다.
이런 대머리 부장에게 내 몸을 줘야 하나, 하는 생각은 여전히 그녀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짜릿한 성애의 쾌감으로 엉덩이를 씰룩 거리며 부장의 손에 농락당하는 것에 푹 빠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가랑이 사이로 가져가서 부장의 손에 덧대었다.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사정없이 짓누르는 부장의 손을, 그녀 또한 꽉 잡은 채로 마구 흔들어대고 있는 것이었다. ‘더 세게 해주세요.’ 라고 요구하듯이.
노래방의 시간이 모두 지나가버리고 그들이 모두 노래방을 나왔을 때, 그녀는 눈이 완전히 풀려버려서 이성적인 판단은 도무지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그저 대머리 부장 옆에 가까이 서서 부장에게 이끌릴 준비만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부장은 길가에다 심하게 구토를 하더니 그대로 쓰러져 버린 것이었다.
직원들은 모두 깜짝 놀라 부장에게 달려갔고, 부장은 너무 취해서 횡설수설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부장의 집을 아는 직원 하나가 택시에 부장을 태우고 부장의 집으로 향했다.
회식은 그렇게 순식간에 끝나버렸고, 그녀는 혼자 남겨졌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미친 듯이 자위를 했지만 자신의 몸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성욕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나를 만나기 두 달 전의 일이었다. 부장은 그로부터 며칠 후 그녀를 불러서 은밀히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려는 듯 했다고 하지만, 그녀는 차갑게 외면했다고 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 척, 무슨 소리냐고 대꾸를 했다는 것이다. 그 후 아내는 나를 소개받았고, 그녀는 나와 결혼을 하면서 그 회사를 그만두었다.
나와의 결혼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나는 곧 마흔을 앞두고 있는 나이였지만 그래도 성적으로 후퇴하고 있지는 않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 처음 한 달 동안, 무려 팔 킬로그램 정도가 빠질 정도로 아내와의 섹스에 몰두했지만, 나 역시 결혼 전 몇 년 동안은 여자구경도 못해본 처지였기 때문에 아내와의 밤이 무척 행복했다.
내 정력이 부족하면 딜도를 사용하면 되는 일이었다. 아내는 그것을 서운해하지 않았다. 드디어 굵은 딜도를 넣어볼 수 있다면서 그녀는 행복해 했다.
그렇게 시작되었던 우리 부부의 성생활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그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었는데 그것은, 삽입섹스를 하는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과 딜도를 사용하는 그녀를 내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일이 흔해졌다는 것이었다.
나는 옷을 모두 입고 침대 옆 의자에 앉아서 그녀를 관람한다. 그녀는 모두 벗고서 딜도를 가지고 자위를 하는 것이다. 나를 빤히 바라보고서,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그리고 나를 향해 다리를 활짝 벌리고서, 그 굵은 것이 쑥쑥 들어가는 광경을 나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부부의 주된 섹스 테마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직접 하는 것’ 보다 ‘구경하는 것’에 더욱 큰 쾌감을 느끼는 내가 ‘초대남’을 부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다만 아내는 심하게 반대하였다.
자신의 ‘기독교적인 성애’에 의하면, 남편과 이렇게 즐기는 것은 아무런 잘못이 아니지만 외간 남자와 즐기는 것은 자신의 양심이 허락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그 마음이 반가웠기 때문에 딱히 고집을 부리진 않았다. 하긴, 처음 보는 남자와 남편 앞에서 섹스를 하는 일은 무척 고된 일일 것이라고, 나 또한 내 나름대로 추측을 할 뿐이었다.
그러나 아내가 딜도로 쑤시는 모습을 계속 바라보면서, 또한 언젠가는 한 달 정도 삽입섹스는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그렇게 관람만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저 딜도 대신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애타게 바라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 한 번만이라도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으로 나는 매일매일을 괴로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간곡히 부탁하였고, 아내는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후의 일은 이 글의 초반부에 적었던 것과 같다.
결국 초대남을 불렀지만, 아내는 제대로 관계를 가지지 못한 채, 도저히 하지 못하겠다며 그를 돌려보냈다. “아무래도 나는 오랫동안 자위만 하고 살아서인지 남자 보다는 딜도에 더 만족하는 것 같아.” 하고 아내는 말했다.
그러나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한 번 더 초대남을 불러보자고 아내가 요구해서 다른 남자를 부르게 되었다. 그 사람과의 섹스는 무사히 끝낼 수 있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럽지는 않았던지 그저 그랬다는 결론만을 얻고 만 것이었다.
이후, 나에게 메일을 보낸 카오리의 사진을 보고, 내가 한 번 더 초대남을 불러보자고 아내에게 권유한 것이고 그렇게 일은 시작된 것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람한 카오리의 페니스가 탐스러워서 내가 적극적으로 그를 우리 집으로 초대한 것이었다.
일단 나의 애초의 계획을 설명하자면, 그저 딜도를 대신할 남자를 구하는 것뿐이었다. 딜도가 그렇듯이, 아내가 그것을 다 사용하고 나면, 다시 서랍 안에 넣어버리는 그런 존재가 필요할 뿐이었다.
그러나 카오리가 그런 역할을 넘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은, 나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당신들도 함께 느끼는 생각일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있어서 카오리의 존재를 두 가지로 생각하였다. 첫째는 카오리가 ‘성능이 지나치게 좋은 딜도’ 라는 것이며, 둘째는 카오리가 아내의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무척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남성’ 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전자라면 나 또한 반길 일이지만 후자라면 내가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나로서는 그 두 가지 중 어느 쪽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카오리가 돌아간 후, 나는 이것을 판단하기 위해 아내를 떠보기도 했다. 카오리의 대한 아내의 감정을 슬쩍 물어본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아내의 대답은 담담했다.
“괜찮은 사람 같아. 특히 어제와 오늘 아침의 섹스는 너무 만족스러웠어. 한동안 섹스를 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했어. 딱 그 정도야. 괜찮은 사람이지만 거기 까지라는 얘기야.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마.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특별한 것을 원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 오늘 아침 보인 행동은 단지, 전날 새벽에 약간 아쉽게 섹스가 끝났기 때문이야. 한 번 더 해서 그 섹스를 마무리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 그 남자가 내 일부를 가져간 것은 절대 아니니 걱정 마. 그 증거로, 난 내일부터 그 남자를 영영 볼 수 없게 되더라도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있어.”
나는 그 대답에 안심을 했다. 그 말을 사실로 믿었기 때문이다.
바보 같을 수 있지만, 정말로 그 말을 믿었다. 카오리가 집으로 돌아간 지 보름 가량이 지났지만, 아내는 카오리를 다시 불러보자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실로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카오리 보고 싶지 않아?” 하고 내가 물어봐도, 아내는 “별로.” 라고 차갑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카오리에 대한 나의 감정,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리감과 적대감 같은 감정들을 모두 접어버리기로 했다. 오히려 카오리를 종종 불러서 함께 즐기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는, 그게 아니라면 또 다른 초대남을 부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아내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차라리 나에게 솔직하게 말했다면 내가 견디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내는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내가 카오리에게 약간의 적대감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다른 무엇 보다, 이 사실이 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카오리 보다, 카오리에 대한 아내의 마음 보다, 아내가 내 감정을 잘 알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나를 바닥으로 주저 앉게 하는 것이었다.
눈치를 채지 못한 내가 바보였다. 카오리가 이 집을 다녀간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아내가 카오리를 찾아갔다는 것을, 나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