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 의외의 거래 (5/12)

5. 의외의 거래

집에 돌아온 나는 내일 학교에 가기 위해 숙제를 했다. 엄연히 내 신분은 고교생이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숙제를 마치고 난 메일을 확인했다.

친구들이 보낸 메일 속에 낯선 아이디가 눈에 들어왔다. 메일의 제목을 보곤 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학교 교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설마 소연이와의 일을 누가 본 것일까?’

하지만 지하실엔 나와 소연이 이외엔 없었다.

‘그럼 혹시 장난인가?’

하지만 메일을 읽은 후 그것은 장난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오늘 방과 후 학교 교회 지하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김철수님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요. 내일 밤 9시까지 교회 지하실로 나오시길....]

난 공포에 빠졌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내 약점을 잡혀 버린 것이다.

하지만 누가? 언제? 어디서? 우리를 보고 있었지?

이 일이 알려지면 난 학교에서 퇴학이다. 그것만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걸로 난 협박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머 되든 안되는 일단 만나봐야 한다!!!!’

결국 난 메일에 적힌 장소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메일에 적힌 시간이 돼서 교회 지하실로 향하였다. 

어둠에 쌓인 교회는 스산한 분위기를 한껏 노출하였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속으로 들어가라.’

라는 말처럼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어쨌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내가 모르는 상대편이니까

지하실에 도착하자 내 두 눈을 향해 빛이 날아들었다.

난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한 체 얼굴을  팔로 가리고 빛이 나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김 철수씨죠!”

빛 너머에서 들려오는 예의 바른 남자 목소리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교회 비밀 지하실은 나 이외에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조심성이 부족했다.

“무슨 일로 날 부른 거죠?”

내 속마음과는 다르게 난 단호하게 물었다.

“자 우선 안쪽 방으로 가시죠”

남자는 날 안쪽 방이란 곳으로 안내했다.

‘지하실 안에 또 다른 방이 있었단 말인가?’

난 적지 않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지하실 벽에 어떤 장치를 그 남자가 누르자 내 눈 앞에 또 다른 방이 나타났다.

내가 들어온 반대쪽에 다시 문이 달려 있었다. 남자는 그 문을 열고 이어지 복도로 걸어갔다. 난 잠자코 그 남자를 따랐다.

복도는 꽤 길었다. 아마 학교 밑으로 이어져 있는가 보다

형광등도 설치되어 과연 여기가 지하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고급 호텔 같은 느낌이 나는 붉은 양탄자에 벽은 검은 목재로 되어있었다.

난 이 지하의 넓이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만든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윽고 복도의 끝에 도착하자 남자는 가슴에서 카드를 꺼내 벽에 달린 리더기에 집어 넣었다. 전자식 카드키였다.

불필요 할 정도의 경비체제.

‘여긴 대체 어디지?’

난 의문을 뒤로 한 체 열려진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바은 특히나 거대했다. 교실 4개나 합친 듯 한 넓은 방에 분위기 있는 조명 장치가 되어있었다. 호화스러운 쇼파와 테이블이 십여개 놓여 있는 홀. 테이블은 이미 만석 상태다.

테이블을 채운 사람들은 여유 있는 자세로 전면의 스테이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눈길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끌렸다.

‘뭐... 뭐지!!!!!’

스테이지 위에선 내 상식을 초월한 쇼가 벌어지고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자가 중앙의 기둥에 손 발이 묶여 있었다.

조명이 빛춰진 하얀 피부엔 구타의 흔적이 만연했다.

아름다운 팔과 다리가 고통에 떨고 있는 모습에 객석에선 기대와 황홀함이 섞이 탄성이 새어 나왔다.

그 탄성을 듣고 스테이지에 있는 다른 여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르노 싸이트에서나 볼 수 있는 선정적인 옷을 입은 여자의 손엔 짧은 승마용 채찍이 들려져 있었다.

촥 촥

채찍은 묶여있는 여자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었다.

“히익....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이 내 귀를 때렸다.

여자의 머리는 반사적으로 흔들리며 긴 머리카락을 나풀거렸다.

객석의 남자들은 그 모습에 조용하지만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여자들의 몸을 손으로 주무르면서 음탕한 짓도 서슴치 않게 했다.

난 처음 보는 외설스러운 장면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순수한 아이들의 배움에 터전인 학교 아래에 이런 비도덕적인 장면이 연출되는 장소가 있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 철수님!!!”

날 안내한 남자의 목소리에 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이쪽입니다!!”

난 가급적 스테이지를 외면한 체 남자가 이끄는 곳으로 갔다.

뒤쪽에선 아직까지 채찍소리와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홀의 끝에 있는 문까지 도착하자 남자는 노크를 했다.

“들어가시죠”

난 시키는 대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한 남자가 나에게 말했다.

‘아마 이 녀석이 날 부른 거겠지!’

조금씩 어두움에 익숙해지자 방안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화려하지 않은 방 가운데 검은 가죽의자에 목소리의 주인공이 앉아 있었다.

“초대에 응해 줘서 고맙네! 철수군. 자리에 앉게나”

이름도 모르는 낯선 남자가 이런 곳에서 내 이름을 부르니 기분이 불쾌했다.

나는 남자가 권하는 데로 쇼파에 앉았다. 하지만 내 눈은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봐서 이 곳에서 이상한 짓을 하는 녀석들은 거대 조직이다.

그것도 뒷 세계의... 그리고 내 앞에 있는 남자가 그 조직의 우두머리 일 것이다.

“나한텐 무슨 일이죠?”

쿵쾅쿵쾅 뛰는 가슴을 접어두고 난 최대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되도록 냉정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아 참 이곳에 오기 전에 쇼는 즐겁게 구경했나?”

남자는 나의 의도를 한 번에 파악했다. 그리고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 자네도 봤듯이 우리 조직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지. 자네가 알기 쉽도록 얘기 하자면 미국의 마피아나 일본의 야쿠자 같은 거지. 규모는 더 크지만.”

역시 내가 예상했던 대로다.

“무기, 마약 밀매에서 인신 매매까지 우리 조직이 손을 뻗치지 않은 곳이 없지. 그 중에서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게 앞서서 자네가 본 쇼라네. 자넨. 자네가 본 쇼가 단순한 쇼라고 생각하는가?”

남자는 날 무시하듯 말했다.

“아까 스테이지에 있는 여자들은 상품일세. 그녀들은 자네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몇 개월간 조교를 받지. 성노예로서 조교를 말이야. 그리고 그것을 원하는 고객은 많아!”

‘밖의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목적은 바로 그 여자들인가?’

난 내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 몸이 저절로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쯤 바깥에선 옥션이 시작되었을 걸세. 이번에 아이들은 꽤 우수하니 낙찰가가 기대가 되는군!!!”

남자는 담배를 꺼내 물며 말을 했다. 독한 담배 연기가 내 코를 찔렀다.

“어째서 이런 이야길 나한테 하는 거죠? 난 평범한 학생일 뿐이에요. 이런거 나한테 이야기 해봤자 당신들에게 득 될게 없은 텐데요!!!”

난 이런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담하게 남자에게 말했다.

조직과 관련해 목숨이 위험해지는. 영화나 소설에서와 같은 일은 겪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는 오만한 웃음을 띄며 날 바라보았다.

“꼭 그렇지만도 않아. 자네가 가진 능력은 지금 우리 조직에 꼭 필요한 것이니까!!”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 이 사람. 내 능력을 알고 있다!!!!!’

“난 초자연적인 현상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네. 그리고 어떤 고서의 존재를 알아채게 됐네. 자네가 가진 그 책의 존재를 말일세.”

여기가 놈들의 아지트라면 당연히 소연이 와의 일을 앞에 남자도 알고 있을 것이다.

‘책이 목적이라면 얘기가 간단해진다. 내 목숨과 바꿀 만큼 그 책은 나에게 중요하진 않았다. 아쉬움이 남겠지만....  나중에 후회는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기까지 생각한 난 남자에게 말했다.

“내가 가진 책을 원하는 거죠? 그렇다면 그 책을 당신께 주도록 하죠.”

난 담담한 척 말했다.

“아니! 그 책은 자네 것이네. 죽을 때까지 자네만 쓸 수 있다네.”

남자는 조용히 말했다.

‘그런가. 악마와 계약하는 동시에 난 책에 묶인 것인가?’

잠시 상황을 정리하고 있을 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자네의 능력은 우리 조직에 꼭 필요한 것이라네.”

그럴 것이다. 내 능력과 그 책만 있다면 원하는 어떤 여자든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여자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돈을 내놓을 사람들이 여긴 많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내가 한 가지 제안을 하지. 자네의 능력을 우리 조직을 위해 써 주게.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네의 능력을 사용해서 여자를 조교한 다음, 우리에게 납품을 해주게.

물론 그만큼의 보수는 지불하겠네. 우리 조직에선 자네 같은 인재를 소중히 여기네. 자네에 안전에 대해선 우리 조직이 지켜 줄 걸세. 또 원한다면 자네가 지나온 지하 조교실도 제공하겠네. 아 걱정 말게나 자네의 조교실은 모니터 하지 않기로 하지. 어떤가 내 제안이?

솔직히 싫지는 않다. 이처럼 큰 지하 조직의 보호를 받으면서 여자를 내 마음대로 조교 할 수 있다니 썩 매력적이 조건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시금 내 안에 있는 어둠의 욕망이 날 부채질하고 있었다. 남자가 내 건 조건에 거부 할 수 없도록 말이다.

“만약 내가 거부한다면?”

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 뱉었다.

“허락을 하든 거부를 하든 그것은 자네가 결정할 일이네. 하지만 우리 조직은 이 학교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네. 또 자네 같은 인재가 다른 조직에 들어가면 우리 조직으로선 그 피해가 막심하게 되지. 결론적으로 자네 신변의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게 될걸세.”

말은 돌려서 하고 있지만 다른 조직에 들어갈 바에야 날 죽이겠다는 협박이였다.

이렇게 되면 내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좋아요. 그 제안에 따르도록 하죠!”

난 마지못한 허락 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 더없이 기뻤다.

“잘 생각했네. 지금부터 자네는 우리 조직의 중요한 인원일세. 또 자네가 하는 일에 우리 조직은 적극적으로 지원할 걸세. 마지막으로 내 자네에게 조그마한 선물을 주지.”

남자는 그렇게 말을 한 후 일어서서 뒤에 놓인 책장으로 가 한 권의 책을 꺼내왔다.

“우연한 경로로 내 손에 들어왔지만. 이 책은 내게 있어 무용지물이네. 아마 자네가 가진 책과 관련이 있는 듯 하니. 이 책을 자네가 가져가 사용하게.”

난 그 남자가 내민 책을 받아들었다.

보라색 가죽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내가 가진 책과 색깔만 다를 뿐 표지의 도형이나 금박을 입힌 글자까지 똑같았다.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자네가 가진 붉은 색 책은 20세 미만의 여성을 출현 시키는 책일걸세. 그리고 방금 자네가 받은 책은 20세 이상의 여성을 출현시키는 책일세. 내가 알아낸 것은 이것밖에 없으니 가져가 자네가 더 살펴 보게나. 이것으로 우리의 거래는 성립한 것이네. 아참참! 내가 잊을뻔 했군. 의뢰의 내용은 자네의 메일로 보내겠네. 자네의 능력을 이용한 조교를 하는 짬짬이 시간을 내서. 마음에 내키는 걸로 해주게. 물론 자네에게 강제로 시킬 생각은 없네. 메일의 의뢰는 자네가 하든 말든 자네의 자유 의사에 맡기겠네.”

이것으로 거래는 성립되었다.

‘조교라.... ’

난 묘한 흥분에 가슴이 뛰었다.

난 갑자기 생각난 듯이 남자에게 말했다.

“어제 나의 일을 찍은 비디오나 사진이 있죠? 그것을 저에게 줄 수 없나요?”

여자를 조교하려면  그 여자에 구속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를 테면 약점같은 것 말이다.

“알았네. 지금 가져 오라고 하겠네.”

남자는 전화기에 대고 내가 말한 것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잠시 후 날 안내한 남자가 봉투를 들고와서 나에게 넘겨 주었다.

“그럼 전 돌아가겠습니다. 다음에 뵙도록 하죠.”

난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는 왔던 길을 되집어 갔다.

스테이지에서는 다른 여자가 나와 낯뜨거운 쇼를 하고 있었다.

난 그 곳을 뒤로한 체 흥분에 휩싸여 집으로 돌아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