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의 댓가눈을 감은 아내의 모습은 물론 아름답지만...
눈을 뜬 아내의 모습은 아름다움의 완성이다.
스크린내부의 하얀방...그 중앙의 침대위에서,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잠들어 있던 아내는 그렇듯 완성된 아름다움으로 깨어났다.
처음 눈을 뜬 아내는 상황파악이 안되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지금의 상황을 어찌 꿈엔들 상상했을건가.
조일훈이라 불리우길 원했던 남자는 말없이 아내의 얼굴을 내려다 보기만 한다.
꿀꺽....
난 저절로 마른침을 삼켰다.
극도의 긴장감
처음..멍하니 눈앞의 남자를 보던 아내의 동공에 점점 커져간다.
드디어 어렴풋하게 나마 놓여진 상황을 눈치채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조금의 움직임도 없다. 다만 완전히 굳어진채 멍하니 남자만 볼뿐...
“너무 애쓰지 마십시오. 아직 중추계의 마취가 덜풀어진 상태입니다. ”
정적을 깬건 남자였다.
“그러니 아무리 노력하신다 한들 손가락 끝마디 조차도 거동시킬수 없을 겁니다.”
“...으...으으....”
아내의 놀라 부릅뜬 눈으로 애써 무슨 말인가를 던지려 했으나.... 마취탓인 듯 목소리대신 작은 신음성이 힘겹게 기어나올 뿐이었다.
“쉬이....”
남자는 가볍게 자신의 가운데 손가락으로 아내의 입술을 덮었다.
“그냥 쉬고 계세요. 대화조차 쉽지 않은 상태니까...”
“.......”
“말씀하지 않으셔도 뭘 묻고 싶은지 알고 있습니다. 우선 세가지가 궁금하시겠죠.
여기가 어디냐는 것과...왜 님께서 이곳에 있냐는 것...그리고 눈앞의 낫선 남자가 누구냐는 것...“
“.....”
“쉽게 풀어드릴수 있는 의문이지만...그건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죠. 우선 우리는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대화를 나눠야 하니까...”
남자...일훈은 나직한 목소리를 갈바람처럼 날리며 동시에 손끝으로 가볍게 아내의 가슴을 쓸어보였다.
“...!!!”
순간 아내의 동공은 더욱 커졌다. 비로서 자신의 처지를 완전히 깨닳은 것이다.
-------------알몸....!
하지만 남자는 아내의 반응따윈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 했다.
아내의 가슴과 이어진 능선을 지나던 남자의 손길은 천천히 거둬졌다.
“흔히들...아름다움은 흉내낼수 있는거라고 믿죠. 하긴...아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남자는 아내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비록 불행하게도 부인과 같은 미모를 타고나지 못한 여자라 할지라도...비슷한 윤곽의 두상만 지니고 있다면 흉내낼수 있겠죠. 일억에서 일억오천 정도의 자본이 소요되겠지만...”
“....”
“몸매 역시 마찬가지죠.”
남자의 눈길은 투명한 빛으로 아내의 전신을 훑어간다.
“안정된 골격만 지니고 있다면 수년간의 다이어트와 헬스...약간의 외과적 수술을 통해 부인과 같은 완벽한 몸매를 흉내낼수 있을테고....”
“...........”
“머리결은 몇가지 약물과 유능한 헤어디자이너의 도움이면 해결될테고...”
아내의 머릿결을 감탄하듯 쓰다듬던 남자의 손길이 갑작스럽게 아내의 치부를 향해 건너간다. 그리곤 아내의 굳게 닫힌 허벅지의 틈위에 무덤의 잔디처럼 솟아나 있는 아내의 체모를 손가락 몇 개를 오무려 쓰다듬어 올렸다.
“체모 역시 디자인이 가능할테죠....깍고...다듬고...최고급 트리트먼트의 효능으로...”
순간 지금껏 미동조차 하지 못하던 아내가 드디어 반항을 시작했다.
아내의 피부 전신에 일제히 소름이 돋아 오른 것이다.
그건 지금 아내의 처지가 할수 있는 최선의 항거였다.
남자 역시 아내의 변화를 눈치챈 듯 가볍게 혀를 찼다.
“쯧쯧쯧....”
그리곤 아내의 왼쪽 허리 능선의 어느 지점을 엄지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눌렀다.
순간 굳어 있던 아내의 몸이 움찔하더니...동시에 마치 마법처럼 피부 곳곳에 돋아있던 항거의 물결이 일제히 수그러져 버린다.
“인둔혈이에요...인체 곳곳에 숨어 있는 자극점중 하나죠...”
어느새 내 옆에 앉아 화면을 보면 그의 아내가 던진 말이었다.
“인간이..특히 여성이 얼마나 많은 자극점을 인체에 지니고 있는지 아신다면 아마 놀라실걸요...? 어찌보면 여성의 몸은 오직 섹스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어쩐지 끈적한 목소리였으나 내 귀를 홀리진 못했다. 모든 오감이 오직 스크린을 향해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스크린의 화면은 3개로 분할되어 있었다. 질린 듯한 아내의 눈과....무표정한 놈의 얼굴...그리고 아내의 전신으로...
한쪽 화면 가득 지배하는 놈의 눈은 투명할 만큼 차가웠다.
그건 자신감을 의미했다. 한동안 침묵으로 아내의 주시하던 놈은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말입니다...그건 착각입니다. 흉내는 흉내일뿐 그 한계는 어쩔수 없죠. 진품과 이미테이션이 겉모양은 같으나 결코 동등한 품위를 지닐수 없듯...
“....”
“명품은 명품입니다. 아무리 수많은 돈과 노력을 쏟아부어도 결코 같아질순 없습니다. 훈련된 감정사의 눈에 들어온다면...슬쩍 훑어지는 걸로도 금방 정체를 드러내죠. 가령....여체를 비유한다면...”
순간 분할된 화면 하나가 아내의 눈을 비췄다. 화면엔 흑백의 윤곽이 뚜렷한 동공으로 가득찼다.
“그 첫째는 눈입니다....흑과 백이 뚜렷하며...동공의 투명함이 마치 수정과 같은 눈...그건 진품만이 가질수 있는 훈장입니다.”
화면을 다시 하나로 변했다. 이번엔 아내의 전신을 가득 담아서...
“두번째는 피부입니다...”
놈의 손길은 다시 아내의 몸으로 향했다. 그리곤 가슴과 복부로 이어지는 능선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윤기와...탄력...뚜렸하되... 결코 탁하지 않는 빛깔... 아무리 비싼 약품을 처바른다해도...아무리 성형술이 고도로 발달한다해도...비슷하게조차 흉내내어 질수 없죠...마지막으로...”
말을 이으며 아내의 몸을 쓸어가던 놈의 손길은 허벅지와 허벅지가 이어진 바로 그곳에 도착하자 천천히 다시 거둬졌다. 그러나 그건 해방이 아니었다. 이번엔 허리를 숙여 아내의 삼각주에 코를 들이미는 것이었다. 그리곤 천천히 숨을 빨아들이며 말을 이었다.
“향기....이거야 말로 명품의 자존심이자 진정한 완성입니다. 완벽한 피부...완벽한 눈동자는 백만의 하나....그러나 향기는....천만명을 뒤져도 찾기힘들죠...명품 중에 명품...그 찬란한 완성.....”
놈의 목소리는 마치 술에 취한 듯 흐느적 거렸다. 그건 놈이 표할수 있는 감동의 최고점이었다.
하지만...그건 다만 단순한 감동의 표현일뿐....놈의 목적은 아니었다...
그걸 증명하듯 한동안 아내의 향기를 음미하던 놈은 천천히 허리를 다시 일으켰다.
또한...허리 오름에 따라 놈의 동공은 다시 차가워 졌다.
예전보다도 훨씬더...
그건 비로서 놈의 의중에 있는진정한 공격을 시작하겠노라는 무언의 선전포고였다.
하얀 스크린 안의 하얀방...
그 중앙을 점령한 하얀 침대위에...아내는 하얀 나체가 되어 하얗게 누워 있었다.
그러나...불행하게도 스크린의 주인공은 아내가 아니었다.
“흔히 진실은 마음에 있다고 말하지만...그건 육체에 관해 무지하였기 때문에 벌어진 우설입니다. 육체야 말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참다운 잣대니까요.”
검은 슈트의 남자...일훈은 아내의 하얀 나신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쓸며 차분히 말했다.
놈의 손길이 지나간 아내의 육체는 온통 소름으로 덮혀 가고 있었다.
다시금 아내의 항거가 시작된 것이다.
“싫으실 겁니다. 당연하죠. 누군들 생전 처음보는 낫선 이성의 눈앞에 나신으로 해체됨을 즐길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이렇듯 강하게 반항함은 당연한 노릇이겠죠. 그러나 말입니다...”
남자는 말꼬리를 흘리며...아내의 가슴언저리를 쓸어가던 손끝으로 아내의 유두를 슬쩍 쥐어보인다.
그러자 아내의 몸을 가득 하던 소름은 씻은 듯 사라져 버렸다.
“이렇듯...육체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진실은 때론 그 주인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합니다.”
목적을 이룬 손끝은 다시 허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러나 분명한건...진실은 어쨌든 진실이라는 거죠...”
짝....!
허공을 오르던 남자의 두손바닥이 서로 마주치며 강한 마찰음을 울렸다.
동시에 그것을 신호로 한 듯 사방의 하얀 벽면들이 일제히 열렸다.
사라진 벽 대신 나타난건 하얀벽과 정확히 대응되는 검은 액정 모니터였다.
“그것이...비록 뼈를 저미는 고통을 동반한 진실일지라도.....”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일제히 모니터가 켜졌다.
그리고 모니터에 가득 나타난건 한명의 남자와 세명의 여자가 알몸으로 뒹구는 뜨거운 혼음의 현장이었다.
--------저건....!!!
화면속의 남자...
세명의 나부가 품어내는 뜨거운 열락의 소용돌이속에서 쾌락의 화염에 허우적거리는
남자는...
바로....
나였다.
(2)
----꿈이...꿈이 아니었어....!
그렇다.
모니터를 장악하며 온갖 기교로 혼음에 몰두하고 있는 남자 주인공은 분명 나다.
또한 모든 행위가 바로 그토록 현실이 아닌걸 아쉬워 했던 꿈속의 장면과 동일했다.
현실...그 뜨거움은 전부 현실이었던 것이다.
다만 마취의 잔재로 인한 몽롱함이 꿈인 듯 착각케 한것일뿐.
“대단하시던데요...? 초보치곤 아주 좋았어요...”
곁에 기대듯 앉아 있던 미란의 손바닥이 내 허벅지위를 가볍게 오른다.
빈말은 아니리라.
왜냐하면 화면속에서 애널로 내 자지를 점령한채 흔드는 미란의 표정이 그것을 증명하니까...
그러나 난 조금의 자극도 일지 않았다.
오감 모든 곳이 걱정으로 닫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아내의 반응때문에...!
(3)
아쉽게도 내 바램과는 달리 스크린엔 아내의 얼굴이 너무 멀어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보지 않아도 알수 있을듯하다.
누군들 남편의 외도를 달가워하랴.
그것도 변태적인 혼음을.
한참을 탁한 신음성들과 함께 번쩍이던 모니터는 다시 스크린에게 그 전능을 위임한채
일제히 꺼졌다.
정적....
온방을 메아리치다 사라진 신음성들 때문에 더욱 깊게 느껴지는 정적.
다시금 백색으로 변한 방.
여전히 아내는 나체로 누워 있으되...더이상 나체를 수치로 삼지 않는 듯했다.
그 증거로 스크린의 되살아난 권위로 인해 생생히 보이는 아내의 동공은 시체인 듯 텅비어 있었다.
그건 아내가 받은 충격의 강도를 대변하고 있었다.
또한...아내의 그 상실된 눈빛은....
검은 슈트의 남자...일훈이 지금껏 애써 기다리던 바로 그것이었다.
“제 이름은 조일훈입니다...”
아내가 준비되었음을 느낀 남자는 비로서 본론을 시작했다.
“부군과는 영혼의 동반자라고 할수 있죠.”
순간 죽어있던 아내의 눈빛에 강한 일렁임이 되살아났다.
“이곳의 저의 안식처이며...부인을 이곳에 모신건 부군의 간절한 소망 때문입니다.”
처음 아내가 눈을 떳을때 던졌던 질문의 대답이었다. 또한 아내가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는 의문의 해답이기도 했다.
“부군께선 부인을 무척 걱정하십니다. 아니...두분 사이의 사랑을 걱정하십니다. 하여...부인을 이곳에 모신겁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전 부인을 욕보일 생각도...누가될 행동도 전혀 하지 않을 겁니다. ”
“....”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잊은 듯 묻어버리고 있는 진실을 부인께 돌려드리려 합니다. 그또한 부인께서 반드시 결정하셔야할 사안의 판단을 돕기위한 것일 뿐이고요. ”
--------그건 바로...사랑과 쾌락에 관한 진실입니다
꿈꾸듯 아른거리는 목소리를 날리며 남자는 천천히 두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마치 여성처럼 가늘고 섬세한 손...
그것과 이어진 하얗고 긴 손가락....
그건 쾌락의 연금술사라 불리우는 남자가 자랑하는 가장 위력적인 무기였다.
쾌락의 댓가약육강식은 자연의 법칙이다.
기본적으로는 생존을 위해...
포괄적으론 진화와 환경의 안정을 위해 끝없이 이어지는 포식자들의 잔치.
그러나 그런 잔혹함에도 반드시 지켜지는 예의가 있다.
그건 섭취할 희생물의 죽음을 쉽고 짧게 끊어줌으로서 그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강자의 배려이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먹이사슬의 최상부에 존재하며 가장 많은 포식을 이루는 맹수의 지존이되,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중 유일하게 생존이외의 목적으로 살겁을 일삼는 인간.
너무 쉽고 가볍게 이뤄지는 포식에 지쳐서일까...
어느새 인간은 희생물의 섭취보다는 그 과정의 고통을 더욱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검은 슈트의 남자...
조일훈은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알몸으로 놓여 있는 아내는...
이 세상에서 가장 보배로운 제물이었다.